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날 팬으로서는 여러 모로 시즌 재개 이후 최악의 경기들이 연달아 나옴에 따라 이런 글을 쓸 기분도 딱히 안 나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그 와중에도 희망적 요소를 찾아본다면, 어제 경기에서는 아마도 사카의 메짤라 실험 성공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개인적인 예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르테타는 쟈카, 마리의 부상과 함께 왼발 빌드업의 필요성을 더 절실히 느꼈던 것 같고, 언젠가는 나올 사카 메짤라 카드를 다소 일찍 꺼낸 것으로 느껴진다. 일단 결과를 떠나 아르테타 감독은 사카의 재능을 상당히 다재다능하게 보고 있으며, 이러한 다재다능함에 향후 그를 메짤라로 키울 가능성 역시 높여주고 있는 것이다.
일단 사카가 메짤라를 구성할 시 예상했던 왼쪽 라인업은 오바-사카-티어니였는데 오늘 경기에서는 콜라가 대신 선발로 나온 점은 의외였다. 사카가 공격적으로 움직이는만큼 콜라의 오버래핑이 제한된 모습이었는데, 콜라의 예전 성향을 생각한다면 이 또한 어색한 구석이 있었다. 아무래도 전술적인 지시라고 밖에 볼 수가 없을텐데, 왼쪽 공격을 사카-오바 위주로 설정하고 상대적으로 지원이 부족한 페페 쪽에 베예린을 좀 더 올리는 대신 콜라는 밸런스를 위해 낮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전술적 움직임 자체만으로는 개인적으로 큰 성공이 아닌 듯 느껴졌다. 외질을 제외하고서도 세바-페페-베예린의 오른쪽 호흡은 여전히 어색했으며, 오바-사카 위주로 왼쪽을 풀어나가다보니 사카는 뛰어난 활약을 펼쳤으나, 반대로 오바메양은 윙으로서 희생하는 부분이 좀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밸런스적인 부분은 앞으로 아르테타도 몇 번의 실험을 더 거쳐 조정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단순히 사카 메짤라 롤에 충실해본다면, 그는 소위 말하는 아스날의 '덕배'가 될 자질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전술이해도 측면에서 1경기를 보고 평가하기는 이르다. 또한 중앙에서 요구되는 좀 더 전방위적인 움직임과 활동량, 수비가담은 여전히 발전이 요구된다. 그러나 1경기만으로도 입증한 것은 중앙과 측면을 넘나들 수 있는 유동성과 중앙에서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드리블 능력, 괜찮은 시야, 마지막으로 공간을 찾아 빠져나갔을 때 언제든 위협적일 수 있는 킥력이다. 굳이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의외로 주발이 아닌 오른발을 쓸 줄 안다는 점까지.
뿐만 아니라 예상 외로 같은 롤을 맡았던 반대편의 메짤라 세바요스와 비교했을 때도 사카가 우위를 점한 것이 사실이다. 세바요스는 오히려 이 포지션에 익숙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최근 좀 더 깊은 위치에서 뛰며 적응해서였을까, 오늘은 샤카만큼의 공격력이나 날카로움을 보여주지 못 했다. 페페가 스스로 필요없는 드리블로 상대에게 오히려 정비 타이밍을 주는 점, 베예린과 세바요스가 페페의 시간끌기동안 적절한 공간활용을 하지 못 하는 점, 단순 오른쪽 3명뿐만이 아니라 중앙에서 거점 역할을 하는 라카제트와 페페 간의 유기적 연결 역시 부족한 점 등 세바요스의 부진의 원인과 결과로서 맞물려있는 셈이다. 물론 사카가 잠시 스위칭으로 오른쪽 메짤라로 포지션을 옮긴 뒤 페페의 골이 나온 것은 단순 행운일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사카가 오른쪽으로 잠시 스위칭하는동안 오른쪽 공격이 살짝이나마 살아난 것은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첫 번째 실험인만큼 개선이 요구되는 부분 역시 많다. 오바-사카 간의 간소한 부분전술을 두 선수의 역량으로 말미암아 위협적인 모습을 만들어냈지만, 그 외 추가적으로 파생되는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어찌보면 둘 만의 부분전술로는 극히 단순한 패턴이기 때문이다. 티어니나 콜라 같은 풀백의 교란이 필요함은 물론이고, 라카제트, 은케티아 같은 중앙 공격수의 적극적인 더미 역할, 또는 왼쪽으로 몰렸을 때 반대편 페페나 세바요스의 적절한 위치선정을 통해 한번에 넘겨주는 식의 2차적인 루트 개선이 필요하다. 게다가 선수 구성 측면에서 아쉬운 점은 역시나 창의성이다. 아르테타에 의하면, 외질이 풀핏이 아니고, 세바요스 자리에서 외질도 딱히 잘 맞지는 않을 것 같기에 단순히 외질의 부재라고만은 칭하지 않겠지만서도, 전체적으로 현재의 아스날에는 중앙에서 좀 더 창의성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더 첨언하자면 중앙3미들 자원의 운동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단순한 활동량이 아니라, 상대 중앙과 맞부딪히고, 비비고, 경합을 이겨내고, 의도치않은 상황을 만들어내고, 세컨볼을 탈취하는 등의 기본적이자 필수적인 운동량의 문제다. 어린 앵두 역시 6번롤로 나와 어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는 했으나 이 선수는 볼을 점유하고 있을 때 넘어지며 피파울을 얻어내는데 능숙할뿐, 자신이 볼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에는 영향력이 낮아지는 선수다.
