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은 1박2일 일정으로 어릴적 국민학교 친구들을 만나는 고향 나들이에 나섰다.
내 고향은 '대구광역시 군위군 부계면'이다. 작년(2023년)까지만 하더라도 '경상북도 군위군'이었건만 4년 전인 2020.7월, 대구 동구에 있는 군(K-2) 및 민간공항을 '군위/의성 지역으로 이전'한다는 전제조건으로 추진한 '군위군 대구광역시 편입'이라는 3년여 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고 '2023.7.1일'부로 '대구광역시 군위군 시대'라는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서울에 살면서 가끔 가게되는 고향이라 그런지 고향이 경북이 아니고 대구라는게 아직은 낯설게 느껴진다.
이번 고향 나들이 여행은 조금 독특한 이벤트였다. 2개 학급 120명의 국민학교 졸업생 중 그동안 주기적인 모임을 하던 한마을 친구(10명)들이 15여 년 전, 고향 어르신들께 '효도 경로잔치'를 해드린 것이 '첫 이벤트'였다면, 이번에는 7명(-3명)으로 인원이 축소된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범위를 확대하여 예전 한마을에 살았던 옛 친구들을 초대하여 추억을 소환하자는데 뜻을 모아 들뜬 마음으로 만남을 가진 '두 번째 이벤트'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국민학교 졸업 이후 55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친구들까지 참석해서 1박 2일간 가슴 벅찬 감동의 시간들을 보냈다.
이번 여행 코스는 특별한 핫플레이스를 찾을 고민도 필요 없었다. 그냥 어릴적 추억의 장소를 찾아다니기만 하면 되니까... '1일차'는 대한수목원 - 군위 삼존석굴 - 부계국민학교 - 산성면 화본역 - 창평지를 둘러 보았으며, '2일차'는 팔공산 하늘정원(원효굴)을 다녀왔다.
(1일차) 대한수목원/군위 삼존석굴/부계국민학교/화본역/창평지
대한수목원(↓)
'대한수목원'은 팔공산 파계사 방향으로 올라가는 길가 우측에 자리잡고 있는 사립수목원으로, 대한섬유 '석송 배만현' 회장이 1991년부터 3만여 평의 부지에 나무를 심으며 가꾸기 시작하여 지금은 약 1,700여 종의 각종 나무와 화초들이 살아 숨쉬는 오늘날의 수목원이 되었다고 한다. 오랜기간 힘들게 조성한 수목원이건만 주인장의 넉넉한 마음으로 수목원과 주차장을 '무료 개방'하고 있는데, 수목원 내에 있는 '식당'(하늘아래 낙원)과 '카페'(아름다운 만남)를 이용할 수 있다. 식당은 사전 예약(053-983-8080) 후 방문하면 원하는 시간대 이용이 편리할 것이다.
가족, 친구, 연인 그 누구라도 좋다. 이곳에 오는 동행인과 함께 라면 수목원 내 산책길을 한바퀴 돌아보며 마음속 얘기를 해도 좋고, 아무 말없이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치유의 숲'같은 곳이다.
수목원 내에 있는 쉼터, 분수, 석조물, 조형물과 함께 하니 시간가는 줄 모르는 시간이었다. 카페와 카페 윗층에 있다는 박물관도 들릴 시간없이 다음 일정이 있어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에 여유롭게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기억해 두었다.
군위 아미타여래 삼존석굴(↓) - 국보 109호
'군위 삼존석굴'은 팔공산 연봉 북쪽 기슭, 지상에서 20m 높이의 깍아지른 절벽 천연 동굴에 만들어진 서기 700년경 통일신라 초기의 석굴이다. 석굴 내에는 본존불인 '아미타삼존석불'이 안치되어 있고, 본존불 좌우로 '대세지보살'과 '관세음보살'이 자리하고 있다. 발굴 시기가 늦었을 뿐, 경주 토함산의 석굴암보다 1세기 정도 앞선 선행양식으로 한국 석굴사원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주소: 군위군 부계면 남산리 303)
군위 아미타여래 삼존석굴(국보 제109호)
'군위 아미타여래 삼존석굴'은 거대한 천연절벽 자연동굴 안에 삼존불을 모셨는데, 중앙에 '아미타불', 왼쪽에 '관세음보살', 오른쪽에 '대세지보살'을 모셔 놓았다. 한때 경주 석굴암에 이은 두 번째 석굴암이라는 의미로 '제2석굴암'으로 불렸으나, 지금은 문화재 명칭에 따라 '군위 아미타여래 섬존석굴'로 불린다. 1962.12월에 국보로 지정되었다.
