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8/14, 07시 30분 신갈 출발
*날씨: 흐리고 가끔 비
(12:10) 평창군 진부면 마평리 (마평농원)도착
(12:25) 신기리 낡은터로 이동
(12:52) 신기리 낡은터 도착
(12;59) 박지골 산행시작
(13;52) 박지골 끝나는 지점
(14;23) 임도
(15;13) 박지산(두타산) 주릉선
(15;27) ▲두타산 정상(1,394m)- 삼각점과 표지석 2개
(15;49) ▲헬기장(1,250m봉)
(16;09) 아차골 안부삼거리
(16;44) 임도
(16;56) 임도 끝나는 지점(두타산칠성대 2.8Km/휴양림 2.3Km)
(17;19) 이정표, 휴양림 1,3Km/ 두타산 3,8Km..
(17;21) 샘터바위
(17;38) 털보바위(휴양림 0.5Km/ 두타산 4.6Km/ 휴양관 1Km)
(17;50) 등산로 입구(두타산 5.1Km..)
(18;00) 자연휴양림 매표소
(18;22) 아차교 수항교회 도착
최근 들어 가장 오래 된 산삼을 캐었다는 산, 평창의 박지산을 찾아가는 길이다.
두타산이라고도 불리우는 이 산엔 산당귀가 많고 산나물이 많아서 심마니. 약초꾼
들을 통해서 많이 알려져 있는 산이다.(사진;인걸님)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다 진부 I.C를 빠져나와 진부면 쪽으로 진행 , 59번 국도를
타고 가다 410번 지방도로를 타고가야 한다는 정보를 사전 입수하였으나 MGD가
직접 운전 하는 것이 아니니 권한 밖의 일이다.
일요일엔 길을 나서는 것이 아닌데 요즈음 대간산행이 뜸하다 보니, 너무 산행을
안하는 것이 아닌가 하여 모처럼만에 일반산행길에 참여해보기로 했던 것이다. 예
상대로라면 10시~10시 30분 들머리에 닿았어야 할 일인데, 광복절까지 계속되는
황금연휴인데다 휴가철인 일요일이어서 영동고속도로는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
(사진;인걸님)

무지개산악회를 찾는 가장 큰 이유가 들머리를 잘 찾아 제 시간에 차를 대주는
이광우사장님의 운전실력에 매력을 느낀 때문인데, 오늘은 다른 기사님이 운전을
하신 까닭에 가뜩이나 늦어진 산행길이 들머리를 찾느라 많은 시간을 빼앗기에 되
어 시작에서부터 차질을 빚게 되었던 것..(사진;인걸님/물레나물꽃)

59번 국도에서 410번 지방도로를 찾아드는 일부터도 어려운 일이었다. 요즈음 산
악회 버스나 관광버스들이 모두 네비게이션들을 달고 다니더니만, 이 기사님은 신
기리마저도 찾아들지 못하였다. 겨우 '두타산 자연휴양림 6Km' 안내간판이 있는 갈
림길에서 신기리 방향을 찾아 들었어야 할 것을 반대방향인 정선방향으로 향하였기
에 문제가 야기되었다.(사진;인걸님)

한참을 가다 누군가 들머리를 지나쳤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좁은 도로에서 버스를
되돌려 나와 멈춘 곳이 마평리 마평농원 간판이 서있는 오대천 잠수교 앞이다.
(12;10) <사진;그린님>

영문도 모른 채 '알아서 잘들 하셨으려니..' 하고는, 도착시간이 좀 늦은 감이 있기
는 하였으나 그래도 여유로운 마음을 잊지 않으려 애를 쓰면서 산행들머리를 찾아
가는 길이다.(사진;인걸님)

이곳의 산들이 제법 오똑오똑 콧날을 세운 듯 높이 솟아있다. 꽤나 넓은 폭의 강을
가로지르는 나즈막한 잠수교를 편안한 마음으로 건너 우측으로 접어드니 마평농원
간판이 마주한다. 좌측으로 돌아 앞에 솟아오른 산을 향해 오르는 길이다.
(사진;인걸님)

