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허담(粉飾虛談)
[요약] (粉: 가루 분. 飾: 꾸밀 식. 虛: 빌 허. 談: 말씀 담)
실속 없는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꾸며낸다는 뜻으로, 듣는 사람을 현혹하게 하는 그럴듯한 말보다는, 남이 보건 말건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
[문헌] 유성룡(柳成龍) 서애집(西厓集)
[내용] 임진왜란 때 명재상 유성룡(柳成龍)의 서애집(西厓集)에 ‘진관(鎭管)제도를 재정비하여 거행할 것을 청하는 계(請修擧鎭管之制啓),’의 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 좋은 법과 제도가 모두 폐지되고 떨어져서, 사대부는 다만 문장의 화려함을 다듬고 헛된 말만 꾸미기에 힘쓸 뿐 세상을 다스릴 생각에는 조금도 뜻을 두지 않았습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또한 가벼이 생각하고 얕은꾀가 있는 사람은 스스로 자기의 뜻을 자랑하여 조종의 제도를 다 허물고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 제승방략이라고 이름 했습니다. 제승방략은 처음으로 을묘왜변에서 나타났습니다. 이는 한때의 위급함을 구하는 계책으로 적은 적을 대응하는 데만 겨우 쓰일 뿐이고 대적을 방어할 술책이 아님을 알지 못하였습니다. ......”
良法美制。一切廢隳。士大夫只以琱琢文華。粉飾虛談爲務。其於經世之慮。一不加意。不獨此也。又有輕慮淺謀之人。自任己意。盡毁祖宗之制。而做出新規。名之曰制勝方略。其初。見乙卯倭變。爲此一時救急之策。不知此纔可以應小小之賊。非所以制禦大敵之術。
이하 경남신문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분식허담(粉飾虛談)의 글.
고구려 연개소문(淵蓋蘇文)의 아들 연남생(淵男生), 고구려 유민 고선지(高仙芝), 백제의 유민 흑치상지(黑齒常之) 등이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의 공격에 의해 나라가 망한 뒤 당(唐)나라에 끌려갔다.
그 뒤에 지위가 아주 높은 장수가 되어 혁혁한 큰 공을 세웠다. 이들의 능력이 특출한 것도 있겠지만, 당나라 지식인들은 군대생활 등 힘든 일은 하기 싫어했으므로, 이민족들이 진출해 출세하기 쉬운 곳이 군대였다.
우리나라 유민뿐만 아니라, 유명한 장수 가서한(哥舒翰)이나 절도사로 있다가 나중에 반란을 꾀한 안록산(安祿山)도 돌궐족 (突厥族) 출신이다.
당(唐)나라에는 유명한 시인, 문장가, 학자 등이 많이 있었지만, 지식인들은 병역의 의무를 지지 않았고, 국방에 대해서 몰랐다.
당나라는 안록산 난 이후 변방의 이민족과의 전쟁과 내부의 반란 등으로 나라가 조용할 때가 없었다. 국가의 군대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송(宋)나라도 경제가 상당히 발전하고, 학문이 대단히 성했지만, 북쪽 이민족이 세운 요(遼)나라, 금(金)나라, 원(元)나라의 비위를 맞추며 겨우 명맥을 유지했다.
국방이 안 되기 때문이었다. 지식인들이 붓으로 문장 짓고 따지기는 좋아하지만, 군대생활 같은 힘든 일은 하기 싫어한 것이 그 원인이다.
대통령 안 나온다 했다가 대통령 나온 사람들, 정치 안 하겠다고 했다가 정치에 뛰어든 사람들, 은퇴한다고 선언했다가 다시 나온 사람들, 어떤 당에 입당 안 하겠다고 했다가 입당한 사람들. 역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가운데 이런 사람들이 많다. 이들을 국가 지도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애국, 통일, 민주, 민중, 환경보호, 빈부격차 해소, 봉사, 사랑 등등 좋은 말이 많지만, 이런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 가운데 국민의 기본의무인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지 않은 사람의 비율이 더 높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가? 사람들이 힘든 일은 남에게 미루고, 정의의 투사 같은 명예와 실질적인 이익만 챙기려고 하기 때문이다. 정말 애국하고 통일을 원한다면, 말하지 않고 실천만 하면 된다.
어떤 일만 나면 국가원로라고 신문이나 방송에 나와 대책을 내놓는 사람들 가운데는, 과거 자신의 행적은 잊은 듯 그럴듯하게 번지르르한 말만 늘어놓는 사람이 많았다.
자신은 실천하지 않으면서 그럴듯한 말만 해서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필자가 군대 생활하던 1970년대 초반에 우리 중대 인사계 상사가 술 한잔하면 늘 하던 말이 생각난다.
“지금 대한민국 높은 놈들 가운데 자기 아들 군대 보낸 사람은, 1군 사령관 한신(韓信) 대장하고 내무부장관 김현옥(金玄玉)밖에 없어. 전쟁 나면 돌격 앞으로 할 사람 한 놈도 없다고.” 지금은 크게 나아졌는지 모르겠다.
듣는 사람을 현혹하게 하는 그럴듯한 말보다는, 남이 보건 말건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지식인들이 더 그래야 한다.
첫댓글 분식허담(粉飾虛談), 실속 없는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꾸며낸다는 뜻.
지방에서 폰으로 보냅니다. 잘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겉만 번지르할뿐 쓰잘데기없는 이야기를
'분식허담'이라 하는군요.
네에. 그런 부류가 참 많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