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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신비로운 도성 2권/ 84-95p
26장
마리아를 성전에 봉헌하다
구약에서 나타나는 마리아의 가장 뛰어난 예형은 바로 계약의 궤입니다. 그것이 만들어진 재료의 측면에서나 그 안에 감추어진 비밀에서 보나, 하느님의 백성들 안에서의 의미나 그 존재 목적으로 보나, 그것을 통해 하느님께서 일으키신 수많은 기적들을 볼 때 마리아는 계약의 궤와 매우 유사합니다. 계약의 궤와 관련하여 구약에 기술된 모든 사건은 하느님께서 마리아를 통해 당신 은총의 새 교회에서 일으키실 일들의 예형이었습니다.
계약의 궤가 견고한 아카시아 나무로 제작된 것은 결코 우연이나 사람의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이었습니다. 이는 모든 개별적인 죄와 원죄도 그리고 그로 인한 어떠한 악한 습성도 마리아에게는 해당되지 않음을 상징합니다. 궤의 안과 밖을 뒤덮은 순금은 하느님께서 마리아에게 내리신 은총의 완전성을 표상하며, 마리아의 생각과 말과 행위가 모두 티 없이 맑고 거룩함을 나타냅니다. 계약의 궤에서 순금이 아닌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듯이, 성모님의 삶과 영혼 안에서 은총과 완덕이 아닌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계약의 궤 안에는 하느님의 계명이 새겨진 석판, 만나가 담긴 금 항아리, 아론의 신묘한 지팡이가 있었습니다. 이 세 가지는 살아 있는 계약의 궤인 마리아 안에 감추어진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합니다. 마리아가 잉태하게 될 하느님의 말씀은 곧 교회의 주춧돌입니다. 그분은 서로 갈라져 싸우고 있는 민족들을, 유다인과 이방인들을 모두 하느님의 한 가족으로 만드시는 교회라는 건물의 모퉁이의 머릿돌이십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목적으로 영원한 생명의 산에서 굴러 내려온 돌입니다.
그 돌 위에 하느님께서 친히 당신 손가락으로 새로운 은총의 율법을 쓰셨습니다. 그리고 그 돌을 마리아에게, 티 없이 맑은 동정녀의 궤 안에 넣어 두시고는 그녀를 당신께서 소유하고 창조하신 모든 것의 수호자로 세우셨습니다. 마리아 안에는 하느님의 은총과 신성의 만나 그리고 기적을 일으키시는 하느님 권능의 지팡이도 함께 감추어져 있었습니다. 은총의 근원이신 하느님께서 바로 이 신비롭기 그지없는 계약의 궤 안에 계신 까닭에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는 이 계약의 궤로부터, 바로 마리아에게서 모든 인류에게로 흘러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전능하신 분께서 마리아 안에서 그리고 마리아를 통하여 기적을 행하고자 하십니다. 하느님의 뜻은 이렇게 동정이신 성모님 안에 이미 다 정해져 있었습니다.
계약의 궤 안에 하느님께서는 자비의 이름으로 불릴 당신의 어좌를 세우셨습니다. 하느님께서 거기 좌정하시어 백성들이 드리는 기도와 간청을 들으시고, 응답하시고, 은혜를 내려주십니다. 하느님의 어좌가 놓일 곳은 세상 어느 곳도, 다른 어느 피조물도 아닌 바로 복되신 동정녀 마리아의 품 안이었습니다. 이 살아 있는 신비로운 계약의 궤는 하느님 은총이 가득히 머무는 곳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화해와 속죄가 이루어지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 친히 그 안에 들어가 사시기 위하여 이 작은 집을 만드신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마치 두 개의 어좌에 좌정하고 계신 것처럼 생각됩니다. 공정한 재판관으로 앉아 계시는 정의와 심판의 어좌는 하느님의 신성 안에 있고, 자애로운 아버지로 앉아 계시는 자비와 은총의 어좌는 마리아 안에 놓여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하느님께 은혜와 자비를 청할 때에는 굳은 신뢰를 가지고 공경하올 성모님께 가야 하는 것입니다. 당신 은총의 어좌 앞에서 마리아를 통하여 바쳐지는 사람들의 간청과 기도는 무엇이든 다 들어주시지만 마리아가 아닌 다른 곳에서는 그리하시지 않습니다.