한편, 대다수의 아스날 팬들이 극대노 했을만한 레노의 부상 장면에 대해 잠시 언급하자면, 하고 싶은 말은 결국 하나다. "스포츠에서의 잘못은 빠르게 인정하고 진정성 있게 사과하자"
고의 여부, 과실 여부는 여기서 주된 논점이 아니다. 여긴 형사재판이 아니다. 무슨 법정 요건을 갖췄냐 안 갖췄냐에 따라 유죄, 무죄가 되는 사안이 아닌 것이다. 스포츠맨쉽과 동업자의 관점에서,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상대 선수가 부상을 입었다면, 고의와 과실 여부를 떠나, 자신의 잘못이며 상대에게 사과하는 것은 축구판의 기본 에티켓이 되어야한다. 정확한 전후 상황은 경기장 내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확실치 않지만, 피해 선수인 레노가 실려나가면서까지 손가락질을 했다는 것은 그가 상대로부터 전혀 존중심이나 동업자의식을 느끼지 못 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아르테타에게 후에 따로 사과했다고는 하나, 글쎄.. 함께 90분을 뛴 선수들이 먼저 그의 진정 어린 미안함을 느끼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당연하게도 이상한 정신을 가지지 않은 이상 그 상황에서 레노의 무릎을 아작내야지 라면서 들어갈 축구 선수는 사실상 없을 것이다. 무페이 역시 그런 점에서 자신의 고의가 없음을 항변하지만, 앞서 말했듯 축구 경기장은 그의 잘못을 재판하는 곳이 아니라, 함께 축구라는 스포츠를 하는 곳이며, 스포츠에는 가장 기본적인 도덕관념으로써 중세 기사도 정신에 기반한 스포츠맨쉽이라는 정신이 우선 통용되는 곳이다.
서로 경쟁하되, 상대방에 대한 예의는 필수이며, 레노를 비롯한 아스날 선수들은 무페이의 이런 점을 지적한 것이다. 결국 한 선수의 스포츠맨쉽 흠결은 경기가 끝난 후 그것을 참지 못한 귀엥두지의 보복으로까지 이어졌다. 여기서까지도 자신의 무죄(?)를 항변하며, 아스날 선수들의 반응을 그들의 '겸손 부족'으로 받아들인 무페이의 자기보호적 입장이 아쉬운 이유다.
물론 축구판에서의 스포츠맨쉽을 결여시키도록 진행하는 PL 심판들의 문제도 크다. 앳킨슨을 비롯해 많은 심판들, 이를 넘어 프리미어리그를 자랑스러워하는 현지 영국인들조차 프리미어리그만의 재미와 특수성으로 피지컬적인 과격한 경합을 꼽곤 한다. 과연 보는 재미는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같이 뛰는 22명의 프로선수들이 자기들간의 동업자 의식을 잃으면서까지 경쟁과 과격함이 우선시된다면, 그것이 바람직한 방향일까? 방향을 주도하는 것은 결국 90분동안 피치 위에서 직접 달리는 선수들과 심판의 몫이다.
