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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서의 산-성주산 680m·충남 보령 밝고 깨끗하며 맑고 시원한 산 | ||||||||
‘성주산은 남쪽과 북쪽 두 산이 합쳐져 큰 골이 되었다. 산중이 평탄하여 개울과 산이 밝고 깨끗하며(溪山明淨) 물과 돌이 맑고 시원스럽다(水石蕭?)’. 조선조 숙종조 이중환이 택리지에 성주산에 관하여 쓴 구절이다.
또 성주산이 좋은 것은 시원한 서해 조망을 비롯한 충남 서해안 일대의 조망이 무척 좋은 점과, 성주산에 다녀가며 대천 해수욕장 등 서해안의 관광 휴양지에도 들를 수 있는 점이다. 얼마 전만 해도 성주산 일대에 석탄이 많아 석탄탄광으로도 유명했던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폐광되고 이제 아름다운 성주산과 성주사 유적, 그리고 서해안의 관광휴양명소들이 어우러져 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나와 칠현산에서 시작한 금북정맥은 겨우 겨우 백월산(청양-보령·624m)으로 이어진다. 백월산에서 금북정맥은 북으로 방향을 틀어 오서산쪽으로 나아간다. 또 백월산에서 산줄기 한 가닥이 성태산(청양-부여-보령·624m)~문봉산(부여-보령·633m)으로 이어진다. 산줄기는 문봉산에서 다시 두 가닥으로 갈라져 한 가닥은 바로 곁에 있는 성주산으로 솟은 다음 옥마산(보령·602m)~잔미산(보령·417m)으로 뻗는다. 문봉산에서 갈라진 나머지 한 가닥은 보령과 부여의 경계를 이루며 만수산(432m)으로 뻗고 더 나아가 아미산(639m), 월명산(544m)을 거쳐 옥녀봉(368m)으로 뻗는다. 만수산 서쪽 산자락 부여 외산땅에 매월당 김시습이 삶을 마쳤던 무량사가 있다. 그래서 무량사에는 매월당 자신이 그린 초상화와 그의 부도가 모셔져 있다. 백월산에서 금북정맥과 갈라선 이 산줄기는 보령 부여 일대에 큰 산덩어리를 이루고 있고, 이 산 무리의 맹주가 성주산인 것이다. 백운교에서 시작하여 끝낸 원점회귀산행 보령시에서 발간한 ‘관광보령의 명산을 찾아서’라는 책자에는 성주산의 산행길을 아홉 갈래로 소개하고 있다. 대전교원산악회 임원들은 성주산 산길 가운데 가장 짧은 길을 골라 백운사 길로 들어섰다. 겨울이 가까운 때여서 길가 감나무에 매달린 감은 모두 빨간 홍시가 되어 있었다. 백운사로 오르는 길은 심원동으로 오르는 포장길의 백운교에서 시작된다. 백운교를 건너면 한 가닥 길이 왼편 골짜기로 파고든다. 백운사까지 올라간 이 길은 차도 오를 수 있는 길이다. 백운사는 성주산 남서릉 남쪽 비탈에 있는 옛절로 해발 360m쯤 되는 자리에 있다.
무염 스님(성주산문 개조·낭혜화상)이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이 절은 성주산문의 수행도량이었다 한다. 창건 당시의 이름은 성주산의 옛 이름인 숭암산의 이름에서 숭암사라 했으나 절이 높은 곳에 있어서 늘 흰 구름 속에 있다 하여 백운사라 고쳐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임진왜란 때 성주사와 함께 이 절도 모두 불에 타버렸다. 새로 지은 건물이 작고 허술하지만 주변의 오래 된 느티나무가 이 절의 오랜 내력을 말해주고 있다. 백운사 스님은 산불예방을 이유로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 신분증을 보인 우리는 절 밖으로 나가 절 입구에 가까운 곳에서 산길로 들어섰다. 숲속을 지나는 길은 너덜길이고, 폐광터가 많았으며, 파낸 돌이 쌓인 곳도 많았다. 등성이에 올라서는 데 절에서 25분쯤 걸렸다.
613m봉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길은 심한 내리막인데다 오른편은 큰 폐광터여서 험하다. 폐광터는 조경을 하기는 했으나 아직은 흉한 모습이다. 왼편 먹방골의 넓은 폐광터에는 줄을 맞추어 심은 나무들이 제법 잘 크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잘록이에서 다시 오르는 길도 가파르지만 그 위는 노송이 어우러져 있고 억새밭인데다 벼랑 위여서 조망이 좋다. 억새밭 바로 위 삼거리에 안내판이 있다(문봉산 2.3km, 성주산 0.5km, 심원동 1.3km). 여기서 심원동으로 직접 내려가는 길이 있는 모양이다. 노송숲에서 고스락은 가깝다. 백운교에서 고스락까지 2시간 남짓 걸렸다. 성주산 고스락은 바위로 되어 있고 제법 넓다. 바로 옆에 날카롭게 솟은 바위도 있다. 고스락에서의 조망은 좋다. 바다가 보이고, 오서산과 월명산 등이 보이며, 보령시도 가까이에 있다. 35번 국도가 지나는 청라면은 바로 발아래에 있다. 맑은 날이면 계룡산(공주), 가야산(예산), 광덕산(온양)도 보일 것이다.
고스락 안내판에는 문봉산 1.8km, 옥마산 0.4km, 심원동(팻말에는 심연동이라 되어 있다) 1.8km로 되어 있는데, 옥마산 0.4km는 잘못된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점심을 먹고 문봉산쪽 등성이로 하산을 시작했다. 바위봉우리여서 벽을 이룬 곳에 밧줄이 매어져 있다. 벽을 내려서면 평범한 등성이가 이어진다. 고스락을 떠나 35분쯤 가면 중간 어림에 잘록이가 있다. 청라쪽 달치에서 올라온 길이 심원동으로 넘어가는 재다. 재의 이름이 지도에는 없으나 달재가 아닌가 싶다. 청라쪽 재 아래 마을이 달치이며, 마을 근처에 있는 저수지 이름도 월티저수지로 되어 있다. 청라면 소양리 일대 주민들이 이 재 너머로 달을 보기 때문에 달재(달티)라 불렀을 것으로 여겨진다. 재에서 오른편 심원동쪽으로 내려가면 바로 삼나무숲이 있고, 삼나무숲을 벗어나면 차가 다닐 수 있는 임도로 내려선다. 재에서 임도까지는 17분이 걸렸다. 임도를 10여 분쯤 내려가면 철망으로 된 문이 있고, 사방공사를 멋있게 해놓은 골짜기 입구가 오른편에 보인다. 여기서부터 포장길이 시작된다(문봉산 3.6km, 성주산 1.8km 안내판). 길은 곧 자동차 출입을 막는 쇠사슬을 지나고, 상수도 정수장과 심원 마을회관을 만나며 심원골로 들어가는 삼거리가 나선다. 심원골에서는 화장골 자연휴양림으로 넘어갈 수 있는 임도가 있다. 개울을 중심으로 각종 식당들이 늘어서 있고, 민박집과 상점 등도 있다. 달재에서 1시간쯤이면 산행들머리인 백운교에 이르게 된다. 글·사진 김정길 전북산사랑회 회장 # 명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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