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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풍미한 멋쟁이 로맨티스트의 신사들 그리고 치사하게 살아가는 추사(醜士)들 글쓴이-오정구
시인 이상과 시인 박인환은 공통점이 있는데 두 시인 모두 짧은 생으로 요절하였으며 또한 술을 너무 좋아하였던 시인이다.
이상은 술을 주로 종로에서 마셨으며 박인환은 명동의 은성술집(탈렌트 최불암 어머니의 주점)에서 주로 마신 점이 다르며 둘 다 짧은 생을 폭주와 예술속의 시에 미쳐 불같은 인생을 살면서 기인(奇人)으로 명성을 떨쳤던 시인으로도 유명한데 그 외에도 김관식, 천상병 시인을 빼 놓을 수 없다.
시인들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모두 술을 좋아하는데 이유는 몸과 마음이 축축하면 좋은 시가 떠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술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라는 말이 있는데 술을 잘 마시면 `시인`이 되지만 잘 못 마시면 `개`가 된다는 말이 있는데 위의 시인들은 모두 술을 좋아하고 잘 마셨기 때문에 좋은 시인으로 명시를 남겼지만 시인도 잘못 마시거나 만취하면 자칫 개가 될 수도 있다.
고은 시인은 요즘 시인들은 술을 너무 안 마신다 하여 후배시인들을 꾸짖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3대 천재로 이광수, 양주동, 유진오를 손꼽는데 사실 이상을 빼 놓을 수 없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은 우리나라 최고의 천재는 이상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 3대 천재에 더하여 4대 천재를 말 한다면 그 3인 외에 당연히 이상을 꼽을 수 있다.
박인환시인이 시인장으로 망우리에 묻힐 때 지인들은 그가 좋아했던 조니워커와 카멜담배를 함께 묻었다고 한다. 그리고 망우리 공동묘지의 박인환의 묘비에는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고 한다.
동명이인인 박인환은 미남 탈렌트이지만 시인 박인환은 탈렌트 박인환보다 훨씬 잘 생긴데다 서구형의 미남으로 짧고 강렬한 모더니즘의 시인이었다.
“세월이 가면”은 비록 대중가요지만 이 노래는 감상주의와 보헤미안기질이 넘치는 작품으로 1956년 환도 후의 폐허가 깃든 명동의 술집에서 시인 박인환은 이 시를 읊었고 그의 친구인 이진섭이 즉석에서 작곡을 했다는 에피소드가 전해지는 이 노래는 몇 년 후에 박인희가 70년대에 다시 불러 히트한 노래이기도 하다.
다재다능하기로 유명한 이진섭은 어학과 음악에 조예(造詣)가 깊었으며 극작가, 방송인, 라틴음악과 샹송해설가, 아나운서로 활약하였던 그에게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져 온다.
어느 비 오는 날 방송국에서 월급을 받아 나오다 가난한 후배를 만나 두 사람은 대폿집에서 만취가 되었는데 이진섭은 주머니에 있는 돈을 털어 주려하자 그 후배가 거절하였다고 한다. 화가 몹시 난 이진섭은 또랑에 쪼그리고 앉아 흐르는 물 위에 거절당하였던 그 지폐를 한 장 한 장 흘려보냈다 한다.
이진섭, 그는 나와 물(物)을 초월하여 진실 된 삶의 무위(無爲)의 철학을 살다 간 멋쟁이 신사이었다. 이진섭, 그는 움푹 파인 눈에 검은 얼굴과 검고 굵은 테의 안경을 쓴 근세를 살다 비교적 61세의 짧은 삶을 살다 간 진정한 멋쟁이 신사인 로맨티스트이다.
이진섭님!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립습니다.
이 세상에는 이진섭씨 같은 멋쟁이 신사가 있는 반면 정 반대의 정말 지저분하고 치사한 추사(醜士)의 인간들도 있다.
오늘날의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사회 속에서 사회의 흐름을 따라 용의주도하게 잘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 우리사회는 너무 지나치고 티가 날 정도로 얄팍하게 자연을 거스르는 사회의 속물로 조그마한 욕심까지도 챙기는 치사한 사람들도 있다.