몇 채 안되는 한적한 농가 뒤에 펼쳐진 밭 가운데로 난 길을 따라 오르는 일행들의
행적이 뭔가 탐탁치가 않아 보인다. 아무리 만류하는 산길이라도 산행들머리라면 표
지기 하나쯤 걸려있지 않을 리가 만무하다. 잠시 길을 찾기 위해 우왕좌왕 하는 모습
을 올려다 보며 일단 멈추어 서서..(사진;그린님)

산골집 치고는 제법 명당으로 보이는 마지막 농가에 들려 '계십니까?' 하니 안에서
나오시며 얼른 '네~'하고 대답을 주신다. 사정 이야기를 늘어놓자 "여기서 두타산을
가려면 쉽지가 않을 텐데요." 하시며 고개를 저으시길래 지도를 펼쳐보이니 '여기는
마평리'라 하신다.(사진;인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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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작고 앙증맞은 트럭이 한대 놓여있길래 빈말 하는 셈치고 그 트럭을 이용하
여 신기리 낡은터까지 이동을 좀 할 수 없겠느냐 물었다. 좋은 터에 사시는 분의 넉넉
한 인상만큼이나 쉽사리 반응이 오길래,
"주머니에 지닌 것이 이게 전부입니다." 하면서
"원하신다면 추후에 더 보내드리겠습니다." 하였더니 극구 사양을 하신다.
돈은 안주셔도 되니 타시라 하기에 들머리 찾다 늦어서 산행을 못하는 한이 있더라
도 낡은터가 어디인지 확인이라도 하자는 심산으로 트럭에 올라타고서,
(사진은 신기1리 하우스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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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평리에서 낡은터를 찾기 위해 서쪽으로 10분정도 이동을 하다가, 아무래도 산세
(山勢)를 보아하니 지나친 듯 하기에 차를 멈추고는 농가에 찾아들어 다시 물었다.
지나쳐 왔다는 말을 하며 박지골은 사람들의 출입을 금하는 곳이라 한다. 사정 이야
기를 하고 겨우 허락을 얻어 들머리를 찾아가게 되었는데, 나중에서야 파악을 하게
되었지만 낡은터는 신기1교가 있는 근방이다. 차를 멈춘 곳은 신기 5교이며, 그동안
5개의 다리를 지나쳐 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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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가며 좌측 산밑을 아무리 살펴도 산행들머리로 보이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신기1교를 다시 지나와 하우스단지에서 다시 길을 물으니, 신기1교를 다시 지
나가야 한다는 말에 또 다시 차를 돌려 되돌아 온 길을 가며 오른쪽 개울 건너를 살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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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뚝우뚝 솟아오른 산들 사이에 작은 골짜기를 이루고 그 골짜기(박지골) 초입에 주
황색 표지기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아무 생각없이 일행들 뒤를 쫓았더라면 예정에도 없는 산길에서 헤맬 뻔한 것을 인심
좋은 아저씨를 만나 겨우 산행들머리를 찾아놓고는 감사한 마음을 그저 인사로서 대신
할 수밖엔 없었다.
마지막으로 건강하시라는 한마디를 남기고는 사진 한 장 남겨줄 것을 청하였다. 그리
고 고마운 마음 잊지 않기 위해 이곳에 그분의 흔적을 남겨두기로 한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마평2리(2반)
김 구 영 (010-8872-5747)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신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을 띄웁니다.
조건 없이 베풀어주신 넉넉한 인심 잊지 않겠습니다. 덕분에 멋진 탐방길이 되었음을
전화로라도 다시 인사 올릴 것을 약속 드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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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코스 ; 신기1리(낡은터)-박지골-박지산(두타산)-헬기장-안부삼거리
임도-털보바위-수항리 아차골자연휴양림-수항교회
* 산행거리 : 산행거리 약 13km/접속거리 2km/총산행거리 약 15km(5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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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1교를 지나 전신주 257번과 258번 사이, KT전봇대 No.54번 앞에서 개울 건너
박지골로 오르는 길의 흔적을 따라 오르기로 한다. 노란색과 검은색이 배색된 도로
변 안전방지턱을 넘어 배추밭 끝을 잡고 개울로 내려와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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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을 건너려 하니 가운데 물살이 제법 세다. 위 아래로 훑어 보아도 발을 적시지 않
고 건너기에는 역부족인 듯, CY께서 큰 돌을 안아다 징검다리를 놓아주시기에 무사히
물길을 건너, 박지골을 오르는 길을 눈여겨 보았다.
입구에는 쌓다 만 돌탑이 있는데, 지나는 이들마다 돌을 올려놓고 가라는 암시로 보
인다. 미완성의 돌탑 옆에서..(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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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우리 아들이 이곳을 다녀갔는가(?) 했더니만, 한지성이 아닌 한지설님의 표지기
가 달랑 하나 매달려 있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표지기가 없을 수는 없을텐데, 길을
물었을 때 주민의 말에서도 알아챌 수 있었듯, 이곳은 상수도 보호구역이라 박지골 오
르는 걸 이 지역 사람들이 원치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달려 있었어도 산행들머리의
표식을 모두 없앴을 것이란 추측하에..

