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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일시: 2016년 9월 25일 (일)
o 날씨: 흐린후 맑음
o 산행경로
o 산행거리: 20km
o 소요시간: 12시간 (쉬엄쉬엄)
o 지역: 강원도
o 일행: 온라인산악회
▼ 등산지도
9월 마지막주 설악산으로 단풍을 찾아 나섰다. 그동안 가보지 못한 서북능선 구간이며, 오늘은 한계령에서 출발하여 남교리로 하산하는 코스다. 국내 3대 종주코스의 하나인 '설악산 서북능선 종주(오색~남교리)'를 위해 몰래 일행에서 이탈할까 잠깐 고민했지만 안전산행이 우선이므로 주어진 코스에 충실하기로 했다.
한계령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2시 반, 등산로가 개방되기를 기다리는 산객들이 벌써부터 북적인다. 도시는 아직도 여름의 기운이 팔팔한데 이곳 한계령은 가을 찬바람이 온몸을 떨게 한다. 설악산 정상부는 9월말이면 이미 단풍이 절정이다. 보통 설악산 단풍의 절정기라는 10월 중순에는 정상부에서는 이미 초겨울이 시작된다. 따라서 설악산 단풍산행은 9월말~10월초, 계곡의 단풍구경은 10월 중순이 적기라고 할 수 있다
▼ 한계령 휴게소
▼ 한계령 길과 칠형제봉 (펌)
한계령 (양희은 노래)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발 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 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한계령 탐방지원센터의 등산로 개방시간인 새벽 3시를 기다리지 못하고 일부 산객들이 잠겨있던 철문을 넘었다. 이 때문에 산객들과 탐방지원센터 관리인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여기서도 기초질서가 무시되는 것을 보면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별수 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자요산이라 하는데...
▼ 한계령 탐방지원센터
새벽 3시를 10분 앞둔 2:50분에 등산로가 개방되자 설악산 정상부를 향한 열혈 산객들의 대장정이 시작된다. 초입부터 Traffic Jam이 발생한다. 뒤를 돌아보니 일렬로 늘어선 헤드렌턴 불빛이 장관이다. 한계령 삼거리까지는 2.3km의 거리, 대부분 돌길이다. 헤드렌턴 불빛에 언듯언듯 비치는 등산로 주변의 기암괴석들의 모습을 제대로 볼수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 한계령 삼거리 방향 등산로
오르막이 계속된다. 오늘 주어진 산행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에 무리할 필요가 없다. 약 1km의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깊은 내리막길과 평지를 거쳐 한계령 삼거리를 향해 다시 고도를 높인다. 등산로 중간 중간에 나무데크 계단이 새롭게 많이 설치되어 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찬바람이 세차다. 헤드렌턴 불빛에 비치는 울긋불긋 단풍들이 이곳은 벌써 가을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한계령 삼거리에서 대부분 산객들은 대청봉으로 향한다. 무박산행을 왔다는 것은 대청봉을 찍고 공룡능선을 넘어 소공원이나 백담사 방향으로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등령에서 오세암 방향의 등산로는 산사태로 현재 출입이 금지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서북능선의 귀때기청봉으로 방향을 잡았다.
▼ 한계령 삼거리 (한계령 휴게소에서 2.3km)
귀때기청봉 방향으로 향하는 산객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같은 버스를 타고온 일행 4명만이 어둠을 뚫고 전진한다. 귀때기청봉까지는 완전 너덜길이다. 헤드렌턴에 의존한 한걸음 한걸음이 조심스럽다. 능선을 타고 거침없이 불어오는 찬바람에 몸이 휘청인다. 사방천지 어둠속에서 작은 반달과 달빛에 드러난 어스럼한 고사목이 처량하다... 춥다 ㅎ헉
▼ 귀때기청봉 너덜길 (펌)
너덜길을 따라 어둠의 꼭대기에 오른다. 귀때기청봉이다. 하늘을 가르는 찬바람만이 이곳의 정적을 깨고 있다. 정상부에 비박을 하고 있는 텐트 두개가 보인다. 내심 부럽다는 생각도 들고, 추울텐데 무슨 고생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새벽에 올라온 산객들의 인기척에 잠자리를 설치지나 않았는지...
