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약 사랑*** 나 어릴 적에 유난히 넘어지기를 잘했어요. 아마도 머릿속에 늘 엉뚱한 생각을 담고 다녀서 그랬을 거예요. 넘어져 무릎이 깨져 앙앙 울면 아버지는 빨간약부터 챙겨 들고 나오셨답니다. 눈물 먼저 닦아 주시고 그다음에는 가만히 끌어안아 주셨지요. 내 눈물이 멎기를 기다려 귀에 이렇게 속삭이곤 하셨어요. 흉이 남으면 안 된단다. 이쁜 숙녀 되려면 흉 안 지게 해야지. 아버지 눈에는 어린 딸내미가 그저 예쁘고 사랑스러우셨을 테고 조그만 멍 하나 흉 하나도 남지 않기를 바라셨을 거예요. 터진 무릎을 호호 불어가며 동그랗게 발라 주시던 아버지의 빨간약이 오늘 문득 그립습니다. 요즘에야 상처에 바르는 연고도 갖가지로 나오고 흉 안 지게 하는 연고도 흔하지만 나 어릴 적에는 빨간약이 비상약이었습니다. 상처에 빨간약을 바르고 나면 피가 맺힌 것 같아 더 쓰라리고 아파 보였지만 아버지는 모기가 물어 부풀어 오른 상처에도 동그랗게 빨간약을 발라주셨답니다. 딸들이라 흉이 남으면 안 된다며 얼마나 정성껏 발라주셨는지 몰라요. 그 시절에는 유난히 모기도 많았잖아요. 그래서 늘 다리에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는데요. 아버지가 정성껏 그려주신 동글동글 빨간 동그라미는 상처를 치유하는 데 아주 그만이었습니다. 정말 좋은 의사는 사랑이고 진짜 좋은 약도 사랑인 거잖아요. 아버지가 상처에 발라주시던 사랑의 빨간약이 오늘 문득 그립습니다. 아들이 그립고 보고 싶어 애틋한 내 마음에도 아버지의 빨간약이 위로가 될 것 같아요. 눈물겨운 드라마의 장면에서처럼 가슴에 빨간약을 들이붓지 않아도 아버지가 빨간 동그라미 하나만 그려주시면 한결 나을 것 같아요. 마음에도 흉이 남으면 안 된다며 동글동글 곱게 빨간 동그라미를 그려 주시겠지요. 그냥 가만히 끌어안아 주시면서 이렇게 중얼거리실지도 모릅니다. 내 딸 맘을 이렇게 아프게 하는 녀석이 대체 누구야? 출처 : 좋은생각, 노은의 ‘이병 엄마의 편지’ 중에서 詩와 음악 : 그대가 머문자리 http://cafe.daum.net/sara3040/
첫댓글 빨간약...어릴때 다치면 만병통치약처럼 많이 사용했었죠~저도 많이 발랐는데`ㅎㅎㅎ 좋은글에 머물다갑니다~
아름다운 아빠의 자화상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저도 많이 ..어린시절 생각나네요......
첫댓글 빨간약...어릴때 다치면 만병통치약처럼 많이 사용했었죠~저도 많이 발랐는데`ㅎㅎㅎ 좋은글에 머물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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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많이 ..어린시절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