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심결정을 취소한다. 피신청인은 서울~부산 경부고속철도의 구간 중 13공구 안에 시행될 원효터널 공사(13.5km) 및 기타 이에 부수된 공작물의 설치 등 일체의 공사를 착공하여서는 아니된다. 집행관은 위 명령의 취지를 적당한 방법으로 공시하여야 한다. 피신청인이 위 명령을 위반하여 공사를 할 경우 집행관은 그 제거를 위하여 적당한 처분을 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아래 각 사실은 이 사건 기록과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 하여 인정된다.
(1) 신청인 내원사와 미타암(이하 ‘신청인 사찰들’이라고 한다)은 아래에서 볼 이 사건 터널이 통과하는 천성산에 있는 전통사찰들이고, 신청인 도롱뇽은 위 천성산 일원에 서식하고 있는 도롱뇽목 도롱뇽과에 속하는 양서류이며, 신청인 도롱뇽의 친구들(이하 ‘신청인 단체’라고 한다)은 ‘천성산을 비롯한 모든 자연환경과 생태계 보존운동을 통해 더 이상의 자연파괴를 막는 한편, 생명을 중시하는 생각을 폭넓게 전파하여 환경운동·생명운동에 이바지 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비법인사단으로 2004.2.20 현재 그 회원이 약 23만명에 이른다.
한편,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은 경부고속철도(이하 ‘고속철도’라고만 한다) 건설사업을 위하여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법에 따라 1992. 3. 9. 설립된 공단인데, 피신청인은 철도산업발전기본법 및 한국철도시설공단법에 따라 2003. 12. 31. 설립등기를 마치고 위 고속철도 사업에 관한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의 자산과 권리를 포괄적으로 승계하였다.(이하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과 피신청인을 모두 ‘피신청인’으로 통칭한다)
(2) 정부는 1989. 5. 8.경 고속철도 건설방침을 정하고, 1990. 6. 15.경 사업계획 및 서울~천안~대전~대구~경주~부산을 지나는 기본노선(총 연장 : 409km)을 확정한 다음, 1992. 3. 9. 위와 같이 피신청인 공단을 설립하였고, 1992. 6. 30. 천안~대전간의 시험선 구간 4개 공구를 착공하였다.
(3) 피신청인은 1992. 4. 고속철도 노선 중 부산·경남권 노선(이하 ‘이 사건 노선’이라고 한다) 건설을 위하여 필요한 환경영향평가(이하 ‘이 사건 환경영향평가’라고 한다) 작업을 소위 동아대학교부설 환경분제연구소, 주식회사 유신으로 하여금 대행케 하여 환경영향평가서(이하 ‘이 사건 환경영향평가서’라고 한다)를 작성케 하였고, 이어 1993. 9. 구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환경처장관에게 협의를 요청하였던바, 환경처장관은 1994. 11. 2. 소정의 절차를 거쳐 이 사건 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한 다음 위 법률에 따른 협의내용을 통보하였다.
(4) 한편, 피신청인은 프랑스 알스톰사의 TGV로 차량 형식을 선정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고, 이 사건 노선구간의 설계를 대부분 마친 다음 1996. 11.경 건설교통부장관에게 이 사건 노선 공사에 관하여 실시계획승인을 신청하였고, 1997. 3. 18. 건설교통부장관은 피신청인에게 이 사건 노선에 관한 고속철도 건설사업 실시계획을 승인하였다(사업시행의 위치는 울산시 언양면 반곡리에서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까지이며, 사업시행기간은 승인일부터 2001. 12.까지로 되어 있다). 이 사건 노선에는 천성산을 관통하는 길이 약 13.5km의 원효터널(이하 ‘이 사건 터널’이라고 한다)의 건설이 계획되어 있다.
(5) 피신청인은 1998. 7.에 이르러 고속철도 공사를 2단계로 분할하여 1단계인 서울~대구 구간은 2004년에, 2단계인 대구~부산구간은 2010년에 각 완공하기로 공사기간을 변경하고, 같은 해 8. 6. 이와 같은 내용으로 기본계획변경을 고시하였다. 그 뒤 2000. 11. 13. 충남 아신시에서 충북 청원군 사이의 57.2km에 이르는 시험선 구간이 완공되었고, 2004. 4.에는 서울~대구 각 1단계 구간이 개통되었다.
(6) 건설교통부 장관은 2001. 4. 26. 피신청인에게 위 (4)항 기재 실시계획승인 중 사업시행기간을 2001. 12.까지에서 2010. 12.까지로 변경하는 등의 내용으로 이 사건 노선에 관한 실시계획변경승인을 하였다.
