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경칩 절기의 최고보양식 고로쇠수액! 하면 떠오르는 곳이 광양의 백운산이다. 멀리 남해의 그 명산을 2월19일에 찾았다. (송암산악회 이용)
서울 강동에서 4시간도 되지 않은 시간에 벌써 산행이 시작됐다. 새삼 우리나라가 도로의 선진국임을 절감케 한다. 서하남I/C→구리판교 서울외곽순환고속도→경부선고속도-천안논산고속도→호남고속도→익산포항고속도→순천완주고속도→호남고속도→광양I/C로 이어지는 코스는 정말 환상적이다. 익산에서 광양까지 고속도로에 나타나는 터널만 30여개. 산은 뚫고 계곡은 고가교량으로 넘으니 속도도 빠르거니와 경관도 기막히다. 도대체 몇 개의 고속도로인가? 그야말로 거미줄도로망이다.
광양 읍내를 통과한 북행길의 옥룡면은 전통적인 우리의 옛 고장이고 백운산에 감싸여 아늑하기 이를 데 없다. 광양의 진산(鎭山) 백운산은 산 아래에서도 전체의 지세를 읽을 수 있을 만큼 투명했고, 남으로 뻗은 능선은 평탄하며 아기자기해 보였는데, 실제 산에 올라서의 능선 주행은 가슴을 뻥 뚫어주는 장쾌! 그 자체였다. 백미(白眉)는 북쪽으로 지리산 산맥 전체와 구례에서 하동포구로 이어지는 섬진강줄기, 남쪽으로 광양만에서 고흥반도까지의 남해안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장대한 전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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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회를 이용하는 등산엔 웃기는 일이 많다. 대장이 브리핑한 예정 코스와 소요시간 내에서, 선두/후미/중간 가이드의 안내나 나무에 매거나 돌로 눌러놓은 표식을 쫓아 각자 알아서 산행을 마치면 된다. 그런데 몇몇은 계획시간보다 1~2시간씩이나 앞 당겨 하산해 먹고 마실 일을 끝낸 뒤에는, 귀경을 재촉하며 뒷사람들이 늦는다고 성화다. 이들은 나중에 혼자 그 길을 가라면 가지도 못하고, 주변에 무슨 경관을 보았는지 산 아래 어떤 마을들이 있었는지 기억도 없다. 그저 냅다 달리는 주마간산 형이다.
제 시간에 맞춰 하산하면서도, 관경(觀景)과 촬영도 다하면서 정말 산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행들이다.
어떤 이는 내어준 지도는 아예 보지도 않으니 엉뚱한 곳에 내려서 일행을 잃는다. 지도를 잘 못 보겠으면, 갈림길에선 다른 산객들에게 물어보거나 가이드들에게 전화를 해서라도 길을 바로 잡아야 하는데, 당최 그런 성의가 없다. 목이 마른 놈이 샘을 파는 법이니, 산악대장에게 먼저 전화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도 않는다. 그리고는 일행 전체의 버스가 그 한 친구를 픽업하기 위해 먼 거리를 되돌아가게 하거나 헤매게 해, 필경 귀경시간을 1~2시간까지 늦추게 하게하곤 한다. 이번에도 그런 일이 있었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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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해외여행을 할 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해, 사전에 관광대상지역을 공부해 가는 현명한 이들이 많다. 국내 여행도 마찬가지로 산행이든 자전거 타기든 갈 곳과 가는 길을 공부해가는 일은 상식화돼야 할 것이다. 도로교통지도로 큰 윤곽을 잡고, 인터넷 위성지도로 세밀한 공부를 하고 지도를 프린트해, 갈림길 포인트와 지지(地誌) 등을 메모해 두면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이겠는가? 자신의 공부가 현장에서 살아날 때 그 기쁨 또한 신선한 것이 되는 것임을 한 번 겪어보기 바란다.
첫댓글 오~~~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많은 친구들이 좋은 산 함께 하면 좋을텐데..
야~ 멋있다! 글도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