삼존석굴 입구
지금은 입구에 문을 달아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어릴 적에는 출입을 통제하지 않아 마음놓고 오르내리며 아미타여래 불상과 함께 뒹굴고 놀았건만, 위대한 문화유산을 아끼고 사랑하며 영구히 보존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이자 역사적 사명일 것이다. 입구에 출입문을 설치하는 대신 삼존석굴 난간을 낮추어 밖에서 삼존석굴을 쉽게 관람할 수 있도록 중수하였다고 한다.
모전석탑(대구광역시 문화유산자료)
'모전석탑'은 단층 기단 위에 단층의 탑신부를 조성한 특이한 형태로 작자와 유래는 알 수 없다. 본래 3층이었으나 탑신부 부근에 자생하던 소나무가 태풍에 쓰러지면서 탑도 같이 무너졌는데, 1949년에 당시 창건주(홍태기)가 주선하여 군위군 우보면 신도들의 힘을 모아 현재 모습대로 복원하였다.
비로전
경내 중심 법당인 비로전은 1991년 동쪽을 향하게 건립하였다.
석조 비로자나불 좌상(대구광역시 유형문화유산)과 팔공산 석굴암 중창 공덕사적비
군위 삼존석굴 '석조 비로자나불 좌상'은 삼존석불이 모셔진 이후인 9세기 경에 만들어졌다. 당시에 유행하던 신라 비로자나불상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불상의 변천과 신앙 추이를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문화재이다. 원래는 파괴된 대좌와 함께 지금의 위치에서 약 30m 북쪽에 있었으나, 1990년 대웅전을 늘려 지으며 대좌와 불단을 새로 만들고 옮겼다.
삼존석굴 입구에 있는 소나무숲
국민학교 시절 소풍을 와서 보물찾기 하던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 났다. 2개 이상을 찾은 아이들은 하나도 찾지 못해 빈손인 친구들에게 슬쩍 건네주기도 하던 순수한 시절이었다.
양산서원과 전통문화교육원
'양산서원'은 1786년 양산 기슭 부림홍씨(缶林洪氏)의 집성촌에 설립된 향촌 교육기관이며, 1868년 서원 철폐령에 따라 훼철된 후 '양산서당'으로 존립해오다 2015년 정부의 지원을 받아 '복원'하였다.
부계국민학교(↓)
'부계국민학교'는 1932.10.1 설립하여 92년의 역사를 가진 학교로 1963년 입학 당시 한 학년 60명씩 2개 학급 120명으로 전교생이 720여 명이었으나, 현재는 전교생이 39명인 조그만 학교로 변모했다. 그래도 인근 마을의 2개 학교처럼 폐교되지 않은 것 만해도 다행으로 여겨지며, 옛 교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1996.3.1부 국민학교에서 '초등학교'로 학교 명칭이 변경)
부계국민학교 교정
'부계국민학교' 교정에 들어서니 저마다의 옛 얘기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① 학예회 발표와 졸업식을 했던 강당이 저 건물이구나, ② 맨흙 운동장이 잔디 운동장으로 변해 있네, ③ 그 넓어 보이던 운동장이 왜 이리 작게 느껴지냐?, ④ 크게 자란 플라타나스 나무와 우물이 여기에 있었는데 모두 없어졌구나, ⑤ 내가 너 많이 좋아했는데 알았냐?, ⑥ 2학년 때 우리 둘이 짝꿍이었는데 기억하냐? ⑦ 이름(ㅇㄱ)때문에 놀림을 받아 늘 위축되었고, 유난히 나를 많이 놀리던 그 선생님이 원망스러웠다. ⑧ 나는 국민학교 다닐 때 엄청 얼빵했다며 스스로 디스한 친구... 모두 아름다운 추억이다. 지금 이순간 무엇이 중한디? 건강한 중년의 삶이 최고인 것을~ 친구들아! 스스로 즐겁고, 행복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 다함께 정(情) 나누며 살자.