(7) 그런데 2001. 6.무렵부터 불교계와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이 사건 터널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 사건 터널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 등으로 이 사건 노선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8) 부산 동구청은 이 사건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협의내용을 통보한 날로부터 7년이 지나도록 피신청인이 공사착공 통보를 하지 아니하자, 2001. 12. 11. 환경부에대하여 고속철도 환경영향평가에 관하여 재협의를 건의하는 공문을 보냈고, 피신청인은 2001. 12. 31. 낙동강환경관리청장에게 환경영향평가대상사업을 이미 착공하였다는 통보를 하였다(즉 부산역사 증축공사를 2000. 12. 28. 착공하였다는 내용의 통보이며, 다만 그 통보를 기한보다 늦게 하였다는 이유로 2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위 증축공사를 제외한 본격적인 2단계 공사착공은 2002. 6.경에 이루어졌다).
(9) 이 사건 환경영향평가 이후 천성산 일원에 존재하는 보호대상 동·식물이 추가로 파악되었고, 1998. 12. 31.에는 무제치늪이 자연환경보전법 상의 자연생태계특별보호구역으로, 2002. 2. 1.에는 화엄늪이 습지보전법상 습지보호지역으로 각 지정되었으며, 새로운 단층대가 파악되는 등 위 환경영향평가 당시에 충분하게 반영되지 못한 사실들이 발생됨에 따라, 불교계나 환경단체 등이 위와 같은 사정변경 및 이 사건 터널의 안전성 등을 문제삼아 이 사건 터널 공사를 반대하고 나서자, 위 환경영향평가 이후의 사정변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 사건 터널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평가해 보기 위하여, 피신청인은 2002. 6.경 사단법인 대한지질공학회(이하 ‘대한지질공학회’라고 한다)에 이 사건 터널이 통과하는 천성산 일원에 대하여 자연변화 정밀조사를 의뢰하였다(그 결과는 이 사건 원심계속 중이던 2003.12.에 나왔으며, 이 사건 터널이 천성산의 환경 및 생태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10) 한편, 환경단체 등에 의해 이 사건 터널에 관한 공사중단, 노선재검토 요구가 거세어지자, 2003. 3. 7. 대통령은 이 사건 노선에 관한 공사를 중단하고, 노선을 재검토 할 것을 지시하였고, 그에 따라 2003. 5. 12. 국무총리 주재하에 “대안노선 및 기존 노선 재검토위원회”가 구성되어, 2003. 7. 28. 위 위원회의 검토보고서가 제출되었고, 2003. 9. 19. 국무총리 주재의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에서 2개의 대안노선과 기존노선을 비교검토한 끝에 고속철도를 기존노선대로 건설하기로 결정하였다.
(11) 이에 2003. 10. 15. 신청인들은 원심법원에 이 사건 터널 공사의 착공금지를 구하는 이 사건 가처분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신청인들의 주장
신청인 사찰들은 이 사건 터널이 자신들의 소유지 내지는 경내를 통과하고 있음을 전제로 다음과 같이 주장하면서 이 사건 터널의 착공금지를 구한다. 한편, 신청인 도롱뇽과 신청인 단체는 현행법 하에서도 자연의 권리소송 이론에 따라 신청인 도롱뇽이 당사자능력이 있으며, 신청인 도롱뇽으로 대표되는 천성산 일원의 자연 자체를 보호하기 위하여 제기된 이 사건 소송에서는 자연의 파괴와 직접적인 관련성을 가진 특정 이해관계인뿐만 아니라, 신청인 잔체와 같은 환경보호단체나 간접적인 관련성을 가진 자에게도 그 자연 내지 자연물의 가치를 대변하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하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자격이 폭넓게 부여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신청인 사찰들과 같이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터널의 착공금지를 구한다.
(1) 이 사건 터널 건설의 사업계획승인이나 그에 따른 토지의 수용이나 사용 등에는 다음과 같은 하자가 있다.
① 구 환경영향평가법(1999. 12. 31. 법률 제 6095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21조 제1항 및 동법 시행령(2000.12. 30. 대통령령 제 17089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13조 제1항에 의하면, 사업자는 환경처 등과의 협의내용을 통보받은 날로부터 7년 이내(위 법률은 그 후 개정되어 위 기간은 5년 이내로 줄었다)에 공사를 착공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환경영향평가서를 재작성하여 재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도, 피신청인은 1994. 11. 2. 환경처로부터 협의내용을 통보 받은 이래 7년이 지나도록 공사를 착공하지 않았음에도 환경영향평가를 재실시하거나 재협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
② 환경·교통·재해등에관한영향평가법 제32조에 의하면, 환경부장관은 협의 당시 예측하지 못한 환경영향이 당해 사업의 착공 후 발생하여 주변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정하는 사업에 대하여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장에게 재평가를 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협의 이후로 천성산의 무제치늪이 자연환경보전법상의 자연생태계특별호구역으로, 화엄늪이 습지보전법상의 습지보호지역으로 각 지정되었고, 새로 발견된 단층대가 이 사건 터널이 계획된 노선과 교차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기존의 환경영향평가 자체에도 천성산에 서식하는 동·식물에 대한 조사나 늪지의 분포상황 또는 단층 등 지질학적 문제점에 대한 고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흠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부 장관이 위 규정에 따른 재평가를 요청하거나 실시하지 아니하였다.
