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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모임이 그렇듯이 회장, 총무가 늘 신경 쓰는 것은 참석자다. 적으면 단출하고 오붓해서 좋기는 하지만 우리 고우회의 친목과 발전을 위해서는 참석자가 20명은 넘어야 적당하다. 서로 간에 나누는 대화도 다양하고, 또 다른 동창들의 소식도 자연스럽게 전해 듣기도하며, 두 세 그룹으로 나뉘어져 산을 올라도 괜찮다. 구파발에서 모이면 대체로 출석률이 저조했고 더구나 빨리 찾아온 더위에 많이 빠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 속에 집을 나섰으나 15명에 두 분의 경동 여고생이 참석하여 순조로운 출발인 것 같다. 송추계곡입구까지 어렵게 모였다. 구파발에 모인 주력부대는 운행하는 주말맞춤버스를 탄 후 산성입구에서 송추까지 운행하는 버스를 갈아탔다. 산성입구에서 우리친구들이 다 같이 못 타고 분산될 것 같아 가슴 조렸으나 다행히 한 버스에 다 탈 수 있었다. 상묵이는 구파발이 아닌 곳에서 버스를 탔지만 공교롭게도 우리가 환승한 버스에 타고 있었다. 동준이는 집이 의정부라 별도로 출발했고, 기창이는 어부인께서 손수 모셔다 주웠는데 모두들 도착시간을 10시 30분으로 절묘하게 맞추었다. 송추계곡입구에 모여 동준이가 준비해온 캐나다산 녹용과 몸에 좋다는 온갖 약재를 섞어 만든 보양탕(?)을 한 봉지씩 나누워 마시고 오봉매표소로 향한다. 대부분 2주일 만에 보는 친구들이지만 한 달 만에 나온 친구들도 많아 그 동안 어찌 지냈는지 안부를 묻고 변한 것은 없는지 확인하기에 서로 바쁘다. 한여름으로 치닫고 있는 7월 초의 녹색의 숲은 우리에게 쾌적함을 준다. 무성한 나뭇잎은 다채로운 녹색의 아름다움을 주며 신갈나무, 떡갈나무 등 활엽수에서는 내려쬐는 햇살에 푸르름을 더하고 윤기가 돈다. 한 걸음 한 걸음 오를 때마다 이름을 모르는 풀과 나무들은 우리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자연의 신비와 변화는 항상 같은 것 같지만 모르는 사이에 성큼 다가와 우리를 놀라게 한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앙상한 가지에 언제 잎이 돋을까, 말라비틀어지고 눈 속에 묻혀있던 풀이 다시 자랄까 했지만 세월과 함께 어김없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준다. 서울의 근교 북한산과 도봉산은 사시사철 우리 곁에서 아름다움과 건강한 활력소를 준다. 울창하지는 않지만 우리에게 그늘을 주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걷는 흙길은 편안함과 부드러움을 느끼고, 바위를 탄다든가 줄을 잡고 오르는 가파른 길에선 딱딱함과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고 또 그것을 즐기기도 한다.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도 즐겨 찾는 서울 근교의 삼각산은 우리뿐만 아니라 전 국민 모두에게 친근하고 사랑받는다. 그래서 요즈음에는 부산, 대구, 광주에서도 삼각산의 아름다움과 등산의 즐거움을 찾아 많이 온다고 한다. 휴일에는 명동의 인파보다 더 많은 등산객으로 북한산이 몸살을 앓고 나무들은 신음한다. 산 속에 들어오면 도심보다 최소한 5~6도 정도 낮게 느낀다. 산을 가득채운 나무는 우리에게 그늘을 주고 산소를 공급해주는 것 말고도 스스로를 보호하기위해 항균물질인 피톤치드, 테르펜, 음이온을 내뿜는다. 이러한 항균물질은 사람들의 자율신경을 조절하고 피를 잘 돌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한다. 사람에게는 스트레스 완화, 피로회복, 인체면역기능 강화, 집중력 상승 등에 효과가 있으며 항균 작용을 하여 유해물질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다. 산을 자주 찾아 산림욕을 장기적으로 하면 스트레스 해소와 심폐기능강화 효과를 가져와 몸과 마음이 가뿐해지는 이유다. 특히 5월에서 8월까지 그리고 오전 10시에서 오후 3시 정도 사이에 피톤치드나 음이온을 내뿜는 양이가 가장 많다고 한다. 그래서 등산은 자연이 주는 보약이요 건강촉진제다.
