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철 씨, 박상재 아저씨와 도어락 비밀번호를 궁리한다.
특정 숫자가 들어가게, 혹은 들어가지 않게. 숫자 조합에 따라 어떤 건 되고, 어떤 건 안 된다.
두 분이 의논 끝에 새로운 비밀번호를 정했다.
얼마 전 이민철 씨가 불청객으로 홍역을 치렀다.
그들의 정체가 손님일지 불청객일지 직원도 알지 못했다.
이민철 씨 댁에 들르면 그 사람들이 있을 때가 많았다.
그만큼 도와야 할 일을 제대로 돕지 못한 채 찜찜하게 돌아설 때도 많았다.
집이 점점 정돈하기 어려워지는 것 같고 산만해지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도 이민철 씨가 그들이 한 번씩 청소, 식사 준비도 도와준다고 말해 뭐라 할 수는 없었다.
더구나 이민철 씨만 사는 집이 아니라 동거인 박상재 아저씨가 있다.
그 사람들은 이민철 씨와 아예 관계가 없지는 않지만 아저씨 손님에 더 가까우니 편하게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두 분을 정말 집주인으로 보고 그렇게 대하고 싶기도 했다.
말뿐이라고 생각하시지 않게, 손님이 있을 때는 특히 더 조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이래저래 답답한 날들이었다.
이민철 씨가 집에 손님이 와 있다는 말은 종종 했지만, 오늘은 느낌이 달랐다.
오전에 한 차례 들렀을 때 아는 누님이라는 분과 형님뻘쯤 되는 두 사람이 있었다.
집안에서 다툼이 일었고 몸싸움으로까지 번지려 했다.
가까스로 말리고 다들 그만 가시라고 하니 옷을 챙겨 입으며 이따가 가겠다고 했다.
그때까지는 더 이상 나가라고 할 명분이 없었다.
무엇보다 박상재 아저씨가 극구 제지하니 직원으로서는 거기까지 말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늦은 오후가 되어 이민철 씨가 월평에 와야겠다고 전화하셔서 뵈러 갔다.
누님이라는 분은 갔지만 두 아저씨는 가지 않았다.
이 사람들이 집 곳곳에 짐도 풀어놓고 점거하다시피 지내고 있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이민철 씨 방에도 손님이라고는 할 수 없게 자리를 차지했다.
그간 손님이 있다고 잘 살피지 못한 직원의 불찰이다.
지금 자리를 피하면 앞으로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이민철 씨가 비켜야 할 것 같았다.
이민철 씨에게 설명하기에 앞서 박상재 아저씨에게 이민철 씨가 집에서 편안히 있을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이민철 씨에게 아저씨께 말씀드렸고 잘 살펴주실 테니 안심하시라고 말했다.
평소와 다르게 불안해 보였지만, 그래도 여느 날처럼 안정을 찾으실 줄 알았다.
결국 밤에 이민철 씨는 월평에서 외박하기로 했다.
이민철 씨를, 그리고 이민철 씨 집을 지켜드리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컸다.
시간이 흐를수록 미안한 마음만큼 화가 나기도 했다.
이제는 직원으로서 주택을 지켜야 할 의무도 간과하지 않으려 한다.
입주자의 집이라는 가치와 법인 주택을 지켜야 하는 의무 사이 선후와 경중을 따지기는 어렵지만,
이처럼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음을 알았다.
결국 집을 점거할 뻔한, 원치 않는 그 사람들은 이민철 씨 신고로 집을 나가게 되었다.
민중의 지팡이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 불가피했다.
집주인 이민철 씨의 신고는 직원의 그것과는 달랐다.
이민철 씨는 이제 그분들을 밖에서만 만나야겠다 하신다.
직원은 안 만나시기 바라지만 오며 가며 마주칠 일이 없지 않을 것 같다.
이민철 씨의 지혜를 믿는다.
2026년 3월 6일 금요일, 서무결
그간 이민철 씨의 집이니, 이민철 씨 손님이기도 하니, 조심하며 존중한 것으로 이민철 씨의 집을 지켜드렸다 생각합니다. 여러 짐작과 우려로 재단하고 조율하려 했다면 집 자체는 지켰을지 몰라도 이민철 씨 스스로 그곳이 나의 집임을 느끼기는 어려웠겠죠. 이번의 사태는 응당 이민철 씨가 져야 할 책임과 자주함의 결과들이었다 생각합니다. 이런 과정과 결과들 덕에 이민철 씨가 본인의 집에서 더 잘 살 수 있게 사회사업가가 도울 구실과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생각하고요. 서무결 선생님, 고생하셨습니다. 이민철 씨도요.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기대됩니다. 박효진
네. 이민철 씨 집이 쉴 수 있는 평안한 집이 되었으면 합니다. 동거인에게도 방해를 받지 않는…. 신아름
이민철 씨가 법인 소유 주택에 사는 세입자이고, 세입자의 권리와 의무가 있고, 동거인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죠. 박상재 아저씨도 마찬가지고요. 이번 일로 이민철 씨도 서무결 선생님도 기관도 뭔가 조금 명확해진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애썼어요.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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