박지골로 오르는 길의 흔적은 뚜렷하지 않다. 좌측으로 난 길의 흔적을 따르려다 물
길을 따라 바윗돌을 디디고 조심스럽게 잠시 오르자니 길이 끊겨 있다. 좌측이 길인가
보다 하고 다시 잡목가지를 잘라내며 좌측으로 뚫고 나가다보니 길의 흔적이 보인다.
10분정도 계곡 좌측길로 따라 오르다보니 물길과 다시 만나면서 길이 사라져버렸다.
물길을 막아놓은 시멘트시설물을 딛고 건너가서 보니 길의 흔적이 수풀속으로 이어지
고 있다.

계곡의 우측에서 너덜길을 오르는데 바위마다 이끼가 끼어있고 젖어 있기에 여간 조
심스러운게 아니다. 계곡트래킹으로 잘못 알고 계곡화를 신으려다 아무래도 아닌 것
같기에 배낭속에 넣고 등산화를 신고 올랐는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계곡이라고
는 하지만 트래킹과는 무관한 코스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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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정도를 너덜길과 잡목숲을 헤치고 길인 듯 아닌 듯한 길을 올랐는데 빨간 표지기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어쩌다 하나씩 걸려있는 산악회 표지기가 반갑기 이를데 없다.
워낙 발길이 뜸한 코스이다 보니 표지기가 귀하다.

산세로 보나 계곡의 바위들에 끼어있는 이끼로 보나 오지의 냄새가 물씬 풍겨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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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박지골의 모습은 이러했다. 정말 살아있는 산의 모습이었다. 어쩌면 산행이
일반화 되어 있는 요즈음 산들은 진정한 오지의 모습을 보기가 참 힘들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게 되고 그에 따른 시설물들이 자꾸 들어서서 산의 모습도 문명의
그늘속에 자꾸 현대화 되어간다.
자연은 원초적인 모습일 때 가장 아름답다.
산을 찾는 사람들이여,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라도 아끼고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
요?
보기만 하여도 가슴 뿌듯한 몇년전 박지골의 모습을 만나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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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길에서 가끔 만나보던 산사랑산악회의 표지기가 이곳에선 더욱 반갑기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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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만나보게 되는 박지골의 풍경이다. 통나무다리를 건너가야 할까보다 생각을 했
는데,

막상 오르고 보니 다리로 놓여진 나무가 아니다. 급류에 넘어진 키큰 나무가 계곡을
걸치고 마치 인위적으로 다리를 놓은 듯한 모습으로 누워있다. 나무기둥 위엔 이끼가
덮여 있어 저걸 어찌 건너야 하나 하면서 걱정이 태산 같았는데..ㅎㅎ(13;31)

앉아 있는 곳에서 등 뒤로 길이 이어지고 있다. 가만히 살펴보니 통나무다리를 건너간
다 하여도 그쪽으로는 길이 없어 보인다. 겉으로 드러난 뿌리 위엔 다른 식물들이 자릴
잡고 있어 그곳으론 길이 없다.

