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냉이 죽
지금으로부터 45년 전 국민학교 4학년 때 아련한 기억을 더듬어 본다.
4학년 때 교실은 정문에서 오른쪽 목조건물 교실이었던것같다. 아마 교사중 가장 낡은 건물이 아니었던가 생각한다. 지붕은 까만 함석, 벽은 콜타르 칠한 까만 판자를 층층이 밑에서부터 붙여 올라갔다. 나무 마루는 유난히 삐걱 거렸지만 걸을 때마다 삐걱이는 소리를 불편해 하지 않고 마냥 재미 있어했다. 유리창은 하얀색 페인트가 덕지덕지 일어나 있었다.
칠판에는 주번이름이 적혀 있었다. 전명산 최태훈... 교실 뒤 게시판에는 우리나라 - 오형두 우리나라 -정찬수 우리나라 -최병제 습자지를 두 번 접어서 써 놓은 붓글씨가 붙여져 있었던것같다 잘 쓴 글씨들이었다. 잘 그린 그림들도 있었다. 갈메기 날개치듯 산을 그려놓고 초가집 기와집 그려 놓고 미루나무 집둘레에 그려놓고 굴뚝에 연기가 오른다. 이름표가 붙어 있다. 이명숙 심재섭 한현섭... 담임 선생님은 이광호 선생님 옆반 선생님은 오라니 김 0 표 선생님.
이 건물은 그 때 학교 건물 중에서 가장 작은 건물이었던것 같다. 달랑 교실 두 칸이었으니까. 그렇지만 바로 앞에는 매점이 있었고 교실 뒤 조금 높은 곳에는 칠면조 사육장과 딸린 신왈순 소사 아저씨 방이 있었다. 노는 시간이면 칠면조에게 풀을 띁어 주며 놀기도 했다.
그 때는 미국에서 원조한 옥수수 가루와 분유를 죽으로 쒀서 나눠 주기도 했고, 빵으로 쪄서 네모지게 잘라 나눠주기도 했다. 가게에서 파는 보름달 빵과는 비교도 안되게 크고 양이 많았다. 그 때는 양이 많아야 하니까... 바로 우리 교실 위 소사 아저씨 주방에는 큰 가마솥이 걸려 있고 장작을 때서 만들기 때문에 온통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방에는 분유와 옥수수 가루가 많이 쌓여 있었다.
네 시간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기 전에 종례를 하면서 선생님이 커다란 바께쓰에 담아 오셔서 우리가 가져온 빈 도시락에 국자로 퍼 나누어 주었다. 강선수 채수원 심재섭 이규훈 기노신 최병제 최철해 정찬수 오형두 신현근 홍혜숙 이명옥 강영옥 김정희 신동옥 권은분 강건수 이승용 배종선 최태훈 이상종 이성배 박동규 진광식 김용문 신동필 양영석 신은남 왕종환 서윤석 허용석 아마 그 때 권용길이가 반장이었지? .... 뜨끈뜨끈한 죽을 나누어 주시면 뚜껑을 닫고 책가방 책 사이에 넣고 집으로 달려간다.
장마당 명랑옥을 지나 명랑약국을 지나 고등학교 입구 대장간, 대장간 뒤 이하성 선생님댁 이시형 형네 기름집을 지나 양주장 강 00씨 통일주체대의원?인가 하시는 집을 끼고 왼쪽으로 간다. 그 삼거리에서 직진하면 오른쪽 천주교 뒤에 용길이네 집, 천주교 앞 동규네 가게, 가게 밑에, 강 근주, 제일교회 그리고 오라니 가는길 그러나 나는 이길로 잘 다니지 않았다.
양주장 옆길로 가면 최덕위 음악선생님댁을 지나 조금 더 가면 버스길과 만나는 삼거리에 골말가게가 있었다. 예쁘게 생긴 젊은 아주머니는 결혼에 실패하셨다나 가게를 하는데 가끔 담배를 피우는게 그렇게 이상해 보였다. 그 가게에서 나는 종종 라면 땅을 사서 같은 동네 사는 심재섭이 이원재 양영석 신동필이와 같이 먹으며 걸었다.