③ 이 사건 터널이 전통사찰인 미타암의 경내지 아래 부분을 지나도록 설계되었음에도, 경내지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의 처분을 함에 있어서 전통사찰보존법 제9조가 요구하는 주무부 장관의 동의와 위 사찰이 소속된 대표단체 대표자와의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④ 천성산 일대가 1979. 11.경부터 가지산 도립공원으로 지정·보호되고 있음에도 이 사건 터널 공사에 관하여 공원관리청과의 협의를 거치지 않음으로써 도립공원 내 제한행위에 대한 협의절차를 규정한 자연공원법 제23조 및 제71조를 위반하였다.
⑤ 무제치늪과 화엄늪이 각 자연생태계특별보호구역 내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터널 공사와 관련하여 자연환경보전법 제20조 및 습지보전법 제13조가 요구하는 환경부 장관과의 협의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
(2) 나아가 신청인 사찰들이 소재하고, 신청인 도롱뇽이 서식하고 있는 천성산은 그 계곡과 풍광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도롱뇽 이외에도 꼬리치레도롱뇽, 황조롱이, 수달 등을 비롯한 희귀한 동·식물들이 많이 서식하는 곳이며, 우리나라 최고(最古)·최다의 중·고층 습원지역이 형성되어 있고, 부산과 경남의 주요한 상수원을 이루고 있으며, 그 일대에는 많은 활성단층들이 존재하여 이 사건 터널과 교차하고 있는바, 이 사건 터널 공사가 진행 될 경우 지하수 유출 등으로 말미암아 그 자연환경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될 것임이 명백하고, 또한 이 사건 터널은 그 설계 당시 위와 같은 지질학적 특성이 간과된 까닭에 그 안전성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
(3) 헌법 제35조 제1항이 보장하는 환경권은 인간이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함을써 그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권리로서 모든 사람에게 다 같이 보장되는 보편적인 권리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고, 그 내용으로서의 ‘환경’이라 함은 자연적 환경을 위시하여 문화적·사회적 환경을 모두 포함하는 것인바, 부당한 환경변화나 유해무익(有害無益)한 환경파괴가 초래되는 경우 위와 같은 환경이익을 누리고 있는 구성원은 그러한 환경이익의 침해를 사전에 거절하거나 미리 ㅂㅇ지할 수 있는 권리로서 이른바 ‘환경이익의 부당침해방지권’을 가진다 할 것이다.
(4) 또한, 신청인 사찰들은 약 1,300년 전에 원효대사에 의하여 창건되어 오래전부터 스님들이 참선을 하는 수도암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여 왔고, 전통사찰로서 보호·관리를 받는 사찰들인바,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터널은 신청인 사찰들이 있는 천성산을 관통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으며, 특히 신청인 미타암의 경내지 바로 아래 부분을 통과하도록 되어 있어, 그 공사로 인하여 신청인 사찰들의 토지소유권 및 종래 신청인 사찰들이 누려온 경관이나 조망, 수행을 위한 조용하고 쾌적한 종교적 환경이익에 사회통념상 수인한도를 넘는 피해가 발생할 것임을 쉽게 예상 할 수 있다.
(5) 따라서, 신청인 사찰들은 환경이익의 부당침해방지권·인격 내지는 소유관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그 피보전권리로 삼아 이 사건 가처분신청에 이르게 되었고, 신청인 도롱뇽, 신청인 단체는 이 사건 터널의 공사로 인한 신청인 도롱뇽의 생존환경 및 천성산의 자연환경이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헌법상의 환경권 내지 ‘인간은 자연의 파괴로부터 자연 및 자연물을 방위하여야 한다’라는 의미의 ‘자연방위권’을 그 피보전권리로 삼아 신청취지와 같은 이 사건 가처분을 구하게 되었다.
나. 피신청인의 주장
(1)본안전 항변
이에 대하여 피신청인은 신청인 도롱뇽과 신청인 단체에 대한 본안전 항변으로, 신청인 도롱뇽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당사자능력이 없으며, 신청인 단체는 소송을 제기할 정당한 이익인 당사자 적격이 없어 이 사건 신청은 각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2)본안에 대한 주장
나아가, 피신청인은 본안에 관하여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면서 신청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어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① 이 사건 터널 건설에 관하여는 신청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절차적인 하자가 없다.
