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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GE REVIEW [#19] ; 리썸 사용기
다소 주관적인 느낌과 감각에 대한 설명일 수도 있다는 점을 양해해주시기 바라며, 일부 표현상에 있어 틀린 부분에 대한 지적도 환영합니다.
▶ 사용기 작성을 위해 테스트한 모든 용품은 개인적으로 구매한 용품입니다.
저에게 있어서 리썸의 존재감은 잊을 수 없는 풋사랑의 추억과도 유사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측정하고 재단해낼 수 없는 묵직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를 순수합판의 넓고도 넓은 망망대해로 길고도 험난하지만 장대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여행을 떠나게 만들어준 고마운 블레이드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단지 시작만 존재할 뿐 끝을 갸늠할 수 없는 길고 긴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지만 멋 모르고 리썸을 사용했었던 시절 이후에 거의 수년이 흐른 뒤 다시금 리썸을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그 시절에는 기술 수준도 형편이 없었고 많이 서툴었지만 오래된 추억도 되살아나고 특히 제트로쿼드에서 리썸으로의 대격변을 겪으면서도 적응에 실패하지 않았던 것은 지금도 신기할 정도입니다. 특히나 신상신상한 리썸을 가지고 출전했던 어느 소규모 탁구장리그 예선에서 탁구인생 처음으로 전승을 기록하며 맛보았던 짜릿한 흥분감이 아직도 제 세포들속에 아릿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왜 ressom?
다시금 리썸을 찾게 된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다름아닌 아우루스 러버와의 좋았던 기억때문입니다. 리썸을 떠나보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조합했던 러버가 전면의 아우루스였는데, 그 당시 좋았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남아있었나 봅니다.
또한 완전한 스티가리안으로서 지금은 아스트로 계열에 심취해있지만 독일제 러버 중에 이 아스트로와 가장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 텐죤SF와의 좋았던 조합에 대한 추억과 탐구심이 다시 리썸을 소환하게 된 두 번째 계기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상당한 스피드감을 보여주는 미디엄계열의 러버와의 조합이 좋았던 기억 덕분에, 아스트로M의 출중한 성능이라면 다소 부족한 리썸의 기본 스피드를 보완하며 특유의 스핀머신으로서의 정체성이 더욱 돋보이지 않을까하는 기대감 때문에 정말 오랜만에 리썸을 소환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역방향 좌석에 앉아서 다소 불편한 여정을 이어가듯이 최근의 추세와 흐름에 역행하는 이 실험은 다소 무리일 수 있겠다는 생각과 염려 또한 존재했습니다. 코르벨 일변도의 한국선수들도 폴리볼로 바뀐 뒤 특수소재 블레이드로 교체한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우리네 동호인들도 그에 발맞춰서 특수소재 제품에 대한 관심도가 현저하게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기본 스피드 등급을 예전의 OFF-등급에서 OFF등급 정도로 관심의 게이지를 상향시켜 놓긴 했습니다. 하지만 에어록 이후에 아스트로 시리즈를 사용하게 되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적어도 아스트로 시리즈로 조합하게 되면 OFF-등급이나 심지어 ALL+등급까지도 파워의 부족함이 없이 사용할 수 있겠다 라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물론 리썸은 스피드 수치 81의 ALL급 블레이드입니다만, 예전의 좋았던 추억을 떠올리면서 다시금 아스트로 시리즈와의 실험에 과감하게 돌입했습니다.
리썸엔 제니우스?
