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에 가면 생화학연구소들이 많은 '라호이아'라는 도시가 있다.
이 도시에 가면 태평양이 바라다보이는 절벽 위에 20세기 최고의 건축가라고 할 수 있는
루이스 칸이 설계한 '소크 연구소'가 있다.
필자도 한 번 방문학 적이 있는데 학교에서 배운 모든 설계의 정석들이 이 건물 하나에 다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명작이다.
그중에서도 그 건축물의 입면이 유명하다.
방문객은 뒤쪽 도로에서부터 이 건물에 진입하게 된다.
몇 개의 계단을 밟고 올라서면 두 개의 건물 사이에 대리석이 깔린 커다란 중정이 나온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양측에 선 건물에는 창문이 하나도 없다.
창문 없는 건물이로 프레임되어서 보이는 태평양의 모습은 공간을 엄숙하게 만든다.
자세히 살펴보면 대리석 중정의 중심 선상에 작은 분수가 하나 있고,
그 분수에서 나온 물은 좁은 수로를 통해서 태평양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 수로를 따라 태평양을 향해서 걸어가 바다를 본 후에 뒤를 돌아보면,
좀전까지 창문이 없던 건물의 얼굴이 모두 태평양을 향해서 열린 창문으로 가득 찬 반전을 보게 된다.
연구원들은 이 창문과 발코니에서 태평양을 보면서 창의적 연구를 구상한다.
야외 발코니의 노출 콘크리트 벽에는 회의를 할 때 벽에다가 낙서하듯이 사용하라는 칠판이 벽안에 들어가 있다.
원래 이 대리석 광장은 건축가 루이스 칸이 나무가 많이 심긴 정원으로 만들고자 했다.
사막 가운데 세워진 연구소지만 새들이 우는 소리가 가득한 정원에서 쉬면서 연구하기를 바란 건축가의 의도였다.
하지만 그는 루이스 바라간이라는 멕시코 건축가의 충고를 듣고서 나무를 모두 제거하는 디자인 급변경을 했다.
바라간이 칸에게 한 "당신이 만약 중정에서 나무를 모두 없앤다면 하늘을 건물의 입면으로 가질 수 있게 될 것입니다"라는
충고는 건축계의 유명한 크리틱으로 남아 있다.
그의 말대로 지금은 하늘을 건물 입면으로 가지고 선의 정원같은 공간을 가진 유일무이한 연구소가 되었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