② 가사 일부 절차적인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바로 신청인들에게 이 사건 터널의 착공금지를 구할 사법상의 권리가 생기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수인한도를 초과한다고 할 수도 없고, 헌법상의 환경권 규정을 근거로 특별한 법률 규정도 없이 바로 이사건 터널은 천성산 일원의 자연환경, 생태계, 지질구조 등을 모두 충분히 감안하여 설계하였고, 첨단의 터널시공공법으로 시행할 것이므로, 이 사건 공사로 인하여 천성산의 생태계나 자연환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3. 본안선 항변에 관한 판단
가. 신청인 도롱뇽의 당사자능력에 대한 판단
그러므로 먼저, 신청인 도롱뇽에게 당사자능력이 있는 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신청인 단체의 주장에 따르면, 신청인 ‘도롱뇽’은 천성산에 서식하는 도롱뇽 또는 위 도롱뇽을 포함한 자연 그 자체로서, 이 사건 터널 공사로 인한 도롱뇽의 생존환경 및 천성산의 자연환경 파괴를 막기 위하여 “자연 내지 자연물의 고유의 가치의 대변자”인 환경단체인 신청인 단체를 그 사법적 활동의 담당자로 삼아 이 사건 신청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살피건대, 당사자능력이란 일반적으로 소송당사자가 될 수 있는 소송법상의 능력(자격)을 말하는 것으로서 자기의 이름으로 재판을 청구하거나 또는 소송상의 효과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말한다. 이러한 당사자능력은 소송법상의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관념이며 소송사건의 성질이나 내용과는 관계없이 일반적으로 정해지는 능력으로서 어떠한 실체에 당사자능력을 인정할 것이냐의 문제는 민사소송법 입장에서 독자적으로 결정된다.
민사소송법 제51조는 당사자능력(當事者能力)에 관하여 민사소송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민법과 그 밖의 법률에 따르도록 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52조는 대표자나 관리인이 있는 경우 법인 아닌 사단이나 재단에 대하여도 소송상의 당사자능력을 인정하는 특별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자연물인 도롱뇽 또는 그를 포함한 자연 그 자체에 대하여 당사자능력을 인정하고 있는 현행법률이 없고, 이를 인정하는 관습법도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신청인 도롱뇽이 당사자능력이 있다는 신청인 단체의 주장은 이유 없다. 따라서 신청인 ‘도롱뇽’의 이 사건 가처분 신청은 부적법하다.
나. 신청인 단체의 당사자적격에 관한 판다
피신청인은 신청인 단체의 주장이 자신의 권리나 이익이 침해되었음을 내세우는 취지가 아닐뿐더러, 신청인 단체가 그 피보전권리로 삼은 이른바 ‘자연방위권’이라는 것은 우리 법제상 인정되지 않는 귄리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가처분 신청은 부적법하나는 취지로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소송요건의 흠결이 있거나 또는 가처분으로서 구하는 신청취지 그 자체가 법률상 허용될 수 없는 경우와는 달리, 피신청인이 지적하는 그러한 사정들은 본안에서 피보전권리의 유무로 판단되어야 할 사항이므로, 피신청인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본안에 관한 판단
신청인 도롱뇽을 제외한 나머지 신청인들(이하 이 항에서는 ‘신청인들’이라고 한다)의 주장에 관하여 차례로 살펴본다.
가. 현법 제3조번 제1항 내지 ‘자연 방위권’에 기한 주장에 관한 판단
(1) 먼저, 신청인들의 헌법상 환경권 규정을 근거로 한 주장에 관하여 본다. 헌법 제35조 제1항은 환경권을 기본권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으며, 사법의 해석 및 적용에 있어서도 이러한 기본권이 충분히 보장되도록 배려하여야 한다. 그러나 헌법상의 기본권으로서의 환경권에 관한 위 규정만으로는 그 보호대상인 환경의 내용 및 범위, 권리의 주체 등이 명확하지 못하여 이 규정이 개개의 국민에게 직접 구체적인 사법상의 권리를 부여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환경의 보전이라는 이념과 국토와 산업의 개발에 대한 공익상의 요청 및 경제 활동의 자유, 환경의 보전을 통한 국민의 복리 증진과 개발을 통한 인근 지역 주민들의 이익이나 국가적 편익의 증대 사이에는 그 서 있는 위치와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시각들이 존대할 수 있는 탓에 상호 대립하는 법익들 중 어느 것을 우선시킬 것이며, 이를 어떻게 조정하고 조화시켜 사적 권리주체에게는 어떤 권리를 부여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기본적으로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법률에 의해 결정하여 할 성질의 것이므로, 헌법 제35조 제2항은 “환경권의 내용과 행사에 관하여는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고, 따라서 사법상의 권리로서의 환경권이 인정되려면 그에 관한 명문의 법률 규정이 있거나 관계 법령의 규정취지나 조리에 비추어 권리의 주체, 대상, 내용, 행사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정립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인바(대법원 1995. 5. 23. 자 94마 2218 결정 등 참조) 신청인들이 주장하는 환경이익이라는 것이 현행의 사법체계 아래서 인정되는 생활이익 내지 상린관계에 터 잡은 사법적 구제를 초과하는 의미에서 권리의 주장이라면, 그러한 권리의 주장으로서는 직접 국가가 아닌 피신청인에 대하여 사법적 구제수단인 이 사건 가처분을 구할 수 없는 것이어서, 이를 기초로 한 신청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신청인 단계가 피보전권리로 내세운 ‘자연 방위권’에 관하여 살펴본다. 자연은 인간의 영원한 생존과 존재의 기반이고, 인간의 일시적 편익에 봉사하거나 인간에 의하여 함부로 개척되고 극복되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인 만큼 자연은 그 자체로서 고유의 가치를 가지며, 또 자연의 파괴라는 것이 회복 불가능한 면이 있는 까닭에 인간은 그 영원한 삶의 유지를 위해서도 자연을 보호하고, 그 무분별한 훼손을 삼가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당위성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권리, 의무로까지 관념되어야 한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권리·의무라는 것은 국가가 그 시대적 요청과 필요에 의해 법률로 제정이 될 때 비로소 그 실정법률에 의해 구체화되고 발생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청인 단체가 주장하는 ‘자연방위권’은 우리 나라 법률상 그 주체, 내용, 행사방법이 구체적으로 정립된 바 없어 아직 실정법상 구체적 권리로 인정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직접 신청인 단체가 피신청인에 대하여 위 자연방위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민사상의 가처분으로 이 사건 터널 공사의 착공금지를 구할 수는 없다.
