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옷장 정리를 하기로 한 날이다.
오전에 이민철 씨 집을 찾았다.
방 청소는 미리 했다고 하셨는데, 왜인지 바닥이 조금 찐득거렸다.
그렇다고 바로 다시 청소하면 이민철 씨에게 굉장한 무례일 것이다.
이민철 씨 기준에서 충분할 수도 있다.
옷장을 정리한 뒤 바닥이 지저분해졌다는 이유를 들어 청소를 다시 도울까 했다.
이민철 씨는 직원이 옷 정리를 돕는 것에 예민하신 듯하다.
직원도 지금껏 잘 해오시던 일을 나서서 돕고 싶지는 않다.
이번에 돕는 이유는 패딩을 거는 옷장 문이 자주 빼꼼 열려서다.
“이민철 씨, 이 잠바들 다 이민철 씨 것 맞나요?”
“예. 다 제 겁니다.”
이민철 씨 옷이 생각보다 많다.
혹시 불청객이 남기고 간 옷은 아닌지 물었다.
가끔 ‘아는 형님이 입으라고 준’ 옷도 더러 있나 보다.
우선 걸려 있는 패딩을 모두 밖으로 꺼냈다.
갖가지 잡화가 가득하다.
라디오(최근에 사겠다 하셨는데 처음 본), 달력, 반찬 통(박상재 아저씨 부탁으로 부엌에 두지 않는다고), 가방, 모자, CD, 옷걸이 등이다.
집기도 모두 꺼내본다.
집기가 가지런해야 옷도 잘 걸릴 것 같다.
꺼낸 김에 옷장 바닥도 닦는다.
먼저 생각보다 많은 CD를 차곡차곡 쌓는다.
이민철 씨의 흥은 이 CD들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게도 많다.
“모자는 나 대동(단골 가게)갈 때 써야 하는데.”
이민철 씨 모자도 참 많으시다. 패션 감각도 엿볼 수 있었다.
가끔 머리 감기 귀찮은 날은 모자 눌러쓰고 다니시나 보다.
직원이 권해 샴푸를 돕고 외출하시는 것도 좋지만,
가끔 이런 편한 모습으로 외출하는 것도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모자도 종류별로 포개어 나란히 정리했다.
“이민철 씨, 옷걸이가 많네요.”
“아, 상재 아저씨가 민철이 이사할 때 준 겁니다.”
“음…. 그러면 휜 것들만 버릴까요? 이런 옷걸이는 휘어서 못 쓸 것 같은데…”
“그래요.”
“여기 가방도 쓰시는 건가요?”
“그거는 쓰는 거야. 선물 받았어.”
“그런데 지퍼가 이렇게 돼서 못 쓸 것 같아요. 정리하는 게 어떨까요?”
안 버리실 것 같았는데, 다시 쓰기 어려울 것 같은 지퍼를 보여드리니 버리자고 하셨다.
낡기도 많이 낡아서 아쉽지만 정리하기로 한다.
이민철 씨는 물건을 소중히 여기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더 소중히 여기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명확한 이유를 들어 정중하게 권하면 미련을 두지는 않으시는 것 같다.
잡동사니 가재가 자리를 잡으니 옷을 걸기도 조금 더 편하다.
다만, 패딩이 보통 두툼하니 여전히 비좁은 건 어쩔 수 없다.
주기적으로 옷 정리를 도와야겠다. 곧 날이 풀리면 다시 정리를 돕기로 한다.
“이민철 씨, 옷장 정리하니까 바닥이 좀 더러워진 것 같아요. 제가 간단히만 청소해도 될까요?”
“예. 그라시소.”
다시 청소해야 할 이유가 생겼으니 구석구석 틈새에 있는 부스러기를 청소하고 진득한 바닥도 닦는다.
옷장과 바닥이 얼마나 유지될지 모르겠다.
직원이 정리한 것이 정답도 아니다.
이민철 씨가 더 쾌적하게 지내시게 돕고 싶을 뿐이다.
2026년 3월 11일 수요일, 서무결
어느 순간부터 이민철 씨가 낡고 오래된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어요. 평생 그러시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 이민철 씨 보며 저도 이민철 씨를 저의 생각으로 재단하고 있던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변화한 생각을, 망설이던 결심을 어쩌면 서무결 선생님의 정중한 물음을 기회 삼아 꺼낼 수 있게 되셨을 수도 있겠네요. 박효진
잘 설명하고 함게 정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조금씩 이렇게 정리하다 보면 더 쾌적하게 지내시겠죠. ^^ 신아름
이민철 씨가 이렇게 쉬 자기 옷장을 정리했다는 게 놀랍네요. 서무결 선생님이 예를 갖추고 뜻을 잘 전해서 그런 것 같네요. 고맙고 애썼습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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