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함양 온배움터로 손모내기를 다녀왔다.
처음 해보는 모내기가 기대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싶은 마음, 힘을 모아 무언가를 해내고싶은 마음, 함양 온배움터에 더 머물고싶은 마음, 그간 온배움터에서 받은 따뜻한 마음들을 보답하고싶은 마음에 신나게 함양 모내기를 기다렸다.
함양에서의 이틀은 정말 잊지 못할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싱그러운 풀냄새와 촉촉한 흙냄새가 가득한, 푸른 산과 맑은 하늘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있으니 저절로 정신이 맑아졌다. 이런 자연과 함께한다면 나쁜 마음이 생길 틈이 없을 것 같았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함께 어울려 노래하고 율동하며 게임하는 모습은 생소했지만 정말 사랑스러운 장면이였다. 나이의 경계를 허물고 모두가 친구처럼 편하게 느껴지는 그 순간이 참 소중했다.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럭 애써주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일었다.
모내기 전날 밤, 정사각형 모양 맞추기 게임을 했다. 이 게임은 내 것에만 집중하면 절대 풀지 못하는 게임이었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누고, 상대의 것을 받으며 내 것과 네 것의 구분을 허물었을 때, 비로소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였다. 내 것이 먼저 완성되어도 끝난 것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이 계속해서 완성하지 못할 때 나의 완성된 도형을 깨고 나눠주어야만 모두가 문제를 풀고 게임을 끝낼 수 있었다. 나 혼자 내 것을 맞추었을 때 그 순간 잠깐 기뻤을지 몰라도, 게임은 끝난 것이 아니니 계속 기쁘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가 완성 했을 땐 크게 기뻤다. 아, 나만 잘산다고 행복한 것이 아니구나. 모두가 잘 살아야 진정 행복한 것이구나. 내가 행복하더라도 내 옆 사람이 불행하다면 그건 진정 행복한 것이 아니구나. 내것을 내려놓는 것이 순간적으론 손해를 보는 것 같아도 결국은 더 큰 행복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게임의 룰 중 하나는 말을 하면 안되는 룰이 있었다. 상대를 도와주어서도 안되고, 필요한 것을 요청해서도 안됐다. 게임을 진행하며 저 도형이 있으면 바로 완성될 거 같은데 말을 할 수 없으니 정말 답답했다. 상대가 내 필요를 알아주기를 가만히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도 요청하지 못하는 수많은 약자들이 생각났다. 요청할 방법을 모르는 정보 소외 계층,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빠 요청할 여유가 없는 저소득층, 인간의 언어를 구사할 수 없는 비인간 동물들 등등등.. 게임에서 나는 정말 다행히도 내 필요를 알아본 조원들이 내게 필요한 도형을 전달해주어 정사각형을 완성할 수 있었지만, 과연 현실에서 그들의 정사각형은 만들어질 수 있을까. 게임에서 조원들이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내 필요를 알아준 것 처럼 실제 삶에서도 이들의 필요와 고통을 알려는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처음 주어진 도형 조각들론 그 누구도 정사각형을 만들 수 없었다. 이는 곧 우리는 모두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얘기하는 것 같았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우리는 서로 도와야만한다. 게임에서 당연하게 도형 조각을 주고 받았던 것처럼 삶에서도 당연하게 서로 협력하고 도운다면, 부족한 것은 전혀 흠이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족한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아야지. 누군가의 도움을 기꺼이 받고 나또한 기꺼이 도와야지. 생각했다.
이 게임이 내 것에만 집중하면 해결 할 수 없었던 것처럼, 내 것과 네 것의 구분을 무너뜨려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처럼, 삶은 결국 함께 사는 것이다. 우리가 서로 도우며 나눌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들은 인간의 소유물이 아닌 우주로부터 받은 것이다. 이는 곧 인간에게만 국한 된 것이 아닌 온 우주의 모든 생명이 함께 사는 하나라는 것이다. 모든 뭇생명이 서로 협력해서 함께 상생하는 것이 진정한 삶이라는 깊은 통찰을 일깨워주는 의미있고 즐거운 게임이였다.
