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도록 만들어졌다면 구태여 남자 여자로 창조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기독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그냥 신비이겠지만 늘 해보는 질문입니다. 왜 대부분의 생명체가 암수로 되어 있고 사람조차 남과 여로 존재하게 되었을까요? 그렇게 세상은 한 쌍이 만나 다시 자신의 존재를 이어갑니다. 물론 자기와 다른 자기입니다. 유전자를 이어받아 종(種)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고등동물일수록 암수로 나뉘어 있고 우리 사람은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자식을 생산하여 가계를 이어가는 것입니다. 바로 그 만남이 이루어지는데 사람마다 이야기를 생산하게 됩니다. 기막힌 인연이 생길 수도 있고 가슴 아픈 굴곡의 사연이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인류 공통으로 수 천 년의 역사를 만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 대한민국의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생각해보면 어쩌면 소위 ‘N포’ 세대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한 마디로 살기 힘들다는 것이지요. 혼자도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에 연애와 결혼은 그냥 꿈입니다.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어찌 보면 참 딱한 일이고 가엾다 생각도 듭니다. 연애도 포기, 결혼도 포기, 아니 무슨 재미로 살지요? 하기야 요즘 재밌는 일이 한두 개입니까? 즐길 거리가 얼마나 많습니까? 어찌 보면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스마트폰 하나만 가지고도 종일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미안하지만 ‘꼰대’스러운 이야기 하나 하겠습니다. 반세기 전까지도 있고 없고 따지지 않고 그냥 20대 후반 들면 결혼은 필수였습니다. 가능하면 있는 사람이 좋고 아니면 장래가 좀 희망적으로 보이는 사람을 택해서라도 결혼하였습니다. 혼자 사는 것보다 부부가 힘써 일하며 아끼고 절약하여 모으면 자립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요즘 세상 형편에서는 이 ‘장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죽하면 3포에서 4포 나아가 N포가 되었겠습니까? 하고 싶어서 그랬느냐, 하지 않겠습니까? 알기에 그 부모들도 강요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부모조차 뒷감당할 능력이 부족하니 말입니다. 어찌 보면 참으로 안쓰러운 세대입니다. 결국 다인종 국가로 가야하는가 싶습니다.
그러자 의식의 변화도 따라옵니다. ‘혼자 걷기, 혼자 쉬기, 혼자 먹기, 혼자 살기 ---’ 혼자가 좋다. 한 마디로 자유롭습니다. 누구의 간섭을 받을 일이 없습니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사는 겁니다. 그러나 생각해봅니다. 자유 곧 행복일까요? 그건 아니라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행복을 만드는 과정 속의 도구입니다. 예를 들어 노예해방을 통해 자유를 얻었던 노예들이 다시 주인에게로 돌아간 예가 있습니다. 왜요? 자유가 생활을 보장해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자유도 좋지만 일단 먹어야 살 수 있습니다. 일자리가 없고 먹을 것을 구할 수 없는데 자유가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입니까? 사실 자유는 있는 자들이나 누릴 수 있는 허영입니다.
이야기 속에 나오는 작가 ‘박영호’의 생활환경은 혼자 살아도 얼마든지 행복을 만들어낼 수 있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혼자를 택한 이유가 천천히 드러납니다. 쉽게 말하면 다시는 상처 입을 일은 하지 않겠다는 태도입니다. 사실 연애라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아주 쉽게 이루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행운이지요. 짝을 만난다는 일이 그렇게 만만하다면 그 많은 연애소설이나 드라마가 왜 생기겠습니까? 그리고 전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도 이 연애 사건에는 쉽게 공감할 수 있습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남녀의 이야기는 관심의 대상이고 대부분 공감할 수 있습니다. 언어와 문화를 떠나서 누구나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냅니다.
출판사 편집부장을 맡고 있는 ‘현진’과 작가 지망생 영호가 만납니다. 선후배 사이라고 하니 초장부터 편하게 말을 놓고 지냅니다. 그런데 출판사에서 바라는 것과 작가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좀 다릅니다. 주제는 도시에서의 혼자 사는 삶입니다. 티격태격하면서도 맞춰나가려고 합니다. 마침 변수가 발생합니다. 우연인지 출판사 대표가 알아내서 찾았는지 아무튼 작가와 비슷한 또래의 또 다른 작가를 모셔옵니다. 그런데 영호의 옛 연인입니다. 그의 이야기를 읽다가 알아챈 모양입니다. 비슷한 연배로 나이는 들었는데 출판사에서 추구하는 주제와 같아서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입니다. 영호의 상처가 도졌습니다. 그러나 곪은 상처는 도려내고 치료해야 합니다.
혼자를 고집하였지만 사실은 도피였고 자기기만일 뿐입니다. 혼자서 살라고 남녀를 창조한 것이 아닙니다. 한 세대 지나고 끝장내려고 창조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형편이 그래서 혼자를 고집하는 것뿐입니다. 젊은 세대에서도 1인 가구가 늘어가고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그 세대의 아픔을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먹고살 걱정이 없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됩니다. 아니면 그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는 미래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짝을 찾으려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연애, 그 짜릿한 삶의 기쁨을 잃고 사는 세대가 가엾습니다. 당장은 없어도 함께 꿈을 꿀 수 있는 사회가 어서 되기를 기원합니다. 영화 ‘싱글 인 서울’(Single in Seoul)을 보았습니다.
첫댓글 구구절절 맞는 말씀입니다
또
동의는 하지만
딱히
어떻게 할수 없는게 현실이고요
에효
우짜면 좋을꼬~~😥
좋은글
잘보고갑니다
신나라제이우님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추운 날씨 건강하세요. ^)^
우울합니다..좋은날이 올거라고 생각할랍니다
그래야지요. 그 희망으로 삽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