구약 시대의 계약 궤가 그 존귀함과 거룩함 때문에 하느님의 성전이 아닌 다른 곳에 차마 있을 수 없었던 것처럼 마리아도, 즉 하느님께서 직접 당신이 거하실 집인 동시에 당신 교회의 백성들을 위해 성별하신 신약 시대의 계약 궤도 하느님의 성전에 모시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마리아가 만 세 살이 되었을 때 마리아를 당신의 성전으로 데려오셨습니다.
저는 구약의 계약 궤, 즉 마리아의 예형인 그 계약 궤가 성전에 안치될 때까지의 과정이 참된 계약 궤가 안치되는 상황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다윗 성왕이 계약의 궤를 장소를 옮겨가며 두었고 그의 아들인 솔로몬이 마침내 성전의 특정한 곳을 다듬어 마련하여 그곳에 궤를 모셨습니다. 궤를 이리저리 옮길 적마다 장엄하고 성대하게 예식을 거행하였고 모든 이스라엘 백성으로부터 큰 환호를 받았습니다. 다윗은 성대한 행렬 중에 계약의 궤를 아비나답의 집에서 오벳 에돔의 집으로, 다시 시온의 천막으로 옮겼습니다. 솔로몬은 성전을 건축할 수 있는 영광을 받았고 마침내 그의 치세 중에 이스라엘은 성전 안에 궤를 모실 수 있었습니다. 그 성전은 솔로몬이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주님의 영광이 머무는 장소, 그리고 제가 하느님의 지혜에 감탄하고 있을 때에 하느님께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영혼아, 계약 궤는 훗날 나타날 내 독생 성자의 모친의 예형이기 때문에 성전에 모시는 것을 성대한 행렬과 축제로 기릴 수 있도록 허락한 것임을 알아 두어라. 그 계약 궤는 마리아와 내 아들을 생명이 없는 죽은 물질로써 표상하기에 그에 맞는 영예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나의 살아 있는 참된 계약 궤인 마리아에게는, 마리아가 썩어 없어질 육신을 입고 있는 동안에는 그러한 찬미와 영광을 받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니 잘 들어라. 내가 너희 모두에게 가르침을 한 가지 주겠다. 내가 뽑은 이들, 내 영 안에 아로새겨진 이들이 세상의 박수갈채를 받는 것을 나는 원하지 않는다. 나는 사랑하는 내 영혼들에게 세상의 영광과 찬미를 그들의 노고에 대한 보상으로 주지 않는다. 그들은 실제로 자기들을 의롭게 하고 거룩하게 하는 분에게만 마땅히 드려야 할 사랑을 자기들을 의인과 성인으로 여기고 공경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존재와 생명을 주고 은총과 믿음 안에 굳건히 서 있을 수 있도록 빛을 주는 창조주는 오직 나, 너희 주 하느님이다. 참사랑은 하나이며 단순하고 나뉘지 않기에, 너희가 사랑해야 할 대상은, 너희가 바라보아야 할 대상은 단 하나뿐이다. 설령 누군가가 정당한 이유로 너희를 영예롭게 한다 하여도 그것에 대한 감사와 보답으로 그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보임으로써 오직 나, 주님께 향해야만 하는 사랑을 교란시키거나 분산시켜서는 안 된다.
내 사랑은 감미롭다. 그러나 인간의 의지는 너무나도 연약하고 그 능력은 제한적이어서 미소한 것만을 성취해 낼 수 있을 뿐이며, 그 행한 것은 완전하지 못하고 그마저도 자기 죄로 인해 다시 무가 되곤 한다. 그래서 나는 내 불변하는 거룩함을 온전히 다 소유한 마리아가 일생 동안 사람들로부터 어떠한 영광이나 외적인 영예도 받지 못하게 하여 너희 모두의 모범이 되게 한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성전에 봉헌되었던 당시에도 나는 마리아에게 아무런 영광도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주님께서 이어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오류에 빠진 세상을 건져내기 위하여, 그리고 인간이 참되고 올바른 것에 눈을 뜰 수 있도록 하려고 나는 내 사랑하는 아들과 어머니를 세상에 내보낸 것이다. 세상의 오류란 무엇이냐? 너희는 불의한 법령을 제정하여 가난한 이를 짓밟고 부유한 이를 들어 높인다. 낮은 자는 억압받고 뻔뻔한 이들은 죄를 짓고도 거리를 활보하고 다닌다. 정의를 위해 일하는 이들은 멸시받으며 하느님을 공경하지 않는 이들이 찬양을 받지 않느냐. 너희는 참평화를 위해 일하는 이들과 마음이 온유한 이들을 바보로 취급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이들을 지혜롭다 여기지 않느냐.
