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께 드리는 시 / 이 해인 수녀
싱그러운 5월의 숲에 계신 푸른 어머니!
저희는 오늘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목마른 나무들이 되어
당신 앞에 서있습니다.
일상의 삶 안에서
크고 작은 근심으로 초췌해진 당신 자녀들을
그윽한 사랑의 눈길로 굽어보시는 어머니!
나무 속을 흐르는 수액처럼
저희의 삶 속에 녹아내리는 은총의 시간들
살아온 날들과 살아갈 날들을 고마워하며
5월엔 고향에 돌아온 듯
어머니의 이름을 부릅니다.
어둡고 불안한 시대를 살아갈수록
어머니의 하늘빛 평화를 갈구하는
이 땅의 자녀들에게
항상 집이 되어주시는 거룩한 어머니!
어머니를 부르면 어느새
저희의 기쁨은 꽃이 되고
슬픔은 잎새가 되고
기도는 향기가 되어 하늘로 오릅니다.
만남의 길 위에서
가장 사랑해야할 가족들과도
더 깊이 하나되지 못하고
늘 바쁜 것을 핑계로
더 깊이 깨어 살지 못했던
저희의 게으름과 불충실을 용서하십시오.
가난하고 외로운 이들과 함께하지 못하고
저희의 오만과 편견으로 그들을
더욱 쓸쓸하게 만들었음을 용서하십시오.
죄를 짓고도 울 줄 모르는
저희의 무딘 마음을
은혜로운 눈물로 적셔주시는 어머니!
저희의 끝없는 욕망과 이기심의 돌덩이들을
진실한 참회의 기도로 깨트려
생명의 샘이 솟아나는 기쁨을 맛보게 해 주십시오.
항상 저희를 예수님의 길로 인도해 주십시오.
첫 걸음을 잘못 떼어 방황하지 않도록
선과 진리의 길이 외롭고 괴롭더라도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저희의 손을 잡아주십시오.
마음의 창에 때처럼 끼어있는 미움들을
깨끗이 닦아내고
용서와 화해만이 승리하는 사랑의 항해를
길이신 예수님과 함께 시작하게 해 주십시오.
늘 성급하게 살아와서
자신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던 저희가
오늘은 어머니와 함께 인내를 배우는
기다림의 촛불로 타오르고 싶습니다.
늘 믿음이 부족해서
쉽게 절망했던 저희가
오늘은 어머니와 함께 삶의 기쁨을 노래하는
희망과 감사의 촛불로 타오르고 싶습니다.
숲과 호수에 출렁이는 은총의 햇빛처럼
어머니와 저희가 하나 되는 이 5월엔
지혜의 푸른 불꽃을 가슴에 지닌
한 그루 기도나무가 되겠습니다.
썩지 않는 겸손의 소금으로
고통도 하얗게 녹여버리는
멀지만 아름다운 사랑의 길을
저희도 어머니와 함께 끝까지 걷겠습니다.
아멘.
카페 게시글
…좋은글나누기…………
성모님께 드리는 시 / 이 해인 수녀
임젤
추천 0
조회 269
22.05.27 13:03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