사람이 지나간 곳이면 길의 흔적은 있기 마련이다. 잡목과 수풀로 뒤덮여 있어도 사
람이 지나간 시간이 아주 오래지 않다면 풀이라도 누워 있을 터, CY께서는 연방 가위
질을 하시며 길을 터주신다.
"반드시 내가 앞서가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전지(剪枝/翦枝) 하시려고요?"
"그것도 그렇지만 워낙 오지이다 보니 칠점사(까치살모사)라도 만나 놀랄까봐서.."
"뱀은 CY께서 지나신 다음 제 앞을 가로질렀습니다. 방금.."ㅎㅎ
"그런데 왜 놀라지 않으십니까?"
"애기 뱀이라 그저 바라만 봤습니다. 지가 독이 있으면 얼마나 있을까 해서 놀라지를
않았지요."ㅎㅎ..
"얼마나 작았는데요?"
"알에서 깨어난지 얼마 안된 듯 보였지요. 그런데 이 근처 어딘가엔 그녀석 에미가 도
사리고 있지 않을까요? 엄마야~~"
"어찌 소릴 지르지 않나 했습니다."ㅋㅋㅋ....
"두꺼비도 보았는걸요."
"금두꺼비던가요, 은두꺼비던가요?"
"제가 본 건 은두꺼빈가 봅니다. 피부색이 허연빛을 띄고 있었으니.."ㅎㅎ..
"주위를 눈여겨 보세요. 혹여 산삼이라도 눈에 띌지 어찌압니까?"
"제아무리 산삼 썩은 물이 흐르는 박지골이라 하지만, 아무 사람의 눈에 산삼이 띌
까요? 산삼을 발견하는 일보다도 미끄러져 넘어지지 않으면 그게 더 산삼 캐는 일보
다 나을 일이지요."ㅎㅎ..
이끼명산의 맛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직 아기자기한 이끼가 곳곳에 남아
있다. 흔히들 말하는 “산삼 썩은 물”이 바로 박지골을 두고 얘기한 듯하다. 계곡 초입
에 들 때 한약재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이야기 했더니만, 이는 어딘가에 약초들이 많이
있다는 증거가 된다. 계곡에 이끼가 낄 정도로 습기가 많고, 비탈 진데다 빛이 3할 정
도 들며 동시에 바람이 불어 통풍이 잘 되는 곳이 산삼 자생지의 기본 요건이라 한다.
혹여 어딘가에 산삼 몇 뿌리쯤 자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도 싶다. 심마니들에게도 박
지산은 산삼이 간간이 나는 산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자제해야 할 일이다. 여간한 덕을 쌓지 않은 이상 산삼을 발견할
가능성도 희박하지만, 박지산 정상을 오르는 길만도 겨우 찾아가는 형편이니 험한 비
등산로로 들어간다는 건 위험을 자처하는 일인 것이다.
고도를 높여 오를 수록 음습한 기운이 더하다. 무더위가 심할 것이라던 날씨에서도
물을 많이 마시지 않는 걸로 보아 박지골은 습도가 높고 기온이 낮은 편이다.
더우기 산밑에서 바라보던 정상부근의 구름층이 가랑비로 내리고 있어서 배낭을 내
려 커버를 씌우게 되었는데, 몸은 서서히 젖어들고 마음은 적막한 오지의 숲에 점점
더 동화되어만 가는 듯 하다.
정신없이 어두운 숲을 가르고 들머리에서 35분정도 올랐을 때 길이 다시 계곡으로
사라져 버린다. 물길을 다시 건너야 할까보다 하였는데, 오른쪽으로 길이 있다 하기
에 잔돌이 쌓인 너덜을 밟고 잠시 오르다보니 길이 끊겨지고 없다. 앞은 더 이상 진행
이 어려운 정글의 모습.. 그 길의 흔적은 산꾼들이 알바한 흔적으로 남겨진 길인 듯..
되돌아 내려와 물길을 건너가는데 바위가 어찌나 미끄럽던지, CY께서 내밀어주시
는 손을 잡고 겨우 거센 물살을 건너 좌측으로 오르는 길..
수량은 많지 않아도 경사가 있기에 물살이 제법 거세고 물소리는 경쾌하다. 물길을
건너 잠시 오르다 보니 좌측에 노란표지기 하나와 보라색표지기가 눈에 들어온다.
(13;38)

