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구름 처럼 소문난 집 2019.02.04
선재도를 가기 위해 운전을 해서 가던 길에 배가 좀 고프기 시작했다. 점심 때가 되어 무얼 먹을 까 고민 중. 음식점들을 살피면서 간다. 도로 양 옆으로 순전히 칼, 칼, 칼국수집이다. 여기가 원조. 저기가 원조. 진짜 원조집이라고... 1호집.2호집 이름도 모두 그럴싸하다.
칼을 갈듯한 날카로운 음식점들이 식상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지나치면서 눈에 들어온 식당.
왠지 그 식당이 끌려서 다시 뉴턴을 해서 그곳으로 들어갔다.
친절한 음식점
우연히 들린 곳이다
우리는 아이들과 기호대로 매콤한 명태조림. 생선구이. 기자미조림을 시켰다
조금 후에 나이가 드신 남자 분 두 분이 들어와서 명태조림을 시킨다.
사장님은 서비스로 포도주를 내오신다. 항상 있는 서비스가 아니라 우연찮게 개업한 지 3주년이 된 식당에 들어온 것이다.
개업 3주년의 서비스라고 한다. 점심 먹으면서 포도주를 마시다니, 처음 있는 일이다.
운전해야하는 관계로 두 모금정도 맛을 보았는데 달콤한 맛이 여느 포도주랑은 다른 것 같았다. 몬드는 마음 푹 놓고 포도주와 소주를 들이킨다.
생선조림의 양념이 매콤한 것이 중독성 있게 흡입력이 있다. 생선구이는 고등어와 꽁치 두 가지가 나왔다. 일인분으로 먹기는 양이 많다. 오랜만에 먹는 구이맛도 최고다
집밥 처럼 반찬도 여러가지가 나와서 골고루 먹었다.
크지 않는 규모의 식당 안에 노신사 두 분과 우리가족이 점심을 먹고 있었다.
노신사중의 한 분이 영흥도에 현재 집을 짓고 있는데 4년째 짓고 있다고. 건축업자를 잘못 만나서 그렇다고 볼멘소리로 하소연을 하신다.
사장님도 거드신다. 영흥도의 이미지가 많이 안좋아졌고 인심이 ‘무섭다’라고 말한다.
노신사분은 본인은 이곳에 오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없는데
"우리 마누라가 이곳에서 살고 싶고 농사를 짓고 싶다는겨. 나는 마음에 안드는데"
“어디서 오셨나요?”
“인천이요”
“아, 저도 인천에서 왔어요. 여기로 온 지 3년 되었지요”
“뭐 하시다가 오셨나요? ”
“저는 수협 점장으로 있다가 은퇴하고 왔지요”
“몇년생인디요? 나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54년생입니다”
“아, 그래요? 나도 54년생인데 동갑이네. 몇 월생이요 ”
“7월생입니다”
“내가 좀 빠르네. 나는 4월생입니다.”
“친구해도 되겠네요. 허허!”
여기 지나가면서 한 번 들어와야지 했다는 것이다. 54년생이면 65세네.
노신사는 인천 청라지구에 사는데 그곳이 훨씬 살기 좋다고 하면서 여전히 이곳이 싫다고 하신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으신가보다 살려고 짓는 것이 아니라 별장처럼 왔다갔다 하려고 하신다는 것이다.
우리는 밥을 먹으면서 두 분의 이야기를 듣는다. 재미있다.
언제부터인지 이곳에도 투기바람이 불었나보다. 금방 대화 속에서 알 수 있었다.
식당 사장님 왈,
평당 40만원하는 맹지 300평을 사려고 했는데 계약하기 직전에 부동산에서 가로챘단다.
그리고 조금 다져서 150만원에 사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땅을 사려다가 못샀다고 하신다.
노신사는 바다가 바로 앞에 보여서 가격을 비싸게 사서 집을 짓는데
“아, 글쎄 쫌 지나니 우리 집 앞으로 다른 집을 짓는 것이여,
허가가 났으니까 지은 거 아니겄어? 앞집이 가려서 바다가 보이지 않는 것이여
바다 볼라고 짓는 것인디“
여전히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으신다.
정말 속상하실 만 하다
노년에 그리는 편안함을 누릴까 했는데
이런 사기가 비일비재 하다고 뉴스에서도 많이 나온 것을 본 적 있다.
배가 남산만하게 나온 식당사장님도 하소연을 들어주시면서 이곳에 정착기를 들려주셨다.
아마도 이미 지어진 이 집을 구입하셨던 것 같았다.
직장 다닐 때 거래했던 사람이 놀러 와서 매운 명태조림 가맹점을 내주겠다고 해서 시작한 식당이라고 하신다. 비용은 1억이 들어갔다고 한다. 가족끼리 운영하시는 것 같았다.
여름에는 손님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고 하시면서 직접 키운 야채쌈들이 7가지는 나온다고 하신다
“야채쌈 먹으러 여름에 또 와야겠네요”
한 수 거둔다.
그리고 장인어른이 포도농사를 짓는데 판로를 생각하다가 포도주를 한 번 만들어보자 해서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고 거기에 항아리를 묻어 포도주를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너무 좋다고 은근 자랑을 하신다.
그래서 식당 정문앞에도 포도주, 포도즙들이 진열되어 있고 식당 안에도 카운터 앞으로 포도주 병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한 달에 300병정도 파는데 부산에서도 와서 사가요. 어떤 사람은 포장 잘하고 양도 훨씬 작은데도 불구하고 몇 만원이나 줬지만 이거보다는 못하다고 합디다. 허허!!
그런데 주류세금으로 70프로가 나가니 마진이 엄청 적다고 하신다.
“확실히 이곳에 오니 공기가 좋아요. 예전엔 전 날 술을 마시고 나면 다음 날 일어나기가 힘들었는데 여기서는 거뜬하게 일어나져요. 아침이면 2층에 새들이 엄청 날아와요. ”
멧돼지, 짐승들도 심심치 않게 본다고 하신다.
그래서 모두들 공기 좋은 곳을 찾아 다니나 보다.
이쯤 해서 노신사 두 분은 식사를 마치고 포도주 한 병과 함께 계산하면서 나가신다.
우리는 매운 것을 후후 하면서 생선조림과 구이를 고갈비 뜯듯이 깔끔하게 다 먹어 치웠다.
“사장님. 포도주 두 병 사면 더 깎아 주시나요?”
지나가는 말로 슬쩍 말해본다
“에구~~
이거 팔아봐야 천원 남아요“
“포도주 한 병 만드는데 포도 한박스 들어가요”
“그렇지요?”
포도농사의 수고에 비하면 우리는 거져 가져가는 것 같다.
우리는 기분 좋게 포도주 두 병을 들고 그 집을 나선다.
이곳에 오면 다시 한 번 들리고 싶은 집이다. 이름은 ‘소문난 집’이다. 소문안내도 되는 집이다 ㅎ
혈액순환에 좋으니 매일 소주잔으로 한 잔씩만 마시면 아주 좋다나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