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버트런드 러셀
이 책은 얼마 전에 읽은 책에서 소개된 책이라서 알게 된 책이라고 생각했단다.
아빠가 왜 이렇게 이야기를 하냐면....
아빠의 기억력 때문이란다.
분명 아빠는 얼마 전에 읽은 책(이것도 어떤 책이었는지 좀 헛갈린다.)에서 처음 알게 된 줄 알았어.
그런데, 얼마 전에 아빠가 책장에서 <법정 스님이 추천하는 책들>이라는 책을 우연히 펼쳐봤어.
그 책을 읽고 나서 꽤 지났으니,
법정 스님이 추천한 책들을 그 동안 얼마나 읽었나 갑자기 확인하고 싶더라구.
그런데, 그 책에 나와 있는 책 목록 중에 이번에 읽은 <행복의 정복>이 있더라구.
아, 이 책을 법정 스님도 추천해주셨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그 때 이 책에 대한 소개를 받았구나. 그런데 모두 잊혀졌구나... 하는 기억력 좌절에 대한 생각도 같이 들었단다.
아무튼,,,
이 <행복의 정복>이라는 책은 버트런드 러셀이라는 사람이 1930년에 쓴 책이란다.
읽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1930년은 세계대공황으로
세상 많은 사람들이 불행과 절망의 깊은 늪에 빠져 있던 시기였더구나.
혹시 지은이 버트런드 러셀은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행복에 관한 책을 쓴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더구나.
지은이 버트런드 러셀.
이 사람에 대해서 아빠는 분명 모르는 사람이란다.
그런데, 이름은 무척 익숙하구나.
아무래도 그 사람이 남긴 문구들이 여기저기 많이 소개되어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드는구나.
왜 그런 생각이 들었냐 하면,
아빠가 <행복의 정복>을 읽으면서, 발췌하고 싶은 글들이 엄청 많았기 때문이야.
아빠가 공감하는 글들이 정말 넘쳐났단다.
그만큼 아빠도 행복을 절실히 원하고 있나? 싶기도 했단다.
아빠는 너희들이 있어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한데도 말이다.
지은이 버트런드 러셀은 수학과 도덕과학을 전공했고, 사상가, 철학자, 수학자로 활동했다고 하더구나.
그리고 아흔의 나이에는 핵무기 반대에 앞장서고,
시민 불복종 운동에 앞장섰다고 하는구나. 정말 열정적인 삶을 산 사람인 것 같구나.
노벨문학상도 수상했다고 하네.
1. 우주적 중요성을 갖지 않는다.
아빠가 예전에 우주과학에 관한 책들을 읽고 나서 느낀 바가 있었단다.
그것은 아빠가 아무리 힘들고, 걱정을 해도..
범 우주적으로 봤을 때는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야.
그래서 아빠가 힘들거나 걱정거리가 생기게 되면,
범 우주적으로 생각하고 심호흡을 하라고 했어.
그런데 큰 효과를 보곤 했어.
그래서 아빠의 친한 사람들한테도 그런 이야기를 해주었어.
아빠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할 때 울렁증이 있는데,
그때도 범 우주적으로 생각해보자고 하면 그 울렁증이 줄어들곤 했어.
그런데, 이 책의 지은이 또한 그런 이야기를 해서 무척 신기했단다.
지은이도 처음 강연을 할 때 많이 떨었대.
그 때 지은이도 우주를 생각했다고 하더구나.
===============================================
나는 내가 강연을 잘하든 못하든 상관이 없으며,
잘하든 못하든 우주에는 변화가 없다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그리하여 강연의 성공 여부에 개의치 않으면 않을수록
강연이 덜 서툴러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덕분에 점차로 신경의 긴장이 감소되어 결국엔 거의 긴장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
그리고 불행이 닥쳤을 대도 우주를 생각해보라고 했어.
그러면 나의 불행이나 최악의 상황이 결 우주적 중요성을 갖지 못한다는 것을 명심하래.
===============================================
어떤 불행이 닥쳐왔을 때 진지하고 신중하게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를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보라.
일어날지도 모를 불행을 직시한 다음에는,
그 불행이 그렇게 두려운 재난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를 열거해보라.
