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리 장날
- 양점숙
마수걸이도 못한 장날
시든 푸성귀 앞에서
공약남발에
목 터지는 나리들
"쓰것다, 잘 살게 해준더캐도
왜 그날이 그날인 겨"
*솜리는 익산의 옛 이름
<해설> 한경
선거철이 되어야 정치꾼들은 국민을 국민으로 보는 척한다. 제 잘난 맛
에 거들먹 거리던 나리들도 선거철이 돌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지역
구만을 챙기는 척 더없이 정의로운 척 구호를 외쳐댄다. 온갖 선심성 공
약을 토해내고 목울대에 핏발이 서게 떠들어대지만, 그 공약을 듣는 국만
은 시끄러운 확성기 소리가 공허할 뿐이다. 자기 밥그릇을 차지하려는 철
새들 그들끼리의 자리싸움일 뿐이다. 시인이 포착한 선거철 장날 광경, 누
가 되든 어느 당이 되든 푸성귀를 파는 소시민 피부에는 와닿지 않는 구호
일 뿐이다. 마수도 못 하고 시드는 푸성귀를 바라보는 목마른 상인에게 미
래의 공약은 그들이 선거철마다 철새처럼 외치는 공염불일 뿐이다. 저렇
게 자신을 불살라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핏대를 올리는 사람들이 정작
당선 후에는 무엇을 하나. 혈세를 쓰는 특별한 사람이 되어 자기의 주가를
올리는 데 급급하고, 비리를 특권처럼 여기는 많은 정치인의 인면수심을
볼 때마다 절망스럽다. 진정으로 국민과 나라를 위해 일 할 양식있는 정치
인의 탄생을 바라는 국민의 염원은 언제쯤 이루어질까. 정치에 염증을 느
끼는 많은 국민들의 심정 " 왜 그날이 그날인 겨" 라고 함축적으로 그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