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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강 공자의 음악 이야기
제49강 공자의 음악 이야기
1. 25현 가야금 연주
25현 가야금 창작곡 ‘도라지’
연주 :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학생들
제가 KBS 도올 논어 이야기를 시작한 이래로 가장 생명력이 느껴지는 박수 소리 같았다. 여기가 주로 예술대 학생들이 많죠? 역시 예술을 하는 학생들이라서 감수성이 다른 거 같다. 예를 들면, 공자님 사상이 인(仁)이라고 했는데, 여러분들은 정말 인(仁)한 사람들 같다.
오늘 제가 여기 들어오기 전에, 중앙대 예술대학에서 환영의 뜻으로 도라지를 연주해주신 것을 상당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학생 한 분을 모셔보겠다.
문양숙(가야금 전공, 중대 국악대학 대학원)
도올 : 지금 연주한 여러분들의 악기가 좀 독특하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가야금이 아니고 많이 개량한 가야금인가요? 그걸 뭐라고 부르는가?
문 : 25현 가야금이다.
도올 : 그런데 지금 연주된 곡이 북한에서 작곡된 것이라고 하던데...
문 : 네.
도올 : 북한에서 25현금을 위해서 작곡을 했고, 그런 곡들을 우리 대학에서도 자유롭게 연주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만감이 교차한다. 한 10년전만 해도 그런 걸 연주했다가는 우리는 전부 끌려갔을 것이다. 위에서 김정일도 온다고 하는 판에 여러 가지 의미가 깊은 거 같다. 그런데 옛날 가야금과 비교해서 독특한 뭐가 있는가? 이것도 무명실인가?
문 : 지금 개량된 악기는 합성줄로 되어 있다. 폴리에스터랑 명주를 섞어서 만들었다.
도올 : 음역이 넓죠? 뭐든지 연주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문 : 네. 전통악기는 5음계인데, 25현 가야금은 7음계이다. 그러니깐 서양음악도 연주할 수 있다.
2. 삼가(三家)
사실 제가 중앙대 캠퍼스에 국악과가 처음 시작될 때부터 와서 강의를 많이 했었다. 박범훈 선생하고 같이 와서 여러 강의를 했었는데, 하여튼 상당히 오랜만에 와보니깐 교정도 더 아름다워졌고, 학생들도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와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아주 기분이 좋다.
오늘은 예술 대학에 왔기 때문에 공자의 음악이야기에 관한 것을 강의하겠다. 지난 번 연세대 강의에 이어서 팔일편의 제2장을 공부해보도록 하겠다.
八佾 2장
三家者以雍徹. 子曰 : “‘相維辟公, 天子穆穆.‘ 奚取於三家之党
맹손, 숙손, 계손의 삼가 사람들이 옹의 노래로써 제사를 마치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제후들이 제사를 돕네. 그 가운데 천자의 모습이 그윽이 빛나도다’라는 저 가사의 노래를 어찌 삼가의 마당에서 부를 수 있겠는가?
당시 공자가 살던 곳은 산동성 곡부였는데, 지금도 거기 가면 있다. 곡부는 노나라였는데, 당시 노나라의 정세를 여기 학생들이 잘 모를 거 같아서 잠깐 설명하겠다.
산동성(山東省) 곡부(曲阜)
노나라는 작은 나라였는데, 이 나라에는 임금이 있고, 그 임금 밑에 삼가(三家)라는 대부 가문이 있었다. 당시 가장 유력했던 이 세 대부들이 오히려 임금보다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삼가(三家)마다 성이 있었는데, 계손씨가 가장 막강했었다.
3. 춤, 기악, 노래
그리고 국악이라고 하면 춤도 추고, 제례악(祭禮樂), 정악(正樂)도 있다. 그런데 옛날에는 그냥 음악을 연주하는 게 아니라, 항상 예(禮)와 관련이 있었다. 예는 제례(祭禮)라든가 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삶의 굽이굽이가 예(禮)이다. 그 예가 행해질 때마다 악(樂)을 했다.
나중에 다시 이야기를 하겠지만, 옛날 사람들에게 음악이라고 하는 것은 노래라든가, 기악곡이라든가, 춤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분리된 개념이 아니다.
요새 여러분들도 노래를 부를 때 춤도 춘다. 랩 같은 것을 할 때도 춤을 춘다. 현대 콘템포러리(contemporary)에서는 노래를 부르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노래를 부르면 리듬이 생겨나고, 음악에 몸이 맞추어서 덩실덩실 춤을 춘다.
옛날에도 악(樂)이라고 하는 것은 반드시 춤과 기악과 노래를 같이 했다. 종묘제례 같은 것을 보면, 노래도 부르고, 기악도 하지만 옆에서 춤도 춘다. 팔일무라든가 하는 여러 가지 춤을 춘다.