그런 이유는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나빠보았댔자 내 한 몸에 일어나는 일이
결코 우주적 중요성을 갖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당신이 얼마 동안 최악의 가능성을 갖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당신이 얼마 동안 최악의 가능성을 응시한 후,
진정한 확신을 가지고 “좋아, 그까짓 것 별 문제 아닐 거야”라고
자기 자신에게 말했을 때 당신은 당신의 걱정이 놀라울 정도로 감소된 것을 알게 되리라.
이러한 과정을 몇 번은 되풀이해야겠지만
아무튼 당신이 최악의 사태를 직시하는 데 있어서
아무것도 회피하지 않게 되었다면 당신은 당신의 걱정이 말끔히 사라지고,
그 대신 일종의 쾌감이 생긴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2. 불행의 원인과 행복의 원인
이 책은 아주 깔끔하게 정리해 주고 있단다.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에는 불행의 원인,
2부에서는 행복의 원인을 이야기하고 있단다.
제목만 봐도 1부에서 불행의 원인을 알아보고,
2부에서는 행복의 원인을 알려주는 것이야.
그리고 소제목을 보면, 그가 생각하는 불행의 원인과 행복의 원인을 알 수 있었어.
먼저 불행의 원인에서 다룬 부분의 소제목들 살펴보면
경쟁, 피로, 질투, 죄의식, 피해망상, 여론에 대한 공포 등이 있었단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들일 수 있지만,
그는 자기만의 사상과 철학으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단다.
그런 것들이 아빠의 생각과 차이가 나는 것들이 있었지만,
결국 아빠의 생각이 틀렸고, 그의 생각이 맞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더구나.
예를 들어, 권태로움에 대한 자세야.
아빠는 권태로움은 좋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너희들에게 좀더 재미있는 것을 접하게 해주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지은이는 어린이들에게 너무 자극을 많이 주지 말라고 하더구나.
자극은 마약과 같아서 점점 더 많은 양을 필요하게 한다는 거야.
그리고 나중에 단조로움에 참지 못하는 사람이 된다는 거야.
이 부분을 읽고 너희들에게 한번 시험해 보았어.
주말에 집에 있을 때 아무것도 안 하는 "멍때리기" 놀이를 해보자고 했어.
너희들은 바로 멍이 날 때까지 때리는 놀이냐면서 농담을 하긴 했지만,
아빠가 "멍때리기"가 어떤 것인지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오래 있지 못하고 무엇인가 재미를 찾으려고 하더구나.
아, 정말 아무것도 안 하는 "멍때리기"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
어느 정도의 단조로운 생활을 참는 능력은 어린 시절에 길러야 한다.
현대의 부모들은 이 점에서는 크게 비난 받아 마땅하다.
현대의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쇼라든가 맛있는 음식 따위의 수동적인 오락을 지나치게 제공하는 반면,
특별한 때를 제외하고는 다른 날과 변함없는 하루를 보내는 일이
어린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어린 시절의 즐거움은 주로 약간의 노력과 창의력에 의해서
어린이 스스로가 자신의 환경으로부터 찾아내는 것이라야 한다.
예컨대 영화 구경처럼 자극적이지만 육체적 노력이 전혀 필요 없는 즐거움은 아주 드물게 주어져야 한다.
===============================================
그러면 2부 행복의 원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열의, 사랑, 가족, 일, 일반적 관심사, 노력과 체념 등이 있었어.
대부분 수긍이 가는데, 일과 체념은 생각해 봐야겠구나.
분명 회사에서 생활은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다반사인데 행복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지은이도 일에 대해서는 행복의 원인으로 볼 것인가, 또는 불행의 원인으로 볼 것인가는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라고 했단다.
그래도 일을 가지고 있는 것은 여러 가지로 봤을 때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 그는 이야기하고 있단다.
===============================================
일을 행복의 원인으로 볼 것인가, 또는 불행의 원인으로 볼 것인가는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이다.
확실히 대부분의 일은 지나치게 따분하며, 과도한 노동은 언제나 매우 고통스럽다.
그러나 일이 그 양에 있어서 과도하지만 않다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덜 고통스러우리라고 생각한다.
