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25일 성 야고보 사도 축일
-조재형 신부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서랍장의 손잡이가 떨어져서 ‘순간접착제’로 붙여 보려고 하였습니다. 성격이 급하다보니 접착제가 손가락에 묻었습니다. 떨어진 손잡이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고, 손에 묻은 접착제를 떼어내려고 하였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하니 저 같은 분들이 많았는지 손에 묻은 접착제를 떼어내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었습니다. ‘식용유, 소금, 마가린, 세제, 비누, 아세톤’을 이용하는 방법들이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하려면 일회용 장갑을 끼고 하는 것이 쉽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손에 묻은 순간접착제는 불편하기 때문에 빨리 떼어내야 하지만 가족과 친구 그리고 연인의 관계는 순간접착제로 붙이듯이 계속 끈끈하게 이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지 않아도 ‘관계’에 금이 가고 때로는 돌이킬 수 없이 멀어지기도 합니다.
우리의 관계를 멀어지게 하는 것 중에는 ‘오해’가 있습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성지순례를 다녀와서 ‘소감’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저는 ‘파란 늑대와 검은 늑대’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가 감사와 찬미를 드렸으면 좋은 열매를 맺는 성지순례가 되었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불평과 비난이 함께했으면 나쁜 열매를 맺는 성지순례가 되었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제가 원하지 않았지만 불평과 비난의 마음이 있었던 분들 중에는 제가 그분들을 향해서 글을 썼다고 오해 하였습니다. 오해가 풀려서 웃음으로 만났지만 처음에는 저도 좀 놀랐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부르셨고, 3년 동안 함께 생활하셨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들었고, 예수님께서 보여 주신 표징을 눈으로 보았습니다. 사람들이 예수님께서 보여 주시는 새로운 권위에 놀라는 것도 보았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부르심에 그물도 버리고, 배도 버리고, 가족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의 ‘관계’는 그 무엇으로도 떼어 놓을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예수님과 제자들의 관계도 ‘금’이 가고 말았습니다. 첫 번째는 ‘욕망’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요한과 야고보의 어머니는 두 아들을 데리고 예수님을 찾아가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스승님의 나라에서 저의 이 두 아들이 하나는 스승님의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을 것이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욕망은 바벨탑과 같습니다. 그 욕망을 떨쳐 버리고 예수님과의 관계를 더욱 굳건하게 하는 것은 ‘겸손’입니다. 예수님께서는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재물에 대한 욕망, 권력에 대한 욕망, 명예에 대한 욕망은 우리를 하느님과 멀어지게 합니다. 오직 예수님께서 보여 주셨던 겸손의 길만이 우리를 하느님과 더욱 강하게 묶어 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두려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나 때문에 복음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에서 받을 상이 크다.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무엇을 마실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다 알고 계시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먼저 하느님의 뜻과 하느님의 의로움을 생각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잡혀가시자 모두 뿔뿔이 도망가고 말았습니다. ‘두려움’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반석’이라고 하였고, 그 위에 교회를 세운다고 했던 베드로도 3번이나 예수님을 모른다고 배반하였습니다. ‘두려움’ 때문입니다. 어둠을 이기는 것은 작은 불빛입니다. 두려움을 이기는 것은 오직 ‘성령’의 빛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두려움에 떨고 있던 제자들에게 ‘평화’를 빌어 주십니다. 그리고 ‘성령’을 받으라고 하셨습니다. 성령을 체험했던 제자들은 이제 용기를 내서 다시금 복음을 전하였습니다. 성령과 함께 하니 두려움은 ‘담대함’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성령의 이끄심으로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 그 무엇도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주 예수 그리스도와의 사랑을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환난도, 박해도, 칼도, 죽음도 우리를 주 예수 그리스도와의 사랑에서 끊어 놓을 수 없습니다.
오늘 축일로 지내는 야고보 사도는 ‘욕망’을버리고 ‘겸손’을 받아들였습니다. 성령의 이끄심으로 ‘두려움’을 버리고 ‘담대함’으로 무장하였습니다. 그리고 순교의 영광을 받아들였습니다. 왼손에는 겸손을 들고, 오른손에는 담대함을 들고 우리들 또한 복음을 전하는 사도가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온갖 환난을 겪어도 억눌리지 않고, 난관에 부딪혀도 절망하지 않으며, 박해를 받아도 버림받지 않고, 맞아 쓰러져도 멸망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예수님의 죽음을 몸에 짊어지고 다닙니다. 우리 몸에서 예수님의 생명도 드러나게 하려는 것입니다.”
[ 미주가톨릭평화신문 :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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