매봉매표소를 지나 숲에 들어오니 싱그러운 풀내음과 며칠 전 비로 말랑말랑 해진 흙길에서 올라오는 흙내음이 몸을 쾌적하게 해준다. 등산로가 그렇듯이 오르락내리락, 꾸불꾸불, 울퉁불퉁, 쉽게 오르도록 나있지 않다. 흐르는 땀을 훔치며 두 다리를 바삐 움직이니 숲을 지나고 넓은 전망바위에 이른다. 시야는 좋지 않더라도 전망 좋은 곳에서는 뒤도 돌아보고 산세도 둘러보는 여유를 가져야 하는데 잿밥에 더 신경을 써 막걸리 한 모금, 간식 먹을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오르는 중간 중간에 등산로를 정비하기 위해 실어 나른 돌덩이와 목재들이 드문드문 쌓여 있고 가끔은 길을 통째로 막아 놓은 곳도 있다. 지자제가 본격화 되면서 인공적으로 등산로를 넓히거나 계단을 만들어 이용자의 편의를 제공하고 많은 관광객을 끌어드리기는 했다. 그러한 일들이 진정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것인지, 아니면 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아닌지, 한편으로는 지자체장의 생색내기 사업이라는 생각도 든다. 산을 오르기 시작한지 불과 한 시간 만에 여성봉에 도착한다. 전에도 몇 차례 와본 곳인데 조금은 변한 듯하다. 여성봉에 왔으면 정상에 올라 오봉도 바라보고 송추계곡, 사패산, 도봉의 주봉인 자운봉을 이루는 각양각색으로 배치된 기암괴석도 감상해야한다. 춘상, 정배부부만 여성봉 정상에 오르고 나머지 친구들은 막걸리를 마시며, 어서 빨리 내려가 뒤풀이 시간을 오래 갖자고 한다. 여성봉이 있으면 근처에 남성봉이나 남근봉이 있을 법도 한데 그 누구한테도 그런 것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왜 여성봉이라고 불리는지 한번 보기만하면 금방 알 수 있다. 여인의 허벅지 모습이다. 양쪽 바위의 곡선이 그렇고 골짜기를 이룬 모습이 그 무엇과 너무도 닮았다. 산에 다니다 보면 이상한 이름의 산이나 바위를 보게 되는데 이름을 참 잘도 지었다고 늘 감탄한다. 오봉을 오르기 직전에 간식을 해치우고 캐나다 관광기념으로 샀다는 볼펜과 걸고리(카라비너)를 선물로 받는다. 모양도 괜찮고 기능도 좋을 것 같은데 스프링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고 하여 보니 원산지가 중국이다. 동준이가 고민 끝에 고른 것이지만 생각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들도 있으니 고우 친구들을 생각하는 고마운 마음이나 듬뿍 받아야 할 것 같다. 오봉에 올라 보니 커다란 바위위에 또 하나의 바위를 얹혀 놓은 듯 자연의 조화가 신기하기만하다. 정상에서 4개봉을 배경으로 증명사진 한 장, 정상 주 막걸리 한 모금씩을 하고 송추계곡으로 향한다. 이쪽 길은 공사가 마무리된 구간이 많아 훨씬 편하고 빠르게 내려 올 수 있다. 오봉에서 2k 남짓 숲길을 따라 내려오니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들린다. 먼저 만나는 위쪽의 폭포는 그리 높지 않아도 물이 많고, 소리도 커서 제법 웅장한 느낌을 준다. 떨어지는 물소리에 가슴이 탁 트이는 상쾌함을 느끼며 가슴속까지 시원해진다. 며칠 전에 내린 비로 수량이 불어난 탓일 게다. 아래쪽의 폭포는 두 줄기의 쌍폭포로 그럴싸한 그림을 만들고 있다. 계곡 안쪽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밧줄로 선을 쳐 놓았고 폭포 위아래에서는 국립공단관리소 직원들이 탁족이나 알탕을 하는 몰염치한 사람들을 감시하고 있다. 사실 여름산행에서 가장 기다리는 것이 시원한 계곡물에 뜨거워진 발을 물에 담그고 몸을 식히는 즐거움이다. 지나친 통제는 편법, 불법인 줄 알면서도 그 감시망을 뚫고 나만은 예외다하는 스릴을 즐기는 뺀질이 등산객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송추매표소를 지나자마자 계곡을 끼고 음식점이 줄지어 이어져 있다. 