가진 것 없는 이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으면서 너희 스스로는 가난이 인간 존엄성에 위배되는 것이며 수치이고 불행이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물질적인 부유함은 누구든지 살면서 반드시 쟁취해야 하는 인생의 목표이며, 호화롭고 사치스럽게 사는 것이 가장 인간답게 사는 것이라 여긴다. 육신을 탐하고 오직 눈에 보이는 것만을 보는 이들, 그래서 눈에 보이는 것만이 존재한다고 믿는 이들은 자기들이 죽으면 함께 사라져 버릴 종류의 행복이 가장 영예롭고 선한 것이라 굳게 믿는다. 너희의 이러한 믿음과 생각들이 전부 기만이며 허위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려고 내 아들 예수와 그의 어머니가 땅에 내려온 것이다.
세상의 풍요와 물질적 행복을 염원하고 사탄의 거짓된 환영을 마치 진짜인 양 따라가며 사는 사람은 자신을 어떤 위험에 내맡기게 되는지를 알아야만 한다. 사랑해야 마땅한 것을 사랑하지 않기에 너희의 사랑은 비뚤어진 사랑이다. 너희는 겸손과 온유함에서 멀리 달아나려고 정말 부단히도 애를 쓴다. 참행복인 청빈의 길에서 있는 힘껏 도망쳐 나와서는 이제야 자유를 찾았다고 소리친다. 속죄하고 보속하는 삶을, 육신의 온갖 욕정을 극기하는 삶을 인간 존재에 부당한 것이며 심지어 어리석고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너희는 알아야 한다. 그러한 삶이야말로 진실로 의로운 삶이고 거룩하고 흠 없는 삶이며, 그런 삶을 사는 이야말로 바로 나의 영광과 영원한 지복을 받기에 합당하단다. 그러나 그와는 정반대의 것을 추구하며 사는 영혼에게는 끝없는 형벌만이 주어질 뿐이다."
주님께서 또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의 자녀들은 진리를 알지 못하기에 이 단순한 진실도 보지 못한다. 빛이 비치고 있는데 애써 무시하려 든다. 그러나 너 나의 사랑하는 영혼아, 너는 이 진리를 마음에 꼭 새겨야 한다. 내 아들 그리스도를 따르고 그의 삶을 본받아라. 그리고 그의 동정녀 어머니의 삶을 본받아라. 마리아는 그리스도의 첫 번째 제자이며 내가 인정하는 거룩한 영혼이며, 그리스도를 가장 많이 닮은 영혼이기 때문이다. 마리아는 그리스도를 가장 완전하게 본받았기에 나에게 가장 큰 기쁨을 안겨 준 영혼이다. 그러므로 너희 모두는 마리아를 공경해야 마땅하고, 같은 이유로 너희 불완전한 인간은 마리아를 아무리 공경하더라도 합당하게 공경하진 못할 것이다.
내가 마리아의 생애를 어떻게 섭리하였는지 한번 보아라. 그토록 공경 받아야 할 마리아가 지상에서 사는 동안 나는 아무런 영광도 주지 않았을뿐더러 심지어 그녀의 존재조차 사람들 눈에 드러나는 일이 없게 하였다. 마리아의 삶은 거룩하고 가장 값진 것이 무엇인지를, 무엇이 내 눈에 위대한 것인지를, 완덕의 길이 과연 무엇인지를 너희에게 명백하게 보여 준다. 마리아의 삶은 의로운 영혼들 곧 내가 선택한 영혼들이 정녕 누구인지를, 내가 세상에서 그들을 어떻게 대우하는지를 알려 준다. 십자가를 사랑하여라. 침묵과 겸손은 참으로 소중한 것이다. 세상의 허영을 경멸하되 세상으로부터 멸시받는 것을 기쁘게 받아들여라.