문묘제례악(文廟祭禮樂)을 보면 형식이 느려서 상당히 지루한 거 같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아주 콘템포러리한 요소들이 많은 대단한 음악들이다. 거기에도 춤, 기악, 노래들이 모두 어우러져 있다.
4. 제식의 구조
여기 보면, 삼가자(三家者)가 자기네 마당에서 제례를 하고 있다. 옛날의 모든 제식은 기본적으로 귀신을 접대하는 제식이다. 제식이라는 게 산 사람을 접대하는 거 보다 귀신을 접대하는 제식이 더 많다. 옛날 사람들은 죽은 사람들을 많이 대접했다. 옛날에는 죽으면 귀신이 된다고 생각했다.
모든 제식이라고 하는 것은 간단하다. 3가지 구조로 되어 있다. 처음에는 귀신을 부른다. 그걸 영신(迎神)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귀신을 맞이해야 한다.
영신(迎神) : 신을 맞이하는 제식의 절차. 청신(請神)·강신(降神)이라고도 한다.
술을 따른다든가 하는 행위를 하는데, 술이라는 게 향기가 있는 것이다. 술을 따르는 것은 그 술의 향내를 맡고, 귀신들에게 술을 마시러 오라는 것이다.
귀신들에게 흠향(歆饗)하라고 쓰는 것이기 때문에 제례에 쓰는 술들은 향이 좋았다. 고량주 같은 중국술들을 서양술보다 나쁜 술로 아는지 모르지만, 정말 좋은 고량주나 마오타이주 같은 것을 딱 따면 향이 팍 퍼진다. 요새는 오염이 심해서 어렵지만, 오염이 없는 깨끗한 곳에서 따면 술기운이 확 퍼진다. 그러니깐 귀신들이 모여드는 것이다.
귀신들을 불러드리는 것이 영신이다. 귀신들을 불러들이고 나면, 인간들에게 잘해주라고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를 해야 한다. 귀신들이 왔으니깐 공연을 해서, 그들을 즐겁게 해 주어야 한다. 그걸 오신(娛神)이라고 한다. 귀신들을 즐겁게 해준다는 뜻이다.
오신(娛神) : 신을 맞이하여 음악과 춤으로 즐겁게 해드리는 절차
그 다음에 잘 가시라고, 그만 놀고 가시라고 송신(送神)을 한다.
송신(送神) : 신을 다시 보내드리는 절차
모든 제례의 기본 스트럭쳐(Structure)가 이 3가지다. 신들을 부르고, 신들을 즐겁게 해드리고, 잘 가시라고 모시는 게 제례다. 옛날의 모든 예식은 그렇게 되어 있었다.
5. 옹(雍)
그 다음에 철(徹)이라고 했는데, 철(徹)은 철수한다는 이야기다. 그럼 철은 3단계 중 어디에 해당되겠나? 송신에 해당한다.
철(徹) : 철상의 뜻
徹, 祭畢而收其俎也. -주자집주
철을 할 때 불렀던 노래가 있다. 귀신들에게 가시라고 부른 노래가 옹(雍)이다. 그래서 옹이라는 노래로서 철상을 한다. 상들을 내어 가는 것이다.
三家者以雍徹.
‘상유벽공, 천자목목(相維辟公, 天子穆穆)’라는 노래를 공자가 들을 것이다.
相維辟公, 天子穆穆,
이 옹(雍)이라는 시(詩)가 시경의 주송(周頌)이라는 것에 그대로 남아있다. 이렇게 공자가 보았던 것들을 여러분들이 공부를 하면 다 확인해 볼 수 있다. 공자가 봤던 재료를 우리가 확인해 볼 수 있다.
시경의 옹이라는 것을 보자.
유래옹옹(有來雝雝)
지지숙숙(至止肅肅)
상유벽공(相維辟公)
천자목목(天子穆穆)
여기 보면, 나중의 2구절이 인용되어 있다. 이건 기악, 춤과 같이 했던 노래다. 이걸 번역을 해 보자.
有來雝雝
제후들이 오네. 화목하고 또 화목토다.
至止肅肅
다 이르러서는 엄숙하고 또 엄숙토다.
相維辟公
제후들이 제사를 돕네.
天子穆穆
그 가운데 천자의 모습 그윽히 빛나도다.
보통 이렇게 번역하는데, 나는 앞의 두 줄은 제후들이 도착하는 모습이 아니라, 귀신들이 도착하는 모습으로 해석한다. 귀신들이 옹옹숙숙하게 오는 것이다.
6. 공자의 분노
그리고 여기서 벽공(辟公)이라고 하는 것은 제후다.
벽공 : 천자가 제사를 지내는 자리에 모여드는 제후(諸侯)들.