먼저 온 친구들이 첫째 집에 배낭을 풀고 계곡에서 세수도 하고 발을 담그고 있다. 우리 친구들 중에서도 못 말리는 개구쟁이 같은 정배, 의균, 상묵, 춘식, 동준 등은 상의를 벗고 우람한 가슴을 뽐내고 있다. 심지어 몇몇 친구는 계곡물에 ‘풍덩’ 몸을 내던지고 있다. 환갑이 넘은 나이를 생각해서 제발 여인네들이 부러운 시선으로 힐끔힐끔 훔쳐보도록 유인하는 행동은 자제했으면 좋겠다. 차가운 계곡물로 땀을 씻고 시원한 맥주로 갈증을 풀고 오리백숙과 탕으로 지친 몸에 원기를 보충해 준다. 3주전에 딸의 혼사를 치루고 온 동준이가 고우회의 발전과 회원들의 지원에 감사하며 뒤풀이를 자청했다. 감사할 뿐이다. ‘모이자 고우회, 마시자 고우회, 위하여’를 외치고 5시에 뒤풀이를 끝낸다. 계곡을 따라 늘어선 음식점마다 물놀이 인파로 가득하고 주차장마다 만원이다. 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했고 오후 늧은 시간임에도 오르는 차들이 많아 엉키고 차는 꿈적도 안 한다. 식당에서 내준 차를 타고 버스 정류장까지 가기로 했지만 걷는 것이 더 빠르다. 여기서도 구파발 쪽 차들은 일렬로 서서 더디게 움직이고 있다. 대부분 의정부 쪽으로 먼저 출발했고 일산으로 가는 박 총무만 구파발로 향한다. 의정부역에 도착하니 다들 먼저 떠났고 정배친구의 부인만 낭군과 동행하고자 입구에서 기다린다고 한다. 의정부까지 왔으니 입가심으로 생맥주 한 조끼씩은 해야 한다는 동준이의 유혹에 술을 마다하지 않는 춘성, 의균, 춘식과 나를 포함 5명이 자리를 옮긴다. 정배는 자리를 함께 하고 싶은 눈치이지만 승강장 입구에서 손짓하는 부인의 요청에 못 이겨 “지금부터 술을 끊는다. 오늘은!”이라는 말을 남기고 에스카레이타에 오른다. 서울이었으면 분명 합석했겠지만 멀리 의정부까지 왔으니 어부인을 모시고 가는 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한 시간여, 다섯 명이 맥주잔을 앞에 놓고 오늘의 여성봉, 오봉, 송추계곡 산행을 되새기며 코스 좋았고, 여성봉, 오봉의 모습 즐겁게 보았고, 계곡물의 탁족 끝내주었고, 물가에서 먹는 오리백숙 맛있었고, 마지막까지 오봉을 상징하는 다섯 명이 모여 산행을 마무리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며 7월 첫 주 고우산행을 마친다. 송추유원지 입구 1k 매표소 2k 여성봉 1.2k 오봉 0.7k 갈림길 1.6k 송추계곡 0.9k 송추매표소 1k 송추유원지 입구 - 총 8.4Km, 3시간 30분 소요. 참석해주신 친구들 감사합니다. 2년전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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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참 부럽습니다 그 유창한 글 솜씨. 다시 한번 다녀온 느낌입니다.
있지요, 무명봉에서 언제 부터인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 여성봉이라 굳어진 이름 이전 부터, 도봉 신선대 옆에 柱峰이 있는데 인수봉,노적봉,선인봉에 비해 턱없이 작지만 서울 근교 암벽등반 코스중에 가장 그레이드가 높아 이곳 훈련을 마치면 거의 지도자급 수준이 되던 곳 입니다. 모양새가 틀림없는 남성적 입니다. 오봉의 기기묘묘 세계적 자태는, 주봉과 여성봉 가끔 만나 노니는 테이트 장소가 된 셈이구요!
울 성님들,,화이팅!!!!!!!!!!!!!!추서기 회장 성님,,내가 댕겨온것같습니다..감사합니다..
좋은 산행 생생하구먼유..
고우회장님의 섬세한 글 솜씨로 인해 산행의 아기자기함이 생생하게~~~~~~~~ 앉아서 산행 한번 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