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기로 비틀거리며 골목으로 끌려갔다. 지갑에 들어있던 돈 2만원 꺼내며 어 카드도 있네. 돈 별로 없는데요. 비밀번호를 알려주자 한 사람이 떠나고 그가 돌아 올때까지 남은 두 사람이 날 붙잡고 있었다.
카드를 들고 돌아왔다. 야 22만원 들었더라. 20만원 찾았다. 그가 카드로 내 머리를 톡톡 치며 돌려준다. 나를 때리지도 욕도 하지 않았다. 그게 고맙고 돈이 조금 밖에 없어서 미안했다. 죄송해요.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빼서 건넸다. 이거 금반진데요. 야 진짜야? 진짠데요. 한 사람이 받아서 깨물어 본다. 고맙다며 그들이 떠났다.
그 금반지, 당신 칠순잔치를 하는데 형제간들이 모두 50만원씩 내서 준비한다. 그런데 너는 가난한 시인이니 20만원 깎아주겠다는 어머니의 전화, 얼굴이 화끈거렸다. 못난 자존심이 상했다. 돈 만원이 아쉬울 무명시인 일 때였다.
전주, 꽃집의 아가씨를 찾아갔다. 저 50만원 만 빌려주세요. 그렇게 50만원 다 보냈다. 그러고 보니 그 50만원 여지껏 그냥 떼먹고 안갚었다.
칠순잔치에 갔다. 쭈삣쭈뼛 문을 열고 들어섰다. 어머니께서 다가오시더니 니들이 보낸 돈에서 사위들한테는 넥타이 핀 만들어 주고 며느리들에게는 실반지 하나씩 해줬다. 그런데 너는 사위도 아니고 며느리도 없는데다 술 좋아하니까 술집에 가서 돈없을 때 봉변당하지 말고 비상금으로 이거 두가지 녹여가지고 반지해서 끼어라. 그 반지였다. 아무튼 비상금으로 썼다.
그게 언제였더라. 서산 청년문학회 초청으로 강연갔을 때 그 반지 이야기를 하는데 뒷쪽 중간 쯤 누가 손을 든다. 그 반지 끼었던 손가락 만져봐도 될까요? 그 사람이 걸어나올 때 보았다. 아 등에 산을 지고 다니시는 분이구나.
10여일 쯤 되었나. 소포가 왔다. 뭘까. 누가 보냈을까. 소포 속에는 내가 말한 별모양이 새겨진 금반지가 들어 있었다. 가슴이 쿵쾅거리며 울컥 거렸다. 아 그 분이시구나. 그렇게 안학수형과 만났다. 형은 아름답고 슬픈 동화와 동시집을 남기고
그리고 우리는 참 많이 늙어갔다.
이승의 마지막에도 엎드려서 가셨다고요. 그곳에서는 형 등허리 쭉 펴고 마음껏 활개도 키고 주무세요. 형 나 아주 조금만 울게. . .
첫댓글 출근전 아침부터 울컥~!!ㅠㅠ
그런 형님이 떠나셨으니...
울 시인님 곁에는 아름다운 분들만 계시니...
꽃집 아가씨의 50만원도
어머님이 깍아주신 20만원도
어머님이 물려주신 그 반지도
안학수 형님의 별반지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
따뜻하고 향기로운 형님
우리 가슴에 향기를 품게 하시니 서럽게 가신 분이 아니요. 따뜻함으로
새겨지시는 분입니다.
그 별이 다시 환해져 밤마다 고이 빛나실겁니다. 🙏
아~
김해에서 말씀하셨던 분이
안학수 시인이셨군요. ㅠㅠ
안 시인께서 주신 그 반지에 스스로 "별"이 되어
영원히 시인님의 가슴에 뿌리를 내리셨군요. ㅠㅠ
_()_
따뜻한 사람이 온기를 세상에 나눠주고
별이되어 사람들 가슴에 남았네요 _()_
여름 독서휴가를 합니다^^
시인님의 안녕바오를 읽고 어린왕자를 다시 읽었습니다.
3박4일을 집콕하고 있는데 마침 시인님의 글을 읽고 나니 눈물이 ~~
가슴이 뜨거워지고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시인님이 또 나를 울리네
울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