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설이 내린 영동선 철도 >
2005년 3월 4일 새벽 2시경
삼척에 갔다가 태백 신리재를 거의 다 지나갈때쯤 폭설을 만났다
태백시내를 막 들어 올때쯤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함박눈으로 변하여
눈이 발목까지 빠지고 있었고 순식간에 태백역 주변은 하얗게 눈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그때 시간이 새벽 2시경이 였는데 첨에는 오다가 그치겠거려니 생각을 하고
부지런히 신리고개를 넘고 있었다
재를 넘는 도중 눈이 그칠 기미가 보이기는 커녕 점점 눈발이 사나워 지고 있었고
태백시로 들어가는 마지막 고개를 넘고 있을때
눈은 차를 운행하기 힘들 정도로 미친듯이 내리 붓고 있었다
신리재는 눈이 조금 쌓이면 넘을수가 없는 850m 험악한 지형의 재이다
높이는 대관령보다 조금 높은데다가 도로까지 2차선 협소한 도로이기 때문에
눈이 많이오면 월동장구를 갇추고 있었도 속수무책이다
그리고 강원도 길은 산넘어 산이고 재넘어 재라고 대관령 보다 훨씬 높고
신리재 보다 더 험악한 해발 1300고지의 싸리재도 넘어야 하는데
도저히 앞을 분간하기 힘들정도로 눈이 퍼 붓고 있었다
태백역 앞 골목에 차를 세워놓고 대합실에 들어가 눈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니
이미 역 주변의 모든 건물들은 눈에 덮여 형체를 분간할 수 조차 없게 되었다
하는수 없이 태벽역 주변에 여관 하나 잡아놓고 24시간 동안 하는 야식집에 들어가
창밖에 내리는 함박눈을 바라보며 제육복음에 소주 한병을 시켰다
제육복음 하고 소주 한병 퍼마시면서 이제 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보지만 별 뾰죽한 수가 없었다
그냥 이곳에서 잠자리 잡아놓고 한 몇일 꼼짝말고 보내는 수 밖에 없었다
태백 역전 행운시장앞 허름한 여관으로 들어와 눈이 그치기만 기다렸는데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어보니 이미 눈은 무릎까지 빠지고 있었으며
내 차도 눈에 파묻혀 보이지 않았고 스레트집들도 눈에 묻혀 온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이런때는 어디서 한 번쯤 들어 보았음직한
양희은 이던가,누구든가...하여간 어떤 가수의 노래 가사 한 귀절이 떠 오른다
한계령을 넘다가 폭설을 만나고 싶다는...
그리하여 우리둘이 운명적으로 한계령에 같이 같혀 보자는...
어쩌구...저쩌구...
젠장할 ~
그런건 둘이 연애할때나 가능할 법한 기상천외한 이야기이고
지금은 이곳에 갇히게 되면 나 혼자 몇일 몇날이고 독방 신세를 면하기 힘든것이다
그렇게라도 둘이 운명처럼 눈 속에 파묻혀 봤으면 낭만적이겠지만
지금은 낭만이고 뭐시고 간에 빨리 이 곳을 탈출 할 방법만 찾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 몇년전에도 이곳 태백을 지나던중 폭설을 만나 3박 4일 꼼짝 못하고 발이 묽였었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장소에서 또 발이 묽이고 말았으니 이것은 필시 무슨 징크스가 있는 것이 아닐까 ?
그렇지 않으면 눈이 오기 시작할때 지대가 제일높은 태백에서 부터 시작이 된다든지...
그때는 3박 4일동안 태백역앞 허름한 대포집에서 홍어회에 막걸리만 마시며
시간을 보냈었는데 이번에는 길이 뚫릴때까지 어떻게 보낼까 ?
