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상품권 깡(할인)으로 장사하던 시절은 지났어요. 작년 추석때까지만 해도 명동 일대에 100여 개에 달했던 상품권 깡업체들이 대거 전업하고 지금은 20~30여 곳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서울 명동 사채시장에서 5년째 상품권 할인업을 전문으로 해온 C 모씨(55). 지난해 11월부터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빅3 백화점이 개인 신용카드로 상품권을 구입할 수 없도록 조치한 이후 사채에서 암거래되는 백화점 상품권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말한다.
이 조치 시행 후 두 달반이 지난 지금 상품권시장에 나타난 변화는 이 뿐만이 아니다. 대형 백화점에서 팔리는 상품권이 최대 30%까지 급감한 반면 신용카드로 살 수 있는 중소 백화점 상품권과 관광ㆍ도서ㆍ문화상품권 등 대체 상품은 판매실적이 꾸준히 늘고 있다.
■상품권 암시장 급격히 위축■
백화점업계에서는 지난해까지 이 같은 상품권 암시장 규모가 많게는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국내 백화점이 판매한 상품권총액(약 3조원) 대비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였다.
그러나 신용카드 매입을 금지한 이후 암시장 규모가 적게는 50%, 많게는 60~70%까지 줄었을 것으로 업계에서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백화점 이외 사채업자 등 제3자는 신용카드로 상품권을 살 수 없게 한 것이 암시장을 위축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
암시장으로 흘러나오는 물량이 줄어들면서 구둣방 인터넷몰 등에서 음성 거래되는 상품권 값은 2~3% 정도 뛰었다. 지난해 추석 때에 비해 2000~3000원 정도 오른 값이다.
암시장 상품권 값이 정상가에 근접하자 백화점들이 설 추석 등 명절특판(단체 선물) 때 대량 구매고객에게 상품권을 5~6% 정도 할인해주던 관행도 거의 사라졌다.
■상품권 판매도 부진■
신용카드 결제 금지에다 소비위축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말부터 상품권 판매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 12월 두 달 동안 상품권 판매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롯데 11%, 신세계는 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객 사은용으로 증정한 부분을 빼면 실제 감소율은 롯데 31%,신세계 26%, 현대는 21%에 달한다.
이에 따라 빅3 상품권 판매실적은 2000년 1조895억원에서 2001년 1조8926억원으로 73% 급신장했으나 지난해에는 2조2342억원으로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신용카드 매입금지로 직접 타격을 입은 PP카드(결제액만큼 한도가 줄어드는 상품권)는 지난해 11~12월 판매실적이 롯데는 96%,신세계 95%,현대는 88%나 급감했다.
이에 따라 전체 상품권 판매액 가운데 30~40%에 달했던 PP카드 비중이 지금은 3~5%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종전 PP카드는 개인 신용카드로 1인당 50만원 한도에서 구입할 수 있었으나 지난해 11월부터는 종이 상품권과 똑같이 현금 구입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빅3와 달리 1인당 100만원 한도에서 신용카드 상품권 판매를 계속 허용하고 있는 삼성 플라자(4%) 애경(7.1%) 등 중소형 백화점은 소폭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 백화점은 물론 호텔 골프장 스키장 등에서도 두루 쓸 수 있는 국민관광상품권 판매액이 2001년 300억원에서 지난해 1400억원으로 5배가까이 급신장하는 등 선물 대체상품이 반사이익을 누렸다.
롯데 백화점 관계자는 "상품권 판매부진으로 영업에 일부 타격을 입었지만 상품권 값이 제자리를 찾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더 크다"며 "신용카드 매입은 앞으로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