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의 바다(1-72)/김사랑
내 여자의 바다(1) - 김사랑
내 안에 어디쯤인가
그리운 바다가 있어
밤새 출렁거렸네
동해도 아니고
서해도 아닌
내 가슴에 남아있던 그 바다는
고독한 섬 품고
흰거품 하얗게 쏟아내며
사랑의 이후는
빈 고둥 뒹구는
추억의 슬픈 바다뿐이라고
이젠 그만 잊으라 속삭였었지
내 안에 네가 있는데
어찌 너를 지울 수 있느냐
소리쳐 부르면
갈매기만 혼자 울다가는 바다는
천년이 가도 썩지 않을
하얀 소금꽃을 피우며
내 가슴 한쪽에 살고 있다
내 여자의 바다(2) - 김사랑
바다처럼
한 여자가 들끓고 있다
하얀 물거품을 그리움을 토해놓고
섬같은 남자 가슴을 벼고 누워
때로는 혼자 울던 그 바다는
술을 마셔야 외로움을 달래이는지
노을처럼 취해 있었다
한 남자는 술은 마시지 않아도
그녀의 사랑에 취해
온 몸을 들썩이며 혼자 울었다
내 여자의 바다는
다가가면 갈 수록 멀어지는
수평선이었다가
서운함에 뒤돌아 앉으면
어느새 내 곁에 밀려와
내 육신을 혀 끝으로 애무하는
그 바다같은 여자는
구멍난 세월에서
목숨줄로 짜낸 거미집 그물을 던지면
그리움 마음 한조각 건져내지 못하고
고독한 사랑만 키웠다
내 여자의 바다(3) - 김사랑
바다가 울고 있네
파도처럼 어깨를 들썩이며
밤새 목놓아 울고 있네
누구나 수평선으로
가슴을 긋고 살지만
그 끝엔 섬이 있는 줄 몰랐네
사랑이란
줄당기기 시합이라 하지만
그 줄을 놓을 순없네
방울 방울져 구르는 눈물이
날개 다친 갈매기 눈물일까
바다는 파도같은
이불을 끌어 덮으며
뒹구는 빈 소라껍데기 안의
고독을 감추려 하네
바다는 저 혼자 울고
달래이여도 멈추지 않는 울음때문에
섬같은 사내가 우네
차마 눈물을 보일 수 없어
여자가 뒤척이며 남긴 흔적의 자리
모래톱에 얼굴을 파묻고 우네
내 여자의 바다(4) - 김사랑
그 여자는
낙지같은 사랑을 하네
빨판의 촉수로
내 몸을 끌어 안고
붉은 입술의 지문을
내 가슴에 세기고 있네
바다 보다도
더 질기게 사랑한 여자
뻘에 구멍 집에 들어가
손으로 끌어 당겨도
꼼짝하지 않는 낙지같은 여자
바다의 물결은
그녀의 사랑을 읽어 들이네
바다 때문에 살고
출렁이는 그리움 때문에
사랑한 여자
세발낙지처럼
사지를 뒤틀고 내 몸을 휘감고
어이 김씨, 절 좀 어떻게 해봐요
한 입에 삼키고
쓰디쓴 인생같은
소줏잔을 툭 털어 넣고 싶은
그런 바다같은
여자가 내게 있네
내 여자의 바다(5) - 김사랑
그대와 나사이
경계가 있네
막막하게 그어버린 수평선 말고
푸른 파도로 가로막힌
우뚝 솟은 섬같은 고독이 있네
웃지마라, 여자야
태양은 솟아 웃어도
블랙 홀처럼 빠져 버리면
헤어나지 못할 사랑의 늪
바다는 저혼자 일어나 울어도
울지도 마라, 여자야
주체 할 수 없는 그리움의 덫
인연은 다가가면 가까워 지는 게 아니라
멀어지는 우리 둘 사이 그어버린 선도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어디가 하늘인지
어디쯤이 바다인지 알 수 없을때
세월은 돌고 돌아 먼 훗날
그대와 운명처럼
다시 만나는 날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손사래로
목터져라, 그댈 부른다
내 여자의 바다(6) - 김사랑
그대 몸을
모래로 조각하네
아름다운 가슴
부드러운 곡선
모래알들이 모여 그대가 되네
눈부신 햇살에
그대 몸은 빛나네
영혼만 심으면
그대는 잠에서 깨어나
푸른 바다의 노랠 듣겠지
눈부신 언덕과 골짜기
남자는 집게의 집위에
그대를 빚었네
그대 몸에 구멍을 뚫네
집게들이 기어나오네
상처뿐인 그대여
밀물은 그대의 몸을 덮으려하고
남자는 돌아앉아
담배를 피워 물고
사랑은 연기처럼 사라져 가네
그댄 다시 모래알이 되어