또 어둠 침침하고 을씨년스러운 태백역앞 대포집 구석에 쳐박혀 삭은 홍어회에
막걸리만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는것은 남들 보기에 청승맞아 보일뿐더러
나 자신 스스로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은것 같았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어느 곳이던 혼자 갇혀 있었도 다 견딜수 있는 호기가 있었는데
이제 세월이 좀 지나다 보니 혼자 갇혀 몇일 몇날 대포집이나 드나든다는것이
웬지 청승맞아 보이고 옹색해 보이는것 같아 씁쓸하기만 할 뿐이었다
태백역앞 행운시장 안의 행운집
그 전에에는 이곳에서 발이 묽이면 태백역앞에 있는 이 시장으로 기어 들어와
몇일 몇날 막걸리 퍼마시고는 육십 주모하고 노닥거리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데로든지 빠져 나갈 곳이 있다면 이 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오늘은 이 곳에서 몇일 몇날 버팅길수 있는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 것은 세월이 지남에 따라 혼자 갇혀 몇일 몇날 지낼수 있는 호기가 없어졌기 때문이었으리
그리하여 경찰서 교통계에 전화를 걸었 봤더니
태백에서 빠져 나가는 길은 모두 막혀 있다는 것이었다
오늘도 내일도 교통은 완전히 마비되어 움직일수 없다는 것이다
동해쪽으로 가는 방향의 신리재(해발850m)도 눈속에 고립되어 있고
봉화쪽으로 가는 넛재(해발800m정도)도 꽉 막혀 있고
사북고한 쪽으로 가는 싸리재(해발1200m정도)도 두절되어 있고
삼척쪽으로 가는 통리고개는 제설작업을 하면 넘을수는 있으나
이렇게 쉬지 않고 쏟아지면 제설작업을 한다해도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싸리재(해발1200m)를 넘는 입구의 초입이다
요즘 같은 날에도 이렇게 눈이 많이 쌓여 있는데
폭설이 내릴 당시는 말하지 않아도 대충 상상이 갈 것이다
지금도 중턱 부터는 차가 넘을수 없을 정도로 눈이 많이 싸옇다 한다
이제부터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
열차를 타고 영천을 갔다가 올까,아니면 강릉에 갔다가 올까
잠시 고민을 좀 하다가 곧바로 강릉에 가는 열차가 있다고 하기에 강릉에 갔다 오기로 마음 먹었다
김밥 두줄하고 캔 맥주 두개 사서 봉지에 넣고 강릉까지 가는 열차표를 끊었다
태백역 플랫홈에는 아직도 끊임없이 폭설이 내리고 있있고
사람들은 미끄러져 가며 대합실 홈을 빠져 나가고 있었다
청량리를 출발하여 원주 제천을 거쳐 태백역으로 들어 오는 열차가
불도저 처럼 눈을 밀어가며 플랫홈으로 힘겹게 들어 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눈길에 미끄러져 가며 주춤주춤 열차에 오르고 열차안에는 사람들이
가뭄에 콩 난듯 듬성듬성 한산하게 앉아 폭설이 내리는 차창밖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혹은 서울에서 강원도의 눈 구경을 하러 온 듯한 사람들이
빨갛고 파란 등산복차림으로 몇몇이 모여 앉아 담소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강원도는 폭설이 내리면 더이상 낭만이 아니라 눈 지옥인데
그 사람들은 그런 눈 지옥을 눈 낭만쯤으로 생각하며 여행을 하는것 같았다
열차는 험준한 백두대간의 고봉들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움직이면서 강릉으로 향하고 있었다
눈 내리는 밤 주점에서
폭설
태백 역전 시장앞
두평 남짓한 왕대포집 함석 굴뚝엔
연탄 때는 연기가
어둠 침침한 좁은골목 가득 메우고
언젠가 그대와 함께 왔었던 낮익은 장소
낮은 함석지붕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린 정선집
삭은 홍어 한접시에 막걸리 한 주전자 퍼마시고
창밖에 내리는 눈을 하루종일 바라 보아요
그대 만나러 이곳에 왔지만
하얀 눈만 밤새도록 내려요
그대가 앉았던 연탄 화덕옆 빈 자리엔
술취한 촌로가 꾸벅 꾸벅 졸고
함석지붕 처마 밑엔
한 웅큼씩 풀썩 풀썩 눈더미 떨어지는 소리
김 서린 창문에
그대 웃는 모습 그려 보아요
밤이 깊도록 그대 속눈썹 그려서
창문에 붙여 놓아도
밤은 새지 않고 종일토록 눈만 내려요
여기는 하얀눈만 내리는 하얀나라 태백
나는 하얀 눈 사람
눈속에 갇혀 버렸어요
S.O.S
- 제2부에서 계속 -
첫댓글 기차 탈 직애는 쌂은 계란을 챙기야 허는디... ^^
요즘은 기차간에서 계란 까먹으면 옆 사람이 눈치를 주더만요...요즘 사람들은 하 까탈스러워서리..^_^
인자 맘 먹고 머싱가 써 부릴라고 허요이 ~~ 맘의 스승님[김삿갓] 한티 문안인사 드렸응께 올해도 돈 마니 벌고 무사고에 좋은글 항상 듣고 잡소
동안 개 풀뜯어먹는 소리만 주절주절 했승게 이제는 밥값을 좀 해야 되지 않겠심껴 ? 구라요 ? 앙구라요 ?
그해에..눈내리기 싫어하는 포항에도..많은 눈이 내렸답니다....한적하고 먼지가 뽀오얗게 쌓인 시장이 왠지 정겨움을 줍니다..
2005 년도 3월초...태백에 있을때 해장국집 티브에서 봤어요 부산지역에 수십년만에 내린 폭설이라고해서 부산 사람들 환장하게 싸돌아다니던 모습...^_^
고상은 하시는줄 모르지만 그런 고상도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는것 아십니껴? 언제나 이불차꽁무니에라도 따라 다니고 싶어여~~~~
그저 이불 올리고 내리고 하는 노가다만 잘 하시면 원제든지 환영합네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