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샘의 문화산책- 박대산의 시집 –한떨기 풀꽃도 님을 위하여-
어떤 추수
박대산
은연중 거두어 보는 내 인생 가을 들녘
종일 훑고 쟁여도 차지 않는 곳간인데
점점이 붉은 자국들이 아리아리 밟힌다
인간사 희로애락 오고가는 갈림길에
한 송이 들국화는 된서리도 견뎠는가
한 세상 더불어 공존해도 알곡만 남는 추수여
어느 동행
하루해 그리움으로 지고
조용히 혼자 걷는 저녁 오솔길
찬바람 나뭇잎소리에 생각의 물결이 일면
어느새 버릇처럼 불러보는 그리운 이름이여
무수히 견디어 내고도 익숙치 못한 외로움 하나
전화로 또는 몇 줄의 글로
전해오는 따스한 마음결에
한 자락 가슴이 녹는다 해도
진실로 한 뜻 한 마음으로 가는 동행이고 싶다
단풍길을 걸으며
가을이면 흔히 볼 수 있는 단풍길도
카메라 영상에 담으면 어찌 그리 고운지
꽃잎처럼 흩날리는 낙엽을 밟으며
내 마음 영상에 담아보는
당신 모습은 참 예쁘다
아,만물의 아름다움은
창조주의 아름다운 영광의 빛을 반영하는 것
우리의 겉 사람은 나무껍질 같이 여위어가도
속사람은 천사처럼 웃는다
*박대산시인은 1982년 ‘시조문학’에 정완영,이상범,이태극 선생의 추천으로 등단할 즈음 내항문학동인으로 만났다.
조금은 싱거운 미소를 띄우는 박시인은 신석정의 고향이기도 한 전북 부안을 떠나 노를 저어 닿은 해변이 인천이다. 물길보다 흙길을 따라 낙엽처럼 흩어진 후 어느 해 홀연히 나타나 “이제 내 방황은 끝났다.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 믿음으로 부활했다.”라며 목사가 되어 목회자의 냄새가 풀풀 풍기는 시집을 던져 주었다.
박시인의 첫 시집은 표지 제목의 글씨를 필자의 서체로 조형화 한 ‘늦은비 내리는 내 들녘’을 필자가 운영하는 도서출판 맥에서 출간했다.(1984년)
처녀 시집의 첫 시는 이태극 선생에게 초회추천을 받았던 실낙원초(失樂園抄)의 ‘가을산정’이었다.
-하많은 사연을 딛고/가을 산정에 서다/메아리 여운마다/목소리도 사무치고/구름만 스치는 골에/생각의 잎이 진다-<가을산정 전문>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 환경 경영학박사, 시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