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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2년 넘게 이어지면서 아동양육시설 등에서 생활하는 보호대상아동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부인 출입이 금지되고 아동의 외부 출입까지 막히면서 서울시내에 있는 34개 아동양육시설은 아무도 찾지 않고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외딴 섬처럼 고립됐다. 아동들은 한창 뛰어놀 나이에 좁은 시설에 갇힌 채 지내고 있다.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적지 않고, 교육권과 놀이권이 제한되면서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조선비즈는 보호대상아동이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어떤 환경에 놓여 있고, 아동들을 위해 정부와 사회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점검해봤다. [편집자주]
보호대상아동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코로나19 기간 중 학대로 아동양육시설에 입소하는 아동들이 많아지면서 심리 치료 필요성이 커졌지만, 정작 코로나19 탓에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외출 금지로 인한 고립, 학습 격차 같은 차별적 경험 때문에 아동의 정서적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심리 치료 수요가 늘었지만 실제 지원을 받는 보호대상아동은 1%가 안 된다. 전문가들은 아동들이 발달기에 적절한 심리적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우울증을 쉽게 느끼고 나아가 폭력적 성향을 보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조선비즈는 아동복지·정신 전문가인 김현경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와 윤여원 동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만나 보호대상아동의 현 상황과 문제점을 짚어봤다.
◇'집’에서도 마스크 못 벗어… 보호대상아동의 코로나 2년
-코로나19로 인한 보호대상아동의 정서적 문제가 심각하다고 들었다. 어떤 부분이 가장 큰 문제인가.
김현경 교수(이하 김) : “양육시설이 집단시설이긴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집이다. 우리가 코로나라고 해도 집에서는 마스크를 안 쓰지 않나. 그런데 아이들은 집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한다. 시설 입장에서는 관리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마트도 혼자 갈 수 없다. 일반 가정 아이들은 코로나에도 친구들끼리 모여 놀지만, 시설의 아이들은 놀 수 있는 기회가 없다.”
윤여원 교수(이하 윤) : “비대면으로 전환하면서 아이들이 느끼는 고립이 심화됐다. 시설 입장에선 감염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지만, 고립이 되면서 아동청소년의 발달시기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자립 준비에도 나쁜 영향을 주게 되고, 경제적 불안감, 사회적 기회가 박탈되는 문제, 기본적인 학습권이 단절되는 문제도 있다.”
그래픽=이은현
-보호대상아동은 코로나로 인해 완전히 고립된 상황이다. 일반 가정의 아이들은 학교를 가지 못해도 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 있지만, 보호대상아동은 그런 기회마저 줄었다.
윤 : “시설아동의 75% 이상이 원 가족과 만나지를 못했다. 원 가족과의 관계 회복이 아동청소년기에 가장 중요한데 코로나 이후에는 거의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이 때의 애착 형성이 인생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김 : “우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정부에서는 기관의 특수성을 인정해 재량권을 줬다. 문제는 시설 차원에서 부담감을 많이 느낀 것이다. 시설을 책임지는 입장에서는 책임지기 싫다보니 보수적으로 접근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원 가족과의 면회나 자원봉사자 접근 제한 등) 규제가 심한 쪽으로 기울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시설 안에 많은 아이들이 모여 있다 보니 아이들의 독립성을 인정받지 못한 것도 문제다.
윤 : “독립된 공간은 기본권 중 하나다. 프라이버시 문제로 접근하면 단순히 학습공간이 아니라 코로나 이후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는 여지가 없어진 것이다. 아동청소년기에 기본적인 프라이버시를 지켜줄 수 있는 공간을 가지는 것, 그리고 그런 공간을 둘러싸고 다른 아이들과 불필요한 내적 갈등을 겪는 것 등이 중요한 문제인데 코로나 때문에 이런 경계가 무너진 경우가 많다.”
김 : “공간이 중요한 문제다. 시설 안에 개별 공간이 없다 보니 고학년 아이들은 공부할 공간이 없는 경우가 많다. 입시 준비를 해야 하는데 저학년 아이들이랑 함께 살아 집중하기 힘든 상황이다. 가정에서는 부모가 공부를 도와주지만, 시설에서는 오히려 고학년 아이가 저학년 아이의 공부를 도와줘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학습격차가 더욱 심각해졌다고 본다.”
◇학대로 시설 입소하는 아동 늘어… 심리 치료는 ‘그림의 떡’
코로나19 시기 보호대상아동에게 발견되는 특징은 학대로 양육시설에 들어오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인권위원회 발주로 김 교수가 작성한 ‘코로나19 보호대상아동 인권보장 수요조사’ 보고서(2021년 12월)에 따르면 학대로 인해 보호대상아동이 된 사례는 전체 4120명 중 1767명으로 42.9%를 차지한다.
2015년 기준 4503명 중 1094명으로 24.3%를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학대 아동 비중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한 양육시설 관계자는 “코로나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탓인지 학대로 인해 시설에 입소하는 아이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그래픽=이은현
-학대 때문에 시설에 입소한 아이가 많아졌다는 것은 충격적인 결과다.
윤 :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아동학대가 늘고 있다. 아동이 학교나 학원, 병원 같은 지역사회와 대면 접촉할 기회가 많이 줄었다. 4년 전과 비교하면 학교폭력은 반으로 줄었지만 가정폭력은 오히려 늘었다. 비대면 수업과 재택근무 등의 영향으로 모두가 집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가정폭력이 늘어나는 추세다. 과거에는 정서적 학대가 많았는데 지금은 방임이 늘었다. 부모가 모두 돌봄 휴가를 쓰지 못하다 보니 아이를 집에 두고 나가는 경우가 급증했다.”
-학대로 시설에 입소한 아이들에게 심리 치료가 필요할 텐데, 그런 지원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나.
윤 : “충분하지 않다. 인력과 인프라의 문제가 심각하다. 아동의 정신건강을 담당할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 심리 지원을 받는 아동이 전체의 1%도 안 된다고 한다. 기관에 전문인력도 부족하다. 적절한 교육을 받고 아동들의 심리 치료를 도와줄 사람이 없다.”
실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1~3년차 보호종료아동 3104명 가운데 50%인 1552명이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양육시설을 떠나 자립한 청년 두 명 중 한 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의 우울증을 앓고 있는 셈이다. 윤 교수는 “지난 20년간 11만명의 보호대상아동이 발생했고 절반 이상이 서울에 거주했다. 비율로 따지면 총 600명 정도의 전문가가 필요하지만, 현재는 전국에 200명 정도만 있어 보호종료 후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부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떤 대안이 있을까.
김 : “보호대상아동의 현실이 굉장히 열악하다. 이런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교육청이나 교육부에서 아이들에게 우선적으로 방과후 학습 지원을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런 걸 신청하는 것도 어렵지 않게 해야 한다. 시설에 있는 아이들의 어려움이 대물림되지 않으려면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윤 : “중앙과 지방의 편차가 크고, 지역별로 인프라 차이가 크다. 서비스질이 강화돼야 한다. 보호대상아동의 심리 치료나 정서적 지원을 늘려서 수혜자 비율을 늘려야 한다. 돌봄 정책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취약계층에서 돌봄 부재로 학대가 이뤄지지 않도록 돌봄 정책을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 돌봄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는 기업은 제재를 한다든지, 남성이 육아를 나눠서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송복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