내가 옛날 현직에 같은 직장에 근무하였던 상관이었던 치사한 사람의 이야기다.
정년을 얼마 앞두고 결혼준비가 덜 된 자식들을 서둘러 결혼을 하게하여 동료직원은 물론 부하직원과 말단의 끝 발이 미치는 데까지 최대한 현직과 관계된 사람들에게 청첩장을 뿌려 결혼 부줏돈을 알뜰하게 챙기고 퇴직하였던 사람이 있었는데 무슨 자식결혼이 흥행이나 비즈니이란 말인가? 그런 사람의 속셈은 정년퇴직하면 자식들의 결혼 부즛돈을 챙길 수 없기에 정년 전에 빨리 서둘러 자식의 결혼식을 앞당겨 치러 부줏돈을 최대한 박박 긁어 알뜰하게 챙겨가는 흥행사로서의 실력을 발휘하였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퇴직한 후에는 연락두절하여 과거의 관계설정을 말소하여 자연스럽게 입 싹 닦고 부도 내 버리는 더러운 인간들도 있는데 우리 사회에는 여기저기에 독버섯처럼 박혀 잘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어 서글프다. 평소에는 연락 한번 안하다가 자식새끼 결혼할 때쯤 되면 몇 달 전부터 서서히 활동 개시하여 돈 몇 푼 투자하여 결혼식 때 목돈 챙기고 나중에는 부도내 버리는 야비한 추사(醜士)들도 이 세상에는 더러 있다.
그런 수법은 마치 마중물 몇 바가지를 펌프에 넣고 펌프질하여 많은 물을 퍼 올리는 유수정책(誘水政策)수법과도 같은 짓으로 비상한 머리를 쓰는 약삭빠른 날강도 같은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자식들에게는 그런 흥행몰이를 한 것이 자기의 능력이고 자기가 훌륭한 아버지라고 은근히 너스레를 떠는데 내가 볼 때는 가관이고 정확하게 보면 半사기꾼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독한 반 사기꾼의 철면피한 경우의 인간도 보았는데 그 사람은 말단의 공무원이었는데 그 사람 역시 그만 두는 날까지 최대한 얄팍하지만 말단에게 뻗어있는 봉을 몽땅 다 빼먹은 독한 사람이었는데 그 장본인은 구청에서 근무하는 직원으로 그때 나이 대략 30대 중반쯤으로 기억나는데 그 직원은 무려 3번째 하는 결혼식이었는데 그 나이에 결혼식을 3번 하였다는 사실에 매우 놀라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사람의 인격에 그 나이에 3번째 결혼을 한다는 것이 아무래도 그 사람은 결혼을 흥행이나 비즈니스로 생각하고 결혼식을 통하여 한 밑천 잡아 말년을 호의호식의 생활을 하는 사람으로 추측된다. 그 수법은 자기가 근무하는 구청직원에 청첩장을 돌리는 것은 물론이고 하급기관인 구청 산하의 모든 동사무소 직원에게까지 甲질의 청첩장을 돌려 부줏돈을 더럽게 갈취하는 치사하고 더러운 인간이었다.
지금 그 인간 그렇게 갈취한 돈으로 지금 잘 먹고 잘 사는지 매우 궁금한데 내가 생각하기에 그 사람은 마음이 아주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왜 사냐?
똑똑한 체하며 못된 일을 벌이는 그러한 속인들은 모든 사람의 본성을 그르치는 잘 못된 사람들이다. 바보인 듯 멍청한 듯 아무것도 안하는 듯 하면서도 자연대로 살아가는 것이 도에 맞는 생활태도다.
고궁절(固窮節)의 시인 도연명은 그러한 속인들을 비꼬았다.
“오늘의 속인들은 엉뚱한 생각, 가슴에 품고 허튼 수작만 부리며 백 년 살다가 흙무덤에 돌아가니, 그렇듯 빈이름을 얻어 무얼 할 거냐?” 고 꼬집었다.
