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화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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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고전소설을 읽은 느낌이다. 이 책은 1996년에 출간했지만 문장이나 등장인물의 대화체가 현대소설같지 않았다.
가족을 위해 피를 파는 한 남자의 고단한 삶을 특유의 풍자와 해학으로 그려내 세계문단의 극찬을 받았다.
"올해는 1958년 인민공사, 대약진운동, 제강생산운동....우리 아버지 땅이랑 넷째 삼촌의 논밭이 다 회수됐지. 앞으로는 누구도 자기 논밭을 가질 수 없다구. 전부 국가에 귀속되는 거지..."p148
"오면서 보니까 집에 붙어 있는 사람이 거의 없던 걸. 전부 거리로 나갔어. 내 평생 길거리에 사람이 그렇게 많이 모인 건 처음 봐. 다들 팔에 붉은 완장을 두른채 행진하고, 표어를 쓰고, 대자보를 붙이고.....모 주석의 이름을 부를 때 왜 그리 길게 부르는지..... 위대한 영도자이며 위대한 원수이시며, 위대한 스승이자 위대한 조타수인 모 주석. 만세 만세 만만세....이게 바로 문화대혁명이야."p216
이 책의 배경은 마오쩌둥때 대약진운동을 거쳐 문화대혁명시기이다. 중국의 많은 인민들이 굶어죽고 피를 팔아 생계를 이어갈 수 밖에 없는 시대를 주인공 허삼관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일락이가 대장장이 방씨네 아들 머리를 박살 냈을 때 피를 팔러갔었지. 그 임뚱땡이 다리가 부러졌을 때도 피를 팔았고...식구들 오십칠일간 죽만 마셨다고 또 피를 팔았고 앞으로도 또 팔겠다는데....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고생을 어떻게 견디나...이 고생은 언제야 끝이 나려냐."p171
"사십년 만에 처음이었다. 처음으로 피를 팔지 못한 것이다. 집안에 일이 생길 때 마다 피를 팔아 해결했는데, 이제는 자기 피를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 집에 또 일이 생기면 어떡하나?"
허삼관은 울면서 가슴을 열어젖힌 채 길을 걸었다. 바람이 그 얼굴로, 가슴으로 밀려들었다. 흐릿한 눈물이 눈가에서 솟아 올라 양 볼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려 목으로, 가슴으로 파고 들었다.p325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방황하는 허삼관을 부끄러워하는 자식들을 위해 부린 허옥란은 말한다.
"이 자식들아, 너희들 양심은 개한테 갖다줬냐? 아버지를 그렇게 말하다니. 너희.아버지는 피 팔아 번 돈을 전부 너희들 위해서 썼는데 너희 삼형제는 아버지가 피를 팔아 키웠다 이말이다 생각들 좀 해봐라. 흉년 든 그해에 집에서 매일같이 옥수수죽만 먹었을 때 너희들 얼굴에 살이라고는 한 점도 없어서 아버지가 피를 팔아 국수를 사주셨잖니. 이젠 완전히 잊어버렸구나. 그리고 너 이락이. 네가 생산대에 갔을 때 너희 대장한테 너 좀 잘 부탁한다고 아버지가 피를 두번이나 팔아서 밥 먹이고 선물까지 사주고 그랬는데. 너 아주 까맣게 잊었구나. 일락이 너도 그럴 줄은 몰랐다. 네가 아버지를 두고 그렇게 말하다니 참 가슴이 미어지는구나. 너한테 아버지가 얼마나 잘해주셨는데 사실 친아버지는 아니지만 너한테는 다른 어떤 아들한테보가 잘해주셨을 게다. 네가 상하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집안에 돈이 없어서 아버지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피를 파셨지 않니? 한 번 팔면 석잘은 쉬어야 하는데, 너 살리려고 자기 목숨은 신경도 쓰지 않고 사흘 걸러 닷새 걸러 한번씩 피를 파셨단 말이다. 쑹린에서는 돌아가실 뻔도 했는데 일락이 네가 그 일을 잊어버리다니....이 자식들아, 너희들 양심은 개새끼가 물어갔다더냐. 이놈들....." p329
아버지의 책임감 무게가 너무 무겁게 느껴진다. 어려운 시절이라 그런건지.. 지금과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부모의 자식 사랑과 자식들의 이기심....
집에 큰 일이 생길 때마다 가장으로서 책임으로 피를 팔았다. 이제 허삼관은 예순이다. 피를 팔 수 없는 나이다. 하지만 그는 아들들이 모두 장성해 결혼까지 했고 이제 먹고 살만한데.. 아직도 책임감을 느낀다. 집에 또 일이 생겨 자신이 해결할 수 없음에 마음아파한다. 한없이 눈물을 흘린다... 자신이 설자리가 없음에 마음아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