일의 성질과 일하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 단지 권태를 덜어주는 것으로부터
가장 시원한 기쁨을 주는 것에 이르기까지 일에는 온갖 단계가 있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들은 대체로 일 그 자체로 흥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일에도 커다란 이점이 있다.
우선 하루 시간의 대부분을 메워주므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할 필요가 없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시간을 쓸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면
해볼 만하고 보람이 있으며 충분히 즐거운 일을 생각해내느라 쩔뻘맨다.
그리고 그들이 결정을 내렸을 때에는 다른 일이 좀더 유쾌하지 않을까 하는 의혹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다.
===============================================
그리고 체념...
처음에는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체념이 왜 행복의 원인인지 곧 알게 되었단다.
갖지 어려운 것에 대한 집착...
그것은 곧 불행의 씨앗이 되는 것이란다.
떄로는 집착을 버리고 체념하는 것이 마음의 평온을 가져오고 행복을 주게 되는 것이란다.
3. 다시 한번 발췌.
책을 덮고 나서, 아빠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 부분에 대해서
타자로 한 자 한 자 치면서 다시 읽어 보았단다.
다시 한번 공감을 갖게 되었고,
처음 읽었을 때 깨닫지 못했던 생각들을 다시 만들어내기도 했단다.
누군가 힘든 시절을 지내고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더구나.
아빠가 발췌한 부분을 다시 한번 붙여넣기를 해보았단다.
===============================================
(21)
인간은 누구나 전지전능하지 못하므로, 전적으로 권력욕에 좌우되는 삶은 조만 간에 극복할 수 없는 장애에 봉착하기 마련이다. 미치지 않고는 이런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릴 수 없다. 물론 그 사람이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에게 이러한 사실을 지적하는 사람을 가두거나 박해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이처럼 정치적 의미의 억압과 정신분석적 의미의 억압은 그 궤를 같이 한다. 따라서 정신분석적 억압이 명백한 형태로 발생하는 경우, 진정한 행복은 있을 수 없다. 적절한 한계를 지키는 권력은 행복에 크게 기여할지 모르나 권력을 삶의 유일한 목표로 삼는다면 비록 외면적으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내면적으로는 파멸을 맞게 된다.
(39)
사랑은 음악이나 산에서 보는 해돋이, 보름달 밑에서 보는 바다와 같은 최상의 모든 쾌락을 더욱 훌륭한 것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에 존중된다.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이와 같은 아름다움을 즐겨본 적이 없는 남자는 이러한 일이 줄 수 있는 마력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사람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사랑은 생물적 협력의 형식이며, 이 형식에 있어서 각자의 감정이 상대방의 본능적 목적을 실현시키는 데 꼭 필요하기 때문에 자아의 굳은 껍질을 깨뜨릴 수 있는 것이다.
(40)
참된 사랑은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타오르는 불꽃이다.
병들지도 않고 죽지도 않고 싸늘해지지도 않으며
자기 자신을 배반하지도 않는다.
(64-65)
어느 정도의 단조로운 생활을 참는 능력은 어린 시절에 길러야 한다. 현대의 부모들은 이 점에서는 크게 비난받아 마땅하다. 현대의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쇼라든가 맛있는 음식 따위의 수동적인 오락을 지나치게 제공하는 반면, 특별한 때를 제외하고는 다른 날과 변함없는 하루를 보내는 일이 어린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어린 시절의 즐거움은 주로 약간의 노력과 창의력에 의해서 어린이 스스로가 자신의 환경으로부터 찾아내는 것이라야 한다. 예컨대 영화 구경처럼 자극적이지만 육체적 노력이 전혀 필요없는 즐거움은 아주 드물게 주어져야 한다.