중국 주나라 때는 봉건제도라고 해서 전부 지방 분권제도였다. 그래서 제일 꼭대기에 주나라의 천자(天子)가 있다. 그리고 천자 주변에 제후라는 게 있다. 제후는 서양 중세기의 봉건영주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제후 밑에 삼가(三家)와 같은 대부들이 있는 것이다. 대부 밑에 사(士)가 있다. 사(士) 밑에 백성이 있다.
天子 - 諸侯 - 大夫 - 士 - 民
이러한 구조로 되어 있는데, 지금 이 노래 가사를 들어보면, 누구의 제사인가? 벽공들이 천자를 돕는다고 했으니깐, 이 노래가 벌어지고 있는 장면은 사실 천자가 주인이 되어서 벌어지는 잔치였다.
그렇게 가사를 들어보니 천자나 지내는 제사에서 쓰는 노래를 감히 대부가 쓰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공자가 화가 난다. ‘이게 말이 되냐? 왜 천자의 제사에나 부를 노래들을 너희들이 부르냐?’
우리들은 노래를 들어도 그냥 지나치고 마는데, 공자가 얼마나 민감한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지나가다 보고 ‘억! 저건 가사가 틀렸잖아!’ 이런 것이다.
그러니깐 공자는 요새로 보면, 향토사학자보다는 나은 사람이다. 향토사학자들처럼 그런 것을 잘 아는 것이다. 그래서 지나가다가 보고 ‘야! 이거 틀렸다!’고 하면서 화를 내는 것이다.
7. 대부의 참월
해(奚)는 어찌 해(奚)자이다. 하(何)라는 글자랑 같은 글자다.
奚取於三家之党?
‘어찌 이것을 삼가지당(三家之党)에서 취(取)하고 있느냐?’ ‘어떻게 이 노래를 대부인 삼가(三家)에서 쓸 수 있느냐? 어떻게 이런 참(僭)하는 짓을 하고 있느냐! 하고 공자께서 야단을 치고 있는 대목이다. 노나라에선 이런 것을 참월이라고 한다.
참(僭) : 신분에 어긋나는 행동
공자의 음악에 대한 감각과 더불어, 옛날 사람들의 음악은 단순한 음악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렇게 많은 제식과 관련되며, 사회적인 도덕과 연결이 되어 있었다.
이렇게 공자가 삼환을 야단치고 있는 애절한 심정을 생각하면,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분명히 삼환이 있고, 이 삼환들이 정신 차려야 될 시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여러분들에게 강의한 이 장의 의미가 이런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8. 如禮何
그 다음으로 3장이다. 내가 굉장히 사랑하는 장이다. 이 장을 놓고 여러분들과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
八佾 3장
子曰 : “人而不仁, 如禮何? 人而不仁, 如樂何?”
사람이면서 인하지 못하다면 禮인들 무엇하리오?
사람이면서 인하지 못하다면 樂인들 무엇하리오?
아주 간단한 이야기지만, 공자의 사상을 단적으로 요약한 장이다. 그리고 사실 제가 여러 차례에 걸쳐서 강의를 해 온 내용이다. 다시 한 번 여러분들에게 반복을 하겠다.
처음에 여례하(如禮何)라고 할 때, 예(禮)자를 빼면, 여하(如何)가 된다. 여하는 여러분들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어떻게’라는 뜻으로 ‘여하히’라는 말을 지금도 쓴다.
如禮何?
9. 인(仁)이란?
그 다음에 ‘인이불인, 여례하(人而不仁, 如禮何)’라고 했는데, 이게 일종의 펀(pun, 말장난)이라고 해서, 인(人)과 인(仁)은 발음이 대개 비슷하다.
人而不仁, 如禮何?
어떤 사람은 이 인(仁)이라는 글자를 사람 인(人)과 두 이(二)자로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이건 오늘날 갑골문의 글자 느낌으론 안 통하는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이 두 사람 사이에서 오고가는 어떤 델리키트한 감정적 세계를 인(仁)이라는 전통적인 해석도 있다.
좌우지간 내가 강의 속에서 인(仁)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이미 이야기를 했지만, 보통은 영어로 benevolence(자비심, 박애)라고 해석한다.
여러분은 인(仁)을 보통 어떻게 생각하나?
인(仁)한 사람은 아랫사람, 윗사람의 인간관계를 잘하고, 말도 잘 듣고 사고 없이 잘 지내는 사람이다.
하여튼 일반적으로 인(仁)하다고 하면 도덕적인 느낌이 든다. moral concept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덕적으로 인간이 인하다고 한다. 그래서 보통 우리말로 아버지가 참 인자하시다, 선생님이 참 인자하시다. 그런 느낌이 많다.
우리의 일상적 체험 속에서 인(仁)이란 인자하다는 함의의 도덕적 개념(moral concept)이다.
하지만 원래 인(仁)이라고 하는 것은, 내 강의에서 죽 이야기했으니깐 반복은 안하겠지만, 인(仁)이라는 것은 그런 도덕적 명제보다는 심미적 감수성(Aesthetic Sensitivity)이다.
