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과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사례에서 보듯 머리 좋은 사람들은 자기 주변 사람들의 악까지 잘 포용한다. 특히 자신의 잇권을 쥐고 있는 자기보다 높은 사람들의 악에는 엄청나게 관대하여 그 악을 직접 따라하는건 물론 악의 공물을 상납하기까지 하니 단순한 미신의 경우엔 더 말할 필요도 없어 종교라 이름을 바꿔 따라나선다. 나처럼 머리 나쁜 사람이나 주변의 악이나 미신까지 척결하고 진심으로 상대를 위해주려고 설치다 왕따가 되는 신세를 면하지 못하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선량한 사람에 속하여 기쁘게 함께 하던 사람이 사소한 잘못으로 위기에 처했을때도 마찬가지라 나처럼 고집스러운 사람이나 그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못하다 다수의 미움을 산다. 그 대신 개인적인 자리에서 잘못한 일이라는 직언을 선택한다. 이 경우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친분이 더 깊어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는데 멀어지는 경우가 역시 더 많다.
높은 사람들의 악을 비난하지 못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미성년자들에게서 발생한다. 자신이 그 악의 희생자인 경우에도 그러한데 옳고 바름이 구분되지 않는 미숙한 나이인데다 가장 힘이 약한 존재로서의 숙명때문이다. 힘의 차이가 엄청나게 큰 정당과 국민의 관계도 이러하여 자그마한 이익에 눈이 멀어 악을 지지하기까지 하는 국민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그 악의 대상이 자기 부모인 경우의 미성년자들을 보면 더 말할 필요도 없는 엄청난 슬픔을 느낀다.
그 미성년자들이 성장하여 어른이 되면 최소한 자기 집안에 해를 끼치는 부모의 악은 견제하고 집안에 이익이 되는 악에는 힘을 합치기도 한다. 나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공직자의 길을 걸어 부모의 악을 견제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
자식이 부모의 악에 편승한 사례 중 아주 희귀한 경우가 하나 있어 여기에 소개해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남자는 어려서는 아버지의 바람을 속으로라도 욕을 하다 어른이 되면 자기도 아버지와 똑같거나 더하거나 비슷한 길을 간다. 수컷으로서의 엄청난 성욕을 감당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일이다. 현재 정국에서 20, 30 남성들이 내란 수괴 윤석렬을 열렬하게 지지하는 경우도 비슷한 논리로 설명이 된다. 그런데 딸들은 거의 모두가 겉으로는 아버지의 바람을 비난하지 못하더라도 속으로는 부정적 생각을 품고 있는데 내가 아는 한 명은 자기 아버지의 바람을 적극적으로 옹호하여 깜짝 놀랐다.
얼마나 자기 아버지가 잘났으면 다른 여자들이 탐을 냈겠냐는 것이다. 게다가 자기 아버지는 애인에게 눈이 멀어 모든걸 다 바치는 그런 어리석은 일은 절대 안하고 성적으로 즐기는 수준에서 멈추는 절제력을 가지고 있으니 자기 엄마도 잘난 남자와 살려면 그 정도의 위험은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가지고 있었다. 특권층 집안의 딸이었는데 특권층 집안 남자들의 바람 확률은 거의 100%라고 보는 나인지라 이해가 다소 쉬웠다. 이 역시 박정희 시절을 산 국민들이 그를 위대한 지도자라고 보는 견해와 비슷한 것이다. '박대통령이 밤에 외출을 하면 그 동네에 정전이 찾아온들 어떠한가? 국민들이 보리고개를 넘어 굶어 죽는 사람들이 사라졌는데'와 같은 심리인 것이다.
그후로 많은 세월이 흐르고 나는 또 하나의 소식을 접한다. 그렇게 사랑하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생전에 전혀 알지 못했던 배다른 형제가 나타나 유산권을 주장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