(65)
자극은 본질적으로 마약과 같아서 점점 더 많은 양이 필요하게 되며, 흥분하고 있는 동안의 육체적 수동성은 본능에 어긋나는 것이다. 어린이는 어린 식물처럼 같은 토양에 그대로 놓아둘 때에 가장 잘 자란다. 따라서 너무 잦은 여행, 너무 다양한 인상은 아이들에게 좋지 않으며, 그들이 성장했을 때 유익한 단조로움을 참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
(70)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를 피로하게 만드는 또 한 가지 것은 낯선 사람과 늘 대면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자연적 본능은 낯선 상대를 만났을 때 우호적인 태도를 취할 것인지 적대적인 태도를 취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경계심을 갖게 된다. 러시아워에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이러한 본능을 억제하지 않을 수 없고, 그로 인해 그들은 우연히 접촉하게 되는 모든 낯선 사람에게 일반적이며 폭넓은 적의 느낀다. 게다가 아침 일찍 차를 타려고 서두르다 보면 소화불량이 되기 쉽다. 따라서 사무실에 도착하여 하루의 일과를 시작할 때 월급쟁이들은 신경이 날카로워져 주위 사람들을 불쾌하제 여기게 된다.
(72)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적절히 통제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 걱정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 없는 때에도 그들은 걱정거리에 매달려 끊임없이 고민한다. 남자들은 사업상의 고민을 잠자리까지 끌고 들어간다. 내일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원기를 회복해야 할 밤에도 몇 시간씩이나 당장 어떠한 행동을 취할 수도 없는 문제에 대해 곰곰이 되풀이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도 내일의 행동을 위한 건전한 지침을 만들어내는 생산적 방식이 아니라 불면증 환자의 어수선한 상념처럼 반미치광이 같은 방식으로 고민하곤 한다. 밤새 그렇듯 갈피를 잡지 못하고 매달린 걱정은 아침에도 그대로 남아 있어서 그들은 판단을 흐려놓고 기분을 상하게 하여 사사건건 격분하게 만든다.
현명한 사람은 걱정할 필요가 있을 때에만 자신의 문제를 고민한다. 그렇지 않을 때에는 다른 일을 생각하며, 더군다나 밤에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다.
(73)
줄곧 과도하게 문제를 생각하고 있는 대신 오히려 적절한 때에 적당하게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정돈된 심리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행복과 능률이 얼마나 증진되는가를 알면 놀라울 정도이다. 곤란하거나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경우에는 필요한 자료를 이용할 수 있을 때 즉시 그 문제에 정신을 집중해 결정을 내리도록 하라. 일단 결정을 내린 다음에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 않는 한 결정을 재고하지 말라. 우유부단보다 더 피곤한 것은 없고 또 그것만큼 무익한 것도 없다.
대부분의 걱정은 그 문제가 대단치 않은 것임을 깨달으면 감소될 수 있다.
(73)
나는 내가 강연을 잘하든 못하든 상관이 없으며, 잘하든 못하든 우주에는 변화가 없다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그리하여 강연의 성공 여부에 개의치 않으면 않을수록 강연이 덜 서툴러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덕분에 점차로 신경의 긴장이 감소되어 결국엔 거의 긴장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77)
어떤 불행이 닥쳐왔을 때 진지하고 신중하게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를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보라. 일어날지도 모를 불행을 직시한 다음에는, 그 불행이 그렇게 두려운 재난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를 열거해보라. 그런 이유는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나빠보았댔자 내 한 몸에 일어나는 일이 결코 우주적 중요성을 갖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당신이 얼마 동안 최악의 가능성을 갖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당신이 얼마 동안 최악의 가능성을 응시한 후, 진정한 확신을 가지고 “좋아, 그까짓 것 별 문제 아닐 거야”라고 자기 자신에게 말했을 때 당신은 당신의 걱정이 놀라울 정도로 감소된 것을 알게 되리라. 이러한 과정을 몇 번은 되풀이해야겠지만 아무튼 당신이 최악의 사태를 직시하는 데 있어서 아무것도 회피하지 않게 되었다면 당신은 당신의 걱정이 말끔히 사라지고, 그 대신 일종의 쾌감이 생긴 것을 알게 될 것이다.