첫댓글 확실히 오른쪽 창의력이 부족했던거 같아요. 왼쪽 공격 몇번 위협적이었던것 빼곤 매우 무딘 공격력이었습니다. 베예린을 적극적으로 오버래핑 시키는 것도 아니고, 중원에 머물게 하면서 유기적인 연계위주로 플레이시키든데 이것만으로는 페페 고립을 해결할 수 없는것 같네요. 어제 골장면에서 알 수 있듯이 페페는 그래도 공간 생기면 바로 스탯 적립해줄수있는 몇 안되는 아스날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현재 혼자서 그 공간을 만드는게 쉽지 않아보이고, 그런 능력을 갖춰야 더 성장 할 수 있겠죠.
그리고 라카제트는 이제 파괴력을 기대하기 힘들어보이네요...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최근 슈팅타이밍이 상당히 아쉽습니다...
레노는 할많하않...
사실 라카제트의 슈팅 타이밍은 최근의 문제는 아니긴 합니다ㅎ 정확히는 오바메양이 오면서 좀 더 비교될 수 밖에 없는 위치에 놓이게 됐는데 오바메양이 그만큼 간결하고 빠른 원터치 슈팅의 장인이기 때문이기도 하죠.
물론 슈팅을 잡아놓지 않고 원터치로 때릴 수록 정확도가 떨어지는 건 맞지만, 라카제트 정도의 킥력을 가진 스트라이커라면 좀 더 자기의 슈팅력을 믿을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결국에는 동급의 슈팅력을 가졌더라도 얼마나 예상치 못한, 막기 힘든 타이밍에 슈팅을 하느냐로 공격수의 급이 최소 한단계 이상 갈린다고 보거든요.
페페는 그런 면에서는 라카제트와 달리 본인의 슈팅력을 믿는 편인데, 얘는 좀 아쉬운게 전술적 고립도 있습니다만, 스스로 고립을 자처하는 모습도 종종 보입니다.
애초에 근처 동료 선수를 이용하는 능력에서는 또 라카제트와는 반대로 많이 부족한 듯 싶습니다 ㅠ
아스날에 전술이라는게 별로 느껴지지가 않는 경기였어요... 서로간의 호흡 보다는 개인의 능력으로 해결 할려는 느낌...
사카가 자기역할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역할이 전술로 성공 한거라기 보다는 개인 능력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티어니가 교체되서 들어오고 콜라보다 오히려 앞쪽에 나간것도 사실 이해가 안되고.. 공격적으로 콜라가 더 낫다고 봅니다.. 저돌적인 모습이...
윌록이랑 넬슨은 뭐... 할말이 없죠...
아르테타를 믿고 있기는 하지만.. 저 역시 뱅거시절의 추억이 많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아직은 많이 답답하네요...
일리있는 말씀입니다. 전술적으로 부족해서개인 능력으로 해결한다고 볼 수도 있겠고, 선수들의 전술이해도와 구현력이 떨어져서 그렇다고도 볼 수 있겠죠.
개인적으로는 후자라고 생각하는게 이미 아르테타는 아스날 첫 경기부터 노골적으로 원하는 전술 방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사카 쪽은 특히 전술적으로 괜찮은 성과였다고 봅니다. 물론 사카가 혼자 끌고가다 오른발 슈팅으로 골대 맞추는 장면처럼 전술 상관없이 능력적인 부분도 있으나, 그 외 사카에게 크로스 기회가 주어지는 과정을 보면 의외로 상당히 정형화되어 있습니다. 의도한 위치선정과 패스길이 저는 어느정도 느껴졌어요 ㅎ
@응무새 네 맞아요.. 아르테타가 전술가이냐? 라고 저한테 물어본다면 그렇다 라고 대답을 할거 같아요..
위에서 제가 아스날에 전술이 없다라고 쓴거는 응무새님이 말씀 하신대로.. 선수들이 전술 이해도, 구현력이 떨어지는거를 말씀드린거에요(지금 보니 제대로 이해 안되게 썼네요)
그리고 아르테타가 원하는 선수들로 판을 짜서 맞추면 충분히 전술적인 모습을 보여 줄수 있다고 봐요..
그런데 문제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죠... (쉽지 않죠) 크론케 아웃!
제발좀 전술 이해도가 높은 선수들이 나오면 좋겠네요 ㅠㅠ 그리고 기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