현 속세에 지 잘 난 체하는 사람들은 얼음과 숯같이 일치하지 않는 모순된 생각을 잔뜩 품고 서로 야단법석들을 떨고 살아가는 불쌍한 사람(위 두 추사(醜士)들이 아니겠는가?
도연명의 시 속에 나오는 말이다.
하늘과 자연의 변화에 몸을 맡기고 변화의 물결을 따라 천지만물과 일체가 되면 기쁠 것도 슬플 것도 없다. 더 나아가서는 삶과 죽음도 똑 같아지게 마련이다.
생명에 미련을 갖지 말고 응당 보내야 할 삶이라면 어서 빨리 보내게 하고 또한 빨리 세월이 흘러가는 것을 안타까워 안달을 떠는 것은 인간의 잘못된 생각 속에서 자신을 잃고 헤매는 어리석은 짓이다.
시인 이상은 28년의 짧은 삶에도 우리나라 최고의 시인으로 수많은 불후의 명시와 수필과 소설 등을 남겼으며 61년의 삶을 산 이진섭도 언론인으로 문학작품과 저명한 극작가로 이름을 날렸고 지금의 내 나이 반도 안 되는 30년의 짧은 삶을 살다 간 박인환시인도 불후의 시와 문학작품을 남겨 그의 고향에 기념관이 세워질 정도로 세인들이 존경하는 삶을 살아온 훌륭한 분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오래 살아왔건만 지금까지 나는 이 나이 먹도록 무엇을 하였는가? What am I living for?
생각하니 나 자신이 참 한심한 생각에 마음이 불편하고 괴로워 마음을 어디 둘 데가 없다. 그렇다고 남들 다 하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제대로 봉사하여 본 일도 없고 물에 빠진 사람을 보고 뛰어 들어 사람을 구하는 의로운 일을 한 번도 한 적도 없었으니 이 나이 먹도록 난 무엇을 하고 살아왔는지 나 자신이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남들처럼 해 놓은 것 하나 없는데다 시간은 가속이 붙어 죽음을 향하여 전 속력으로 세차게 줄달음치는 것 같아 두렵고 초조하기만 하다.
이 세상에 나이 먹는 것처럼 쉬운 것은 없다. 아무런 노력도 필요 없고 그저 숨만 쉬고 밥만 먹고 싸면 나이는 먹어진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렇게 아무 노력도 없이 그냥 먹는 나이를 뭐 그리 대단한 일이고 벼슬이나 한 것처럼 위아래는 물론 좌우까지 지독히 따져 서열을 정하고 굳이 형, 아우를 가리려고 한다.
한두 살 차이는 말할 것도 없고 날자 시간까지 따지고 그것도 같으면 오뉴월 햇볕까지도 길고 짧음을 악착같이 따져 서열을 정한다.
그렇게 따져 몇 시간 몇 초 먼저 태어 난 게 뭐 그리 대수인가.
먼저 빨리 태어났다는 것은 먼저 태어난 만큼 먼저 저 세상으로 줄달음 칠 수밖에 없는 순서이거늘 그렇게 나이를 따지는 일은 빨리 저승에 가는 시간을 재촉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세상에 자의(自意)에 의해 태어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으며 단지 부모가 저지른 육욕(肉慾)의 의하여 탄생된 결과물이거늘 먼저 태어나거나 나중에 태어나는 생일이 뭐 그리 대단하고 중요하여 따질 일인가?
나오는 것이 삶이고 들어가는 것이 죽음의 이치다.
살아생전에 잘 나고 못난 것, 못 살고 잘 사는 것, 춘하추동은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고 서로 바뀌고 돌아가는 것이 대자연의 이치로 이는 우리네 인생과 같다.
이승에서의 사람은 저마다 하늘이 내려준 사람마다의 수명이 있다.
누구나 제 수명을 살다가 죽는 것이니 더 살 것을 일찍 죽었다고 말 할 수가 없다. 세상 사람들은 길어야 100년의 이승에서의 삶을 돈, 권력, 명예를 위해 야욕에 사로잡혀 온갖 협잡질과 도의에 어긋난 나쁜 마음으로 싸우고 죽이고 안달을 떨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가?