공자가 말하는 인(仁)이란 도덕적 개념이라기보다는 심미적 감수성(Aesthetic Sensitivity)이다.
10. 심미적 감수성
내가 생각하기에 공자는 도덕을 앞세운 사람이라고 하기보다는 예술을 앞세운 사람이다.
공자의 철학에서는 미(美)가 선(善)보다 앞선다. 그의 심미적 명제는 도덕적 명제를 포괄하는 넓은 개념이다.
공자라는 사람을 보면, 공자는 결국 인간이 어떻게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느냐 하는 것을 천작한다.
풀 한 포기도 그냥 지나치면, 그건 아무 것도 아닌 그냥 풀 한 포기가 될 수 있지만, 그것이 여러분들에게 어떤 심미적 감수성을 가지고 보면 위대한 예술품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발랄하게 움직이는 어떤 생명력의 꿈틀거림으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지나가다가 잔디를 쳐다보는 순간에 어마어마한 악보가 떠오를 수도 있는 것이다. 어마어마한 예술품의 어떠한 표현이 떠오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깐 우리가 대상을 어떻게 심미적으로 감수하느냐? 공자에겐 이것이 모든 도덕적인 명제에 앞선다.
심미적인 사람은 도덕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공자의 신념이다.
내가 너한테 도덕적일 수 있으려면, 내가 너의 아름다움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 센시티브한 것이다. 그럼 너를 도덕적으로 도저히 해치지 못한다. 그러니깐 진정으로 예술적인 사람들은 나는 도덕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과거 사람들은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그렇게 중시했다.
11. 人而不仁, 如樂何?
그러니깐 공자가 이야기하길, ‘사람으로서 그러한 감수성이 없다면 예(禮)를 갖춘들 뭐하겠느냐?’ 이러는 것이다.
人而不仁, 如禮何?
인간이라고 하는 것의 가장 근원적인 것은 우리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상황 상황에 대해서 항상 민감하게 반응하고, 어떠한 의미에서 시인(詩人)의 마음 같은 것을 가지고 사는 것이다. 예술가적인 마음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라야, 예(禮)에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니깐 음악이라는 것도 결국 감수성이 없는 인간들이 그냥 패시브 리스닝하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음악이라는 것은 항상 듣지만, 그냥 무심하게 들어서는 전혀 모르는 것이다. 뭔가 자기 이모션을 가지고, 뭔가 느낌을 가지고 들어야 음악이 음악인 것이다.
人而不仁, 如樂何?
12. 미의 기준
그러기 때문에 예술이라는 것은 항상 과거 서양에서도 어떠한 객관적 기준을 찾으려고 했다. 아름다움, Beauty에 대해 객관적 기준을 찾으려고 했다.
아름답다는 게 무엇일까? 저 학생이 아주 간단하게 ‘보기 좋은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간단한 게 최고의 진리다.
저 학생의 이야기는 굉장히 전통적인 서양미학의 논조다. 희랍인의 조각을 보면 아름답다. 보기 좋다. 신상(神像)들을 보더라도 팔등신의 완벽한 몸매다. 정말 아름답게 만들었다. 그런데 사실 여러분들이 그렇게 아름다운가? 인간의 현실적인 몸은 그렇지 않다.
그러니깐 희랍인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한 것은, 우리의 시각적 대상으로서 완벽한 균형(balance), 비율(proportion), 대칭(symmetry)을 생각했다.
‘보기 좋다’는 것은 시각 중심의 대상적 아름다움(oculocentric concept of beauty)이다. 그것은 대상의 자체 속성에서 미를 발견한다. 희랍인들은 비율(proportion), 균형(balance), 대칭(symmetry)등의 주제를 부각시켰다.
지금 저 학생의 ‘보기 좋다’는 말을 ‘느끼기 좋다’로 바꾸어보자. 이러면 전혀 개념이 달라진다.
내가 여학생을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 학생 얼굴의 어떠한 기하학적 구도를 계산해서, 코가 몇 프로가 올라갔다는 등의 계산을 해보고, 어떠한 비율 상에 나타나는 것을 아름답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분들은 사람을 볼 때 그렇게 보나? 그렇게 안 본다. 그냥 착 보고, ‘아! 좋다!’라고 여러분들이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느낌이라는 것은 절대로 일방적일 수 없다. 모든 느낌은 쌍방적이다. 그림을 하나 걸어놓아도, 그 그림을 일방적으로 보고 ‘아! 보기 좋다!’라고 하는 게 아니다. 그림을 그린 사람의 느낌과 그걸 보고 있는 사람의 느낌이 서로 교감될 때 아름다운 것이다.
모든 느낌은 쌍방적이다. 이것을 교감(交感)이라 부른다.
이것을 체험의 미학이라고 한다. 20세기에 들어서, 시각적 미학에서 체험의 미학으로 바뀐다.
