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소설가는 엄마와 딸의 관계를 딱 두 가지라고 정의했다. “난 절대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는 애증의 관계이거나 “난 엄마처럼 살고 싶어”라는 존경과 신뢰의 관계라고. 딸 심정화 씨와 엄마 공혜영 씨는 부럽게도 전적으로 후자의 관계다. 엄마를 가장 존경한다는 딸, 딸의 말은 이유 불문하고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엄마. 이들 모녀는 집의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매 순간에 ‘열심’인 삶에 대한 태도까지도 꼭 닮았다.
Daughter’s Space
동서양 가구의 믹스 매치, 퓨전 하우스
심정화 씨는 아들과 딸을 한 명씩 둔 결혼 8년 차 주부다. 처녀 때는 ‘살림’의 ‘ㅅ’자도 제대로 몰랐지만 ‘살림 고수’인 어머니 어깨 너머로 기본기를 익히고, 약 2년 전 지금의 집으로 이사하면서 인테리어에 새롭게 눈떴다. 거실과 주방은 친정어머니의 영향으로 클래식 가구와 고가구를 매치했고, 침실은 로맨틱한 집을 꿈꾸는 신혼 초의 취향을 반영해 구입했던 여성스러운 서양 앤티크 가구로 꾸몄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물건 관리도 잘해서 결혼할 때 중학교 때 쓰던 콘솔을 갖고 온 것은 물론이고, 아직도 중학교 때부터 썼던 손거울을 사용할 정도다
소파 쪽에서 바라본 거실 모습
신혼 초 스타일이 담긴 침실
1 식탁 의자는 제각각이다. 바퀴달린 의자는 어릴때부터 친정에서 쓰던 것이고 라운드 등받이 의자는 이사가는 집이 버린걸 주워온 것.
2 거실 복도. 빨간 자개장이 집 전체의 포인트가 되었다.
mom’s Space
세월의 흔적 담긴 아늑한 집
어머니의 공간은 요즘 젊은 사람들의 집처럼 ‘매끈한’ 인테리어는 아니지만 따뜻하고 안정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모든 가구가 10년 전 또는 그 이전부터 자리를 지켜온 데서 풍기는 기운 때문이다. ‘세상에 태어난 모든 것들에는 의미가 있다. 내 집에 들어온 모든 것에도 나름대로의 생명이 있다’는 신조 때문에 가구나 소품 하나도 허투루 구입하는 일이 없고, 한 번 구입한 물건은 그 물건이 가장 빛나는 위치를 찾아주고 오래도록 깨끗하게 잘 관리한다. 버려진 가구나 소품도 어머니의 손을 거치면 그럴듯한 앤티크 소품이 되어서, 버린 사람이 뒤늦게 탐내서 다시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가사 도우미를 부른 적이 없고, 가족들의 반찬을 직접 만들고 집 안 청소며 식물 키우기에 심혈을 기울이는 등 집 안 구석구석을 관리하신다. 게다가 “화끈하고 재미있는 분”, “국회의원 나가도 될 정도로 폭넓은 인간관계를 가진 분”이라는 심정화 씨의 표현대로 밝고 에너지 넘치는 멋쟁이셨다
거실에서 본 주방 전경. 타원형 식탁을 중심으로 장식장 2개, 장식 선반 1개, 식탁 뒤로 동안 앤티크 함까지 뒀는데도 거실 창 쪽을 비운 덕에 복잡해 보이지 않는다
거실 전경. 배치나 소품 셋팅이 딸의 집과 흡사하다. 주방 등과 세트인 거실 등도 20여년 전에 구입한 것
1 현관에 들어서면 처음 마주하는 벽. 장식용 항아리의 색감과 그림의 색감을 맞췄다. 2 클래식한 콘솔 위에는 심플하고 힘있는 대형 액자를 매치했다.
기획 : 조민정 ㅣ 포토그래퍼 : 박재석 ㅣ레몬트리ㅣpatzzi육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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