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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희
필리핀 바나나가 독성 농약에 절어 있다는 필리핀 농민의 제보로 일본에서는 필리핀 바나나의 수입이 급감했고, 그 물량이 한국에 대신 들어오면서 국내 바나나값이 싸졌다는 글이 인터넷상에 퍼졌다. 원본 글은 최열의 2003년도 <우리 환경 이야기 1>이다.
그런데 정책상 바나나 수입금지가 풀려서 그렇지, 일본 갈 물량이 대신 흘러들어와서 가격이 폭락했다는 건 거짓이라는 흑과장의 글이 다시 올라왔다.
문제의 핵심은 두 가지다. ‘일본 가던 필리핀 바나나가 한국으로 대신 왔나’와 ‘바나나에 농약이 많은가’. 그리고 상당수의 독자가 궁금한 사항은 ‘한국에서 팔리는 바나나에 정말 농약이 많은가’일 것이다.
흑과장의 글은 ‘일본이 안 먹는 바나나가 한국으로 대신 온 것이 아니다. 일본의 필리핀 바나나 수입이 줄지도 않았다. 한국의 바나나 수입 물량이 늘어나서 바나나 값이 내려간 것뿐이다.’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 부분은 흑과장의 논리가 맞다. 한편 ‘우리가 먹는 바나나에 농약이 많은가’라는 부분은 일본 토스 여부와 무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바나나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던 것일까.
필리핀 바나나 농약의 독성 문제는 사실이다.
DBCP(dibromochloropropane)라는 살충제가 있다. 암과 불임 등을 일으켜 1979년에 미국에서, 1980년에 필리핀에서 사용 금지되었는데, 최소한 1986년까지 필리핀에서는 쓰이고 있었다. 다우케미컬, 쉘오일, 옥시덴탈케미컬이 이 살충제를 만들어 돌푸드, 델몬트, 치키타에 팔았고, 이 식품회사들은 필리핀 외 여러 국가에서 이 살충제를 뿌렸다. 1993년 16,000명 이상의 바나나 플랜테이션 노동자들이 불임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미국 텍사스에서 소송을 냈다. 이 노동자들의 검사 결과 약 80%의 사람들이 정자 수가 0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1997년 다우, 쉘, 옥시덴탈에게 4천1백만 달러의 배상금을 내라는 결정이 났다.
19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 일본에서 수입산 농산물의 농약 문제가 큰 이슈가 되었다. 일본 시민단체 ‘자손기금’에서 미국, 호주, 필리핀, 코스타리카 등에서 수출용 농산물에 수확 후 방부제, 살충제를 대량살포하는 영상을 촬영해서 공개했고,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바나나 플랜테이션에서 깃발을 흔들어 비행기에 농약 뿌릴 위치를 알려주는 것도 확인된 사실이다. (이 영상을 촬영했던 고와카 준이치씨가 며칠 전 내한해서 정황을 들을 수 있었다.)
바나나의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방부제나 살균제는 계속 사용되고 있다. 수입 유기농 바나나에서도 역시 잔류농약이 검출된다. 수출국에의 재배는 ‘유기농’으로 이루어지지만, 유통 과정에서는 방부제나 살충제가 뿌려지기 때문이다.
바로 2014년, 무려 기준치의 90배의 잔류 농약이 검출된 바나나가 이마트에서 팔린 적이 있다. 신세계푸드에서 수입한
필리핀산 바나나에서 농약 이프로디온이 기준치 0.02ppm(1kg당 1mg)을 초과한 1.79ppm이 검출된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이마트 자체검사에서 통과되었는데, 경기보건환경연구원의 검사 결과 비로소 기준치가 초과하였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2015년 감사원의 감사 결과 식약처가 수입식품 검사절차를 무시하고 업체 측 보고만 믿은 채 관세청 통관자료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기준치 초과 농약이 검출된 바나나 2천5백 톤이 유통되고, 이 중 1천1백 톤은 회수되지 않은 채 팔려나갔다.
바나나뿐 아니라, 필리핀산뿐 아니라, 모든 수입 식품에서 잔류 농약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면 앞서 링크했던 최열의 글에서 사실과 다른 점을 짚어보자.