그 바다에 눕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흰 물거품 꽃아래 물결이 살랑이네
내 여자의 바다(7) - 김사랑
나의 몸에도 한달에 한번씩
붉은 꽃잎이 피던 시절이 있었지
생명을 잉태하는 그 바다처럼
문을 열어두고 씨앗을 받아 들렸지
사내는 파도처럼 내게로 와
하얗게 부서져 거품이 되었지
귀밑머리 소금꽃에 하얀머리
해안가에 잔주름처럼
문을 닫아걸고 밤새 통곡하였지
몰려드는 사랑도 지긋하고
인생의 바다에서
갈 곳몰라 길은 잃고
중년의 바다는 저 바다는 저무는데
파도여, 왜 오느냐
갈매기여, 왜 우느냐
세상의 사랑이란 다 그런거지
다독여 멍든 물결을 끌어 덮어
속내를 감추려면
드러나는 생의 고독함이여
상처뿐인 중년의 바다여
내 여자의 바다(8) - 김사랑
바다라는 이름을 가진
내 여자는 바다에 가질 못한다
사는게 바빠서
사내는 바다로 돌려 보내지 못한다
하오 2시 태양은 끓고 있고
양철지붕에 올라간 여자는
망치로 못을 박는다
구부러진 못을 빼내는 건 어렵지만
못을 박는 일은 쉽다고 한다
머리위에서는 태양이 타들고
돌아 갈 바다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아내여, 미안하다 미안해
가슴에 박힌 못이 아프다
하오 7시 태양도 문을 걸어 잠근다
여자는 바다로 돌아와
섬처럼 자리에 눕는다
잠속에서 파도 소리를 내고
입맞춤하는 여자의 가슴은
혀끝으로 맛을 보면 하얀 소금 섬이 된다
용서하라, 아내여
사내는 바다를
등지고 돌아눕고 밤새 파도만 잠들지 못한다
내 여자의 바다(9) - 김사랑
바다가 노을을 삼킨다
삼키는 건 태양 만은 아니리
바다의 깊은 숲엔
부드러운 섬모가 자란다
섬모는 유혹의 손짓을 하지만
바다는 나보다도 먼저 취한다
나 보다도 먼저 취해 울고
나 보다도 먼저 잠든다
그러는 바다는 코를 골고
바닥에 눕고
코고는 소리를 파도소리로 자장가 삼아
잠이든다
바다를 향해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바다는 침묵하고
검푸른 해초처럼
머리결을 풀어 헤치고
아이처럼 잔다
때로는 사랑한다는 게 서글프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래도 행복하다
내 여자의 바다(10) - 김사랑
벌거벗은 바다는 아름답다
거짓의 옷을 벗고
실오라기 걸치지 않고
바다에 누워 물결을 안고 있는
여자의 몸은
하나의 그림이 된다
구름에 가려 보일 듯 말듯한 섬은
남자를 유혹하지만
가슴을 드러 내놓고
여섯 남매를 키우느라
납작해진 어머니의 가슴은
세상 어느 여자의 가슴보다 아름답다
바다의 품에서
섬을 빨고 자란 아이는
바다에서 물결과 더불어
넘어지고 다시 일어선다
몸이 아름다운 것 보다
영혼이 아름다워야 하고
마음이 고운 자는
미움의 싹을 키우지 않는 법을 배운다
눈물이 짜디 짠 소금물 인 걸보면
결국 세상의 모든 사랑은
바다에서 시작하여 바다에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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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성에 작품에 머물러 읽고 갑니다 고운밤 되세요
시인님
안녀아세요 못처럼 날씨가
화창해서 마음도 깨끗해 지는듯 합니다
고운 시향에 마음 두고 갑니다
늘 건강하세요
안녕하세요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너무 길어 죄송합니다~~~^^
음악과 함께 천천히 보시라고 올렸습니다
감사합니다
헹복하고 고운 꿈꾸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