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템 금괴’ 여동생 집서 100kg 회수… 숨긴 851kg 다 찾아
빼돌린 금괴, 모두 가족 집에서 나와… 경찰, 오스템 본사도 압수수색
횡령 직원, 엔씨소프트 주식도 매입
작년 3000억어치 사 주가 급락에 손절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 모씨가 6일 새벽 서울 강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뉴스1
오스템임플란트 회삿돈 2215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직원 이모 씨(45)가 은닉했던 금괴 가운데 경찰이 찾지 못했던 나머지 100kg을 12일 모두 찾아냈다.
경찰은 이날 오후 경기 파주시에 있는 이 씨의 여동생 집에서 1kg짜리 금괴 100개를 발견해 압수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전날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한 후 나머지 금괴를 숨겨둔 장소를 털어놨다고 한다.
이로써 경찰은 앞서 이 씨 부인과 아버지의 주거지에서 압수한 금괴(751kg)와 이 씨가 한국금거래소에서 찾아가지 않은 금괴(4kg)를 포함해 이 씨가 횡령한 돈으로 구입한 금괴 855kg(681억 원어치)을 모두 회수했다.
경찰 추산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해 3∼12월 빼돌린 회삿돈으로 주식 42개 종목을 거래해 761억 원가량의 손실을 봤다. 이 때문에 이 씨가 횡령한 2215억 원 중 돌려놓은 335억 원을 뺀 1880억 원 가운데 회수 가능한 금액은 최대 1100억 원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경찰은 12일 서울 강서구 오스템임플란트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횡령 과정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압수수색”이라고 밝혔다. 이 씨와 같은 부서에 소속된 재무팀 직원 등 5명도 최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일부 팀원은 팀장이던 이 씨의 지시에 따라 PDF 파일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해 계좌 잔액증명서를 위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씨는 지난해 11월 엔씨소프트 주식을 3000억 원가량 사들인 ‘슈퍼개미’와 동일인으로 밝혀졌다. 금융투자업계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1일 한 개인투자자가 엔씨소프트 주식 70만3325주를 매수하고 21만933주를 매도했는데, 이 투자자가 이 씨인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이날 엔씨소프트는 대체불가토큰(NFT) 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주가가 상한가까지 올랐다. 그러나 나흘 뒤인 지난해 11월 15일 주가가 급락했고, 이 씨는 엔씨소프트 주식 53만 주를 순매도하며 ‘손절’했다.
금융업계에선 지난해 10월 동진쎄미켐에 이어 엔씨소프트까지 투자에 실패하자 이 씨가 남은 돈을 금괴로 바꿔 도주를 준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소정 기자, 김자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