“필리핀 여성이 일본 소비자 단체에 보낸 편지가 일본에서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지”
아니다. 그런 편지 받은 적 없다고 한다.
“굉장히 큰 바나나가 열리는 미국의 개량종을 심었단다”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캐번디쉬 품종은 영국 다비셔의 채츠워스 저택 온실에서 개발되었다.
“농약에 저항력이 강한 사람의 혈액형이 O형이라는 것을 밝혀내고는 O형 혈액형을 가진 사람들을 골라서 깃발을 흔들게 하고 다시 농약을 뿌려 댄 거야.”
아니다. 터무니없는 말이다.
“1980년대에 일어난 일이야. 우리나라에서 갑자기 바나나가 팔리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때부터란다. 일본에서 바나나 소비가 갑자기 줄어드니까 그것을 다 우리나라에서 수입했기 때문이었지.”
아니다. 안타깝게도 일본의 바나나 소비는 많이 줄지 않았다. 당연히 우리 나라로 대신 온 것도 아니다.
“바나나를 따서 성장을 억제하는 농약을 푼 물에 담근 후 선풍기에 말려서 포장하고 수출하게 된단다. 이때 바나나에 뿌리는 농약이 ‘데믹’
데믹이 아니라 테믹이고, 테믹은 성장을 억제하는 농약이 아니라 살충제이다. 바나나에 성장을 억제하는 농약을 뿌려서 포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유독한 살충제를 뿌리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면 이번에는 흑과장의 글에서 사실과 다른 점을 짚어보자.
“1980년대”에 대한민국에서 유통되던 바나나는 두 종류뿐이었다. 하나는 제주도에서 재배하기 시작한 ‘국산’ 바나나다. 그리고 나머지는 군납업자들이 ‘나까마’로 빼돌려서 높은 마진에 불법으로 유통하던 물량이다. 이 두 가지 방식 외에 유통되는 바나나는 없었다.”
아니다. 1980년대에도 정식 수입되어 남한 시장에 유통되던 바나나가 있었다.
매일경제 1985년 5월4일 자 기사 중 발췌 “지난해 우리는 필리핀 정부의 요청에 따라 3백50만달러어치(7천톤)의 바나나를 저밀도 폴리에틸렌레진과 구상무역형식으로 수입했는데.. 올해 바나나 수입재개 요청에 고민”
동아일보 1987년 11월 23일 자 기사 중 발췌 “작년 수입액이 1백82만8천달러인 바나나는 올해 같은 기간 4백23만2천달러로 두 배가 넘었다.”
매일경제 1988년 4월 28일 자 기사 중 발췌 “올해 대만산 바나나 5천톤이 구상무역을 통해 수입, 판매된다.”
“후숙 시에 칼슘 카바이드(calcium carbide; 탄화칼슘)를 사용한다는 이야기 역시 현재는 근거가 없는 낭설이다.”
아니다. 현재에도 칼슘 카바이드는 저렴하므로 널리 쓰이고, 사용이 자주 적발된다. 한국 땅에서는 이 공정이 없을지 몰라도 한국에 들어오는 수입 과일의 원산지 국가에서는 여전히 쓰이고 있다. 관심을 놓을 수 없는 이유이다.
“에틸렌 가스 후숙 방식이 짧아도 5일, 길면 1주일가량 소요되는 데 비하여 칼슘 카바이드를 사용하면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후숙 공정이 완료되기까지 고작 4~5시간이면 끝난다.”
아니다. 칼슘 카바이드에서 생성되는 아세틸렌도 에틸렌과 마찬가지로 숙성 시작에만 24시간 걸리고, 총 후숙 과정이 에틸렌과 똑같이 4~7일 걸린다. 에틸렌과 같은 기전으로 숙성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바나나 농장에서도 헬기를 사용한 농약 살포를 하고 있다.”
아니다. 제주도의 바나나 농장은 전부 하우스 재배이며 (노지 재배는 오직 7~8월만 가능하다) 무농약/유기농 재배이고, 게다가 총면적이 1헥타아르(2014년 현재)밖에 되지 않는다. 가로세로 100m의 땅에 무슨 헬기로 농약을 살포하는가? 근거 없는 막말은 농약 없이 바나나를 재배하기 위해 땀 흘리는 제주도 농민에 대해서도 큰 실례다.