▼ 귀때기청봉 (한1577m, 계령 삼거리에서 1.6km)
귀때기청봉을 지나면 대승령 방향으로 너덜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간다. 그리고 다시 올라가면 1456봉이다. 급경사지에는 나무데크 계단도 군데군데 설치되어 있다.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 뒤돌아본 귀때기청봉은 거대한 장막이다. 그 뒤로 노을이 타는 듯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다. 일출이 시작되고 있나 보다....
▼ 대승령 방향 등산로
1456봉에서 바라보는 귀때기청봉과 일출 모습, 마치 천지 탄생의 현장을 보는 듯 하다. 일출의 기운에 따라 사방도 어둠에서 깨어나고 있다. 멀리 가리봉과 주걱봉이 하늘에 걸려있고, 가야 할 안산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 1456봉(?)에서 바라본 귀때기청봉
▼ 1456봉에서 바라본 가리봉과 주걱봉
▼ 1456봉에서 바라본 감투봉(앞)과 안산(왼쪽 맨뒤) 방향
다시 짧은 내리막, 그리고 작은 무명봉을 향해 오른다. 남설악을 바라보니 멀리 점봉산이 아침안개 위로 떠있고, 능선 아래로는 뽀쪽뽀족한 암봉들이 바위꽃을 만들고 있다.
▼ 뒤돌아본 1456봉(앞)과 귀때기청봉(뒤)
▼ 점봉산(중간뒤) 조망
날이 밝으면서 설악산이 품고 있는 칼라가 더욱 선명해진다. 얼룩덜룩한 너덜길, 회색의 기암괴석들 그리고 오색의 단풍은 원색의 옷을 입고 있다. 다시 너덜길이 이어지고, 숲길도 지난다. 가파른 계단을 몇번이나 오르면 1408봉에 도착한다.숨가프게 1408봉을 오르면서 우리가 귀때기청봉에서 얼마나 많이 내려왔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 1408봉 방향 등산로
▼ 1408봉 직전에서 뒤돌아본 지나온 경로 (귀때기청봉~1408봉)
1408봉에서의 조망도 일망무제의 그것이다. 멀리 안산히 한걸음 앞으로 다가와 있고, 대청봉의 좌측으로는 공룡능선이 햇빛을 따라 비늘 가득한 몸을 꿈틀거리도 있다.
▼ 1408봉 (귀때기청봉에서 2.8km)
▼ 1408봉에서 뒤돌아본 귀때기청봉과 대청봉
가도가도 산은 여전히 그산 (유장경)
산빛도 가지가지
안개인 듯 그려놓은 눈썹인 듯
석양빛에 봉우리 외롭고
가을하늘 저만치 고갯마루 푸르르네
구름 일어 멀리 낮은 곳 감싸고
강물 굽이돌아 자주 산뒤로 숨네
얼마나 온 것일까
가도가도 산은 여전히 그산
1408봉을 지나도 계속하여 업다운이 반복된다. 대승령으로 이어지는 능선에는 암벽이 병풍처럼 진을 치고 있고, 멀리 안산은 새벽안개가 하늘로 공중부양을 시킨 모습이다. 강아지 같이 생긴 바위지대를 지나니 트랭글의 벨이 울린다. 감투봉이라고 하는데, 아무런 표시(표식)나 이정표는 보이지 않는다...
▼ 봇짐을 진 강아지?
▼ 감투봉에서 바라본 안산(중간 뒤 뽀족한 봉우리) 방향
감투봉을 지나서 대승령까지는 대부분 숲길, 내리막이지만 작은 업다운은 계속된다. 이곳에는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커다란 주목들이 눈길을 끈다. 속을 비운채 죽은 듯 살아있는 주목들... '비우면 채워진다' 는 진리를 이렇게 보여준다. 유유상종일까, 주목들 사이로 참나무 한그루도 주목을 닮아가고 있다.
