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가지 못하게 되었으니 김희호 씨가 아는 카페로 갑니다. 아까 들른 꽈배기 집과 다른 카페를 알려주셨습니다. 김희호 씨가 카페 사장님께도 자신을 소개합니다. 김희호 씨도 이곳에 한 번 왔었다고 말하고, 사장님도 김희호 씨를 저번에 본 적 있다고 말합니다. 김희호 씨는 내수의 마당발인가 봅니다.
회의 시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사장님께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오래 여기 머무를 수도 있어요. 괜찮을까요?”
“네, 괜찮습니다.”
이해해 주신 사장님 감사합니다.
혹시 몰라 챙겨온 노트북을 펼칩니다. 책만 검색도구라 여기며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를 상상하였습니다.
다른 상상을 해보아야 합니다. ‘노트북으로 희호 씨가 무엇을 하면 좋을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잠시 고민합니다.
그 사이, 김희호 씨는 스케치북, 색연필, 과자, 빙수를 세팅합니다.
무작정 검색 창에 ‘청주 여행 장소’를 쳐봅니다. 이미지가 뜹니다.
김희호 씨가 할 수 있는 것. 떠오릅니다.
스케치북의 첫 장을 펼칩니다.
“희호 씨, 희호 씨가 희호 씨 이름 써주실 수 있어요?”
이름을 쓰십니다. 그 옆에 제가 ‘(하트) 양어머니’라 씁니다. 여행 장소를 본격적으로 찾아보기 전, 주제부터 나눠봅니다.
“희호 씨, 어제 어머님이 말씀해 주신 의견들이 있잖아요? 이것 토대로 한 번 찾아볼까요?”
“응.”
“희호 씨, 그러면 제가 어머님이 말씀해 주신 것 그릴게요. 무슨 색으로 쓸까요?”
“빨간색.”
빨간색 연필을 집습니다.
“희호 씨 어머니가 말씀해 주셨던 게 꽃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응.”
“또 희호 씨가 걷기 편한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셨고요.”
하나둘 그려갑니다.
“만들기!”
“만들기도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찰흙 만들기!”
김희호 씨도 원하는 듯합니다.
“희호 씨, 산이 좋아요? 바다가 좋아요?”
“산!”
“왜요?”
“아버지 산소가 있으니까.”
우선 산이 좋다고 하시니 산과 바다 중 산에 체크 표시해 둡니다.
이를 토대로, 찾아보기로 합니다. ‘청주 베스트 여행 장소’를 검색합니다. 이미지로 들어갑니다. 김희호 씨가 마우스 직접 잡고, 스크롤 내리면서 멈춥니다. 김희호 씨 핸드폰으로 여행지 후보를 찍어둡니다. 정리하기 위해 몇몇 사진은 저도 찍습니다.
“내가 내려줄게!”
김희호 씨가 자기가 마음에 드는 부분에서 멈춥니다. 대부분 멋진 사진이라 자주 멈추십니다.
“(이곳)예뻐?”
“제 의견 물어보시는 거예요? 그렇다면 저는 위쪽이요.”
“나는 이거.”
열 개로 추리고 추렸습니다.
“엄마한테 물어봐야 해.”하십니다. 어머님께 의견 여쭤보기 전에 세 곳으로 추려보기로 합니다.
“희호 씨 여긴 동물원이에요.”
“어흥, 호랑이~ 다온빌 원장님이랑 희호도 호랑이띠예요.”
호랑이를 보고 싶으니 동물원 하나 택합니다.
정북동토성. 사진이 무척 멋있게 나와서 희호 씨 마음을 붙잡으니 택합니다.
수암골 벽화마을. 김희호 씨가 좋아하는 돈가스집이 근처에 있고, 벽화가 김희호 씨 마음을 즐겁게 합니다. 전망대도 멋집니다. 열쇠고리 만들기도 있습니다. 그러하여 택합니다.