나. 절차위반 주장에 관한 판단
이 사건 가처분 신청과 같이 환경침해를 이유로 유지청구를 구하는 이론적 근거 내지 피보전권리로는 물권적 청구권설(환경침해를 피해자가 지배하는 토지·건물의 소유권, 점유권과 같은 물권 또는 물권화한 권리에 대한 침해로 보는 견해), 인격권설(명예, 자유, 성명권, 초상권, 프라이버시 등 개별적 인격권을 아우른 일반적 인격권의 개념을 전제로 하여 환경침해는 곧 인격권의 침해라고 보는 견해), 환경권설(환경권을 추상적인 권리가 아니라 직접 침해행위의 배제를 구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배타적인 지배권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 불법행위설(불법행위의 효과로서 손해배상뿐만 아니라 원상회복까지도 인정해야 한다고 하면서 원상회복으로서의 방해배제청구도 가능하다는 견해) 등이 주장되고 있으나, 현행법의 해석상 물권적 청구권을 바탕으로 하여 수인한 도론에 입각한 이익형량을 통하여 피보전권리의 유무를 판단함이 상당하므로, 결국 이와 같은 물권적 권리는 피보전권리 인정의 전제가 되며, 이러한 전제 하에 그 수인한도를 초과하여야 유지청구를 구할 피보전권리가 인정된다 할 것이다. 따라서 신청인에게 물권적 청구권설에서 말하는 사법상의 권리가 없다면 이 사건 가처분으로 이 사건 터널 공사의 금지를 구할 피보전권리가 인정될 수 없고, 신청인들이 주장하는 절차위반주장은 신청인들에게 위와 같은 권리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수인한도를 판단하는 하나의 자료에 불과할 것이나, 신청인들은 이 사건에서 절차위반을 가처분 신청의 주요한 근거로서 주장하고 있고, 그 결과 절차위반 여부는 이 사건에서 주된 쟁점으로 되어 있으므로 이에 관하여는 아래와 같이 별도의 항으로 나누어서 판단하기로 한다.
(1) 환경영향평가서를 재작성하여야 하는지 여부
구 환경영향평가법(1999. 12. 31. 법률 제6095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21조 제1항 및 동법 시행령(2000. 12. 30. 대통령령 제17089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13조 제 1항에 의하면, 사업자는 환경처 등과의 협의 내용을 통보받은 날로부터 7년 이내에 공사를 착공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작성하여 재협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신청인의 환경영향평가서 협의요청에 따라 환경처장관이 1994. 11. 2. 그 협의내용을 통보하였으므로, 피신청인은 그로부터 7년 내인 2001. 11. 2.까지는 이 사건 노선에 관한 공사를 착공하여야 하는바, 피신청인은 2000. 12. 28. 부산역사 증축공사를 착공하였으니 적법한 기간 내에 착공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환경영향평가”는 환경영향평가대상사업의 사업계획을 수립함에 있어서 당해 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환경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을 미리 예측·분석하여 환경영향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 위하여 시행하는 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각종 정책 또는 계획을 수립·시행하고자 할 때에는 환경영향을 고려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여야 하는 점,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여 당해 사업의 시행으로 인한 환경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 점, 피신청인이 건설교통부장관으로부터 받은 이 사건 노선의 실시계획승인처분 및 그 변경처분의 사업시행의 위치가 울산시 언양면 반곡리에서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까지로 되어 있는 점, 고속철도 건설공사는 그 노선의 시점에서 시작하여 종점까지 순차로 공사하는 것이 아니라 공구별로 나누어 동시에 진행되는 것인 점 등을 감안한다면, 피신청인이 위와 같이 부산역사 증축공사에 착수한 것을 두고 과연 착공기한 내의 공사착수로 볼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그 내용상 다소 부당한 점이 엿보이긴 하나, 그렇다고 피신청인이 법이 정한 형식적 기한을 어겨 착공한 것이 아닌 이상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노선 공사에 관한 사업계획승인 내지 공사 착공을 위법하다고는 볼 수 없다{환경영향평가서의 내용이 환경영향평가제도를 둔 입법 취지를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심히 부실하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이에 기초한 건설교통부장관의 처분이 신청인들의 주장과 같이 위법하거나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1. 6. 29. 선고 99두9902 판결, 2001. 7. 27. 선고 99두5092 판결 등 참조)}.