천진(天眞)은 하늘과 자연과 같은 조금도 꾸밈이 없이 타고난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에게 있는 성품이다. 그런데 그런 천진무구한 어린아이와도 같은 천진난만한 사람도 있었으니 그는 바로 천상병시인이다.
다음은 순진무구하고 천진스런 천상병시인의 일화다.
천상병시인은 막걸리를 너무 좋아하여 매일같이 막걸리를 너무 많이 마셔 하루는 그의 부인은 건강을 걱정하여 제안을 하였는데 하루에 막걸리 한잔만을 마시게 하는 약속을 하였다. 천시인은 약속대로 매일 집근처(지금의 상계동과 의정부 장암동 사이)의 막걸리 집에 가서 막걸리 한잔만을 마시곤 하였다 한다.
그런데 집 근처에 막걸리 집이 두 곳이 있었는데 가까운 곳을 놔두고 먼 곳의 막걸리 집에 가서 마시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부인이 물었다. 왜 가까운 아주머니네 술집을 놔두고 먼 곳의 아주머니네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냐고 물었더니 천상병시인의 대답이 “그 아주머니집의 막걸리 잔이 더 크단 말이야”
아! 참으로 이 세상에 그렇게 순진하고 천진난만한 사람이 또 있을까?
다음은 수락산의 천상병시인의 기념비에 적힌 글이다.
하루치의 막걸리와 담배만 있으면 스스로 행복하다고 서슴없이 외쳤던 시인 문단의 마지막 순수시인, 문단의 마지막 기인으로 불리며 가난, 무직, 방탕, 주벽 등으로 많은 일화를 남긴 그는 우주의 근원, 죽음과 피안, 인생의 비통한 현실 등을 간결하게 압축한 시를 쓴 누구보다 맑은 영혼의 소유자 천상병시인이었다.
[행복] 천상병
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가 찻집을 경영하면서 생활의 걱정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욕도 충분하고
이쁜 아내니 여자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사주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더구나 하나님을 굳게 믿으니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분이 나의 빽 이시니 무슨 불행이 온단 말인가!
천상병시인은 순수한 자연인으로 무욕(無慾)과 순진(純眞), 천진(天眞)의 시선으로 한 세상을 바라보며 소박순진(素朴純眞)의 참 삶속에서 참뜻을 살아 온 행복한 시인이었지만 천상병시인은 과음, 가난, 기행, 괴짜인생, 방탕한 생활과 젊었을 적 고문의 후유증으로 63세의 짧은 삶을 마감한 불우한 시인이었다. 물론 본인 자신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자신의 생각이고 많은 사람들의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시각으로 볼 때는 그렇지 않다. 천상병시인 자신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남이 자신을 불행한 사람으로 생각하거나 말거나 내가 행복하다는데 어찌 하겠는가. 그냥 행복한 사람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천상병시인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하고 행복한 귀천(歸天)의 시를 썼던 시인이었다.
닥터 지바고의 저자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말하였다.
“사람은 살려고 태어 난 것이지 인생을 준비하려고 태어난 것은 아니다. 인생 그 자체, 인생의 현상, 인생이 가져다주는 선물은 숨이 막히도록 진지하다”. 그러나 천상병 시인은 진지한 삶과는 벗어난 동 떨어진 삶을 살아 왔기에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렇지만 천상병 시인의 삶에도 할 말은 있다.
천상병 시인처럼 술을 좋아하였던 도연명의 시 음주(飮酒)에 나오는 말이다.
“사람의 행동은 천차만별이거늘, 뉘라 옳다 그르다를 가릴 것인가?