▼ 주목나무
다양한 모습의 나무들을 보고 느끼며 걷다보니 어느듯 대승령이다. 대승령의 해발고도가 1210m이기 때문에 1408봉에서 수직으로 약 200m를 내려온 셈이다. 장수대에서 올라온 단체 산객들이 대승령을 점령(?)하고 있다. 대승령 표지목 옆에 있는 '고생과 환희의 교차점, 대승령' 이라는 간판과 싯구가 이곳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 대승령 (귀때기청봉에서 6km)
대승령 아래에서 조촐한 아침식사로 다음 목적지를 향한 원기를 채운다. 대승령에서 안산갈림길까지는 약 1km의 오르막길,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그러다 보니 산객들의 행렬이 자연스럽게 늘어진다. 그렇지만 주변 가득한 단풍들이 지친 발걸음을 잊게된다.
▼ 안산갈림길 방향 등산로
안산삼거리는 많은 산객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대승령에서 어렵게 올라왔으니 지친 발걸음을 한템포 쉬어야 할테고, 또 여기서 남교리로 하산을 위한 채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의 화려한 단풍들도 산객들의 발걸음을 잡는데 한몫하고 있다.
▼ 안산삼거리 (대승령에서 1km)
안산은 안산삼거리에서 출입금지 팻말을 넘어 직진해야 한다. 다른 산객들의 눈을 피해 몰래 잠입.... 안산을 그냥 패스할 수는 없지만 출입금지 지역이라고 하니 조금 찜찜하다.
▼ 안산 진입로 (출입금지)
▼ 조망포인트
조망포인트를 지나면 작은 봉우리에 올라선다. '대한민국봉'이다. 지도상에는 표시가 없으며, 이곳 시멘트 표지석에 새겨져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글자 때문에 산객들이 명명한 듯하다. 이곳이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것을 만천하에 고하듯이...
▼ 대한민국봉
▼ 대한민국봉에서 바라본 안산
▼ 응봉도 바라보고.... 멀리 하얗게 반짝이는 통신시설이 있는 곳은 향로봉(?)
대한민국봉을 지나면 왼쪽으로 철조망(북방계 식물 분포지역)을 끼고 우회하면서 전진한다. 철조망 지대를 지나면 안산을 코앞에서 감상할 수 있는 1396봉(?)에 서게 된다. 하늘을 향해 솟구친 압도적인 안산은 거인의 형상을 하고 설악의 한켠을 지키고 서있다. 비탐지역이라 약간 주저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사라진다. 오늘 산행 최고의 시간이고, 선물이다...
▼ 안산과 치마바위봉(좌)
안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와 남서쪽으로 떨어지는 계곡은 이세상의 모습이 아니라, 신들의 영역이다. '별유천지 비인간'....
▼ 올려다 본 안산
▼ 안산으로 이어지는 기암들
안산 하단부에서 부터는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가야 한다. 비탐지역이라 그런 것인지, 그래서 비탐지역인 것인지 좌측의 까마득한 절벽은 오금을 저리게 하지만 그 아름다움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다가서게 된다.
▼ 안산 정상방향 등산로
▼ 고양이 바위와 뒤로 보이는 가리봉, 주걱봉
안산 정상부는 삼면이 절벽이며, 작은 공터에 정상석이 자리잡고 있다. '안산'이라고 적혀있는 작은 정상석은 설악의 비바람을 맞으며 천년의 세월을 견딘 모습이다.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치마바위봉과 그 주변 능선도 그림같다. 이 아름다움에 취해 나도 모르게 하늘을 향해 두팔을 벌리게 될 것 같다. 영화 '와호장룡'의 주인공이 깊은 계곡의 구름속으로 몸을 날리듯이....
▼ 안산
원통쪽에서 보면 이 봉우리가 말안장 처럼 생겼다고 해서 안산(鞍山) 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 안산 정상부에서 바라본 치미바위 봉
멀리 대청봉에서 마등령으로 이어지는 공룡능선과 이어서 황철봉, 신선봉, 상봉으로 이어지는 설악의 춤사위가 환상적이다. 옅은 안개 때문에 시정이 깨끗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건너편에는 가리봉과 주걱봉이 손에 잡힐 듯 하고...