이후 14분 더 진행하여 오르다보면 서너개의 표지기가 다시 달려있고, 좌측으로는
희미한 길의 흔적이 갈라지고 있다. 어디로 가야하나 망설이다 길의 흔적이 더 선명하
고 표지기 달려있는 곳을 선택하여 오르기로 하고서..(13;52)

들머리에서 1시간 정도를 올라 해발고도 850m 지점에 이르니 계곡물소리도 사라지
고 조용하다. 지긋지긋하던 수풀과도 안녕을 고한 듯.. 앞이 좀 훤해지니 CY께서는
MGD를 혼자 두고 앞장 서 가버리신 듯 하다. 답답하셨을 테다. 늘 진드기처럼 곁에
붙어다니니 떼놓고 가버릴 수도 없고..ㅎㅎ
"얼마나 가시나 봐야겠다." 했더니만 발병 나실까봐 두려우셨던 게야. 가다 서다를
반복하신다.ㅋㅋ..

가뜩이나 적막한 오지에 홀로 되니 마음이 심란해진다. 죽어서도 이처럼 홀로 떠돌게
될텐데..?
"CY님~~"
"왜? 나 여기있는데..?"
"나 외롭고 무서워요."
"이제 다 오른 듯 하니 조금만 힘을 내봐요."
헉헉대고 올라서고 보니 말로만 듣던 그 너덜지대인가 보다. 운무도 걷히운 듯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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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 도착시간 14;25, 들머리에서 1시간 25분 걸렸다. "얼마나 더 올라야 할까? 잠
깐만 더 오르면 될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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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너덜로 이어지고 임도에서의 들입목엔 처음으로 많은 표지기가 매달려 있다.
유독 눈에 띄는 노란색 표지기 "한지설".. 내가 아시는 분은 "백지설"인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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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흙을 좀 밟아 보는가 하면 또 다시 너덜로 이어진다. 큰 바위들을 대충 부숴서
트럭으로 실어다 부려놓은 듯한 저 돌맹이들은 대체 어떻게 하여 저런 모습으로 이런
곳에 흐르는 듯 쌓여있게 된 것인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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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크, 바지가랑이 물이 들라? 그렇잖아도 수풀림을 헤치고 오느라 팔뚝엔 온통 푸른
물 투성인데..?(흰 티셔츠에 푸른 물이 빠지질 않아 옥시크린에 푸욱 담가놓았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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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께서는 지금쯤 정상에 가 계실거야." "그렇다고 혼자 가버리시면 어찌하누?"
홀로 가는 정글속은 너무 고요하다. 능선이 가까워질 수록 산길은 포근포근한 육산
으로 변하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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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들이 정상에 도착했으면 웅성거리는 소리가 날텐데 너무도 조용하다. '이름도
없는 산들을 예정에도 없이 오르고 내리려면 고생들 좀 하실텐데' 하면서 오르는데,
바로 위에서 웃음소리가 난다.
"그럼 그러실테지. 나 혼자 두고 가시면 어디까지 가시려오..?"
편안한 자세로 앉으셔서 참외 하나를 깎아 드시며 반쪽 건네주신다. 요즘 과일 잘못
사면 싱겁고 그렇다고 값이 싼 것도 아니어서 버리지도 못하고 아까워 미칠 지경인데,
신중을 기해 가장 상품으로 골라 산 참외가 값어치를 한다. 시장 하기도 하던 차에 참
외 반쪽을 맛있게 해치우고 있는데, 잠시 쉬어서 오라 하시며 또다시 먼저 가버리신다.
길이 뚜렷해지니 표지기도 제법 눈에 띈다. 그런걸 보면 계곡 초입에 걸려있던 표지
기들은 주민들이 없애버린 것임이 분명해졌다. 들머리를 찾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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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 저 정도로 썩기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렀을까? 곳곳에 썩다만 저런 나무