(2) 환경부장관이 재평가를 요청하였어야 하는 지 여부
환경, 교통, 재해등에관한영향평가법 제32조에 의하면, 환경부장관은 협의 당시 예측하지 못한 환경영향이 당해 사업의 착공 후 발생하여 주변 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정하는 사업에 대하여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장에게 재평가를 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이 사건 터널 공사와 관련하여 협의 당시인 1994. 11. 2. 무렵 예측하지 못한 환경영향이 발생하여 주변 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이 사건 환경영향평가서는 이 사건 터널 인근의 환경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육수 동·식물상
식물플랑크톤 : 11종
수서곤충 : 10과 16종
어류 : 13종
패류 : 8종
담수식물 : 7종
보호 동·식물 현황 : 설계 노선 주변에는 특별히 보호를 요하는 동·식물은 없음.
보호지역 현황 : 없음. 〃
그러나 천성산에는 위에서 기술된 내용보다 훨씬 더 많은 동·식물이 존재하고 있으며, 천연기념물 제323호인 황조롱이, 참매, 제324호인 수리부엉이, 소쩍새를 비롯하여 30여종이 넘는 보호대상 동·식물이 존재하고 있다. 또한, 천성산에는 22개의 늪, 13개의 계곡, 9개의 능선, 6개의 저수지, 17개의 소류지, 15개의 못 등이 있는데. 그 중 1998. 12. 31. 무제치늪이 자연환경보전법상의 자연생태계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고, 2002. 2. 1.에는 화엄늪이 습지보전법상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다. 뿐만 아니라, 위 환경영향평가서 작성당시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단층대가 새롭게 발견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당초의 환경영향평가서가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은 현재 파악된 천상산에 서식하는 동·식물이나 늪지의 분포 상황 또는 단층 등 지질학적 사정 등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못한 사정에 피신청인이 환경처로부터 협의내용을 통보받은 때로부터 7년 내에 적어도 이 사건 터널 구간에 대하여는 공사를 착공한 바가 없는 사정을 더하여 본다면, 환경부장관이 위 법 소정의 재평가를 요청할 수도 있다고 보여 진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착공 자체를 위법한 것으로 볼 수 없는데다가 피신청인이 이 사건 터널의 원안설계단계를 거쳐 대안설계 단계에 이르러서는 새롭게 발견된 단층대 등의 지질적 특성을 파악하여 이를 설계 및 공법에 반영하였고, 2002년에 이르러서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자연환경변화 정밀조사’까지 시행한 점을 감안하면, 재평가를 요청하지 않은 환경부장관의 행위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3) 경내지 사용과 관련된 전통사찰보존법의 절차가 필요한지 여부
경내지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의 처분을 함에 있어서 전통사찰보존법 제9조가 요구하는 주무부 장관의 동의와 위 사찰이 소속된 대표단체 대표자와의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에 관하여 본다.
같은 법 제9조는 경내지의 보호에 관하여, “① 전통사찰의 경내지에 대하여 다른 법률에 의한 수용·사용 또는 제한의 처분을 하고자 하는 자는 사전에 문화체육부장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② 문화체육부장관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동의를 하고자 할 때에는 전통사찰의 소속대표단체의 대표자와 협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2조 제3호는 ‘경내지’라 함은 불교의 의식, 승려의 수행 및 생활과 신도의 교화를 위하여 사찰에 속하는 토지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것을 말한다고 하며,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은 위 경내지를 “1. 경내건조물(건물, 입목, 죽 기타 지상물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이 정착되어 있는 토지와 이와 연결되어 있는 그 부속토지, 2. 참배로로 사용되는 토지, 3. 불교의 의식행사를 위하여 사용되는 토지(불공용 및 수도용의 토지를 포함한다), 4. 정원, 산림, 경작지 및 초지와 사찰의 존엄 또는 풍치의 보존을 위하여 사용되는 사찰 소유의 토지, 5. 역사 또는 기록 등에 의하여 당해 사찰과 밀접한 연고가 있다고 인정되는 토지로서 당해 사찰의 관리에 속하는 토지, 6. 경내 건조물과 제1호 내지 제5호의 구정에 의한 토지의 재해방지를 위하여 사용되는 토지“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터널은 신청인 미타암으로부터 수평으로 약 250m, 수직으로 약 400m 지하 부근을 통과하는 바, 이 사건 터널이 통과하는 구간은 위 미타암과는 떨어진 거리에 비추어 위 법령에서 말하는 경내지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경내지란 위 법령에서 규정된 토지의 정당한 이익이 미치는 상하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나, 위와 같은 이격 거리를 감안한다면, 이 사건 터널이 통과하는 부분이 위 경내지의 정당한 이익이 미치는 범위내라고 볼 수는 없다), 경내지임을 전제로 하는 신청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자연공원법상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는지 여부
신청인들의 주장과 같이 천성산 일대가 1979. 11.경부터 가지산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고, 자연공원법상 건축물 그 밖에의 공작물을 신축·증축·개축·재축 또는 이축하는 행위 등에 관하여는 공원관리청과의 협의를 거쳐야 하나, 한편, 건설교통부장관이 실시계획을 승인한 경우에는 공공철도건설촉진법 제6조, 고속철도건설촉진법 제8조에 의하여 위 협의를 거친 것으로 의제되고, 이 사건 터널공사와 관련하여 건설교통부장관의 실시계획에 대한 승인처분이 있었던 것은 위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신청인들의 이 주장은 이유 없다.
