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통기타 座右銘
손가락이 안 보일 정도로 칠 거야!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지금 하는 꼴로 봐서 좌우명이 좀 부끄럽긴 하다. 내 손가락, 눈 좋은 내가 못 볼 수 없고, 내 눈에 안 보일 리가 없다. 현실적인 걸로 갈아치울까, 그래, 좌우명이 바뀌면 더 잘 칠지도 몰라, 이건 어떨까, 이왕 하는 거, 「디지도록 연습하자!」 아이고, 디지면 곤란하다. 그럼, 「기타 줄이 터질 때까지 쳐보자!」 의욕적인 말씀인데, 줄값이 만만치 않다. 이거도 좀 그렇다.
운동도 통기타도 반복연습이 없으면, 제자리걸음만 하다가 볼일 다 본다. 옆에 있던 기타가 답답한 모양이다. “그런 말은 다 압니다!” 녀석, 복습하는 셈 치고 듣고 있지 나서네! 그래서 궁리한 것은 연습하지 않고도, 잘 치는 방법은 없을까, 노래 제목만 떠올려도 AI가 알아서 척척 해주는 뭐 그런 거! 일찍이 그런 공상에 빠져 있을 때, 보다 못한 기타가 입을 삐죽거린다. “손 형, 손 안 대고 코 풀어 보슈!” 어쨌든 내 생각은 콩밭을 들락거리며 자유롭다. "좌우명아, 손가락이 너무 잘 보여서 미안하다!"
처음 통기타를 배우려 할 땐, 단순했다. TV에 나오는 기타리스트들은 그저 아래위로 치기만 했다. 기타는 저래 치는구나!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사실은 피아노였다. 알고 보니 만만한 악기가 아니었다. 우물정♯字 같은 것이 붙고, ♭자가 붙고, 너무 복잡했다. 학원도 어릴 때 학원이지, 늙은이는 거북해서 받지도 않는다. 핑계지만, 피아노는 비쌌고, 비좁아 둘 데가 없고, 연습한다고, 둥당 거리면 아래 윗집에서 민원 넣는다고 한다. 입문용 통기타야말로 저렴하고, 휴대에 좋고, 잘만 치면 박수도 받고, 조건이 아주 좋았다. 소박한 내 마음을 아는지, 복지관에 통기타반이 생겼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 복지관 만세다.
벌써 몇 년이 되었다. 한 동료는 부러운 듯, 그만큼 배웠으면 하산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한다. 대답이 궁해진다. 오래 배웠어도 어제다! 콩나물 대가리도 눈에 설고, 코드도 그렇고, 주법도 부진아 수준이다. 왼손 오른손은 협주가 아니라 따로국밥으로 잘 논다. 그렇게 배워도, 버벅대며 칠 수 있는 곡이 서너 곡뿐이다. 그것도 악보를 봐야 한다. 아이고, 생각 말자, 땀이 난다. 그때마다, 잘못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다리는 버스와 같다. 갈 길은 바쁜데, 버스는 오질 않고, 눈앞에 택시는 휙휙 지나가고, 택시를 탈까 말까 하다가도 기다린 게 아까워 주저앉은 상황이다. 무슨 회든 가입은 수월한 듯해도, 그간의 활동을 뒤로하고, 탈퇴하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어찌 되었든 따라가려면 매달려야 하는 수밖에 없다.
한심한 생각이 들 땐, 내가 음악에 소질은 있기나 있나, 그도 아니면, 남들이 하니까, 거름 지고 장 보러 간 것인가,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소질은커녕, 음악 근처에도 못 가본 게 사실이다. 국민학교(당시 명칭) 때부터 음악 시간이 체육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는 생각을 했다. 선생님 풍금 소리에 맞춰 입이 벌어지게 아이우에오를 몇 번 소리 지르고 나서, 노래를 불렀다. 우리 몇몇은 입만 달싹거렸다. 소리가 조금만 다르게 나면 용하게 콕 집어낸다. 우린 풍금 옆에 서지 않도록 조심조심했다. 시간 내내 긴장이다. 오선에 걸려있는 저 콩나물 대가리가 판지 솔인지, 밑에 줄에서 “도레미파솔라시도”하면서 세어봐야 알았다. 지금도 눈에 설어, 계명이 나오면 버쩍 언다. 이렇게 음악적 소양이 없는 사람이 기타 근처에서 얼씬거리고 있으니, 문제는 문제다.
그래도 강사님마다 알아듣게 지도해 주신다. 청개구리가 발전해서, 느림보 거북이가 되어 가고 있다. 내 딴에는 괄목할 만한 발전이다. “토끼야, 거북이가 간다. 언젠가는 손가락이 안 보일 정도로 칠 날이 있을 거다.” 그 소리에 귀 밝은 기타가 피식 웃는다. 어라, 야가 웃네! 내 딴엔 심각한데, 녀석은 의미 있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는 맨날 말로만 그래!” 한 마디 던진다. 양심이 뜨끔하다. 오랫동안 나를 보아 온 녀석이다. 나에 대해 뭘 모르겠나. 기타 말이 맞다. 바른말을 할 땐 듣고만 있어야 한다. 대꾸하면 변명이 된다. 기타 뒤통수를 힐끗 보기만 했다. 나도 모르게, 입안에서 나불거렸다. ’너도 내가 한번 돼 봐,‘ 끝. 2026.7.31.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