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람(僭濫)하다" 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으론 "분수에 넘쳐 너무 지나치다"는 뜻이지만 기독교에서는 사뭇 다른 뜻으로 쓰인다.
바로 신을 욕되게 하는 것, 즉 신성모독일 때 쓰인다. 예수가 십자가에 처형된 것도 하나님을 욕되게 한 죄, 곧 참람죄를 저질러서라는 명분이었다.
마가복음 14장에 “대제사장이 가로되 네가 찬송 받을 자의 아들 그리스도냐.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그니라. … 대제사장이 자기 옷을 찢으며… 그 참람한 말을 너희가 들었도다.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느뇨 하니 저희가 다 예수를 사형에 해당한 자로 정죄하고….” 8절
유대인들은 신을 모독하지 말라는 계율을 엄격히 지켰다. 구약 레위기에 따르면 신성모독의 징벌은 돌로 쳐 죽이는 것이었다. 예수 당시의 군중들로서 하나님과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을 참람죄로 정죄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신성모독"을 나타내는 말로 쓰이는 헬라어 "블라스페미아"(βλασφημία)는 하나님의 권능과 위엄에 대한 범과(犯過)다
헬라어는 명사 βλασφημία , 동사 βλασφημέω , 형용사 βλάσφημος는 신약성경 전체명사로서 18번, 동사로서 34번, 형용사로서 4번 모두 56번 사용되었는데, 원 뜻은 비방, 비난, 모독, 조롱의 뜻을 지닌다. 이 단어는 그 형태를 통해 두 단어의 결합으로 볼 수 있는데, stupid라는 뜻을 가진 βλάξ(블라스)와 speech 혹은 fame의 뜻을 가진 φῆμις(페미스)와 결합된 형태다. 그래서 βλασφημία(블라스페미아)의 뜻은 세속적인 말, 어리석은 말, 모독적인 비방을 뜻한다. 이 단어와 반대되는 말로서 εὐφημία(유페미아)는 좋은 말, 칭송을 뜻하는 말이다.
고전문헌에서 βλασφημία는 대체적으로 타인을 비방하는 말을 뜻하는 부정적인 단어로 쓰였고, 종교적으로는 신의 본질을 잘못 이해하거나 신의 능력을 의심하는 말을 뜻하였다. 철학자 플라톤은 어머니가 아이들에게 신들을 외국에서 온 나그네처럼 신인동형적인 표현으로 설명하는 것은 신들을 모독하는 것(βλασφημία)이라고 말하였다.
유다 왕 히스기야 시절에 앗수르는 백성들이 믿는 야훼 하나님을 모독하면서 백성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려 하였다. 히스기야 왕은 분한 마음으로 선지자 이사야에게 랍사게가 하나님을 모독한 말을 전하였다. 이 이야기에서 모독하다의 뜻으로 사용된 단어는 히브리어 גדף(가다프)와 חרף(하라프)이다.
모세의 율법은 야훼의 이름을 모독하고(나카브 נקב) 저주한(카랄 קלל) 사람을, 그 말을 들은 모든 사람이 돌로 쳐 죽이도록 명하고 있다(레 24:10-16).
하나님에 대한 신성모독은 두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함부로 성호를 부르고(에포노마조 ἐπονομάζω), 둘째는 대놓고 저주하는(카타라오마이καταράομαι ) 것인데, 율법은 듀가지 경우에 모두 죽음의 형벌을 명하고 있다. 율법은 고의로 하나님의 법을 어기는 사람은 타국인이든 이스라엘 백성이든 야훼를 모독한(가다프 גדף) 것으로 간주하여 그를 백성 가운데서 쫓아내어야 한다(민 15:30). 이런 율법의 전통은 예수 시대에 하나님의 존재나 이름에 대한 경시, 혹은 율법이나 성전에 대한 비방과 멸시를 βλασφημία(블라스페미아)로 간주하였다.
그래서 예수가 "인자는 죄를 용서하는 권세가 있다"고 말했을 때, 유대교 지도자들은 그가 βλασφημία(블라스페미아)의 죄를 범했다고 공격하였다(막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