리썸이 한창 고슴도치카페에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었을 때, 진리의 조합처럼 생각되던 조합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겠지만 리썸+제니우스 조합입니다. 리썸에 대해서 익히 알려진 그대로 회전의, 회전에 의한, 회전을 위한 극단적인 조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사유는 기억이 안나지만 저는 남들이 좋다하는 제니우스 조합이 끌리지 않아 발군의 스피드로 정평이 나 있던 아우루스를 조합을 하였고 리썸을 놓을 때까지 제니우스는 써보지를 못했습니다. 그러나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리썸+아우루스 조합은 나름대로의 성과를 볼 수 있었던 까닭에, 불현듯 아우루스나 텐죤SF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에어록아스트로라면 리썸 특유의 회전능력을 살리고 부족한 반발력과 스피드를 보완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고백할 것은 제가 아직도 양핸드 드라이브 전형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부끄러움을 느낄 정도로 실제 게임에 있어서는 백핸드 드라이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쇼트플레이에 능숙하기 때문에 리썸+제니우스와 같은 회전특화 조합의 능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점 또한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ALL급의 7겹합판이라는 특성
흔히 7겹합판의 표준적인 성격에 대한 선입견이 강한 분들이라면 아마도 사전 정보가 없이 리썸을 사용하게 된다면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브랜드에서 7겹합판이 가진 특성의 스펙트럼을 확장해서 부드러움을 가미한 7겹합판, 5겹과 비슷한 감각을 보여주는 7겹합판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제품을 많이 선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이처럼 극단적으로 스피드를 절제해버린 케이스는 없기 때문입니다.
아스트로M, 파워셀MP45 울트라과 아스트로S를 조합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리썸의 반발력은 역설적으로 발군이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불완전한 상태의 임펙트에도 상대방의 테이블에 들어갈 공이 네트에 다 걸리는 현상이 나왔습니다. 역시나 작은 임펙트로라도 회전을 걸어서 넘겨줘야 리썸의 진가가 나왔습니다. 근 1년동안은 대부분 93-95 근처의 OFF급 블레이드들을 많이 사용해왔기 때문에 아무리 스피드가 좋은 러버를 붙였다 하더라도 공의 길이나 낙구지점의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평균 6mm 정도의 두께이기 때문에 7겹합판 치고는 얇은 편이라고 할 수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런 반발력을 보이는 라켓 중에는 얇다고는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ALL급 블레이드들은 대부분 6mm가 안되는 두께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피드와 울림과 진동 등의 요소들이 모두 절제되어 있는 특성은 매우 독특한 성격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리썸의 정체성
사실 누구도 응원해주지 않는 게임에 출전하는 기분으로 리썸의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얻게된 가장 큰 소득은 폴리볼 변경에 따른 용품의 변화라는 것이 동호인들의 지나친 기우였다는 사실입니다. 리썸으로 연습도 하고 실전테스트를 하면서 지속적으로 명확해져가는 생각은 폴리볼의 변화라는 것이 용품트랜드의 변화를 가져올 만큼의 큰 변화는 아니었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리썸다운 플레이는 여전히 리썸다운 플레이가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심리스볼로만 테스트했기 때문에 최근 품질로 검증받은 니타쿠 프리미엄볼 등을 사용한다면 더욱 리썸다운 플레이가 강화가 될 것입니다.
리썸의 성격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회전을 거는 타법에 최적화된 올라운드 플레이용 제품, 단 진동과 울림은 억제됨.“
다른 표현으로 한번 더 정리하자면,
”내 힘과 내 회전이 실리는 느낌을 정확히 알 수 있는 제품“
스티가의 명품5겹인 오펜시브클래식과 그에서 파생된 제품들의 특성을 보면 리썸과 같은 올라운드형, 또는 전진 중국식플레이형에 특화된 것을 볼 수는 있지만 대부분 손에 전해져오는 진동이나 울림이 크고 긴 편인 성격입니다. 올라운드에볼루션이나 올라운드우드 또는 최근에 출시된 셀레로우드 정도가 ALL+급 블레이드로 울림이 적은 제품들이지만 이것들 또한 손맛이 적게 느껴질 뿐이지 작지만 명확한 울림과 진동이 존재합니다.
리썸은 이 제품군들에 비해서도 뚜렷하게 차이가 날만큼의 두드러진, 거의 울림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의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울림이 최소화된 7겹의 ALL급 블레이드라는 독특하면서도 독보적인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곳을 개척해서 깃발을 세우고 싶어했던 넥시의 초창기 제작의도를 명백하게 증명하고 있는 제품중의 하나가 리썸이란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one more rally!!
리썸은 포핸드롱이나 백핸드쇼트를 익히는 단계의 초보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내 힘을 많이 실어줘야 하며 공이 짧게 떨어져 레슨하는 코치로부터 원성을 심하게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트타법을 어느 정도 완성하고 양핸드 드라이브타법을 배우고 익히는 단계의 동호인이라면 리썸을 꼭 선택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리썸으로 실전에 임하는 경우 한 번의 블럭, 한 번의 탑스핀이 더 가능해지므로 연속드라이브를 익히는데 아주 탁월한 효능이 있습니다. 그리고 강력한 한방 + 노터치 득점의 강한 로망이 있는 분들이라면 선택하지 않아야할 제품이기도 합니다.