20세기 위대한 혁명 중의 하나는 바로 형상의 미학(Beauty of Forms)이 체험의 미학(Beauty of Experience)으로 바뀐 사건이다.
여러분들이 아무리 오선지에 기하학적으로 음악을 구성한다고 해도, 아무리 프로포션을 잘 해서 그대로 연주하여도, 이게 아름다운 음악이 되는 게 아니다.
어떻게 우리의 체험 속에서 사람들과 교감시킬 수 있는 사운드를 만들어 내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그렇게 만들면 체험의 미학이 되는 것이다.
인간이 그렇게 느낄 수 있는 상태를 공자는 인(仁)이라 하였다. 이게 중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인(仁)이 없으면, 음악이든 공자가 말한 예악이든 소용이 없다.
13. 공자사상의 핵심
우리는 공자의 사상을 예악사상으로 알고 있었다. 공자는 노나라에서 예악을 정립해서, 그 당시 쓰러져 가던 노나라를 바로 잡으려 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사람의 사상에서 예악은 껍데기다. 그 예악의 근본은 인(仁)이었다.
공자사상의 핵심은 예악(禮樂)이 아니라 인(仁)이다. 예악은 인의 형식적 표현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인(仁)이라고 하는 것은 뭐냐? 그건 인간의 내면에 있는 것이다. 우리 내부의 것이다. 그러니깐 여러분들의 마인드가, 여러분들의 정신과, 여러분들의 마음과, 여러분들의 느낌과, 여러분들의 몸이 전부 인(仁)해야 한다.
그럼 인(仁)의 반대가 뭐냐? 불인(不仁)이다. 불인이 뭐냐? 불인을 우리 한의학에선 마비라고 한다.
불인(不仁)은 마비, 즉 감각이 없는 상태를 가리키는 한의학 용어이다.
감각이 없는 상태를 우리가 불인(不仁)이라고 한다. non-sensitivity한 것이다. 감각이 없는 것이다. 여러분들이 인생을 살면서 불인(不仁)해지면 끝이다. 학문을 하던, 예술을 하던 간에 우리는 인(仁)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
14. 대학의 목표
그러기 때문에 대학이라고 하는 곳은 지식을 전수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분들에게 콩나물 대가리의 기하학적 구조를 아무리 완벽하게 가르쳐도 여러분들은 위대한 음악가가 되지 않는다. 여러분들에게 아무리 물감 장난하는 것을 가르쳐도 위대한 미술가가 되지 않는다.
대학이라고 하는 곳은, 공자가 말한 대로 인(仁)한 마음을 양성하는 것이 대학의 목표이다.
대학 교육의 제일의 목표는 학생들의 심미적 감수성(仁)을 함양하는 것이다.
- 화이트헤드 -
15. 박범훈
그래서 지금 여기 왔으니깐, 이쯤해서 음악이야기를 좀 더 해보고 싶다.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나의 친구고, 거의 죽마고우라고 볼 수 있는 친구를 모시겠다. 이 캠퍼스의 부총장 박범훈 선생을 모셔서 같이 한 번 우리 음악에 대해서 풀어가 보겠다.
박범훈(朴範薰) : 중앙대학교 음대. 일본 무사시노 음대에서 작곡을 공부. 중앙대학교 부총장.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중앙대에 단과대학으로서 국악대학을 설립하는 등, 국악의 세계화에 크게 기여함.
내가 우리 박 선생하고 처음 만났을 적에 감동을 받은 것이 뭐냐 하면, 나는 나 나름대로 우리 동양철학을 했었는데, 이게 버리려는 학문이었다. 이런 학문을 하면, 시대에는 뒤진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전통학문을 하면 안 되었다. 서양 철학을 하고, 서양 학문을 해야 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이 학문에 위대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이 학문에 매달려 살았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또 있었다. 우리 동양의 고전음악이라는 것도 당장 버려야 되는 것이었다. 빨리 서양 음악을 해야 하는 판이었다. 그런데 박범훈 선생은 아주 우직하게, 어떻게 우리 음악을 전 세계의 노래로 만들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셨다.
그렇게 처음 만났다.
16. 옥타브
가장 충격을 받은 게 뭐냐 하면, 나는 옛날에 음계고 뭐고 몰랐다. 우리가 만나 교류하다가 알게 되었다. 난 옥타브(Octave)라는 것을 서양 사람들의 음계로 알았다. 도에서 도까지 8도가 높아지는 한 옥타브를 서양 것인줄 알았다.
여러분들도 많은 사람들이 옥타브라고 하면, 서양 것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서양 사람의 것이 아니라 자연의 법칙이다.
모든 줄을 한 번 튕기고 나면 소리가 난다. 그리고 그 줄 길이의 반을 잘라서 튕기면 옥타브가 올라간다. 그렇다면 여기에 동양, 서양이 없다. 기타 줄로 그렇게 하나, 명주실로 하나 똑같다. 희랍사람이 하든 중국 사람이 하든 똑같은 자연의 법칙이다.
