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영 바오로 신부
주님 공현 대축일
이사야 60,1-6 에페소 3,2.3ㄴ.5-6 마태오 2,1-12
약함과 순명의 모습으로 다가오시는 우리의 주님
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유다의 작은 고을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신 아기예수님께서는 인간으로 이 세상에 오셨지만,
우리의 왕이시며 주님이심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동방에서 온 박사들은 이를 축하하기 위해 세 가지 예물을 아기예수님께
드립니다. 참 왕이심을 알리며 황금을, 참 하느님이심을 고백하며 유향을, 참 인간으로 오셨음에
감사하며 몰약을 예물로 드렸던 것입니다.
그렇게 동방박사들은 아기예수님께서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오셨음을 온 세상에 선포합니다.
그런데 유다인들의 임금이시며, 우리의 구세주이신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내려오셔서
보여준 첫 모습은 아기의 모습이었습니다.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는
한없이 연약한 존재로 이 세상에 오셨던 것입니다.
성경이 들려주는 또 다른 공현 사건은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바꾸신 것과
예수님의 세례인데 이 역시 그분의 힘을 보여주거나 주도권을 가지고 행하신 일이 아니었습니다.
첫 기적은 성모님의 부탁으로 이루어진 일이며, 세례는 세례자 요한을 통해서 이루어졌던 것입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참 하느님이시며 참 왕이시지만, 공현 사건을 통해서는 약함과 순명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그 이후의 삶을 통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느님으로서 권능과 왕으로서 권위를 드러내기보다는 순명과 섬김의 삶을 사시다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는 길을 걸으셨던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강함을 통해서 권위를 통해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드러내려고 합니다.
자신만의 선의를 가지고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들 역시 그러한 유혹을 극복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을 통해서 이미 배운 사람들입니다.
섬김을 받는 삶이 아니라 섬기는 삶이,
첫째가 되고자 아등바등 높이 올라가려고 하는 삶이 아니라 꼴찌더라도 함께 하며
사랑을 나누는 삶이 가장 높고 가장 크신 분과 영원히 함께 하는 삶을 향한
첫 발걸음임을 말입니다.
새롭게 주어진 2024년을 살아가면서, 참 하느님이시며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순명과 섬김의 삶을 통해서 세상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여줄 수 있는
참 그리스도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광주대교구 유기영 바오로 신부
2024년 1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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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호 미카엘 신부
주님 공현 대축일
이사야 60,1-6 에페소 3,2.3ㄴ.5-6 마태오 2,1-12
“지금 내 신앙의 여정은 어디를 향하고 있습니까?”
교회에서는 동방박사가 예수님을 경배하고 그들의 증언을 통해 예수님께서 인류의 구세주이심을
공적으로 드러났음을 기념하며 예수님을 주님으로 믿고 따르는 그리스도인이 주님께서
온 세상에 구원의 빛이심을 드러내 보이는 주님 공현대축일을 지냅니다.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
빛을 향한 동방박사들의 간절한 바람과 도전의 여정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삶의 질이 변화되고
신앙이 무너지고 주님을 멀리하며 무감각한 모습으로 자신만을 위한 길을 걸었던 우리들에게
새로운 빛을 통해 하느님을 찾기 위한 새로운 길을 걷게 합니다.
지상의 것에 마음을 빼앗겨 천국을 바라보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여 이웃에게 무관심한 삶에서
우리는 하느님을 향한 뜨거운 열망으로 다시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이제 이런 믿음의 여정을 멈추지 말고 항상 움직이며 날마다 새롭게 출발하여
하느님을 찾는 그런 멋진 삶이어야 하겠습니다.
어느 날 목적지에 도착해 예수님을 경배한 그 순간, 하느님의 현존과 함께하심을
경배해야 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향하고 하느님을 만나 경배드릴때 변화될 수 있습니다.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시기 위해 빛으로 오신 주님을 경배할 때 우리는 어둠에서 빛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변화될 수 있습니다.
이제 빛을 향해 떠나고, 주님께 경배드리고, 새로운 삶으로 나가야 하며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간절한 삶을 통해 주님의 뜻대로 살아 주님을 온 세상에 전하는
하느님의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경배드립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오늘 주님을 찾아 나서는 간절한 바람과
주님과 함께 세상을 향한 힘찬 여정을 시작합시다.
