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세기관지염은 대부분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합니다. 그 중에서도 Respiratory syncytial virus (RSV)는 가장 널리 알려진 원인이며 실제로 세기관지염 원인의 50-7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바이러스 감염의 새로운 진단 방법이 소개되면서 다른 바이러스들도 세기관지염의 원인으로 밝혀지고 있으나 특히 2 세 이하의 어린 소아들에서 여전히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 밖에 세기관지염의 원인 바이러스로는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독감 바이러스로 잘 알려져 있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바이러스는 아니지만 마이코플라즈마 균 (Mycoplasma pneumoniae)도 세기관지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으나 소아(학동기)에게 나타나는 흔한 원인이 아닙니다. 마이코플라즈마균은 바이러스 감염에 비해 조금 나이가 든 소아(학동기 이후)에게 더 자주 나타납니다.
RSV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북반구의 여러 나라들에서 주로 11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유행하는 양상을 보이며 1-2월에 발생 빈도가 가장 높습니다. RSV는 가끔 대유행 양상을 나타내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그 해 세기관지염 발생 원인의 90 %까지 차지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가을에 주로 유행합니다.
RSV에 의한 급성 세기관지염에 걸렸을 때 증상이 심하여 입원하게 되는 위험 요인들을 보면 미숙아, 어린 나이, 과밀한 주거 환경, 간접 흡연, 인공 수유, 유아원에 맡겨지는 경우 등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입원 환자들의 연령대를 보면 80%가 1세 미만이며 그 중 50%는 1-3개월의 영아입니다. 이는 면역 기능이 떨어지는 미숙아나 어린 소아들에게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위험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염성이 매우 강하며 잠복기가 2-5일로 짧고 현대 사회의 과밀한 주거 환경이나 유아원에서 집단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RSV와 같은 호흡기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들은 호흡기의 분비물에 존재하며 기침을 하거나 재채기를 할 때 직접 다른 사람들의 호흡기로 전파될 수도 있습니다. 또 이러한 분비물 입자들이 손에 묻게 되면 바이러스는 수 시간 동안 생존하면서 그 사이 접촉하는 소아들의 눈, 코, 입을 통해 감염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나이 많은 소아들이나 어른들은 거의 증상이 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겨줄 수 있으므로 집에 영유아가 있는 경우 외출에서 돌아오면 반드시 손을 씻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모유 수유를 하는 경우 모체로부터 받을 수 있는 체액성 면역은 한시적이지만 잦은 호흡기 감염에서 어린 소아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므로 출생 직후의 모유 수유는 심한 증상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담배 연기의 타르 성분은 기관지 점막을 손상시켜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떨어뜨리게 되므로 호흡기 발달이 미숙한 어린 소아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금연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실제로 3세 경까지 거의 모든 소아들이 RSV에 의한 호흡기 감염을 경험하게 되며 반복 감염도 흔히 발생합니다. 특별한 문제가 없는 건강한 소아들이라면 두 번 째 이후의 감염은 대개 처음보다 가볍게 지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3세 이후에도 RSV에 의해 호흡기 감염이 발생할 수는 있으나 대개 증상이 심하지 않으며 전형적인 급성 세기관지염의 증상이 관찰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