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가양오토갤러리 조실장입니다.
이미 지났지만 3이 두번 겹치는 3월3일은 '삼겹살 데이'입니다. 2003년 파주축협이 구제역 파동으로 어려움에 빠진 양돈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3이 겹치는 이 날을 정한 것이 시초입니다. 삼겹살은 어떻게 한국인의 '소울푸드'가 됐을까요. '삼겹살의 날'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은 이날까지 어떻게 우리 삶에 다가왔을까요
★언제부터 즐겼나
갖가지 설이 난무합니다. 우선 일제시대 탄광으로 끌려간 사람들이 목에 걸린 탄가루를 씻어내기 위해 먹기 시작한게 최초'라는 설이 있습니다. 작업장에서 먼지를 많이 흡입하는 광산 노동자들은 매달 고기 교환권을 받았는데, 당시 가장 싸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던 고기가 바로 삼겹살이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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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11월3일 발행된 동아일보의 '육류의 좋고 그른 것을 분간해 내는 법'이라는 기사에는 '도야지(돼지)고기의 맛으로 말하면 소와 같이 부위가 많지 아니하나 뒤넙적다리와 배사이에 있는 세겹살(삼겹살)이 제일 맛이 있다하고 그 다음으로는 목덜미살이 맛이 있다하고...'라는 문장이 등장합니다.
고기를 먹지 않던 일본이 메이지유신을 거치면서 고기와 우유를 먹기 시작했는데, 고기에 대한 거부감을 덜기 위해 돈까스(커틀릿)을 주로 확산시키다가 한국이 삼겹살을 먹기 시작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돈까스는 돼지 안심이나 등심으로 만드는데, 한국이 주로 수출했고 남은 돼지 고기 부위가 삼겹살이었다는 얘기입니다.
보릿고개를 막 넘긴 1970년대 중반부터 삼겹살을 본격적으로 구워먹기 시작했다는 설도 있습니다.그 전에도 삼겹살을 먹긴 했지만 주로 삶아먹었는데, 삼겹살 구이 문화가 70년대에 시작됐고 80~90년대 들어 본격 유행하면서 '국가대표 음식'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 국어사전에 삼겹살이란 단어가 처음 오른 것도 1994년 입니다.
특이하게도 삼겹살은 갈비나 주물럭과 같은 원조 논쟁이 없습니다. 아마 삼겹살은 별다른 양념을 넣지 않고 누구나 팔 수 있어서였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 돼지 한마리서 얼마나
삼겹살은 돼지의 갈비뼈를 떼어낸 복부의 넓고 납작한 부위인데 , 나오는 양이 아주 많지는 않습니다. 도축하기 전 돼지는 보통 115~120kg 가량 나갑니다. 이중 삼겹살은 몸무게의 10% 정도인 11kg 정도에 불과합니다. 목살이 5kg 정도 이고, 나머지는 등심, 앞다리 뒷다리살 등 일명 비선호 부위라 불리는 부위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삼겹살과 비선호 부위 간 가격도 차이가 큽니다. 인기가 많은 만큼 외국에서 수입도 많이 되는데, 연간 수입 돼지고기 32만톤 가운데 삼겹살과 목살은 18만톤, 전체의 56%를 차지합니다.
수입 삼겹살이 국산으로 둔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원산지를 속여 소비자를 우롱해온 정육점 345개소를 무더기로 적발했습니다.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면 국산 삼겹살과 수입산을 눈으로 보고 한 번에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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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에도 유행이 있다?
우수한 육질을 논할 때 흔히 마블링을 언급하곤 하는데 비단 소고기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최근엔 삼겹살의 종류도 다양해지면서 지방과 살코기의 비율이나 배치를 중요하게 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흔히 먹었던 백색 요크셔종 돼지고기 외에도 흑돼지, 갈색돼지 등이 시장에 나오고 있습니다. 제주도와 지리산 권역의 흑돼지를 비롯해 국내에서 개발된 흑돼지 품종인 버크셔 케이(K),마블링이 좋은 갈색돼지 듀록, 도토리르 먹여 키운 이베리코 흑돼지도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돼지고기 전문점도 다양해졌습니다. 전문가들이 고기를 직접 구워주는가 하면, 차별화된 반찬과 소스 등을 앞세운 맛집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얼마전까진 두툼한 두께를 자랑하는 제주식 근고기 스타일 고기 식당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씹을 때마다 터지는 육즙이 매력적입니다. 요즘에는 근고기와 다른 매력을 가진 냉동 삼겹살 식당이 유행입니다. 두께가 얇은 냉동 삼겹살은 익는 시간이 빠르고 다른 밑반찬들과 잘 어우러져 밥반찬으로 좋습니다. 육즙보다느 바삭한 맛을 즐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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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게 먹으려면
취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으로 삼겹살을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몇가지 원칙을 지켜야합니다. 우선 고기를 구울 때 자꾸 젓가락으로 뒤집어서는 안됩니다. 그러다 보면 육즙이 다 빠져나와 육질이 퍽퍽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에 따라 다르지만 삼겹살을 구울 때 뒤집는 횟수는 1~4회가 적당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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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은 바싹 익혀 먹어야 배탈이 안 난다는 '상식'도 이젠 더 이상 정답이 아니라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잔반이나 인분 사료를 먹여 키운 돼지가 기생충에 감염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지만, 배합사료를 먹이고 도축장이 현대화되면서 그런 위험은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육즙이 빠져나갈때까지 굽지 말고 미디엄 정도로 구워 먹기를 추천하곤 합니다. 겉을 익힌 뒤 속은 약간 붉은 기운이 남을 정도로 80% 정도만 익혀 육즙을 즐기라는 것. 요즘 돼지고기 전문 식당에서는 신선한 돼지고기를 미디엄 굽기로 구워 내놓기도 합니다. 단, 자른 고기의 단면에서는 미생물이 번식하기 쉬우므로 집에서 먹을 때는 미디엄웰던 정도로 굽는 것이 더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