이런 까닭에 나는 나의 사랑하는 자녀들과 친구들이 세상으로부터는 아무런 영예도 박수갈채도 받지 못하게 한다. 간혹 그런 일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그들이 영광 받기를 원해서나 쟁취하려고 애썼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언제나 겸손하게 살며 내 가르침과 섭리에 온전히 의탁했기 때문에 내가 허락한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영혼들은 예수와 마리아가 살아낸 그 삶과 가르침을 진심으로 따르고 구한다. 그들은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바로 그것이 그 자체로서나 그들 자신에게나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인 줄을 잘 알고 있다."
하느님께서 섭리하신 삼 년의 시간이 다 차자 요야킴과 안나는 마리아를 성전에 봉헌하기 위해 몇몇 친지들과 함께 예루살렘으로 올라갔습니다. 예루살렘에, 성전에 가까워질수록 사랑하는 임의 향기는 강하게 풍겨왔고 그 향유 내음은 마리아의 마음을 온통 들뜨게 하였습니다. (아가 1,3-4) 하느님의 살아 있는 계약 궤를 예루살렘 성전에 모시기 위한 행렬은 겉으로 보기에는 소박하고 단출했지만, 사실 하늘에는 마리아의 수호 천사 말고도 무수히 많은 천사들이 따르고 있었습니다. 마리아를 성전에 봉헌하는 그날은 하늘에서는 아주 기쁜 축제의 날이었기에, 하늘에 있는 천사들이 모두 땅에 내려와 나자렛에서 예루살렘까지 찬미 노래를 부르며 마리아와 함께하였던 것입니다. 마리아는 천사들을 볼 수 있었고 노랫소리도 들을 수 있었지만 요야킴과 안나에게는 이 기쁜 축제 행렬이 감추어져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깊은 평화와 위로의 은총을 가득히 받았고 마음만은 평안하였습니다.
안나는 마리아의 손을 잡고 성전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요야킴도 그 옆에 함께 있었습니다. 세 사람은 모두 한마음으로 주님께 오랫동안 기도를 드렸습니다. 안나와 요야킴으로서는 하나뿐인 딸을 봉헌하는 것이고, 마리아로서는 겸손하게 자기 자신을 바치는 희생 제사였습니다. 마리아는 자신이 봉헌 제물로서 하느님 앞에 들려 올려지는 것을 체험했고, 하느님께서 자신을 기쁘게 받아 주신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 순간, 어떤 빛이 성전을 가득 채우더니 성전 안이 온통 환해졌는데, 거기서 마리아는 이같이 말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오너라, 나의 정배여! 너 나의 사랑아, 어서 들어오너라. 내 이곳에서 너의 찬미 노래를, 내 집에서 너의 아리따운 목소리를 듣게 해 다오."
기도가 끝나자 안나와 요야킴은 일어나서 사제에게로 갔습니다. 그들은 사랑스러운 딸아이를 사제 앞에 보여 주었고, 사제는 그들을 위한 축복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런 다음 세 사람은 모두 손을 잡고서 성전 안쪽에 마련된 어느 방 안으로 들어갔는데, 거기에는 나이 어린 여자아이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성전 안의 처녀들은 혼인 적령기가 찰 때까지 함께 그곳에서 하느님을 경외하며 은수자처럼 살았습니다. 유다 왕국의 왕의 후손들 또는 사제 가문인 레위 지파의 후손들 중 맏딸인 이들만이 그곳에서 봉헌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 방의 입구에는 위쪽으로 열다섯 계단이 나 있었는데, 또 다른 사제들이 그 위쪽에서 마리아를 맞으러 나왔습니다. 마리아를 이끌고 있던 사제는 계단을 하나만 올라가더니 멈추어 서서 뒤돌아보며 안나와 요야킴에게, 이제 여기서 딸아이와 작별해야 한다고 일러 주었습니다. 마리아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어머니와 아버지의 손에 입 맞춤을 하며 축복을 청하였습니다. 안나와 요야킴은 눈물을 흘리며 마리아를 축복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하느님 사랑의 열정과 기쁨으로 가득 찬 마리아는 일어나서 뒤돌아보지도 않고 열다섯 계단을 혼자서 올라갔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어느 누구도 마리아에게서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나 부모와의 이별에서 오는 아픔이나 슬픔을 전혀 볼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마리아에게서 강인함과 어떤 위엄 같은 것이 서려 있는 것을 느끼고서 크게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안쪽에서 마중 나온 사제들은 마리아를 성전 처녀들이 머무는 방으로 데려갔습니다. 대사제 시메온은 다시 마리아를 성전 동정녀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여인들에게 데리고 갔는데, 그중에는 거룩한 예언자인 안나도 있었습니다. 예언자 안나는 마리아를 합당하게 보살피고 부양할 수 있도록 하느님의 뜻에 따라 이미 오래 전부터 은총으로 준비된 여인이었습니다. 그녀는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마리아를 책임지게 되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하느님의 어머니이며 모든 이들의 교사인 마리아를 자신의 제자로 삼을 수 있게 된 것은 예언자 안나의 거룩함과 성덕에 비추어 볼 때 합당한 기쁨과 영광이기도 하였습니다.