“90년대 초반 한국에 수입되는 바나나는 죄다 에콰도르산이었다.”
아니다. 필리핀, 대만, 말레이시아 등 다른 나라에서도 다양하게 수입되었다. 한겨레 1991년 2월 3일 자 기사 중 부분을 보면 “바나나 수입이 지난 1월 1일 자유화된 이후 한 달간 에콰도르에서 9천7백42톤, 필리핀에서 8천2백62톤, 말레이시아에서 1백63톤 등 모두 1만8천1백67톤이 수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기재되어 있다.
“괴담의 출처 글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달리 제주산 바나나도 여전히 유통되고 있고”
아니다. 문제의 글이 쓰일 당시인 2003년에는 수입산에 밀려 제주산 바나나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말이 맞는 이야기였다. 1998년부터 2005년까지는 제주도의 바나나는 전혀 재배되지 않고 있었다. 2006년에야 ‘비로소’ 제주 바나나가 부활했다. ‘여전히’가 아니라 ‘비로소 다시’ 유통되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에선 먹지도 않는 농민 죽이는 농약투성이 수입 바나나’는 근거 없는 괴담에 불과하다.”
글쎄. 일본에서 먹지 않는 물량이 넘어왔다는 점은 사실이 아니다. 그 부분에서는 흑과장 말이 맞다. 하지만 다국적 기업의 플랜테이션 바나나가 필리핀 농민의 건강을 크게 해친 것은 진실이다. 그리고 일본 사회에서 이슈가 되었던 것도 진실이다. 그리고 수입 바나나의 농약 문제가 현재 진행형인 것도 진실이다.
일본에서 농약 이슈로 수입 바나나에 대한 시장 구조가 대대적으로 바뀌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도, 이슈가 되었으며 부분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바나나 가격 하락의 원인이 일본에 있지 않다고 해도, 농약이 농민 및 소비자, 그리고 환경에 해로운 것은 여전히 사실이다.
최열씨의 원글에서 바나나 가격 하락의 연결 고리를 잘못 짚었고, 기타 터무니없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하지만 수출용 농산물에 대량 살포되는 농약에 대한 경고의 의미까지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 글 전체를 괴담이라고 도맷금으로 넘기기보다는 진실에 겸손하게 다가가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1) 지구상 단 하나의 바나나 품종, 캐번디쉬
바나나는 곰팡이의 공격에 취약하다. 지금 우리가 먹는 바나나보다 더 달고 향긋했던 그로스 미쉘이란 품종도 곰팡이 때문에 거의 자취를 감췄다. 바나나는 씨앗이 없기 때문에 먹기 편한 대신에 이렇게 병충해에 취약하다. 그 뒤로 널리 재배된 곰팡이에 강한 캐번디쉬 품종이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바나나이다. 즉 우리가 먹는 것은 죄다 캐번디쉬인데, 유전적으로 동일한 클론들의 무리이다.
우리가 사먹는 바나나들의 모양과 맛이 모두 똑같은 데는 이런 이유가 있었다. 유전적으로 동일하다는 것은 어떤 병에 무진장 취약하다는 뜻이다. 유전적으로 달라야지 어떤 바나나는 죽더라도 다른 바나나는 살아남을 텐데, 전부 똑같으니 병이 하나 휩쓸면 남김없이 죽어버리게 된다.
이렇게 유전적으로 취약한 데다가, 저 위 사진의 바나나 플랜테이션처럼 한 작물만 대규모로 심으면 당연히 비료와 농약을 퍼붓게 된다. 그것도 비행기로.
