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롯 페스티벌
이번 6월 달은 굉장히 바쁜 달이었다. 5월 말에 울릉도로 국토순례를 갔다 온 뒤 밀린 공부와 샬롯 페스티벌, 아고라 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분명 이번주 화요일에 공식적으로는 방학을 했지만 다음주 화요일에 아고라 발표를 해야하는 우리로써는 아직 방학이 아니었다. 그 아고라 전에 아고라만큼이나 열심히 준비했던 지난 수요일에 있었던 샬롯 페스티벌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샬롯 페스티벌은 그라마티카(~11세), 로지카(12~15세), 레토리카(15~19세) 각 단계에서 샬롯이라는 독서 모임을 마치면서 조마다 한 개씩 독후활동을 선보이는 행사이다. 보통 크고 작은 연극이나 공연을 한다. 원래부터 졸업식만큼 큰 행사였지만 이번에는 특히나 로지카 아이들이 수가 많아지면서 엄청나게 커져 버렸다.
일단 이 샬롯 페스티벌에는 MC가 있다. 저번에는 은수 형과 윤하 누나가 MC를 맡았었는데 이번에는 태연이 형, 성원이 누나, 그리고 민지 누나가 MC였다. MC가 세 명인 것은 처음이었는데 진행이 깔끔하고 좋았다. MC들의 공연으로 샬롯 페스티벌이 막을 열었는데 바로 유명한 에버랜드의 소울리스좌의 영상을 패러디한 공연이었다. 특히나 가사가 억지로 이번 샬롯이 재밌었다는 듯의 내용이라 기억에 남았다.
그라마티카 아이들의 공연들은 아무래도 나이대가 가장 어리다보니 귀여운 것들이 많았다. 내 동생이 있어서 영상 편집을 해줬던 샬롯 7조나 엄청난 분장과 뮤지컬을 선보였던 샬롯 2조 등 퀄리티가 좋은 조가 많았다. 그럼에도 가장 대박이었던 조는 샬롯 4조였다. 개인적으로 이번 페스티벌에서 압도적인 1위 공연이라 생각한다. <프레드릭>이라는 동화책을 단편 영화처럼 촬영했는데 편집과 배경음악, 아이들의 연기와 분장,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비하인드까지 너무나도 인상깊고 감동적인 영상이었다. 보는 내내 귀여웠고 화기애애함이 계속 전달되었다.
로지카는 전체적으로 아쉬웠다. 어떤 어머님의 말마따나 그라마티카는 엄마들의 인도를 따르다 보니 엄마들의 역량에 따라서 퀄리티가 좌우된다. 반면 로지카는 아이들이 혼자서 해보려고 하지만 아직 미숙해서 전체적인 퀄리티가 좀 아쉽다. 레토리카에 가서야 퀄리티가 발전한 공연이 나온다는 것이다. 아쉬운 원인 중 하나는 많아진 영상도 한 몫했다. 저번처럼 단순히 에세이를 읽거나 지루한 독후활동 영상은 아니었지만 무대에 나와서 하는 공연에 비해 집중도가 떨어지는 영상들이 많다보니 조금씩 지루해지는 느낌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레토리카는 3개의 공연이 준비되어 있었다. 첫번째는 전설의 연기 잘하는 사람들만 모인 샬롯 12조의 맥베스 연극이었다. 저번 학기 때 '남도산장'이라는 막장 연극을 만들어서 나름대로 히트쳤던 인서를 비롯하여 그 때 연기했던 대부분의 배우들이 소속된 조였다. 연기는 물론이고 대사며 분장이 원작과 다르게 막장이 되어 웃음을 자아냈다. 마이크가 잘 나오지 않는 돌발 상황에도 오히려 재치로 웃기게 풀어나가는 모습은 정말 대단했다. 그 다음으로는 우리 11조의 연극, 그리고 피날레를 장식하는 샬롯 6조의 위대한 유산 공연이 있었다. 특히나 샬롯 6조는 '위대한' 유산이니 '위대한' 쇼맨의 'This is me'를 불렀는데 솔직히 좀 억지지만 춤과 노래는 좋았다.