산성면 화본역(↓)
군위군 산성면 화본리에 위치한 '화본역'은 중앙선의 아담한 간이역이다. 1936년 완공해 1938.2.1부터 보통역으로 출발하였으며, 현재의 역사는 2011년에 '1936년 당시의 옛 모습'으로 복원한 것이다. 네티즌이 뽑은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선정된 역으로 하루 상행 3회, 하행 3회 등 총 6회의 여객열차가 정차하며, 정차하지 않고 통과하는 여객 및 화물 열차가 약 40여회 운행되고 있다.
화본역사
아담하고 정감있는 '화본역사' 모습이다. 대합실 매표소에서 1,000원짜리 입장권을 구매하면 철길을 건너 급수탑을 포함하여 역 안쪽의 모습들을 관람할 수 있다. 동해안 정동진역에서도 1,000원짜리 입장권을 판매하던데...
이곳 화본역은 1968년 우리들이 국민학교 6학년 때 저녁에 출발하여 새벽에 청량리에 도착하는 중앙선 완행열차를 타고 서울로 '수학여행'을 떠난 역으로 국민학교에서 약 5km를 걸어와야 했던 거리였다. 당시 서울에 도착하여 창경원(현 창경궁), 무역박람회 등을 관람하고, 남산 팔각정 계단에 함께 앉아 단체사진을 찍은 기억이 난다. 아련한 옛 이야기이다.
레일카페
객차를 개조하여 만든 '레일카페'는 오붓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카페'와 여행객의 피로를 풀어주는 안마의자를 갖춘 '휴게실', 영상물 홍보관 겸 '이벤트방', 그리고 군위의 '특산물전시장'이 함께 마련되어 있다. 객차는 목욕을 오랫동안 안시킨 듯 노숙자같은 모습에 안타깝고 애처로운 마음이 들었다.
급수탑
화본역 '급수탑'은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시설물로 1930년대에 지어졌다. 높이 25m의 급수탑 내부에는 두 종류의 파이프관과 환기구가 그대로 남아 있으며, 내부 벽면에 당시 인부들이 적어 놓은 '석탄정돈', '석탄절약'이라는 글자가 그대로 남아 있어 세월의 흐름을 눈과 마음으로 느끼게 한다.
추억의 파출소
'옛 군위경찰서 산성지서'를 모티브로 '군위군 추억의 파출소'를 재현한 모습과 내부에 아기자기한 역사적 물품들을 진열하고 있다. 옆에는 실제 임무를 수행하는 군위경찰서 '산성치안센터'가 위치하고 있다.
고인돌
화본리 마을에는 3천여 년 전 청동기 시대의 것으로 보이는 '고인돌'이 민가에 3기, 남쪽 들녘 일대에 4기가 확인되고 있다. 그 외에 산성면에서 영천군으로 이어지는 국도를 따라 지석묘가 군(群)을 이루고 있었으나 경지정리와 도로개설 등으로 유실되었다고 한다.
금계국
길가에 피어 바람에 몸을 의지하고 하늘거리는 '금계국'을 보며 잠시 쉬어간다. 이곳 화본역 부근에는 구 산성중학교를 개조하여 '엄마아빠 어렸을 적에'라는 주제로 역사박물관(입장료 3,000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어른들의 옛 생활상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려줄 소재들이 많이 있기에 자녀들과 함께 방문해 보면 좋을 것이다. 기타 마을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와 추억의 먹거리 등도 있으니 패키지로 둘러보시기를 권해 드린다.
창평지 친환경 생태공원(↓)
대구 군위군 부계면 창평리에 있는 '창평지 친환경 생태공원'은 농업용수 공급을 위한 인공저수지인 '창평지' 둘레로 1.8km 길이의 '생태 탐방로'를 조성해 놓은 곳이다. 자연친화적 환경을 위해 나무 데크를 사용했으며, 반딧불을 연상시키는 레이저 야간 조명은 창평지의 자연경관을 한층 돋보이게 해 준다.
창평지 친환경 생태공원 탐방로
'창평지 둘레길'을 한바퀴 걷고 담소하며, 오늘의 투어를 마무리하였다. 이어진 한밤마을의 어느 펜션에서 새벽 1시30분까지 우정의 옛 이야기로 꽃을 피우며, 팔공산 아래 밤하늘과 함께 '아름다운 밤'을 보냈다. 내일 있을 팔공산 하늘공원 트레킹을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