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서울 용산구 보광동 다세대주택 단칸방에 살고 있던 독거노인 장모(79)씨는 수년전 부인과 사별한 뒤 늘 홀로 지냈다. 다섯명의 자식과도 왕래가 없었다. 하루 한끼 컵라면으로 때우던 그는 설날을 며칠 앞두고 침대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됐다. 장씨가 숨진 후에도 가족 등 연고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장씨의 통장 잔고는 27원이었다.
100세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늘어난 수명이 축복이 아닌 재앙이 된 독거노인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가난에 허덕이며 외로이 사는 노인들의 증가는 가파른 고령화를 맞이하고 있는 우리사회에 또하나의 숙제가 되고 있다.
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16개 시ㆍ도의 독거노인 수는 올해 기준으로 총 137만9000여명으로, 5년전에 비해 18.5%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노인 인구(642만9000여명) 대비 독거노인 비율은 20%다. 노인 5명 중 1명은 독거노인인 셈이다. 서울 독거노인도 18만명을 넘어서면서 고독사 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독거노인 수는 2035년이 되면 현재의 2.5배 수준인 343만명으로 늘어난다는 것이 통계청의 추산이다.
노인에 대한 여러 지표들은 우울한 노년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4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33.1%는 우울증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8.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2위인 스위스(24.0%)보다 두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노인 자살률도 인구 10만명당 81.9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다. 미국(14.5명)의 5.6배, 일본(17.9명)의 4.7배에 달했다.
무연고 사망역시 크게 늘고 있다. 김춘진(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2011∼2013 시도별ㆍ연령별 무연고 사망자 현황’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 무연고 사망자는 모두 2279명이었다.어버이날을 앞둔 지난주에도 서울 성북구에 살던 70대 독거노인 최모씨가 사망한 지 며칠이 지나서야 이웃에 의해 발견됐다. 최씨 역시 연고자는 없었다.
전문가들은 국가의 역할과 함께 공동체의 복원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열쇠라고 지적했다.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들의 ‘경제적 빈곤’이 사회적으로 배제되는 ‘관계의 빈곤’으로 이어지는 게 문제”라며 “국가는 국가의 역할을 하되 우리 개개인들이 주변과 이웃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는 공동체 의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조현순 경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 중장년 세대가 노년이 될 때는, 스스로가 노후준비를 함에 있어서 혼자 남는 상황을 대비를 해야할 세대”라면서 “귀향을 하거나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같이 상호작용을 하며 늙어갈 관계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문기척에 혹시나”…‘애인’ 기다리듯 자식 기다리는 어머니들
요양원 "아무리 잘해도 사랑은 가족에게, 얼굴 한번 보여주는 게 효도"
"우리도 연애할 때 애인 만나면 아프다가도 생기가 나잖아요. 여기 할머니들한테 자식들이 그래요"(요양보호사 송씨)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오전 서울 도봉구에 있는 H 요양원에는 유난히 생기가 감돌았다. 올해 구순인 김모(90·여)씨는 1년에 하루뿐인 이날을 위해 아껴뒀던 자주색 모자를 꺼내 들었다. 딸이 온다는 소식에 이제 몇 올 남지도 않은 희끗희끗한 흰머리를 감추며 마지막 기운까지 끄집어내 멋을 부렸다.
요양보호사 송문사(60·여)씨는 "할머니들이 오늘이 며칠인지는 몰라도 수십 년을 지내와서 그런지 김장철을 알듯 어버이날을 느낌으로 안다"며 "베지밀이나 사탕도 엄청 좋아하지만 그것보다는 자식 얼굴 보는 게 제일"이라고 말했다.
요양원에서 노후를 보내는 노인이 많아지면서 어버이날은 요양원이 1년 중 가장 붐비는 날이 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노인의료복지시설(2014년 요양원·요양병원 등 노인의료복지시설 현황) 수는 4585개에 이른다. 65세 이상 노인 542만여명(2010) 중 14만여명(2014년 노인의료복지시설 현황)이 노인의료복지시설에서 노후를 보낸다.
◇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H 요양원에는 할머니 9명이 원장과 간호조무사 등 6명의 도움으로 생활하고 있다. 할머니들은 오전 7시30분에 일어나 밤 9시 잠들 때까지 한지 공예나 종이접기, 치매 예방 체조 등을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에도 할머니들은 자식들을 기다린다. 요양보호사 송씨는 "자식 부담 가질까봐 표현은 안 하지만 딱 보면 안다"며 "여기 할머니들에게는 가족들이 찾아오는 것 자체가 큰 행복"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7남매를 둔 김씨는 늘 부러움을 산다. 5년 전 요양원에 온 김씨에게는 일흔이 넘었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요양원을 찾는 효자 아들이 있다. 김씨는 다른 할머니들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웅이 말고는 매일 오지는 않는다"며 "와도 말은 잘 안 하고 서로 바라보고 손 꼭 잡고 있는 게 다지만 그게 좋다. 맨날 와도 또 보고 싶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딸이 오랜만에 오는 거라 특별히 더 설렌다"고 웃어 보였다.
김씨 할머니 옆방에 머무는 박모(78·여)씨도 이날은 분주하다. 박씨는 "우리 아들은 밥 먹었느냐고 맨날 물어보는데 나는 그게 좋더라"며 "이번 어버이날에는 손녀, 손자들도 데려온다는데 빨리 보고 싶다"고 손주 자랑을 늘어놓기도 했다. 자녀의 방문을 애타게 기다리는 만큼 자녀들이 다녀간 후 할머니들이 느끼는 공허함도 크다. 송씨는 "다른 가족들이 방문하는 문소리만 들려도 눈길을 보내는 모습을 본다"며 "할머니들은 언제나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어버이날을 맞이해 행사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던 요양원 관계자 이대화(29)씨는 요양원에서 노후를 보내는 할머니들이 새로 생긴 '관계'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경우가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자녀들이 어머니를 모시기 힘든 경우 요양원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처음에는 요구하는 것도, 가족을 찾는 경우도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 보호자인 우리를 믿고 여기를 자기 집처럼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혈혈단신인 윤모(63·여)씨에게는 더더욱 자식 같은 요양원 보호자와 동료들이 필요하다. 윤씨는 "가끔 아프고 그러면 아직도 엄마가 눈에 선하다"며 "그래도 여기 사람들과 예배도 드리고, 노래 교실도 있어서 외롭거나 그러진 않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어버이날에는 손주, 손녀같은 애들이 와서 우리한테 잘해주고, 놀아주고 웃음주고 그러니 그날 하루는 늘 웃는 것 같다"며 "내 가족은 이곳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돌아가신 부모에 대한 정을 누군가에게 베풀고 싶어 4년 전 요양원을 시작했다는 원장 신상춘(56·여)씨는 "아무리 잘해도 어머니들의 사랑은 가족에게 더 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런 어머니를 위해 어버이날이나마 얼굴 한 번 보여주는 게 가장 큰 효도"라고 당부했다.
|
첫댓글 언젠가부터 봉투가 효도라는 이상한 풍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