기둥들이 널려있다. 사람들처럼 저들도 수없이 많은 시련과 역경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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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올라와 있는 듯 한데 얼마나 더 올라야 정상에 오를 수 있을까? 들머리에서부터
계속 올라치기만 하였더니 고산증이 오는지 어찔어찔 하여 온다. 그래도 무서운 생각
에 뒤를 따르기로 하고 급경사를 올라치는데, 능선 위에서 "아자!" 하고 외치시며 힘
내라 하시는 소리가 들리길래,
"아자! 아자! 아자~~!" 하며 마지막 피치를 다하여 올라서니 완만한 경사의 능선지대
가 펼쳐지고 있다. 급사면을 치고 오를 땐 머릿속이 백지장이 되는 듯 하고 멍 하더니
만 올라서고 나니 순간에 그 고통들이 모두 사라져버린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2시간 20여분 끝에 두타산 주릉에 올라서는 순간, 불현듯이
누군가 내게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 듯하다.
산이 되고 싶소이다!
둔탁한 소리로
그러나 기분 나쁘지는 않소이다
후 두 두 둑
날이 개이는가 했소만
놀라 하늘을 올려다보니
나뭇잎마다 그 님 발자국
해비 오는 소리
두타산의 반김인가
해탈의 경종인가
이 순간 님은 내게로
빗방울이 되어 오시는구려
개이다 만 하늘에
한조각 구름으로 떠돌다
이 내 가슴 적시우는 그댄
정녕 내게로 오신 님이신가요?
난 이대로 산이 되고 싶소이다
평창의 두타산처럼 모나지도
그렇다고 빼어나지도 않은
물이 좋아라
이끼가 좋아라
산세에 견주어
산약초도 풍부하니 좋아라
바람도 구름도
나무도 모두 좋아라
많은 이야길 품고 있는
그런 산이 되고 싶소이다.(11.08,14)
-평창 두타산을 오르며-
넓진 않지만 싱그러운 초원이 펼쳐진 두타산 주릉선이 비록 조망은 없으나 박지골
을 올라선 선물로는 충분하다.
초원엔 특이한 나무들이 있다. 나무의 아랫부분에 구멍이 난 것도 있고 대포 맞은 것
처럼 뻥 뚫려 껍질만 간신히 남아 있는 것도 있다. 당연히 죽어야 하건만 끈질긴 생명
력이 다시금 초록의 푸른 싹을 틔우고 있다. 10여년의 산행경력에 이런 나무들은 처음
대한다. 괴목이라 부르기에는 충분한 조건이다.
정상은 능선에서 왼쪽으로 틀어 올라야 한다. 반대편 우측 능선 아래 수항리엔 절터
가 있고, 이 절터가 오대산 월정사의 전신이다. 월정사는 지금도 크지만 옛날에도 규
모가 커서 초파일에 쌀 씻은 물이 오대천을 따라 정선 숙암리까지 흘러들었다 한다.
이것을 본 도적떼들이 쌀 씻은 물을 따라 이 절을 습격했으며, 도적떼의 습격 후 지금
의 오대산 월정사로 이사 했다고 전한다. 아마도 이 큰 절 때문에 두타산이란 이름이
붙은 건 아닐까 추측을 해본다. 두타(頭陀)는 불교용어로서 속세의 번뇌를 버리고 불
도(佛道)수행을 닦는다는 뜻이다. 오늘은 평창의 두타산에 올랐으니 모든 번뇌를 떨
쳐버리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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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능선을 타고 일행중 누군가 다가오고 있다. 2-3명은 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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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냐 물으니 그러시단다. 코스를 잘못 만나 고생 꽤나 하셨을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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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골 팀과 마평리 팀의 첫 만남이다. 일행들과 헤어졌다 3시간만에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닉을 물었어야 하는 것인데 늘 그렇듯이 집에 와서야 후회를 한다.ㅎㅎ..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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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님이 뒤를 따르시고 뒤에 호정님이 계시단다. 세분이 절터갈림길에서 일행들과
