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노래2
이해인
하늘은 높아가고
마음은 깊어가네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 행복한
나무여, 바람이여
슬프지 않아도
안으로 고여 오는 눈물은
그리움 때문인가
가을이 오면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멀리 있는 친구가 보고 싶고
죄없어 눈이 맑았던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고 싶네
친구여,
너와 나의 사이에도
말보다는 소리 없이
강이 흐르게
이제는 우리
더욱 고독해져야겠구나
남은 시간 아껴 쓰며
언젠가 떠날 채비를
서서히 해야겠구나
잎이 질 때마다
한 웅큼의 시(詩)들을 쏟아 내는
나무여, 바람이여
영원을 향한 그리움이
어느새 감기 기운처럼 스며드는 가을
하늘은 높아 가고
기도는 깊어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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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무척 추워졌습니다. 자연의 시계는 정확하지요? 상강(霜降)을 지나자 간밤에 서리가 내렸습니다. 무서리에 밭의 고추가 물컹해져 고추며 가지며 토마토며 모두 뽑아내어 정리를 했습니다. 이인수 집사님네 논에도 벼 수확이 한창입니다. 땅은 올해에도 어김없이 생명의 먹거리들을 만들어 우리에게 공급해주었습니다. 생명을 품어 말없이 내어주는 땅이 고맙습니다. 콤바인에서 떨어지는 볏짚이 마치 수고한 땅에게 이젠 좀 쉬라고 덮어주는 이불 같았습니다. 가까운 곳에 사는 이상수 성도님네도 벌써부터 마늘 심을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마늘을 다 심어야 농촌은 그마나 한가로워집니다. 농사 짓느라 고생한 농부들이 고맙습니다. 하늘 시계에 맞추어 살아가는 농부들에게 속히 허리를 펼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저도 분주한 한 주를 보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하향 조정되면서 미루었던 일들이 봇물 터지듯 연이어 진행되었기 때문이지요. 향토사연구회의 문화재청 공모사업과 식생활교육의성네트워크의 바른 밥상 밝은 100세 캠페인, 농부달장, 독서교실로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교회도 이전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해야 할 일들을 조심스럽게 이제 해보려 합니다. 무리하진 않게...
텅 빈 가을들녘이 조용히 말을 겁니다. 나뭇가지에서 바람에 위태롭게 흔들리는 나뭇잎이 속삭입니다. 외로움이 쓸쓸하지만은 않다고, 비우니 더욱 자유하다고... <2020.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