여기에 한 옥타브의 음가가 있다고 하면, 그걸 어떻게, 누가 나누어 쓰든 지간에 다 똑같은 것이다. 옥타브를 어떻게 나누든 이게 음계일 것이다.
음의 질서는 보편적 자연의 법칙일 뿐이다. 그것은 동양과 서양이 다르게 창작한 것이 아니다.
12음율을 희랍에서는 피토고라스 식으로 나누었다. 우리 동양사람들은 삼분손익법으로 나누었다. 9촌짜리 관을 가져다가 3개로 나눈다. 그래서 3등분을 해서 하나를 덜어내면 6촌이 된다. 그럼 6촌을 또다시 3등분한다. 그래서 하나를 보탠다. 그럼 8촌이 나온다. 그래서 이게 황종, 임종, 태주인데, 이렇게 계속 나누면 12계가 나온다.
삼분손익법(三分損益法)
옛 중국에서 12율을 만든 방법. 9촌의 황종(黃鐘)율관에서 삼분손일(三分損一)하여 6촌의 임종(林鐘)을 얻고, 6촌의 임종을 삼분익일(三分益一)하여 8촌의 태주(太簇)를 얻는다. 이런 식으로 반복하여 12율을 만들었다. 2/3의 비율로 5도를 포개가는 희랍의 피타고라스 음률과 비슷한 방법이다.
이렇게 동양사람들은 삼분손익법을 썼는데, 이게 옥타브를 나누는 방법이다. 그러니깐 옥타브 내의 소리의 질서 속에서 하면 서양음악을 하든 동양음악을 하든 똑같은 것이다.
나는 옛날에 피아노랑 가야금이 다른 것인 줄 알았다. 전혀 다른 음의 질서들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음의 질서는 자연의 법칙인데, 여기에 무슨 동서양이 따로 있겠나?
박범훈 선생과 함께 우리가 같이 앉아서 스터디를 했다. 어떻게 동서양의 이런 문제를 다루냐? 많은 것을 배웠다. 우리가 악서고회(樂書孤會)를 하면서 많은 발상을 했다.
여기서 그럼 연주를 한 번 듣고 시작해 보자.
해금 창작곡
적념(寂念)
이 곡의 작곡자 김영재(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악서고회(樂書孤會) 운동에 참여했다. 처음에는 이병욱(서원대 교수)의 기타와 함께 연주되었다.
악서고회(樂書孤會) 운동은 다산(茶山)의 음악이론서인 악서고존(樂書孤存)을 강독하는 모임인데, 백대웅, 김혜숙, 송방송, 권오성, 이성천, 최종민, 이보형, 박범훈, 최태현, 송혜진, 이경준 등 국악계의 이론가들이 폭넓게 참여했다.
17. 음의 4개 요소
정말 좋지요? 이렇게 피아노하고 우리 악기를 같이 연주해도 그야말로 세계 누구나 보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음악이 만들어진다.
이런 것들이 우선 이론적으로 밝혀져야 한다. 옛날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그래서 꿈도 못 꾸었던 것이다. 이제는 음악에 대한 이해가 본질적으로 넓어져야 한다. 바뀌어야 된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음의 4개 요소를 생각해보자. 처음에 핏치가 있다. 음의 높낮이가 있다. 그 다음에 듀레이션이 있을 것이다. 음의 길이가 있다. 그리고 인텐시티, 나이내믹스 즉 음의 강약이 있다. 그 다음에 음색, 퀄리티라는 게 있다. 이건 질(質)적인 것이다. 퀄리티를 영어로 팀버라고 한다. 톤칼라라고도 한다. 음색이라고 한다.
핏치(pitch) : 음의 높낮이
듀레이션(duration) : 음의 길이
인텐시티(intensity) : 음의 강약, 다이내믹스(dynamics)라고도 한다.
퀄리티(quality) : 음의 색깔, 팀버(timbre), 톤 칼라(tone color)라고도 함
18. 동양음악의 음색 중시
그런데 음색이라고 하는 것이 재미있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음색을 중요시 하지 않으나 우리 동양음악이라고 하는 것은 음색을 중시한다.
같은 시간에 대응 관계에 있는 다른 음들을 동시에 연주하는 것이 하모니인데, 도미솔을 한꺼번에 누른다. 한 시점에서 같이 누르는 것이다.
하모니(harmony)
같은 시점에 다른 핏치를 갖는 음들이 함께 연주되는 것으로 근세 서양음악의 특징에 속한다.
그런데 이런 화음, 하모니라는 게 동양음악에서는 없다. 멜로디는 하나인데 그걸 다른 음색으로 연주한다. 악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동양의 전통적인 합주는 같은 멜로디를 다양한 음색으로 동시에 연주하는 것이다. 동양의 하모니는 핏치의 조화가 아니라 음색의 조화를 의미한다.