다음날, 아침 일찍 모여 다함께 손모내기를 하며 전날 밤 정사각형 만들기 게임을하며 깨달은 삶에 대한 통찰을 몸소 경험했다. 기계로 하면 훨씬 빠르고 편히 끝났겠지만, 다함께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자연을 느끼며 서로를 도왔던 손모내기의 경험은 기계로는 대체할 수 없는 인간적이고 따뜻한 경험이였다.
나는 행동이 빠르지도 않고 모를 세 개만 뜯는 게 힘들어서 빨리 빨리 모를 심지 못했는데, 내가 겨우 두 개 심을 때 옆 친구들이 이미 내 몫까지 다 심어주어 참 고맙고 든든했다. 정해진 자기 몫만 했으면 나 하나땜에 많은 사람들이 기다릴까 싶어 마음이 불편했을 거고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도와주는 그 마음들이 고마워 나도 하나라도 더 하려고 더더 열심히 노력했다. 서로서로 더 하려는 고운 마음들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나는 비록 모내기는 잘하지 못했지만 참 많은 도움을 받으며 다른 부분에서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 얼마든지 기꺼이 돕고 싶은 마음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마음을 받고 마음을 내어주는 따뜻한 마음의 순환이 참으로 아름답고 행복했다. 그렇게 마음을 주고받으며 하나하나 모를 심어나가다 앞을 보니 생각보다 정말 많은 모들이 심어져있는 광경을 보았다. 그저 자리에서 주어진 일을 묵묵히 했을 뿐인데 이토록 많은 모를 심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이 짧은 시간 안에 1000평이 다 채워지다니!! 함께한다면 정말 못할 게 없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또 모내기를 하며 정말 많은 생명들을 만났는데 전혀 징그럽거나 무섭지 않았다. 시멘트 바닥과 콘크리트 벽에선 그토록 이질적이고 징그럽게 느껴졌던 곤충들이 자연 속에 있으니 그저 한 생명, 아름자운 자연의 일부로만 느껴졌다. 콘크리트 건물에선 곤충들을 내보내거나 죽여야할 벌레취급하지만 자연은 이들을 함께사는 생명으로 대우한다. 아름다웠다. 자연과 뭇생명들과 어우려져 함께 살고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손모내기의 경험은 단순히 농작물을 심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 그리고 마음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시간이었다. 자연의 고마움을 느끼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하루를 보낼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 모두가 내어준 포근한 마음들이 모여 아름다운 시간을 만들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삶을 살고싶다.
이날의 기억들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할 것이다. 앞으로도 이 이름다운 경험을 바탕으로 더 많은 존재들과 함께 더 나누고 도우며 살아야지. 함께여서 감사했고 행복했다. 모두들 꼭 다시 만날 수 있기를 !!
(이번 모내기 때에는 사진을 많이 찍지 못해서
저번 달 태양광 패시브 수압때 찍은 함양 옴배움터의 모습들 공유합니다!!)
첫댓글 큰 배움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분들께 공유도 괜찮을지 여쭙니다
네 괜찮아요!!
와....깊은 통찰과 경험 나눠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덕분에 저도 큰 깨달음이 오네요.
글을 읽으며 이틀간 완전히 어우러져 행복한 표정으로 활동하던 바람님의 모습이 새록새록 떠올라 지난 주말에 한참 머무르게 되었어요. 마음이 하나로 어우러져 함께 했던 시간 저도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계속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ㅎㅎㅎㅎ
사진이 빛깔이 너무 아름다워요. 함양온배움터의 사랑스러운 부분들이 포착되었네요 !!
저도 바람과 함께한 순간들, 그 중 모내기를 잘 기억하고 살아가야겠어요. 모내기 순간순간의 의미를 이렇게 잘 새겨줘서 너무 감사합니다!! 마음내기 앞으로도 같이 해보자구~!
사진에 초여름의 향기가 바람을 타고 날리네요. 앞으로 간직해야 할 마음들이 더 많이 생길 것 같아요. 사진처럼 차곡차곡 담길 응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