2) 바나나 농약이 일으킨 피해
돌, 델몬트 등의 다국적 식품회사는 이윤이 목적이기 때문에 수확량만 확실히 챙겨준다면 고독성 농약도 주저 없이 뿌린다. 그 피해는 현지의 농민들, 최종 수입국의 소비자들에게 가게 된다. 필리핀의 남 민다나오, 남 따갈로그, CARAGA, 서 비사야 지역 등에 대규모 바나나 생산지가 있다. 이 곳에서 약 3만 명의 필리핀 사람들이 하루 4.85달러의 임금을 받고 일했다. 그리고 1980년대부터 DBCP라는 살충제를 사용하는 남성 노동자 사이에서 불임이 퍼져나갔다. DBCP는 액체 훈증제로 바나나 뿌리를 해치는 미생물을 죽이기 위해 땅에 주입된다.
1977년 미국환경보호국은 DBCP가 암과 불임을 낳는다는 것을 발견하고 사용을 엄격히 금지시켰다. 1979년에는 미국에서 금지되었고, 1980년에는 필리핀에서 금지되었다. 하지만 1980년대에도 여전히 필리핀에서는 쓰이고 있었다. 다우케미컬, 쉘, 옥시덴탈케미컬이 돌푸드와 델몬트와 치키타에 살충제를 팔았고, 이 식품회사들은 필리핀과 10여 개 국가에서 이 살충제를 썼다. 또한 돌의 자회사인 Standard Fruit Philippine Co.는 1986년까지 DBCP를 사용했다.
식품회사와 살충제 제조사는 ‘만들지를 말았어야지.’ ‘사용설명서를 지켜서 썼어야지.’라고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사람들은 자신이 불임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시간이 걸렸고, 쉬쉬하던 불임을 드러내는 용기를 내는 데 또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소송이 늦어졌다. 1993년 16,000명 이상의 바나나 플랜테이션 노동자들이 미국 텍사스에서 소송을 냈다. 소송을 제기한 필리핀 노동자들의 검사 결과 약 80%의 사람들이 정자수가 0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1997년 이들에게 4천1백만 달러의 배상금을 내라는 결정이 났다.
다우케미컬이 2천2백만 달러, 쉘이 1천7백만 달러, 옥시덴탈이 250만 달러를 피해보상금으로 합의했다. 불임으로 인정받은 노동자들만 보상금을 받았고, 다른 질환은 제외되었다. 다시 소송을 제기했으나, 2014년 돌푸드, 다우케미컬, 스탠다드프룻컴패니, 델몬트, 쉘오일, 옥시덴탈케미컬에 대한 소송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결국 각하되었다. 개인적인 손상에 대한 소송은 2년 안에 제기되어야 한다는 규정으로 결국 돌푸드와 다우케미컬을 피해보상에서 놓아준 셈이다.
일본에서는 미국, 호주, 필리핀, 코스타리카 등 농산물 수출국에서 수확 후 뿌려대는 농약의 실태를 고발하는 영상이 큰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무시무시하게 수확 후 처리를 한다. 최열 씨의 글과는 다르게, 필리핀 여성 농민이 편지를 보낸 적은 없다고 한다. 일본 시민운동단체 ‘자손기금’에서 필리핀에 가서 현지에서 촬영한 적은 있다. 또한 필리핀 노동자가 깃발을 흔들면 비행기가 거기에 농약을 뿌리는 것은 확인된 사실이다.
하지만 O형 혈액형이 농약에 내성이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낭설이다. 일본 사회에서 수입 농산물의 농약이 이슈가 되었으나, 실제로 불매운동이 타격이 될 만큼의 효과는 내지 못했고, 필리핀 바나나의 수입이 급감하지도 않았다. 다만 타이완에서 재배하는 바나나는 일본 기준에 맞춰 살충제를 바꾸는 등 부분적인 효과는 있었다.
4) 문제의 농약 ‘테믹’과 ‘칼슘 카바이드’
최열 씨의 글에서 ‘데믹’은 테믹Temik을 잘못 쓴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테믹은 고독성이긴 하지만 성장을 저해시키는 약제가 아니다. 테믹의 유효성분인 Aldicarb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인 살충제면서 환경에 가장 해로운 것 중 하나다. 아랄 해 주변의 높은 암 발병률도 이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EPA는 테믹 15G를 2010년 금지하기 시작했는데, 또 다른 제품 Meymik 15G는 2011년 허가를 내리고 2015년 시판하기 시작했다. 콜린분해제 억제제이므로 급속히 아세틸콜린이 시냅스에 쌓이게 해서 심하면 호흡마비를 불러온다. 바나나에 숙성 억제제는 쓰지 않는 것 같고, 왁스 처리를 하거나 보관 온도를 낮춰서 숙성을 늦추는 정도만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확 후에 살충제와 방부제를 처리하는 것은 맞다.