(115)
높고 고상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서서히 모든 권력을 장악한 정치가는 – 그는 이러한 목적 때문에 안락을 포기하고 공공 생활이라는 무대에 들어선 것이다. – 민중이 그를 반대할 때 민중의 배은망덕에 놀란다. 그는 그가 하는 일에 공공적 동기 이외의 다른 동기가 있었을지도 모르고, 또 일을 추진해나가는 즐거움이 어느 정도 그의 활동을 고무하였을 것이라는 점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120)
다른 사람에게 너무 지나친 기대를 갖지 말라는 것이었다. 병든 부인이 적어도 자기 딸 중 한 명은 자신을 간호하기 위해 결혼을 포기할 정도로 완전히 스스로를 희생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이것은 다른 사람에게 이성에 어긋나는 정도의 이타심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타주의자의 손해가 이기주의자의 소득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 특히 가장 가깝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늘 잊기 쉬운 것은,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인생을 생각하지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56)
옛날에 돼지고기를 진미의 소시지로 둔갑시키는 희한한 소시지 기계가 두 대 있었다. 이 기계 중의 하나는 돼지고기에 대한 열의를 가지고 있었고 소시지를 무수히 생산해냈다. 다른 기계는 “와 돼지고지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야? 내가 하는 일은 돼지고기보다는 훨씬 재미있고 놀라운 일이란 말야”라고 말했다. 그는 돼지고기를 거부하고 그의 내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원료인 돼지고기가 들어오지 않게 되자, 그의 내부는 기능을 멈추었고, 그의 내부를 연구하면 할수록 그에게는 내부가 더욱더 공허하고 어리석은 것으로 생각되었다. 지금까지 진미의 소시지를 만들어내던 교묘한 장치는 모두 정지했고, 그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당황하게 되었다. 이 두 번째 소시지 기계는 열의를 상실한 사람과 같고, 첫번째 기계는 열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같다.
마음은 마음속에 들어오는 여러 재료를 가장 놀라운 방법으로 결합시킬 수 있는 이상한 기계이다. 그러나 외부 세계로부터 들어오는 재료가 없으면 이 기계는 무력하다.
(179)
모든 형태의 조심성 가운데서도 사랑에 대한 조심성이 참된 행복에 있어 가장 치명적인 것이리라.
(197)
나는 부모의 사랑을 매우 높이 평가하지만, 흔히 내리는 결론, 즉 어머니는 자녀를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일을 해주어야 한다는 결론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이 문제에는 인습적인 관념이 있다. 할머니가 젊은 여자에게 전수하는 비과학적인 잡동사니 이외에는 자녀의 보육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시대에 이 관념은 매우 훌륭한 것이었다.
(200)
일을 행복의 원인으로 볼 것인가, 또는 불행의 원인으로 볼 것인가는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이다. 확실히 대부분의 일은 지나치게 따분하며, 과도한 노동은 언제나 매우 고통스럽다. 그러나 일이 그 양에 있어서 과도하지만 않다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덜 고통스러우리라고 생각한다.
일의 성질과 일하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 단지 권태를 덜어주는 것으로부터 가장 시원한 기쁨을 주는 것에 이르기까지 일에는 온갖 단계가 있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들은 대체로 일 그 자체로 흥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일에도 커다란 이점이 있다. 우선 하루 시간의 대부분을 메워주므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할 필요가 없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시간을 쓸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면 해볼 만하고 보람이 있으며 충분히 즐거운 일을 생각해내느라 쩔뻘맨다. 그리고 그들이 결정을 내렸을 때에는 다른 일이 좀더 유쾌하지 않을까 하는 의혹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다.
(208)
현대 지식인들의 불행의 원인 중 하나는 대부분의 지식인들, 특히 문필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재능을 독자적으로 발휘할 기회를 찾지 못하고 ‘속물’이 경영하는 부유한 회사에 고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속물은 그들이 치명적인 넌센스라고 생각하는 것을 산출하라고 강요한다.
……
나는 이러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비난할 수 없다. 굶주림은 그 대가로서는 너무나 심각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혀 굶주리지 않고 건설적 충동을 만족시켜주는 일을 할 수 있음에도 일의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보수가 많은 일을 선택한다면, 그는 그 자신의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충고를 받아야 마땅하다. 자존심 없이는 진정한 행복이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자신이 하는 일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은 대체로 자존심을 갖지 못한다.