요야킴과 안나는 텅 빈 가슴을 안고 나자렛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들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하느님께서 용기와 위로를 주셨습니다. 대사제 시메온은 마리아의 비밀을 알지는 못했지만 마리아가 주님께서 특별히 선택하신 거룩한 아이라는 사실은 하느님께서 주신 빛 덕분에 알 수 있었습니다. 다른 사제들도 마리아에게 이유를 알 수 없는 경외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마리아가 동정녀들의 방으로 나 있는 계단을 올라갔을 때 사실 야곱이 꿈에서 보았던 하늘에 이르는 층계와 하늘 문의 계시가 성취되었습니다. 야곱의 꿈속에서 하느님의 천사들이 층계를 오르내렸던 것처럼, 마리아를 동정녀의 방으로 맞이하기 위해 천사들이 그 계단을 오르내리며 마리아를 거들었기 때문입니다. 층계의 끝에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딸을, 당신의 신부를 맞으시려고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마리아는 사랑에서 오는 직감으로 이곳이 다름 아닌 하느님의 집이요 하늘의 문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창세 28,12,17)
대사제 시메온은 마리아를 예언자 안나에게 데리고 갔고, 마리아는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서 축복을 청했습니다. 자신이 행여 짐이 되거나 곤혹스럽게 여겨지더라도 너그러이 보아 주시고, 항상 훈계하고 깨우침을 주시어 바른길을 갈 수 있게 해 달라고 겸손하게 청했습니다. 예언자 안나는 마리아를 매우 기쁘게 맞아들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딸아, 이제 여기서는 나를 엄마처럼 여기고 믿고 따라라. 내가 너의 모든 교육을 책임지고 있으니, 내가 전심으로 너를 도울 것이다."
이어서 마리아는 그 방에 있는 성전 처녀들에게도 인사하였습니다. 마리아는 그들에게도 똑같은 겸손으로, 모두가 하나같이 자신보다 완덕의 길을 먼저 걸어간 선배들이니 형제애로써 가르침과 조언을 아끼지 말라고 청했습니다. 또 한없이 부족한 자신을 이처럼 거룩한 여인들의 모임에 함께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도 했습니다.
- 하느님의 신비로운 도성2/ 아그레다의 예수 마리아 수녀/ 아베마리아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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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내가 뽑은 이들, 내 영 안에 아로새겨진 이들이 세상의 박수갈채를 받는 것을 나는 원하지 않는다.
나는 사랑하는 내 영혼들에게 세상의 영광과 찬미를 그들의 노고에 대한 보상으로 주지 않는다.
그들은 실제로 자기들을 의롭게 하고 거룩하게 하는 분에게만 마땅히 드려야 할 사랑을 자기들을 의인과 성인으로 여기고 공경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존재와 생명을 주고 은총과 믿음 안에 굳건히 서 있을 수 있도록 빛을 주는 창조주는 오직 나, 너희 주 하느님이다.
참사랑은 하나이며 단순하고 나뉘지 않기에, 너희가 사랑해야 할 대상은, 너희가 바라보아야 할 대상은 단 하나뿐이다.
설령 누군가가 정당한 이유로 너희를 영예롭게 한다 하여도
그것에 대한 감사와 보답으로 그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보임으로써
오직 나, 주님께 향해야만 하는 사랑을 교란시키거나 분산시켜서는 안 된다.
나는 내 불변하는 거룩함을 온전히 다 소유한 마리아가 일생 동안 사람들로부터 어떠한 영광이나 외적인 영예도 받지 못하게 하여 너희 모두의 모범이 되게 한 것이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성모 마리아를 통해 세상에 주신 모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