최열 씨의 글에서 카바이트는 칼슘 카바이드를 잘못 쓴 것으로 보인다. 칼슘 카바이드는 분해되어 화염을 잘 일으키는 가스인 아세틸렌을 만드는데, 이것이 주요 사용 목적이다. 칼슘 카바이드는 발암성이 있다. 중국에서 PVC를 만들기 위해 압도적으로 많이 쓰는 물질 중 하나다. 아세틸렌은 신경계를 침해해 저산소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그와는 별개로 비소와 인 등의 불순물이 또 독성이 있다. 아세틸렌이 에틸렌과 같은 기전으로 과일을 숙성하게 한다.
칼슘 카바이드로 숙성된 과일을 먹으면 설사, 구강궤양, 어지러움, 장기적으로는 암을 일으킬 수 있다. 비소나 인 중독은 초기 증상으로 출혈을 동반하거나 동반하지 않는 구토, 설사, 가슴과 배에 타는 듯한 느낌, 갈증, 위약감, 연하 곤란, 눈과 피부의 작열감이나 불편감, 장기적인 안구 손상, 피부 궤양, 인후 통증, 기침, 호흡곤란 등을 가져오고, 많은 양에 노출되면 폐에 삼출액이 차게 된다. 칼슘 카바이드로 처리된 과일을 먹으면 염기성 물질이 점막을 부식시켜 속이 뒤집어지게 된다.
겉의 색깔이 모두 균일하게 익은 빛깔인데, 속 알맹이로 들어갈수록 신맛이 난다면 인공적으로 익힌 것일 가능성이 높다.
5) 현재 잔류농약의 문제는 어느 정도일까?
국제농약행동네트워크의 2007년 바나나 잔류농약 검출 빈도 조사 결과를 보면, 63.7퍼센트에서 티아벤다졸이 검출됐다. 그 뒤로 이마잘일이 26퍼센트, 5-히드록시 티아벤다졸 7.4퍼센트, 아족시스트로빈 4.2퍼센트, 페닐페놀 2퍼센트로 뒤를 이었다. 이 외에도 피리메타닐이나 카바릴, 클로로피리포스 등이 검출됐다.
2014년 이마트가 판매하는 신세계푸드에서 수입한 필리핀 산 바나나에서 농약 이프로디온이 기준치 0.02ppm(1kg당 1mg)을 초과한 1.79ppm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기준치의 89.5배에 달하는 수치다.
2015년 감사원의 감사 결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수입식품 검사절차를 무시해 농약 허용 기준치를 초과한 바나나가 대량으로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아직도 이렇게 발견이 되고 있는 실정이니, 잔류농약 문제는 여전히 감시를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문제이다. 대안은 수입산 바나나 중에서는 되도록 유기농, 그리고 비싸더라도 제주산 바나나를 먹는 것이다. 제주산 바나나는 무농약 내지는 유기농이고 수확 후 농약 문제도 없기 때문이다. 전부 하우스에서 유기농 또는 무농약 재배를 하고 있다.
서귀포시 중심의 제주 바나나농업은 1984년 재배면적 13.3㏊에 319t의 생산된 것을 시작으로 해마다 면적과 생산량이 급증하며 1989년에는 재배면적 443㏊에 2만88t까지 생산되는 등 최고조에 이르렀다가 과잉생산과 수입개방의 거친 파고를 넘지 못해 사양길로 접어들며 1998년 자취를 감췄다. 현재 판매되는 바나나는 2006년부터 하우스 시설에 소량 재배되기 시작한 바나나이다. 친환경 국산 바나나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와 생산자의 노력이 만나서 새롭게 상품화된 것이다.
따라서 현재 유통되는 제주도 바나나는 무농약 또는 유기농 인증을 받은 것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전적으로 취약한 바나나가 언제 멸종할지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라 하겠다.
출처 : uridoctor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