이제 우리 조의 공연 이야기도 해야 된다. 우리 조는 연극 관련을 전공하신 부모님을 둔 이엘이가 있었기에 원래는 맥베스를 할까 했었다. 근데 우리 조 애들이 다 얌전한 편이고 이미 샬롯 12조가 엄청난 연극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다른 것으로 바꾸기로 했다. 그래서 선택된 것이 <소년을 읽다>라는 책이었다. 이 선택은 사실 꽤 황당한 선택이었는데 왜냐하면 이 책은 에세이집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연극으로 쓸만한 이야기는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어머니들이 떠올린 기발한 아이디어 덕분(?)이었다. 바로 오히려 우리 조가 가진 얌전하고 모범생적인 이미지를 이용해 가장 모범적이지 않은(?) 소년범들을 연기해 반전을 만들자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좋긴 한데 사실 조금 부담스런 연극이었다. 연기에 난이도는 둘째 치고 <소년을 읽다>에서 몇가지 부분만 모티브를 따오고 다 우리가 새로 러브라인과 스토리를 짜야 했다. 유치원생 정도의 친구들도 보는 데 괜찮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수위가 높았기 때문이다. 신소영 집사님(이엘이 어머님)이 아무튼 괜찮다고 해서 조금 위험할 수 있는 단어들도 넣는데 아니나 다를까 태연이 형에게 노딱을 받았다. 그때 갑자기 나온 새로운 아이디어, 바로 태연이 형이 노딱 준 것도 연극에 넣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것이 나오게 된 전말은 이렇다. 먼저 신소영 집사님이 우리가 이번에 샬롯을 하면서 읽었던 책들(<알라를 찾다가 예수를 만나다>, <하나님의 임재 연습>, <위대한 유산>, <이토록 친절한 문학 교과서 작품읽기 1>, <난처한 미술 이야기 4>, <소년을 읽다>, <맥베스>)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 연극에 넣어 보고 싶다고 하셨다. 우리가 너무 코믹하기만 한 연극을 만들었기도 해서 무언가 의미를 부여하고 싶으셨다고 하셨다. 그래서 연극 중간에 갑자기 우리의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며 샬롯 모임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연극 속에 우리와 원래 우리의 모범생 의미지를 대비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했지만 조금 뜬금없는 장면이었다. 그래서 이것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다가 내가 원래는 지x한다 라는 대사를 쳐야 했지만 한번도 해본적이 없어서 못해서 뺏었던 것이 기억났다. 그래서 나는 내가 대사를 치지 않자, 이엘이가 '왜 대사 안쳐?'라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우리가 연극 리허설을 하는 듯한 장면으로 넘어가는 것을 제안했다. 그러자 이엘이가 하윤이가 태연이 형이 빼라고 했던 대사인 지x한다를 하고 정적이 흐른 뒤에 태준이가 '야, 그 대사 태연이 형이 빼라 그랬잖아'라는 식으로 가자고 수정했다. 결국 이것이 채택되었고 그 뒤에 '야, 그런 대사를 빼면 무슨 재미로 연극을 보냐'는 하랑이 대사나, '태연이 오빠 너무 보수적이야'라는 이엘이 대사 등 태연이 형을 멕이는 듯한 대사들이 추가되어 버렸다.
이렇게 화요일에 대본 정리를 마치고 녹음을 했다. 우리 조의 연극은 마이크를 들고 하기엔 한계가 있어서 녹음을 한 뒤 그것을 가지고 내가 음악과 화면을 붙여 영상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그 영상을 틀고 립싱크로 연극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연극에서 나오는 위험한 발언들은 다 삐처리를 했다. 이 영상을 편집하느라 내가 화요일날 새벽 1시 조금 넘어서 잤는데 내가 일찍 잔 편이었다. 태준이 같은 경우는 친구와 형들과 같이 자서 5시까지 놀았다고 한다. 이에 신소영 집사님과 이엘이가 부러워 하더라. 이 영상이 또 문제가 좀 있었는데 인코딩 시간이 너무 느렸었고 갑자기 공연할 때 영상에 문제가 생겨서 중간에 중단되었었다. 그래서 그런지 안타깝게도 레토에서 공연 1등은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준비한 공연이었던 만큼 성취감은 쩔었다.
페스티벌이 끝난 후에는 졸업생이지만 계속 와서 졸업생이 아닌 듯한 루다 형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같이 두끼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나는 두끼를 그 때 처음 먹어 봐서 은수 형과 같이 먹었다. 은수 형이 강추했던 치킨 소스나 배부르게 먹었던 떡볶이와 라면은 정말 맛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두가지이다. 오늘 있을 오케스트라 공연과 아고라 발표다. 오케스트라는 나는 이번에 바빠서 참가하지 못했지만 보러 갈 예정이다. 아고라 발표는 아직 준비를 미루고 있다. 하지만 다들 망했다고 하던데 나 정도 망한거면 괜찮겠지. 아고라 끝나면 MT가 있을 예정이다. 그때까지만 기다리면 드디어 제대로된 방학이다.