가게 지나 내리막길 왼쪽에는 홍순두네 집이 있었고 동네 우물을 지나 감나무집을 지나면 홍준표선생님댁이 있었고 조금 더 가면 한규원이네 집 조금 더 가면 박기양이네 비닐하우스 그리고 윤용곤이 윤용문이네 집이 있고 삼포밭과 넓은 벌판이 나온다.
거기가 바로 우리가 점심 먹는 장소다.
삼포밭 길가 양지쪽에 앉아 신동필 심재섭 나 양영석 이원재가 나란히 앉아 죽을 먹었다. 아직 온기는 남아 있었고 도시락 모양대로 두부처엄 어느 정도 굳어 말랑말랑하니 그야말로 식은죽 먹기다. 반찬도 없이 그것만 먹었다. 수저가 없으면 삼포밭 담장나무 꺽어서 젓가락 만들어 먹고 그것도 귀찮으면 손가락으로 퍼 먹었다. 어찌그리 맛있는지...
멀리 벌판 너머 가현산을 뒤로 하고 마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마리미 질곳 모산 지난 반월 그리고 우리 동네 돌미를 바라보며 점심을 먹었다. 후식은 길 옆 밭에 있는 무우 뽑아 손톱으로 껍질 벗겨 한 입씩 나눠 먹었다. 동필이는 책보를 어깨에 사선으로 메었고, 나는 호랑이그림 멜빵가방 영석이는 파랑새그림 멜빵가방 재섭이도 책보, 원재도 책보를 어깨에 메고 다녔다. 신발은 깜장 고무신 바지는 쫄쪼리바지에 독고리를 입고 다녔던가 싶다.
(위에 친구들 이름은 정확하지가 않아요 어슴푸레 기억을 더듬어 본거요. 틀리거나 더 잘 기억나거든 덧글 붙여봐요)
친구(조용필노래가사)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
추억은 구름따라 흐르고
친구여 모습은 어딜갔나
그리운 친구여
옛일 생각이 날때마다
우리 잃어버린 정찾아
친구여 꿈속에서 만날까
조용히 눈을 감네
슬픔도 기쁨도
외로움도 함께했지
부푼꿈을 안고
내일을 다짐하던
우리굳센 약속어디에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
추억은 구름따라 흐르고
친구여 그모습 어딜갔나
그리운 친구여
첫댓글 노신이 기억이력 아직은 쓸만하네ㅣㅣㅣㅣㅣ그네들 모두 모임에 자주 나온다....
쓰면서 나 자신도 놀랐네...ㅎㅎㅎ 솔솔 기억이 나네 ㅎㅎ 다 뭍혀져 없어진줄 알았는데...
무의식화 되다시피 했네... 말간 뜨물통 휘저으면 다 떠오르자나..ㅎㅎ
내가 너네동넬 첨가면서 돌다릴 건널때 엄청 무서웠단다. 너네 동네 얘들은 뛰다시피하고 난 거의 기다시피...
또 흥신리로 정찬수네 가다가 똑같은 곳이 있더라구... 혜경이네집을 지나서 갔었던거 같은데... 거기서도 기다시피헀지...
나중에 알았는데 그거가 수리조합에서 맹글어 논거라는걸...
잠시 옛생각이 나서...
ㅎㅎㅎㅎ 그랬었나?.... 그 다리는 나중에 전봇대 두 개로 만들어 놔서 비오면 떠내려 가기도 하구
그래두 핵교 빠지면 클나는 줄 알고 ... 비에 홈빡 젖어두 학교가구.... 사실 그런 추진력이 평생체질이 돼서
지금도 살아가면서 그런게 어딘가 있는 것 같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