헤어져 능선으로 치고 오르셨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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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D가 선두로 정상에 올라보기는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5년전에나 있었을 법한 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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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부근에는 예전의 이정목 중간에 새로운 모습의 이정표가 붙어 있다.
휴양림 5.7Km/ 절터 5.3Km/ 봉산재 3.2Km.. 하산길은 수항리 자연휴양림까지 예전
이정표 기준으로 5.7K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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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산(두타산/1,394m) 정상이다. 들머리에서 2시간 20분정도 걸렸다.(15;28)
정상에는 2미터 높이의 돌탑이 있으며, 좁고 나무가 우거져 시원스런 맛은 없다. 정상
바위엔 조금 어설픈 듯 하나 소박한 표지석이 두개 있다. '99년 11월 진부면에서 세운
것이 있고, 그 옆에 구리빛 표지석이 하나 더 서있다.
박지산 정상부의 날카로운 돌탑이 인상적이다. 소박한 표지석 두개가 서로 다른 이
름으로 나란히 그리고 당당한 모습으로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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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산(두타산)은 태백산맥의 줄기인 중앙산맥에 딸린 산으로, 주위에 발왕산(發旺
山:1,458 m) ·두루봉(1,226 m). 백적산(白積山:1,141 m) · 백석산(白石山:1,365 m) 등
이 솟아 있다. 동쪽 비탈면에서 발원하는 수계(水系)는 봉산천(鳳山川)으로 흘러들
고, 서쪽 비탈면을 흐르는 수계는 오대천(五大川)으로 흘러든다. 남서쪽 오대천 상
류에는 수항리(水項里)유원지가 있고, 북쪽 및 동쪽 계곡으로는 진부 ~ 여량 간 지
방도가 지난다.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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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바로 아래 이정표가 서있는 갈림지점에는 7개 작은 돌탑으로 이뤄져 있는데,
일명 북두칠성의 일곱신을 모신 칠성대로 불려지기도 하는 곳이다. 칠원성군(七元
星君)을 모셨다 하여 칠성대라 부르며, 칠원성군이란 불교에서 북두의 일곱성군을
뜻한다. 칠원성군은 북두칠성을 인격화한 신(神)이며 농사와 생사(生死), 화복(禍福)
을 맡아본다. 박지산은 이곳 주민들에겐 단순히 이끼가 많은 산이 아니라 북두칠성의
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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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산은 강원도 평창에 위치한 산으로 오대산에서 발원하는 청정류 가운데 가장
때묻지 않은 계곡인 아차골을 품고 있다. 그래서 특히 여름철 피서지로 각광 받고 있
으며, 흐린 날의 여름철에는 산허리를 감싸도는 구름의 경관이 장관을 이룬다. 반면
맑은 날에는 짙푸른 청정림이 만들어내는 그 깊은 음영이 산행의 묘미를 한층 더하여
준다.
정상에서의 발왕산 조망이다. 산 정상에 통신기지가 보인다. 남쪽으로는 갈미봉과
백석봉, 상원산과 가리왕산이 우뚝 서 있고, 서쪽으로 멀리 백적산이 내려다 보인다.
동남쪽 아래로는 정선 북평면이 아련히 보이고, 남쪽으로 수항리와 숙암리 계곡의 도
로가 희미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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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산 정상에서 남동쪽(수항리방면)으로 내리는 능선 초입부에서는 자칫 길을 잃기
쉽다. 아차골로 올라갔다가 절터로 하산할 경우, 절터마을 뒤편의 1,095m봉 주변은
험한 절벽이 많으므로 유의해야 하며, 폭우시 아차골 마을의 징검다리 근처는 큰 물
이 질 수 있으니 장마철 산행시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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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산은 넓을 박(博)자에 지초 지(芝)자를 쓴다. 다양한 식물이 서식하는 산이라 해