(209)
삶을 하나의 전체로 보는 습관은 지혜와 참된 도덕의 본질적인 부분이며 교육을 통해 장려되어야 할 일 중의 하나인 것이다. 시종일관 한 목적만으로 행복한 삶이 이룩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행복한 삶의 거의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이다. 그리고 시종일관한 목적은 주로 일에서 구체화되는 것이다.
(226)
체념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절망에 그 근원이 있고 또 하나는 누를 길 없는 희망에 근원이 있다. 전자는 나쁘나 후자는 좋다. 일찍이 진지한 성휘의 희망을 포기할 만큼 쓰라린 실패를 겪은 사람은 그로 인해 절망적 체념을 배울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는 모든 진지한 활동을 포기할 것이다. 그는 종교적인 관용구나 명상이 인간의 참된 목적이라고 하는 이론으로 그의 절망을 위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내면의 좌절을 숨기기 위해 어떠한 위장을 했든 간에 그는 본질적으로 무용하며 근원적으로 불행한 사람이다.
(230)
능동적인 사람들은 대체로 조금이라도 체념의 기색을 보이거나 보잘것없는 유머라도 나타내면 그들이 하는 일에 기울이는 정력과 – 그들이 믿는 바에 따르면 – 성공을 달성시킬 수 있는 결의가 손상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이는 물론 바람직한 생각이 아니다. 일의 중요성이나 또는 그 일의 쉽고 어려움에 대해 자기를 기만하지 않는 사람만이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자기 기만의 도움을 받아야만 자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 일을 계속하기 전에 우선 진실을 감내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좋다.
(236)
당신 자신에게 고통스러운 진실을 매일 적어도 한 가지씩은 받아들이도록 하라. 그러면 당신은 그것이 보이스카우트의 매일매일의 친절한 행동만큼이나 유익하다는 것을 알게 되리라. 당신이 덕이나 지성 면에 있어서 당신의 친구들보다 월등하게 탁월하지 않더라도 – 물론 탁월한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 인생은 살 만한 보람이 있는 것이라고 당신 자신에게 가르쳐주라. 이러한 훈련을 수년 동안 계속한다면 당신은 자신에게 가르쳐주라. 이러한 훈련을 수년 동안 계속한다면 당신은 결국 주저하지 않고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이며, 이와 같이 되면 매우 광범한 분야에 걸쳐서 공포의 제국으로부터 해방될 것이다.
(237)
행복한 생활은 매우 광범한 면에 있어서 올바른 생활과 동일하다. 전문적인 모럴리스트들은 자기 부정을 지나치게 중요시해왔고 그러다가 잘못된 점을 강조하게 되었다. 의식적인 자기 부정은 사람들을 자기 도취에 빠지게 하며 자기가 희생을 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기억하도록 만든다. 그 결과로 의식적인 자기 부정은 흔히 직접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못하고, 거의 언제나 궁극적인 목적을 이루지 못한다. 필요한 것은 자기 부정이 아니라 관심을 외부로 돌리는 것이다. 그러면 자기 자신의 덕을 추구하는 데 전념하는 사람이 의식적인 가지 부정에 의해서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자발적이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된다.
(238)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을 바라야 하며 이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 자신의 행복과 맞바꾸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239)
행복한 사람은 이와 같은 통일을 이루는 데 실패해서 고통받는 일이 없는 사람이며, 또한 그의 인격이 인격 자체에 대항하여 분열되어 있지도 않고 세상에 대항하여 다투고 있지도 않는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은 자신이 우주의 시민이라고 느끼며 자유롭게 우주가 주는 장관, 우주가 주는 환희를 즐기고, 또한 자기를 뒤이어 오는 사람들과 자신이 실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느끼기 때문에 죽음을 생각할 때에도 크게 괴로워하지 않는다. 이처럼 생명의 흐름과 본능적으로 깊이 결합될 때, 우리는 가장 큰 환희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
책제목 : 행복의 조건
지은이 : 버트런드 러셀
옮긴이 : 황문수
펴낸곳 : 문예출판사
페이지 : 256 page
펴낸날 : 2009년 11월 10일
책정가 : 9,000원
읽은날 : 2016.07.06~2016.07.11
글쓴날 : 2016.07.2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