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대청봉 동쪽 산자락에서 발원해 동해로 흐르는 물줄기, 둔전계곡. 계곡 이름은 둔전이지만 그 물길은 둔전리와 간곡리, 석교리를 품고 흐른다. 맑고 시원한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갈수록 계곡은 좁아지고 사람 손 타지 않은 자연이 여행자를 반긴다.
둔전계곡 절벽 아래 바위 사이로 물이 세차게 흐른다.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석교리 석교교에서 출발해 간곡리를 거쳐 둔전리 둔전저수지 아래 계곡까지 약 3.2km 시골길을 걷는다. 이 길은 설악산 대청봉 동쪽 산자락에서 흘러내린 물이 둔전저수지에서 모였다가 다시 흘러 둔전리와 간곡리, 석교리 등을 거쳐 동해로 흘러가는 약 8km의 물길 가운데 석교리, 간곡리, 둔전리의 물길 3.2km를 거슬러 올라가는 길이다.
내가 넓어 놀기 좋은 석교리
석교리 석교교 부근은 내가 넓고 냇물의 유속이 빠르지 않아 놀기 좋다. 아버지가 고무보트에 아이를 태우고 노는 모습이 보기 좋다. 젊은 남녀는 손바닥으로 물을 쳐서 물보라를 일으키며 논다. 개헤엄에 물장구치는 장난꾸러기 아이들 웃음소리가 냇가에 쨍쨍하다. 냇가 나무그늘에 앉아 아이들을 부르는 엄마 손에는 반쯤 먹다 남긴 옥수수가 들려 있다.
석교교 아래 그늘에서 햇볕을 피하며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냇물에 발을 담가보니 햇볕을 고스란히 받고 있는 데 비해 시원하다. 시냇가에 식당이 있어 유원지 분위기가 난다. 물에서 놀다가 나와 인근에 있는 영광정메밀국수에서 막국수 한 그릇을 먹고 간곡리로 향한다.
영광정메밀국수 옆에 포장된 좁은 도로가 있다. 그 길로 가면 간곡리다. 멀리 설악산 자락이 눈에 들어오고 푸른 논이 길 옆에 펼쳐진다. 조금 걷다 보면 삼거리가 나온다. 오른쪽 내리막길로 가면 간곡리 계곡과 만나게 된다.
석교교 아래로 계곡물이 흐른다.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석교교 부근 냇물. 내가 넓어 물놀이하기 좋다.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영광정메밀국수 앞에서 간곡리로 가는 길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양철지붕과 해바라기가 있는 풍경
석교리 시내는 폭이 넓고 잘 정비된 유원지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데 비해 간곡리 계곡은 그보다 좁다. 큰 나무그늘 아래 유모차가 보인다. 그 옆 돗자리 위에서 엄마와 아기가 낮잠을 잔다. 큰 아이와 아빠는 물에 몸을 담그고 물장난을 한다.
간곡교를 건너 좌회전해서 길을 따라 걷는다. 길은 계곡과 멀어지지만 숲 사이로 계곡이 보이기도 한다.
간곡리 계곡 물길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물길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계곡은 좁아지고, 사람 손을 덜 탄 자연스러운 계곡미를 보여준다.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길 아래로 계곡이 흐른다.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계곡 옆길을 따라 걷다가 만난 옛집과 해바라기가 있는 풍경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절벽 아래로 계곡물이 흐른다.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바위 절벽 위 숲이 계곡에 그늘을 드리웠다. 푸른 물줄기가 땀에 젖은 여행자를 유혹한다. 콸콸 흐르는 물소리만 들어도 속이 시원하다. 길이 없어 가볼 수 없는 경치는 멀리서 바라보는 비경으로 남는다. 간혹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오는데, 그런 길을 만나면 어김없이 물가로 내려가 땀을 씻으며 더위를 식힌다. 상류로 올라갈수록 숲이 깊고 물이 맑다. 그 안에 앉아 있으면 한가해서 행복하다. 이곳에서는 이렇게 쉬는 거다.
다시 길 위로 올라와서 상류 쪽으로 걷는다. 붉은 양철지붕 아래 노란 해바라기가 얼굴을 내밀었다. 어릴 적 뛰어놀던 시골 마을 같다.
푸른 계곡 푸른 물
길옆에 진전사지 삼층석탑이 있다. 진전사지는 8세기경 통일신라시대에 창건된 진전사가 있던 자리다. 우리나라 선종을 일으킨 도의선사가 은거했던 곳이며, 염거화상·보조선사 등 고승들을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삼국유사》를 지은 일연 스님이 이곳에서 출가했다고 전해진다.
국보 제122호 진전사지 삼층석탑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절터에는 국보 제122호로 지정된 삼층석탑이 남아 그 옛날 깨달음의 도량이었음을 알리고 있다. 탑 앞에서 잠시 쉬며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생각해본다. 석교교에서 간곡교까지 약 1km, 간곡교에서 진전사지까지 약 1.7km, 그리고 앞으로 가야 할 둔전저수지 아래 계곡까지는 500m쯤 남았다. 석교리나 간곡리까지는 사람들이 그나마 종종 찾아오지만 둔전리 계곡은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 사람의 발길이 뜸한 이곳은 그 옛날 첩첩산중 기암괴석이 웅장하게 들어선 계곡이었을 것이다.
둔전리 계곡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세차게 흐르는 물살이 가슴을 시원하게 적신다.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바위와 바위 사이로 작은 폭포가 만들어졌다.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둔전리 계곡 위에 둔전저수지가 있다.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석교리와 간곡리에서 들었던 것과 비교할 수 없는 통쾌한 물소리가 들린다. 계곡은 둔전리에서 더 계곡다워진다. 푸른 숲을 이고 선 절벽 아래 푸른 물이 흐른다. 바위 위 큰 여울을 지나는 물줄기가 하얗게 부서진다. 바위와 바위 사이를 비집고 떨어지는 물줄기가 크고 작은 폭포를 만든다. 그 아래 웅덩이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시퍼렇다. 청년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그 웅덩이로 뛰어든다.
거대한 바위 위에 서서 계곡을 내려다본다. 사람의 손때가 덜 묻은 숲과 계곡에서 원시 자연이 열리는 것을 오감으로 느낀다.
유의사항 ※ 위 정보는 2013년 8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