19. 국악의 생활화 운동
박범훈 :
김용옥 교수의 프로필을 보면 국악운동을 했다고 나오는데, 언제 국악운동을 했나고 의심하시는 분이 있다. 그런데 우리 국악에 심취해서 전공자 이상으로 국악운동을 했다. 생활 속에서 음악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운동을 했다.
그리고 공자도 이야기했다. 대악(大樂)을 필이(必易)라고 했다. 위대한 음악은 쉬어야 한다.
대악필이(大樂必易), 대례필간(大禮必簡) [예기] [악기]
그런데 우리 국악은 어렵다. 그래서 내가 마당놀이를 20년간 작곡한 것이다. 그러면서 김용옥 선생하고 같이 운동을 했다.
사실 내가 하는 음악 운동이 맞는 건지 안 맞는 건지 몰랐다. 이게 좋은 일을 하는 건지 몰랐다. 그래서 우리가 악서고회를 만들어 철학공부를 한 것이다. 김 선생하고 같이 고대에 모여서 공부를 했다. 그래서 지금 하는 음악이 진짜 운동이라는 것을 알았다. 음악은 우리 생활 속에 들어가야 한다. 내 생활 철학과 너의 생활 음악이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 교수와 친구가 된 것이다. 도올 선생은 단소도 잘 분다. 들어보자.
그래서 우리 도올 선생이 우리 국악의 생활화 운동을 해서 중앙국악관현악단도 창단을 같이 했다.
20. 국악의 특징
도올 :
동양음악은 같은 음을 가지고 현실적인 소리를 어떻게 만드나?
박범훈 :
다성이 아니라 단성으로 소리를 어떻게 만드느냐? 그게 우리 음악의 특징이다. 신비하다. 음 하나를 가지고 떨고, 꺽고, 위로 올리고, 내린다. 음 하나에 대한 깊이를 생각해서 연주한다. 이게 굉장히 특이하다.
도올 :
그러니깐 예를 들면 언어학에 랑그앤 파홀이라는 말이 있다.
랑그(Langue) : 사회적으로 관념화된 언어
파홀(Parole) : 개인적으로 실제 발음되고 있는 말
소쉬르(Saussure, 1857~1913)의 『일반언어학강의』에서 제출된 개념
이게 뭐냐 하면, 예를 들어 아버지라고 그러면, 아버지라는 말이 뭘 의미하는 지 알아듣는다. 그런데 ‘아브지, 아버니, 애버지, 아브니’ 등 아버지라는 말과 다르게 발음해도, 여러분들은 다 ‘아버지’라는 의미로 알아듣는다.
‘아버지’라는 발음을 정확하게 하는 사람이 없다. 그게 사실은 어떤 발음인지 모른다. 그런데 여러분들 머리에 ‘아버지’라는 인식이 있다.
피아노로는 ‘도’를 정확하게 치는지 모르지만, ‘도’음을 내면 여러분들은 ‘도’로 인식을 한다. 그런데 실제로 나는 사운드는 인식 속의 ‘도’와 무관하게 주변의 여러 ‘도’음이 있다.
그러니깐 국악은 라그 쪽이 아니라 파흘이라는 것을 중요시한다. 어떻게 하면 그 액추얼 사운드를 만드느냐는 것이다.
박범훈 :
김 교수님의 발성은 서양 음악식으로 한다면, 음정이 틀리는 말이다. 소리가 막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우리는 그렇게 음을 내도 이~익하고 끌어서 올린다. 팡! 하고 소리를 찍어서 제대로 안 낸다. 끌어올려서 낸다.
그러니깐 쉽게 이야기해서, 우리 어머니가 교회에 나가서 찬송가를 부르는데 악보를 모르신다. 그런데 아무리 가르쳐 드려도 ‘기~이쁘다.’라며 창을 하시듯이 부르신다.
도올 :
우리가 민요, 국악을 가르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어린 아이들한테 우리 민요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선생님들이 아리랑을 가르칠 때 ‘아~리~랑’이라고 해야 하는데 ‘솔라솔, 도레도, 미레도라솔’이라고 하면 아리랑이 아니다. 아리랑 의 맛이 안 난다.
서양 사람들은 하모니를 중시하기 때문에 같은 선에서 음의 간격이 지켜져야 한다. 그래서 정확하게 음을 내야 한다. 그래야 하모니가 된다.
하지만 동양 음악은 모노포니의 멜로디 중심이기 때문에 맛을 내야 한다. 그런니깐 ‘솔라솔’ 이러면 안 된다. ‘아~리~랑~’하고 나가야 그 음들이 연결되면서 맛이 나온다. 음색, 액츄얼 사운드의 음색을 만드는 게 우리 음악의 세계다. 서양음악이랑 다르다.