(5) 자연환경보전법 및 습지보전법 상의 협의절차를 거쳐야 하는 지 여부
생태계보전지역 및 습지보전지역에서는 건축물 건축 등 일정한 행위가 금지되며, 그러한 행위를 하기 위하여서는 환경부 장관의 승인 등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 있어 무제치늪은 이 사건 터널로부터 수평으로 900m, 수직으로 320m 떨어진 곳에, 화엄늪은 수평으로 2,700m, 수직으로 500m 떨어진 곳에 있어, 이 사건 터널이 통과하는 구간을 위 법들 소정의 자연생태계특별보호구역 내지 습지보호지역이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터널 공사가 위 무제치늪, 화엄늪의 자연환경이나 생태계, 수위나 수량에 영향을 미친다는 소명이 부족하므로 신청인들의 이 주장도 이유 없다.
(6)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터널 공사는 신청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일부 절차상의 미비를 다툴 여지가 있다고는 보인다. 그러나 민사상의 가처분은 그 가처분에 의해 보전될 권리관계가 존재하여야 하고, 그 권리관계는 민사소송에 의하여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어야 하는 것이며, 민사소송은 사법(私法)상의 권리에 대한 침해의 구제 및 이를 통한 사법질서(私法秩序)의 유지를 그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신청인들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터널 건설의 사업계획승인이나 그 진행경과에 있어 환경영향평가의 실시 및 그에 대한 협의절차, 기타 관계 법규들이 규정한 협의절차를 미비한 공법상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신청인들의 사법상 권리에 대한 침해가 없는 한, 그러한 하자가 있다는 점만으로 바로 신청인들에게 민사상의 가처분으로 이 사건 터널 공사의 착공금지를 구할 권리가 생긴다고 할 수는 없다.
다. 수인한도를 넘는 환경이익의 침해가 있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다음으로, 이 사건 터널 공사가 신청인들의 수인한도를 넘는 환경이익의 침해를 초래할 것인지에 관하여 살핀다.
(1) 신청인 사찰들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터널이 통과하는 인근에 위치하고 있으며, 구간 중 일부에 대하여 토지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는바, 이 사건 터널 공사로 인하여 위 신청인들의 토지소유권이 직접적으로 침해되는 경우는 물론, 종래 위 신청인들이 누려온 경관이나 조망, 사찰로서 수행을 위한 조용하고 쾌적한 종교적 환경 등 신청인들에게 있어 하나의 생활이익으로서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인정되는 환경이익의 침해가 있고, 그러한 침해 정도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수인할 정도를 넘어선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면 위 신청인들은 그 토지소유권에 기하여 그 침해의 배제 또는 예방으로서 이 사건 터널의 착공금지를 청구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그 침해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수인할 정도를 넘어서는 지 여부는 피해의 성질 및 정도, 피해이익의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 가해행위의 태양, 가해행위의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 방지조치 또는 손해회피의 가능성, 공법적 규제, 지역성과 토지이용의 선후관계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2)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터널은 천성산 지하를 관통하는 길이 13km 이상의 장대터널인바, 이 사건 터널 지하부분은 단층이 발달한 부분으로 이 사건 터널은 동래단층과 양산단층과 평행한 방향으로 진행하면서, 법기단층과는 수직으로 교차하게 되어있다. 위 단층대가 활성단층인지 여부에 관하여 학계의 견해가 일치되어 있는 것은 아니나, 상당수의 학자들은 활성단층으로 주장하고 있다.
