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행정에도 핍진성 높이기 기법이 필요하다
김종성(소설가, 전 고려대 문화창의학부 교수)
러시아형식주의자들은 문학과 비문학의 차이점을 정의하고 문학성(literariness)이라는 것이 어떻게 성립되는지를 설명을 하는 방법으로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의 기법을 도입했다. 낯설게 하기는 일상화 되어 친숙하게 느껴지거나 반복되어 참신하지 않은 사물이나 관념을, 미학적 목적으로 일부러 어렵게 하고 낯설게 하여 새로운 느낌을 만드는 방법이다. 서사에다 사실적인 실감을 부여함으로써 그 서사가 실제 현실과 흡사한 느낌을 주는 것을 핍진성(verisimilitude)이라 한다. 이 핍진성을 높이기 위한 서사문학적 장치로는 세부묘사(detail)와 동기부여(motivation)가 있다. 서사문학에서 세부묘사가 획득하는 기능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여러 가지 이야기에 보다 사실적인 실감을 부여하여 핍진성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동기부여는 한 편의 이야기가 보다 그럴 듯하고 흥미진진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 그럴 듯하지 않은 요소를 그럴 듯 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인도 문명에서 언제나 중심에 있었던 것이 숲이었다. 벽돌과 목재로 건설된 현대 서구 문명이 도시를 기반으로 시작되었다고 본다면, 인도 문명은 숲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영국이 인도의 식민지화를 시작했을 때, 영국은 무엇보다 먼저 인도의 숲을 식민지화했다. 이에 인도인들은 사티아그라하라는 숲을 보호하는 비폭력 저항 운동으로 맞섰다.
가르왈 히말라야 지역에서 칩코(Chipko) 운동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 미라 벤, 사라랄라 벤 같은 여성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1973년 4월 히말라야의 우타 프라데시의 가르왈 지역에서 벌목회사의 벌목 노동자들이 전기톱으로 300그루의 물푸레나무들을 베려하자, 가르왈 지역의 여성들이, 사티아그라하라고 하는 간디의 비폭력 저항 정신에 따라, 북을 치고 호각을 불며 숲으로 몰려갔다.
“이 나무들에 손끝 하나 댈 수 없다. 나무를 베려면 우리 팔, 다리도 함께 베어라.”
가르왈 지역의 여성들이 숲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기 시작하면서 칩코 운동이 시작되었다. 『살아남기: 여성‧생태학‧개발』의 저자인 반다나 시바를 ‘생명과 다양성의 딸’로 이끈 노둣돌이 칩코운동이었다.
교통환경 개선과 반도체산업단지 건설을 위해 애쓰고 있는 용인시 당국자들에게 용인시민들이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인시 행정을 환경녹지행정 관점에서 보면 우려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용인시 당국자들은 동백택지개발지구 등에서 시민을 위한 공사를 한다면서 나무를 베어버리는 행정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도 시민을 위한 기반시설을 확충한다면서 직경이 20센티미터가 넘는 교목을 베어버리고 공사를 강행했다. 심지어 직경이 5센티 미터 정도 되는 나무 여러 그루를 다른 곳으로 이식하면 될 터인데 톱으로 잘라버렸다, 동백택지개발지구와 그 인근의 신동백지역에서 20년 동안 사라져 간 나무들이 얼마인지 생각해보면 다가올 용인시의 앞날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세부묘사에 실패하면 그 작품은 문학성을 잃어버려 작품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 용인시 행정이 시민들로부터 공감을 얻으려면 보다 더 환경녹지행정을 섬세하게 펼쳐야 한다. 해마다 기존의 구조물을 부수고, 나무를 자르고, 새로운 구조물을 설치하는 행정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길이 곱지만 않다는 것을 용인시 당국자들은 기억해야 한다. 용인시 당국자들은 기후위기 시대에 나무를 한 그루라도 더 심는 것이 필요한데 시민을 위한 공사를 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잘 자라고 있는 나무를 잘라내는 환경녹지행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용인시 행정에도 핍진성 높이기 기법이 필요하다.
-출처: 용인신문 2026.10.26
소설가 김종성 약력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출생. 태백에서 성장.
고려대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희대 대학원 석사과정 국어국문학과 졸업.
고려대 대학원 박사과정 국어국문학과 졸업(문학박사, 2004. 2).
기독교광산지역사회복지회 계간 《막장의 빛》 편집위원. 도서출판 한벗 편집주간, 도서출판 집문당 기획실장, 고려대출판부 소설어사전 편찬실장, 계간 《내일을 여는 작가》 편집위원, 고려대 국문과 강사, 경기대 문예창작과 강사. 장안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경희대 국문과 겸임교수, 고려대 세종캠퍼스 문화창의학부 교수 역임.
1983년 제7회 방송대문학상 단편소설 「아래기」 입선.
1984년 제8회 방송대문학상 단편소설 「괴탄(塊炭)」 당선.
1986년 제1회 월간 《동서문학》 신인문학상 중편소설 「검은 땅 비탈 위」 당선(심사위위원: 최인훈‧한무숙).
2006년 제19회 경희문학상 소설 부문 중·단편집 『연리지가 있는 풍경』으로 수상.
2024년 제17회 이병주 국제문학상 대상 연작소설집 『가야를 찾아서』로 수상.
연작소설집 『탄(炭)』(미래사, 1988년)‧『마을』(실천문학사, 2009년)‧『가야를 찾아서』(서연비람, 2024년). 중·단편집 『금지된 문』(풀빛, 1993년)‧『말 없는 놀이꾼들』(풀빛, 1996년)‧『연리지가 있는 풍경』(문이당, 2005년) 등 출간.
연구서 『한국환경생태소설연구』(서정시학, 2012년)‧『글쓰기와 서사의 방법』(서정시 학, 2016년)‧『글쓰기의 원리와 방법』(서연비람, 2018년)‧『한국어 어휘와 표현Ⅰ:파생 어ㆍ합성어ㆍ신체어ㆍ친족어ㆍ속담』(서정시학, 2014년)‧『한국어 어휘와 표현Ⅱ:관용 어ㆍ한자성어ㆍ산업어』(서정시학, 2015년)‧『한국어 어휘와 표현Ⅲ:고유어』(서정시학, 2015년)‧『한국어 어휘와 표현Ⅳ:한자어』(서정시학, 2016년) 등 출간. 무크 《소설로 읽는 한국문화사 제1집, 제2집, 제3집, 제4집, 제5집》(2022년. 6〜2025. 12)에 신작 중편소설 5편 발표.
최신간 한국대표단편문학 선집 11 <해설과 함께 읽는 꿈틀거리는 산/ 옥상의 민들레꽃 외>ㅣ 박완서. 김종성 지음/ 윤진성 류대곤 해설/ 판매: 교보문고, 영풍문고, 예스24. 알라딘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