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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일/집결 : 2018년 1월 28일(일) / 신분당선 청계산역2번출구 (10시30분)
◈ 참석 : 10명 (진오, 창수, 기인, 재홍, 윤상, 삼환, 정한, 양기, 천옥, 황표)
◈ 동반시 : "달의 미소" / 김정남
◈ 뒤풀이 : 추어튀김, 추어탕에 막걸리 / "남원추어탕"<원터골, (031) 571-7037>
게으름은 가장 무서운 적인줄 알건만, 그래도 좋다고 동거하려고 하니 고질병이다. 누워서 휴대폰 들고 손가락 하나로 산행기를 거의 마칠 무렵 우엇을 잘못 눌렀는지 갑자기 화면이 바뀌면서 작성한 글 모두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재앙이 닥쳤다. 恃佛謁 노릇이다. 할 수없이 노트북을 켰다.
'浮生이 空自忙'(사주팔자는 타고났거늘 공연이 바쁘신다는 뜻)이거늘 지난 한해 소득없이 바삐 살기만 했다는 과오를 인정하며 비록 날씨가 영하 12도 정도 된다고 하지만, 청계산 산행을 참가하기로 하였다. 지난해에도 사용하지 않았던거 같은데 한참을 찾아서 아이젠을 겨우 준비하고 그저 손에 잡히는대로 몇가지 주섬주섬 챙겨서 차에 오른다. 다행히 멀지 않은 길이기에 가장 먼저 도착하였다. 그런데 청계산입구역에는 왜 그렇게 노인들만 모여있는지...
학교에 있을때 5년마다 전근을 가는데 새롭게 부임해 가는 학교에서는 새롭게 앨범 사진을 찍는다. 왜 그런지 가는 학교마다 사진사들 실력이 형편없다. 갈수록 사진이 맘에 안든다. 오랜만에 친구들 얼굴을 보면서 이 친구도 참 많이 늙없구나 생각하면서 거울을 보면 내가 더 늙어 보일때 인생이 허무해지고 슬퍼지는 경우가 있었다. 나만 그랬나?
청계산 입구에 삼삼오오 서있는 노인들 무리가 싫기도 하고 아직 시간이 이른지라 화장실로 잠시 피신해 있는데 영락없이 한 회장이 찾는다. 요즘 내가 자꾸 나이 들어감을 거부하고 발악하는 것 같은데, 이런 증상에 좋은 특효약 있으면 알려주기 바랍니다. 후사하겠나이다.
항상 향긋한 커피를 커다란 보온병에 끓여 오던 한이가 오늘은 칼라만시 차를 준비해 왔다. 칼라만시는 새콤한 맛이 라임과 비슷한데, 쌉쌀한 맛이 좀 더 강하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칼라만시를 조미료의 재료로 활용하며, 필리핀에서는 저온살균 처리한 칼라만시즙을 상업용으로 판매하고 있다. 피쉬소스, 코코넷밀크, 고추 등 동남아시아의 음식재료와 잘 어울리며, 주스나 아이스티의 재료로 즙을 짜서 먹거나 과일 또는 샐러드에 즙을 뿌려 먹기도 한다.
이밖에도 아이스크림, 셔벗, 젤리, 사탕, 요거트 등의 재료로도 활용된다. 특히 칼라만시에는 비타민 C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 물에 꿀, 칼라만시 즙을 섞어 마시면 마른기침과 감기에도 효과가 있으며, 피로 회복, 피부 미용, 면역력 강화, 충치 예방, 치통 완화 등에도 도움을 준다. 최근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칼라만시를 다이어트용으로 많이 사용한다고 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효과를 직접 확인해 보시길...
오늘은 젊게 산에 올라보고자 다짐하고 있는데, 입구에서 옥녀봉으로 가자는 강경파와 헬기장 정도만 가자는 한 회장파의 실랑이가 있었는데, 잠시 소원탑 앞에서 기념촬영 부터 하기로 한다. 소원탑에는 많은 소원 글귀가 붙어있는데, 진오가 그중 누군가 無窮發展이라고 쓴 글 앞에 시산회를 적어놓았으니 시산회 소원을 뻐꾸기 방식으로 빌기도 했다.
하여간 한 회장의 대승적 양보로 옥녀봉으로 기수를 돌렸다. 오늘 힘들겠구나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빨리 옥녀봉에 도착하여 인증샷만 하고 난후에 소수 강경파들의 강력한 주장으로 내친김에 매봉까지 점령하기로 결정한다.
가다 보니 10명이 되어야 하는데, 일곱명 밖에 보이질 않는다. 결국 한이, 진오 그리고 법없이도 살것 같은 한 회장마저 반역의 길로 가고 만것이다. 한 회장이 반역의 주동이 아니었다면 한이와 진오를 징계하는 정도로 마무리 되었겠지만, 우리 시산회의 대장이 연루되어 있으니 어찌하겠는가? 결국 매봉을 눈앞에 두고 나머지 일행들이 하산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한 회장을 구하겠다는 일곱 산우(창수, 삼환, 황표, 재홍, 기인, 양기, 윤상)의 거룩한 충성심은 높이 살만 하지 아니한가?
날씨가 춥고, 일부 반역자가 있는 탓에 준비해 간 막걸리는 도로 냉장고로 들어가는 신세가 되었다. 추운날과 추어탕 그리고 추어튀김과 막걸리, 결국 3추 1막의 뒤풀이 여운을 이대로 말소냐! 잠시 동반시를 낭송한 후, 매봉 산행을 강력 주장했던 나 원장이 커피로 뒤풀이의 대미를 장식 하잔다. 아무리 떠들어도 흉금은 소진되지 않지만, 이제 다른 약속이 있는 친구들이 있으니 또 다음을 기약하고 발길을 돌린다. 시산회는 영원하다.
"달의 미소" / 김정남
임의 눈 속에 비친
내 눈을 보잤더니
그 눈은
아래로 깔아버린 동짓달 초승달 되어
그리움 달래려
반가사유상 앞에 서서
눈으로 별을 하나씩 지워가다
섣달 그믐달만 남아
눈썹만으로
미소를 보낸다
달의 미소 속에
또 한 해를 놓쳤다
2018년 1월 29일 남기인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