▼ 안산에서 바라본 대청봉(맨뒤), 귀때기청봉(우측) 및 공룡, 용아능선(좌측 능선)
▼ 안산에서 바라본 응봉(앞), 황철봉(중간 뒤), 상봉과 신선봉(좌측 뒤)
▼ 안산에서 바라본 설악 조망도 (펌)
안산을 내려와 다시 안산삼거리로 돌아간다. 안산 하단부에 남교리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있다고 하는데 자신이 없다. 비탐지역이기 때문에 위험할수도 있다. 설치되어 있던 밧줄이 제거되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안산으로 올라오는 산객들이 '날머리에 국공이 지키고 있다'는 소문도 알려준다. 가보지 않은 길... 뭐가 사실인지는 알수가 없다. 무엇보다도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에 안산삼거리로 되돌아와 남교리로 하산하기로 하였다. 안산삼거리에서 안산을 왕복하는데 1시간이 조금 더 소요되었다.
▼ 안산으로 되돌아 오는길에 바라본 1396봉과 그 뒤로 귀때기청봉, 대청봉 등
안산삼거리에서 남교리까지는 7.6km의 십이선녀탕계곡길이다. 너덜길이며, 계곡 곳곳에 볼만한 폭포와 소(沼)가 형성되어 있다. 남교리로 내려오면서 올려다 본 안산의 모습은 다시봐도 감동적이다.
▼ 남교리 하산길에 올려다본 안산
울긋불긋 오색의 화려함을 자랑하던 단풍도 해발 1000m를 하회하면서 다시 초록의 세상으로 돌아간다. 자연의 신비로움이다...
안산삼거리에서 약 3km를 내려오면 계곡을 따라 다양한 모습의 폭포가 이어진다. 옥빛의 두문폭포를 지나고, 철재난간을 잡고 가파른 암벽을 내려오면 이곳 십이선녀탕 계곡이 자랑하는 복숭아탕(용탕폭포)이 자리잡고 있다. 복숭아탕 전망대에는 구경온 일반 행락객들도 제법 많다.
▼ 두문폭포
▼ 복숭아탕(용탕폭포)
[복숭아탕] 십이선녀탕 계곡은 열두개의 물웅덩이와 열두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지만 그 개수는 계절, 수량,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르며 노산 이은상(1903~1982)은 8폭 8탕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예전에는 암반이 패여 만들어진 물웅덩이나 소가 많다하여 탕숫골, 탕수동이라고 불리었으며, 여러 물웅덩이 중 하나인 용탕(龍湯)은 뒷벽의 큰바위굴에서 용이 나왔다 하여 가뭄이 계속되면 기우제를 올렸던 곳으로 그 모양이 복숭아와 비슷하다하여 '복숭아탕'이라고도 불린다. (안내판)
복숭아탕을 지나 걷고 또 걷는다. 나무데크 계단이 많이 설치되어 있지만 장시간 산행으로 발바닥과 발가락이 아파온다. 함지박 출렁교와 십이탕 출렁교도 건너고 숲길도 지나고....
[십이선녀탕계곡]은 열두개의 물웅덩이와 열두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으며 그 개수는 계절이나 계곡의 수량,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다릅니다. 물웅덩이는 지형에서 폭호라고 하며, 폭포에서 떨어진 물과 함께 모래, 자갈 등이 폭포 아래에 있는 기반암을 침식하여 만들어집니다. (안내판)
남교리 지킴터에서 길게 이어지던 계곡길을 빠져나왔다. 이곳 날머리에도 산행을 마친 산객들이 북적인다. 주차장에는 대기하고 있는 버스들이, 식당에는 뒷풀이를 즐기는 산객들이 가득하다. 지킴터 아래에 있는 계곡에서 대충 몸을 닦은 후 함께한 일행 두분과 늦은 점심과 소맥 한잔으로 오늘산행의 여독을 풀고... 이제는 내년 봄 예정하고 있는 '설악산 서북능선 종주'를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오늘 일행중 한분도 서북능선 약 27km를 14시간만에 주파했다고 한다. 나도 내년 봄에는....
▼ 남교리 지킴터 (날머리)
3주후에는 한계령에서 진부령까지 대간산행이 예정되어 있다. 제법 벅찬 산행이 예상된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