모노포니(monophony)
단선 멜로디의 음악. 폴리포니(polyphony), 호모포니(homophony)와 대비된다. 동양음악은 화음 중심이 아닌 멜로디 중심의 모노포니다.
박범훈 :
그래서 그것을 ‘시김새’라고 한다. 소리를 만든다. 예를 들어서 기본 도가 있으면 4도 밑에 솔을 떤다. ‘아리아리랑~~~’ 피아노로는 ‘도’와 ‘시’가 나누어지지만, 꺽지 않는다. 국악은 ‘띠이~’ 하고 꺽고, 떤다. 그래서 슬퍼지는 것이다. 이게 특징이다.
21. 시조
도올 :
우리가 국악 이야기를 하면 끝없이 할 수 있다.
시조(時調)가 뭔지 아나? 시조가 옛날 것으로 아는 데, 그게 영조때 나온 것이다. 그게 이전에는 가곡이었다. 가곡은 아주 복잡하다. 그런데 시조라는 것은 그 당시 콘템포러리한 가락이었다.
시조(時調)
영조 때 가곡이 단순화되어 생겨난 가락. ‘시조’란 당대에 새로운, 즉 콘템포러리(contemporary)한 가락이라는 뜻이다.
그전에는 ‘청산리 벽개수야~’는 가락이 아주 복잡했다. 그 가곡을 단순화시켰으나, 가곡의 격을 떨어뜨리지는 않았다. 물이 높은 데서 아래로 떨어지면 당연히 출렁거린다. 그래서 ‘청산리 벽개수야~’라고 하면서 소리도 출렁거린다. 우리 동양인들은 이렇게 자연을 생각했다. 그리고 음과 음 사이에서, 음이 떨어질 때 기교가 들어간다. 이 커넥션이 문제이다.
박범훈 :
사실 우리 노래는 가락중심이다. 그리고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런데 그게 틀이 없으면 자유로움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게 바로 장단이다. 틀을 장단이라 할 수 있으며, 장단을 예(禮)와 비유할 수 있다. 그리고 악(樂)을 가락으로 비유할 수 있다.
장단은 일정한 함배가 반복되면서 정확하게 변함없이 틀을 갖춘다. 그 정확한 틀 속에서 가락이 자유를 찾는다. 그래서 틀과 자유의 어울림이 우리 국악의 특징이다. 그걸 알아야 한다.
일정한 장단의 구속(禮)과 자유로운 가락(樂)의 어울림이 우리 국학의 특질이다.
- 박범훈-
22. 공자의 음악관과 사상
도올 :
그렇기 때문에 공자의 음악관이라는 것은 ‘자유와 구속을 가지고 어떻게 거기서 중(中)을 찾느냐?’ 하는 것이다.
공자의 중용사상이 바로 공자의 음악사상에서 나온 것이다. 공자의 도덕사상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중용이라고 하면 도덕사상이라고 아는데, 이것은 이 사람의 섬세한 예술적인 감성에서 나온 것이다.
여러분들이 공자와 같은 위대한 아티스트가 되면, 여러분들은 도덕적으로 위대한 인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자기 자랑을 못하니깐, 내가 중앙대학 자랑을 하겠다. 국민 여러분이 보셨지만, 우리 대학문화가 이렇게 발랄하고 살아 있다. 박 교수나 내가 왜 이러고 있겠나? 우리는 옛날에 항상 이렇게 강의했다. 학생들을 위해서 열심히 가르쳐 주려고 노력하고, 여러분들이 자라나도록 이 자리를 만들어주는 게 우리 교수들이다. 특히 이런 것에 앞장서서, 정말 모범적으로 하고 있는 대학이 중앙대학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한 마디만 더 자랑한다. 내가 여기뿐만 아니라, 의과대학교수로 가서 가르쳤다. 그런데 내가 다른 대학 가서는 한의학 개론을 만들라고 했다. 서양의학 대학에서도 한의학을 가르쳐야 한다. 서양의사들도 한의학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한의학을 하나의 사이언스로 가르쳐주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내가 그걸 해주겠다고, 의과대학에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아무도 그걸 받아드리려고 하질 않는다. 서양의과대학은 편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중앙대학 의과대학 교수들은 개강을 했다. 그래서 내가 분위기 좋게 의과대학에서 교수들하고 재밌게 지냈다. 학생들을 위해 그렇게 노력을 하는 대학이 중앙대학이다.
사실 내가 중앙대를 정말 오고 싶었다. 왜냐하면 사실 내 강의가 우여곡절이 많은데, 오늘로서 50회를 맞는다. 그래서 ‘피리 삼중주’ 무대로서 이 시간을 끝내겠다.
피리3중주 ‘메나리’
작곡 박범훈
메나리는 강원도, 경상도 지방의 대표적인 민요선법이다. 그 테마를 살려 오늘 여기의 살아있는 감각으로 작곡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