청석굴. 어머니에게 물어보기로 하며 택합니다. 모두 김희호 씨가 택합니다.
네 곳으로 추려졌습니다.
김희호 씨가 택한 이미지와 장소 이름을 어머님께 보냈습니다.
잠시 어머님과 통화 합니다.
아아, 어머님은 청주에서 벗어나기를 바라셨습니다.
약 2시간가량 김희호 씨와 즐거이 상상하며 정했던 장소들입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찾아봅니다. 휴양림으로.
머리를 다시 싸매고, 김희호 씨와 찾아봅니다.
처음과 다르게 점점 집중하지 못하십니다. “희호 씨, 만약 저랑 희호 씨의 여행이었으면 저도 적극 의견을 냈을 거예요. 근데 이건 희호 씨랑 양어머니 여행이잖아요? 희호 씨가 의견 내주셔야 해요~.”라고 부탁드립니다.
그러자,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을 해주십니다. “한 번 볼까?” 하며 스크롤 내립니다.
그러던 중, 카페에 김희호 씨의 둘레 사람, 자립센터 언니들을 만나게 됩니다. 인사드리고, 여행 소식을 알립니다. 현재 상황도 말씀드립니다. 단양을 추천받았습니다. 단양에서 놀거리도 알아보았지만, 어머님은 '희호와 1박 2일 하기에는 무리한 일정일 수 있다.'고 의견을 전해주십니다. 김희호 씨에게도 매번 의견을 물었지만, “엄마한테 물어봐야 해, (여행) 가봐야 해.”하십니다.
이제야 깨닫습니다. 김희호 씨는 어디에 가느냐보다 누구랑 함께하는지가 더 중요한 분입니다.
김희호 씨와 눈을 맞추며 묻습니다. “희호 씨, 희호 씨는 어머니와 함께라면 다 괜찮은 거죠?”
“응!”
“그래요, 그러면 어머니가 의견 주신 자연휴양림으로 갈까요?”
“응.”
“좋아요!”
어머님이 정하신 장소로 가기로 합니다. 참 오래도 걸렸습니다. 김희호 씨의 속마음을 알기까지.
자는 곳, 가는 방법까지 정하기로 한 날입니다. 오늘 하루, 장소 정하는 데만 머리 많이 썼습니다. 애썼습니다.
이만 밥 먹고 돌아가기로 합니다.
.
.
집 돌아가는 길 오늘 하루를 나눕니다. 어머님의 뜻에 따라 정해진 여행지.
정말 괜찮은지 김희호 씨의 마음이 궁금합니다. 묻습니다.
“결국에는 양어머니가 정한 곳으로 가기로 했죠? 희호 씨는 괜찮아요?”
“응.”
“그럼 우리 여행 가서 이것저것 해봐요? 어머니랑 좋은 시간 보내요?”
여행 가서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김희호 씨 본인이 좋아하는 것도 명확합니다. 여행 장소를 추리기 어려웠던 건 여행지 사진이 다 잘 나온 것들뿐이라, 쉽게 사람 마음을 홀렸을 뿐입니다. 김희호 씨에게는 어머니와 함께하는 순간이 더 중요한 사람입니다.
정읍에서 김희호 씨랑 단둘이 여행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김희호 씨가 하고 싶은 것, 그때 더 여쭈어야겠습니다.
2024년 7월 1일 월요일, 이다정
※김희호, 준비, 24-4, 갈 수 없는 도서관
※이다정, 감사, 24-3, 친절한 이웃(1)
첫댓글 누구랑 함께 하는 지가 더 중요합니다.
함께하는 순간이 더 중요한 사람입니다.
소중한 것을 알아가는 과정 참 좋습니다.
희호씨기 평소에 얘기하는 걸 듣고있으면 '우리','같이' 이런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도 엄마와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지 장소는 큰 의미가 없었을 수도 있었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희호씨에 대해 하나하나를 더 알아가고 이 과정을 소중히 여기는 이다정 학생 대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