위에서 요약한 바대로 리썸은 ”내 힘과 내 회전이 실리는 느낌을 정확히 알 수 있는 제품“입니다. 현재의 용품시장에서 초보자들에게 권해지는 제품들이 블레이드의 힘으로 사용자의 부족한 임펙트를 보완해주는 하드카본 제품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제 생각에는 성별에 관계없이 표준체형 이상의 체격을 가진 분들이라면 리썸 + 아스트로 조합정도로 시작해도 좋다는 입장입니다.
한 번의 랠리가 더 가능하고 내 힘의 전달되는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시작단계에서부터 차곡차곡 누적이 된다면, 차후 기술의 레벨이 높아졌을 때 보다 다양한 전형으로의 적응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이 되며, 어떤 라켓이든 적응이 가능한 자신감과 융통성 또한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단지 부족한 건 스피드뿐
블레이드의 특성을 판단하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만, 리썸은 대부분의 특성요소에 특별히 부족하거나 결격사유가 될 만한 점은 없습니다. 울림과 진동은 최대한 절제되어 있으며, 6mm 정도의 평균적 두께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낭창거림이나 휘청거림없이 적당히 단단하게 받쳐주는 감각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특별한 타구음을 보이는 것도 아니며 검지감각이 짜릿하다거나 하는 특성도 없습니다. 단지 기본 반발력, 즉 스피드 지수만 철저히 낮게 세팅이 되어있을 뿐입니다.
마치 이퀄라이저의 여러 항목 중 나머지 레벨은 거의 평균적 수준이지만 유독 첫 번째 게이지만 최하단에 셋팅이 되어있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순수합판의 독특한 타구음이나 진동에 거부감이 있는 분들도 충분히 적응이 가능하며, 타구점의 형성도 앞쪽에서 튀어나가거나 혹은 깊이 감싸안거나 하는 극단적 성격이 없이 적당한 지점에서 쏘아주는 느낌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용자가 감각적 이질감없이 사용할 수 있는 성격입니다.
단지 낮은 스피드 때문에 폴리볼 시대의 부름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 아스트로M, MP울트라 버전과의 테스트에서 상당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리썸을 쓰게 되면 가장 편해지는 것은 블록입니다. 짧게 떨어뜨리는 것에 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에, 임펙트와 회전의 변화를 주기가 매우 용이하게 됩니다. 즉, 사용자가 조절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는 효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좀처럼 보기 드문 ALL급의 6mm 7겹 블레이드이며, 적당한 밸런스와 단단함을 갖추고 진동과 울림이 최소화된 드라이브 공격전형이 장착할 수 있는 최상의 방패이자 회전특화형 공격무기, 극강의 콘트롤러 등이 리썸을 정의할 수 있는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순수합판의 왕국인 스티가 제품들을 다양하게 30종 이상 넘게 사용해보고 지금도 사용중이지만, 그토록 감각적 디테일에 충실한 스티가 제품들조차도 리썸과 비슷한 특성은 아예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기타 다른 브랜드 제품들에서도 찾아보지 못한 정말 유니크한 감각의 제품이 바로 리썸입니다.
리썸은 끈질긴 랠리가 주는 즐거움의 진면목을 느끼고 싶은 분에게 최고의 선물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E N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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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라켓이죠 다만 반발력이 매우 약해서. ..
약하지만 탑스핀만 꾸준히 잘 걸어주면 훌륭한 공격무기입니다.
그렇지요 고수에게 어울리는 라켓 같습니다 저같은 중하수에게는 아직 먼...
Ressome = Re + Lissome ?
다시+썸타는중 ㅋㅋㅋ
네 정확히 맞습니다. ^^;
제가 2~3년 전만해도 반발력없는 라켓으로 대포알 드라이브를 추구하는 스타일이었는데... 다시 돌아간다면 '리썸' 꼭 기억해 두겠습니다.
리썸으로도 나갈 공은 나가더군요. 결국은 실력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