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감동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패배의 안쓰러움도 없습니다. 경기보다는 한 사람의 감정의 회오리와 그것을 벗어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코치의 말이 귀를 때립니다. 경기를 하려 온 거야, 쌈박질하러 온 거야? 경기에 임하는 선수는 일단 자신의 감정을 이겨내야 합니다. 전쟁에 임하는 장수가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면 승리하기 어렵습니다. 승리는 고사하고 그 장수 하나 때문에 많은 병사의 생명을 잃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 나라까지 위태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가 맡은 직책의 비중에 따라서 당할 손해와 위협이 크게 됩니다. 지도자는 그런 것을 고려하여 장수를 선발해 전장에 내보내야 합니다. 나라의 운명을 가를 수 있기 때문이지요.
다른 스포츠보다 특히 몸에 직접 가격을 하는 운동은 자칫 감정을 건드리고 쌓을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여겨집니다. 몸과 몸이 부딪치는 운동이 아니라면 그런 면에서는 안심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 몸에 상대방의 직접적인 타격이 가해지면 기분이 결코 좋을 수 없습니다. 물론 그런 감정을 이겨내고 단순히 스포츠다 생각하며 넘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런 운동을 하려는 사람은 우선 그 훈련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아마 그 운동을 오래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상대방에게도 해를 끼치기 쉽고 본인에게도 운동하기에는 적합지 않다는 주변의 비판을 받으리라 생각합니다.
소위 강심장이라고 말합니다. 규모가 큰 경기에 임하면 선수들이 위축되기 쉽습니다. 그 분위기에 흔들리면 본인의 평소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강심장이 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또 다른 면에서는 앞에서 말한 대로 상대방에 따라 감정에 휘둘릴 수 있기에 그에 좌우되어서는 안 됩니다. 강심장이 될 필요가 있습니다. 냉정하게 순간순간의 상황에 적응할 줄 알아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감정에 휩싸이면 소위 이성을 잃게 되고 경기의 흐름을 잃을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끌려갈 가능성이 크다는 말입니다. 그만큼 불리한 상황으로 끌려들어갈 것입니다. 이미 승리와는 거리가 멀게 됩니다. 크게 보면 스포츠 정신부터 익혀야 합니다.
운동경기라 해도 때로는 뜻하지 않은 사고도 날 수 있습니다. 물론 악의가 개입된 조작된 경기로 인하여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역시 돈이 개입되면 그런 일이 일어납니다. 그렇지 않다면 사고를 인정하고 개인적인 감정을 개입시켜서는 안 됩니다.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면 괜한 복수의 감정을 심게 됩니다. 그 감정을 안고서 스포츠를 해서는 안 됩니다. 스포츠를 모욕하는 일입니다. 사실 당하는 본인에게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남 이야기하듯 쉽게 말하지만 어려운 일임을 압니다. 그러나 과연 운동선수라면 그것을 이겨내야 선수로써 임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훈련 과정 속에 심리상담사가 동참하는 것도 일리가 있는 일입니다.
펜싱이 좀 날렵한 감이 있다면 검도는 어쩐지 무거운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그들의 예리한 눈빛은 탈 속에서도 빛납니다. 사실 그 옛날 살인의 무기였습니다. 죽느냐 사느냐 결정을 내는 일입니다. 그것이 스포츠로 진화한 것입니다. 그러니 상대방의 급소를 향하여 겨냥하는 칼끝이 매서울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도 훈련 과정 속에서 ‘재우’의 아버지는 사고를 당한 모양입니다. 그리고 자리를 떠나서 한참 후 시신으로 돌아왔습니다. 재우는 당시의 상대가 ‘황태수’였다는 것을 기억합니다. 어머니의 간절한 말림도 거부하고 그 길을 그대로 갑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와 마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직은 대응할 실력이 되지 않습니다. 더구나 감정이 앞서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는 넘을 수 없습니다. 볼 때마다 속에서 솟아나는 복수심을 이겨내지 못하고 훈련장에서까지 표출합니다. 코치의 불같은 호령도 미치지 못합니다. 어느 날 둘이서 마주한 기회가 닥쳤습니다. 재우는 사정없이 밀어붙여 태수를 마구 쳐댑니다. 그런데 태수가 전혀 반응하지 않고 가격하는 대로 피범벅이 되도록 맞습니다. 결국 동료들에 의해 둘은 격리됩니다. 행방불명되었던 아버지의 시신이 발견되고 장례식이 치러집니다. 재우는 장례식에 참석하고 그곳에서 참석한 감독을 만납니다. 아버지와 잘 아는 사이였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재우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식을 마치며 재우에게 한 마디 남기고 떠납니다. 선택은 네가 하는 거라고.
한적한 산골, 검도훈련장만 있습니다. 훈련생들의 기합소리만 힘차게 주변을 울립니다. 중심은 재우와 태수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사실 재우의 성장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선수로의 성장기 말입니다. 몸의 훈련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마음부터 수련할 필요가 있음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참 실력자는 결국 훈련과 연습의 결과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냥 되는 일이 아니지요. 어떤 종류의 운동을 이야기해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물론 재능이 있어야 하겠지만 재능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갈고 닦지 아니하면 소용없는 것입니다. 보석처럼 연마하여 빛을 내게 만들어야 합니다. 영화 ‘만분의 일초’(IRON MASK)를 보았습니다.
첫댓글 보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