“지금 내 신앙의 여정은 어디를 향하고 있습니까?”
대전교구 한태호 미카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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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기 바오로 신부
주님 공현 대축일
이사야 60,1-6 에페소 3,2.3ㄴ.5-6 마태오 2,1-12
동방박사는 누구?
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공현’(公顯)이란 ‘공식적으로 나타내 보이다’라는 뜻으로 예수님께서 온 인류를 위한
구세주로 드러나심을 의미합니다.
삼왕이라고도 칭해지는 동방 박사 세 사람(가스팔, 멜키올, 발타살)은 이방인들로서
구세주 예수님을 처음 뵙고 경배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여정은 절대 순탄치 않았습니다. 머나먼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마태 2,1 참조)
그 별의 인도를 따라 힘든 순례 끝에 베들레헴에 도착해 구세주로 세상에 오신 예수님을
찬양하며 경배하고 정성껏 준비한 선물,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봉헌합니다(마태 2,11 참조).
저는 주님 공현 대축일만 되면 독일에 갔을 때가 생각납니다. 라인강 옆에 자리 잡은 웅장한
쾰른 대성당을 보며 동방 박사 세 사람의 유골이 모셔져 있는 찬란한 황금 유골함과
오늘 복음의 장면을 그린 병풍형 그림을 봤던 순간이 항상 떠오릅니다.
그러면서 오늘 복음의 장면들을 머릿속에 그려봅니다.
이스라엘로부터 동쪽으로 멀리 떨어진 페르시아 제국에서 활동하던 천체에 지식이 깊은
동방박사들이 별자리를 살피던 중 유난히 빛나는 큰 별을 발견합니다.
그들은 유대인들에게 전해지는 구세주의 탄생에 관한 예언서의 내용을 떠올리며
이스라엘을 비추는 그 큰 별빛을 따라 기나긴 여정을 하게 됩니다.
성경과 율법을 모두 암기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제사장과 학자들은 오히려 메시아 탄생을
모르고 있었고(마태 2,3-4참조) 이 이방인들의 박사들은 별을 보고 메시아 탄생을 믿고
직접 찾아 나섰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헤로데 임금을 비롯하여 온 예루살렘이 깜짝 놀랐다는 것은 구원의 땅에 살면서도
자신들의 구세주 탄생인데도
이방인들에게 즉 외국인들에게 자신들의 나라 소식을 듣는 기분이었을 것입니다.
임신한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미사를 참례하고 유아세례를 받고 복사를 서고 예비신학생 모임을
다녀 신학교를 우수한 성적이 아닌 우스운 성적으로 졸업하며 사제가 된,
신앙으로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헤로데와 율법학자 같은 저에게
동방박사 같은 이교인들은 제가 일하는 성라자로 마을에 많이 찾아와 구세주의 사랑을 가르치고,
실천하고, 전하고 가십니다.
머나먼 미국 한인사회에서도 오고, 경상도 전라도에서도 오고, 가톨릭 단체가 아닌 소방서, 경찰서,
일반 기업과 공공기업에서 우리 마을의 한센병 가족들에게 찾아와 자신들이 정성껏 준비한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봉헌하고 가십니다.
저는 또 다른 예수님인 우리 한센 가족들과 매일 함께 지내면서도 예수님을 몰라보는데,
오히려 머나먼 곳에서 찾아온 이방인들이 우리 마을의 예수님을 알려주고, 깨우쳐주고 가십니다.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이 이방인들이었던 동방 박사들에게 구세주 탄생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자존심도 상하고 부끄러웠듯이 저도 성라자로 마을을 찾는 저보다 더 커 보이는
많은 방문객에게 알량한 자존심도 상하고 주님께 너무나도 부끄럽고
죄송함을 금하기 힘들 때가 너무나도 많음을 고백합니다.
존경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동방 박사의 모습을 기억하며 우리도 하루하루 구세주 예수님이 비추시는 별빛을
잘 따라가고 주님께 올바른 예물을 드리는 삶을 살아갑시다.
감동을 주는 예물을 바쳐 우리의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아울러 우리 모두를 위해 공적으로 드러나신 주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합시다. 아멘.
수원교구 한영기 바오로 신부
- ‘오요안 신부의 가톨릭‘에서 참조
가톨릭사랑방 catholics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