활성단층대는 그 지질이 다른 곳에 비하여 불안정하고, 안전성에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지하수 유출의 통로가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안정성이 우려되는 단층 및 파쇄대지역에는 터널을 시공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청인들은 이 사건 터널의 공사는 단층대를 통과하게 되므로 지질이 불안정하여 터널이 붕괴되거나, 터널을 통하여 대규모로 지하수가 유출될 염려가 있고, 그 결과 지상의 무제치늪이나 화엄늪의 물 역시 유출될 우려가 있으며, 그로 인하여 천성산의 생태계나 자연환경이 파괴될 우려가 높다고 주장하며, 피신청인은 이 사건 터널이 단층대를 통과하는 것은 사실이나 설계과정에서 충분히 반영하였고, 시공하는 과정에서 단층대의 존재를 미리 예측하면서 첨단공법으로 시공하므로 신청인들의 주장과 같은 위험성은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이 사건 기록 및 심문의 전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터널 부근의 지하수맥과 무제치늪이나 화엄늪의 직접 수원이 되는 지하수 내지 지표수는 신청인들의 주장과는 달리 상호 연결이 되어 있지 않을 개연성이 훨씬 높아 보여(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전문가들은 비록 상호 연결이 되어 있지 않을 개연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정밀한 시추조사를 해 보지 않고는 확실하게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하고 있다) 이 사건 터널의 공사로 바로 무제치늪이나 화엄늪 등의 고산늪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또, 이 사건 터널이 13km가 넘는 장대터널로서 단층대를 통과하게 되며, 실제 시공하는 과정에서 전혀 예측하지 못한 지질상태를 만날 개연성도 있고, 첨단공법을 쓰더라도 예상치 못한 기술 자체의 한계 및 시공상의 실수의 발생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둔다면 신청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터널 자체의 붕괴 가능성, 지하수 유출가능성이 피신청인의 주장과 같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 발생개연성에 대한 소명은 현저히 부족하다. 더구나, 피신청인이 계획한 환경피해 저감대책이 제대로 이행될 경우 그 개연성은 거의 없다 해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사건 터널 공사가 중단되면 경부고속철도 완전개통이 미루어지고 그리되면 서울 부산간 2시간 내 여행의 현실화, 경주지역의 관광산업활성화, 포항·울산 등 공업지역의 산업경쟁력강화, 부산지역의 경제활성화 및 부산의 동북아 허브항 내지 국제물류중심도시로의 도약 등에 심각한 장애가 생기고 연간 약 2조원에 가까운 사회경제적 이익이 감소되는 등 막대한 공공의 이익이 침해된다.
그렇다면, 이 사건 터널 굴착 공사는 경부고속철도를 완성시키는 중요한 건설행위로서 그로 인해 얻을 공공의 이익은 실로 막대해 보이고, 그 굴착 공사로 초래될 환경침해의 개연성은 현저히 낮아보이니, 현저히 낮은 개연성을 가진 환경침해 불이익을 내세워 막대한 공공의 이익을 외면할 수가 없다. 따라서 위 공사가 수인한도를 넘는 위법한 환경이익의 침해행위라고 단정키는 어렵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약한 개연성만으로는 앞서 본 일부 절차상의 미비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신청인들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터널 공사가 신청인들에게 수인한도를 초과하는 토지소유권 내지는 종교상의 환경이익을 침해한다는 소명이 될 수 없어 결국 신청인들의 주앙은 이유 없다(신청인들은 공사로 소음·진동 등도 주장하고 있으나, 기준치를 초과하는 소음이나 진동이 발생한다는 소명이 전혀 없으므로 신청인들의 이 주장은 이유 없다).
그 밖에 신청인들의 이 사건 신청을 뒷받침해 줄 피보전권리에 대한 주장과 소명이 보이지 않는다.
라.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판단
이 사건 공사착공금지 가처분신청과 같은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은 피보전권리에 대한 소명이 있고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막기 위하여 또는 그 밖의 필요한 이유가 있을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것인데, 이 사건에서는 이와 같은 사유에 관한 소명이 없을 뿐만 아니라, 환경·교통·재해 등에 관한영향평가법에 의하면 승인기관의 장이 협의내용의 이행 여부에 관하여 관리·감독을 하며 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사유가 발생할 경우 그 공사의 중지명령까지 할 수 있어 공사 도중 환경피해를 초래할 긴급한 사정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처할 제도까지 마련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가처분은 그 보전의 필요성 역시 인정하기 어렵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신청 중 신청인 도롱뇽의 신청은 당사자능력이 없으므로 부적법하여 이를 각하하고, 나머지 신청인들의 신청은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이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원심결정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고, 신청인들의 항고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첫댓글 신청인 도롱뇽은 위 천성산 일원에 서식하고 있는 도롱뇽목 도롱뇽과에 속하는 양서류이며 에서 살짝 웃었습니다만. ^^ 판결내용이야 어찌되었든 양측 주장이 조목조목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는 좋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좋은 자료 감사드립니다. ^^
상고 신청했다고 하니 사건기록은 지금쯤 대법원으로 갔을 듯... (으~ 내 울산지법 공익이었다면!!!)
흠. 이미 판결이 나와서 어쩔 수는 없지만, '환경은 한번 파괴해 버리면 복구불능'이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네요. 지금 보기엔 하찮아 보일지라도, 10~20년이 흐른 뒤에 어찌될지는 두고봐야겠지요... 상고 신청했다면 대법원에서 어떻게 판단할 지를 두고봐야 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