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통영 여행 때 '봄날의 책방'에 들렀을 때 책 제목에 끌려서 구입한 책.
'세탁비는 이야기로 받습니다, 산복빨래방'
부산일보 기자 두 명과 피디 두 명이 산복도로 호천마을에 빨래방을 열면서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젊은 기자들과 피디가
관광지로서의 산복마을이 아니라 지역주민의 삶이 오롯이 남아 있는 역사로서 인식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무료빨래방을 연 것이지요.
그들이 6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산복도로에서 어머니, 아버님들과 웃고 떠들며 세탁비 대신 이야기를 받을 수 있었던 건,
부산일보의 과감한 결정 덕분이었지요.
풋내기 기자가 무료빨래방을 연다고 했을 때 선뜻 들어준 데스크의 선배기자들. 그리고 회사는 2000만원이라는 돈을 내놓았지요.
기업의 사회적 공헌이 대세라고 기사를 쓰는 언론사의 하나로서 부산일보도 사회적 공헌이 필요할 것 같았다는 결정.
지역의 신문사가 지역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지역에 투자하고 그 가치에 깊이 공감하고 참여하는 이야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는 그들...
읽는 내내 젊은 피가 느껴져 참 좋았습니다.
호천마을에 들어서서 폐가를 빨래방으로 개조하여 주민들과 어울리며 완전히 녹아들어
어머님, 아버님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자연스러워 좋았습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회삿돈을 썼지만 조회수는 얼마 안 된다고.
하지만 그 영상으로 인해 군대 간 손주가 할머니에게 안부전화를 하고
산복도로가 무슨 뜻인지도 몰랐던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고...
세상을 바꾸는 건 거대한 게 아니라는 느낀 책.
아, 이런 젊은이들이 있으니 참 흐뭇하고 대견하다 이런 생각도 들었지요.
부산 산복도로에 대해 많이 알게 된 책.
"내가 해야 할 일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잘못된 시스템을 파헤치고, 조명 받지 못한 곳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내가 지역 언론사에서 일하며 월급을 받고 기자라고 불리는 이유를 해가 지날수록 다양한 사람, 사건, 현장을 취재하면서 배웠다. 비록 세상이 모를지라도, 친구가 모를지라도, 세상을 뒤바꿀 특종이 아니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필요하고 절실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223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