멋대로 경솔하게 시비를 정해 놓고, 부화뇌동으로 잘했다 못했다 떠드노라“
장자에 있다. “모든 사물은 완성됐다고 할 수도 없고 또 반대로 망쳐졌다고 말 할 수도 없다. 결국은 서로가 다시 통해 하나가 되게 마련이다. 오직 달통한 사람만이 이러한 하나의 세계를 이해할 수가 있는 것이다”
시인 이상과 박인환은 짧고 강렬하게 살다 갔으며 이진섭은 한 시대를 풍미하면서 멋진 로맨티스트로 살다갔으며 천상병 시인은 남이 보기에 괴짜, 기행과 방탕으로 살다 간 사람이었다. 한 가지 공통점은 모두 다 술을 즐겨 마시고 예술을 논하면서 짧은 삶을 살다간 시인으로 강하고 진지하게 즐기며 굵게 살았던 멋쟁이의 로맨티스트들이었다. 혹여나 후세의 속인들 중에는 그들의 삶에 이러쿵저러쿵 입방아를 찧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렇게 입방아를 찧는 사람도 결국엔 큰 틀에서 보면 다 똑 같은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오직 달통한 사람만이 이러한 하나의 세계를 이해할 수가 있는 것이다.
나는 천상병 시인의 글이 생각나 며칠 전 수락산의 천상병 문화마당에 간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날은 마침 4인조 아줌마의 7080 노래공연이 있어 구경하며 사진도 몇 장 찍어 카톡방에 올리기로 하였다. 50대의 아주머니 4명으로 구성된 아마추어가수로 기타 치며 노래하는 그룹인데 솔직하게 노래실력은 나보다 나은데 기타실력은 내가 오랫동안 쉬어서 그렇지 며칠만 연습재개하면 그 정도는 쉽게 따라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수준이었다.
오늘 나는 그 아줌마들의 기타 치는 공연에 흥분이 되어 나도 당장 내일부터라도 구석에 쳐 박은 기타를 꺼내 기타연습을 하기로 작정하였다. 묵혔던 취미를 다시 되 살려 보기로 하였다. 우선 끊어진 3번 줄부터 교체하고 Am의 3박자의 `세월이 가면` 을 불러보고 싶으며 그 다음 곡은 역시 같은 키의 Am의 박 건이 불렀던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을 불러보고 싶다.
연주하면서 노래하는 취미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장 고상한 취미이다. 그 이유는 연주하며 노래하는 것은 내 자신도 즐겁지만 남도 즐겁게 할 뿐만 아니라 손과 뇌를 쓰기 때문에 치매의 예방과 치유에도 매우 좋은 일거다득의 좋은 취미이기 때문이다.
지금(只今)은 과거와 미래의 경계가 되는 바로 이 시간으로 살아 숨 쉬는 지금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순간이며 지금이후는 불확실한 시간으로 행복은 알 길이 없으니 지금 이 행복한 순간을 위하여 몇 잔술을 연거푸 마셔 몸과 마음을 흠뻑 축축하게 젖어보고 싶다.
시간이 지나 거나하게 취기가 오르니 멜랑콜리(Melancholy)한 기분에 자연 기타를 잡고 알페지오로 줄을 뜯으며 단조(短調)의 노래를 흐느적거리며 불러본다. 그러다 노래도 실증나면 세상에서 가장 편한 큰 大자로 침대에 벌렁 누워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인 차이코프스키의 묵직하고 저음이 매력적인 첼로선율의 안단테칸타빌레를 듣는다.
이 음악은 서정적이고 눈물이 담겨 있는 아름다운 선율의 우수가 서린 음악으로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너무 슬픈 이 음악을 듣고 감동하여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나는 술에 만취되면 종종 이 음악을 듣는데 어떤 때는 이 음악에 푹 빠져 듣다보면 슬픔에 극에 달하여 왈칵 울음이 밀려온 적도 몇 번 있었다.
그렇게 세상의 가장 슬프고 우수에 찬 음악을 듣노라면 지나온 헝클어지고 어지러운 세상을 되돌아보고 생각 해 보기도 한다.
별것도 아닌 세상을 괜히 나 혼자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내 자신을 곱씹어도 본다. 남이 볼 때는 미친놈같이 그냥 뇌까리며 취중 횡설수설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몸과 마음은 하루의 피로와 함께 꿀처럼 녹아내려 이내 꿀잠에 빠지는데 로맨틱한 신사(紳士)를 꿈꾸는 세상으로 들어간다. 그 순간만은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그리고 나만의 행복한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지금(只今)은 과거를 되돌아보고 현재의 행복을 느끼며 미래의 희망과 행복을 꿈꾸는 시간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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