석할 수도 있으나, 본 이름은 두타산이다. 삼척 두타산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일제가
이름을 박지산으로 바꾸었다는 것이 ‘우리 산 이름 바로 찾기 운동’측의 주장이다. 이
주장을 받아들여 평창군은 박지산을 두타산으로 변경키로 의결하였고, 국토지리정보
원에서도 이것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2007년 인쇄된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엔 두타산
(頭陀山·1,391m)이라 공식명칭이 표기 되어 있다. 하지만 지역 주민을 비롯해 등산인
들 대부분은 여전히 박지산이라 부르고 있다. 아차골에 짓고 있는 휴양림 이름 역시
박지산자연휴양림이다. 백두대간의 산으로 유명한 삼척 두타산과 혼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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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군에서 채집한 문헌에 따르면 “어, 그게 인제, 요 앞에 보이는 뫼가 인제 있는데,
그 뫼는 인제 물이 올라서 홍수가 나면 바가지를 엎어 놓은 것만큼만 나와. 꼭 그 만큼
만 보이거든. 해서 뫼 이름이 박지산이야.”라는 기록이 있다. 그 지역에 사시는 노인의
말이다. 평창에 홍수가 나면 어떠할 것이란 짐작을 해본다. 박지산이 물 위에 바가지를
엎어 놓은 것만큼만 보인다는 그런 의미가 아닐까? 물이 흔한 지역이다 보니 홍수 또
한 대단한 경지에 이르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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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보아서도 짐작이 가지만 박지산이란 이름이 꼭 민족 말살정책으로 생긴 건
아닌 듯하다.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삼척 두타산의 유명세에 평창 두타산이 가려지는
것 보다, 박지산이란 개성 있는 이름으로 당당하게 남는 것도 실리적인 방안일 것이란
생각이다. 여하튼 공식명칭이 바뀌었으니 평창 두타산이란 이름이 자리 잡기 전엔, 오
해가 없도록 박지산과 두타산을 혼용 표기할 수밖엔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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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가슴 속에 저마다의 산을 지니고 있다. 그 산을 달리 말하면 인생관 혹은 삶
의 목표라 할 수 있겠다. 어떤 이의 산은 에베레스트처럼 험난하면서도 세계의 최고치
를 목표로 할 것이며, 어떤 이의 산은 비록 규모가 작고 낮지만 온갖 나무와 꽃이 어울
려 풍성한 모습일 것이다. 비록 산의 모양새는 제 각각이지만 쉬운 산은 하나도 없다.
나름대로 산을 오르기 위해선 땀과 노력이 필요할 테니까. 거저 오를 수 있는 산은 없는
것이다. 산행엔 당연히 땀과 인내가 필요하고 그것으로 인한 즐거움과 보람이 따라오기
마련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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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 일행들이 두타산을 오른 모습들은 제 각각이었다. 애초 계획대로 신기리
낡은터에 차를 대었더라면 모든 사람들이 흡족한 산행을 즐겼을 것이다. 남들이 많이
가지 않는 길, 뚜렷한 산행로가 정비되어 있지는 않지만 박지골은 오지로서의 산행묘
미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물이 흔한 요즈음 좀 더 수량이 많았더라면 계곡의
맛이 더욱 풍부하였겠지만 나름대로는 오늘 신기리에서 들머리를 찾아 오르길 잘했다
는 생각을 해본다. 2시간 20여분의 오르막 치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다. 간간이 뿌려주
는 이슬비가 달아오르는 열기를 식혀주고 급사면을 오르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
첫댓글 언제나 향기로운 글 잘 감상하고 있습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산, 음악, 그리고 님 넘 어울리네요. 부럽습니다. 자연속으로 향하신 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